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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한오수)
2011년 03월 11일 08시 47분  조회:3225  추천:49  작성자: 한오수

[한오수의 세상읽기] 사필귀정(事必歸正)

-한오수/하얼빈시 한인(상)회 부회장

  2010년 1월 25일에 영국법원은 27년전 10대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피고인 폴 허친슨(51)에게 25년 내에는 감형할 수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983년 10월 영국 노팅엄주의 한 들판에서 당시 16세 소녀였던 콜레트 아람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얼굴은 온통 멍투성이에 성폭행 흔적도 역력했다. 경찰은 현장인근의 펍(영국식 선술집)쓰레기 통에서 피묻은 냅킨을 발견했다. 냅킨에서는 두사람의 유전자가 감식 되었는데 하나는 콜레트의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어 용의선상에 있는 사람과 대조해 보았으나 결과는 허탕이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몇 개월 뒤 경찰 앞으로 “당신들은 결코 나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조롱의 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2008년 6월 만취상태에서 난폭운전을 한 20세 청년 진 허친슨을 체포한 경찰은 범죄전력 확인 차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의 살인 현장에서 확보한 유전자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이었다. 사건을 재추적 한 결과 진 허친슨의 아버지 폴 허친슨이 사건 당시 콜레트의 집으로부터 일곱 블록 떨어진 곳에서 살았다는 사실과 그의 유전자가 냅킨에 묻은 혈흔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점, 그리고 1983년에 받은 편지에 있던 지문과 허친슨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모두 확인되었다. 영국 경찰은 그를 살인범으로 체포했다.

  자칫했으면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전락할 뻔했던 살인사건이 27년 뒤 범인의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것이 단서가 되어 결국 범인의 덜미가 잡힌 것이다. 요즈음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건 사고를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눈과 귀를 막고 깊은 산골속에 파묻혀 혼자 살고 싶은 생각이 한두번이 아니다. 12년전에 자기 부인을 살해한 뒤 그 시신을 겹겹이 포장해서 방안에 보관해 두었다가 딸에 의해 발견이 되는가 하면, 임신한 부인을 자신의 집 샤워장에서 목졸라 죽인 의사가 사건 전모가 확연히 들어났는데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모함하고, 헤치고, 죽이고, 살해하는 반 인륜적인 사건 사고가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21세기가 가까워 오면 사람들은 목적없이 돈을 벌고, 진리가 없는 교육을 하고, 의미가 없는 사랑을 나누며,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탈리아의 성자 프랜시스 쉐파가 이미 예측하고 경고한 사실도 있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상식과 이성을 잃고 말세적인 환경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틀린 것을 알면서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알면서도 틀리다고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악하고 세상이 혼란스럽게 변하고 과학기술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진리는 오직 하나,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일이다. 결코 옳은 일이 틀린일이 될 수 없고, 아무리 포장을 하고 모함을 하고 여러 가지 음모의 색깔을 칠한다 할지라도 틀린 일이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대로 돌아가고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되고 말며 모든 사물은 정한 이치와 법도 그리고 경우와 순리대로 움직여 가게 된다는 말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되어 있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게 되어 있다. 달이 만월이 되면 기울게 되고,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밝은 새벽이 온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요, 순리이다. 27년전의 살인사건이 피묻은 냅킨한장으로 그 전모가 들어나는 것과 같이 진리는 아무리 감추고 숨겨도 결국은 백일천하에 환하게 들어나게 되는 것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야당대표시절에 정치탄압을 빗대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말했는데 닭의 목이 꺽어져 닭이 울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새벽이 오지 않을리 없다는 것이다.

  진리는 시간이 더딜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되살아나 승리 하게끔 되어있다 결코 진리를 거슬리는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사필귀정,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 자리를 잡는다. 진리가 나와 당신과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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