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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을 벗어라
-한오수 할빈 한상회 부회장
학창시절 남자들이 부러워 했던 것들 중 하나가 완장이다. 팔에 완장을 찬 사람은 학교 내에서 힘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교과목이지만 교련시간에 완장을 찬 학생들은 칼을 차고 지휘를 했고 선도부 완장을 찬 학생들은 교칙과 규율을 위반하는 학색들의 이름을 적었었다. 완장을 차는 순간 자신의 부족함은 가리워지고 완장의 자격과 권위가 자신의 것인양 동일시 되곤했다. 1983년에 발간된 윤홍길의 장편“완장”이라는 소설도 30여년간 완장을 찬 사람에게 쫓기며 할 일 없이 낚시로 세월을 축내던 주인공 임종술이 저수지 감시원으로 임명과 완장을 찬뒤 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의 남자들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위 잘나가는 시절에 한번쯤 완장을 차고 군림하듯 생활해 봤을 것이다. 물론 평생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완장에 대한 동경과 향수 그리고 완장 때문에 받았던 상처로 인한 쓴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순간에도 남자들은 간혹 직장에서 차고 있었던 완장의 파워를 습관처럼 사용할 때가 있다. 나는 명령자, 가족들은 복종과 순종자, 이런 공식에 따라 가족 모두를 내뜻대로 움직일것을 강요할때가 있다. 가족들에게 이런 사람이 행복할리 없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은 가장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마음의 빗장을 걸게 된다.
최근에 한 퇴직 남성과의 대화속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찼던 완장을 퇴직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못벗고 있다는 자기 고백을 들었다. 가족들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일방적인 훈계를 하는 일이 빈번하고 자기 뜻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일들을 보면서 차곡차곡 분노가 쌓여 간다는 것이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도 제일 힘들었던 것이 “전에 내가 누구였는데 지금 이따위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설득하는 일이 었다고 한다. 항상 본인이 상석에 앉고 본인이 먼저 대접 받아야 한다는 고장난 생각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통해 얻었던 완장을 벗지 못하니 매일 매일이 힘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완장을 벗어 버리자 오히려 더 행복했고 더 홀가분해졌다는 고백을 하게 되었다. 멀어졌던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가까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기 시작했고 또 자신 역시 대접받기 보다 남을 섬기고 봉사하면서 얻는 보람이 더욱커져서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선수들 가운데 노랑 완장을 찬 선수가 박지성 선수 였는데 그는 주장으로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플레이 보다 동료선수들이 잘 할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친 동료들을 격려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완장을 차고도 지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을 뛰는 선수중 가장 모범을 보이고 가장 최선을 다한 사람이 박지성선수였다.
중년 남자들은 모두 한가정의 가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다. 사회에서나 직장에서는 직위가 큰 권력의 완장을 차고 있었다면 가정과 이웃에서는 섬김과 희생과 봉사라는 완장으로 바꾸어 차야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차고 있는 완장이 배척과 미움과 갈등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완장을 찬 사람이 먼저 스스로 낮아져서 섬기고 봉사하고 희생하고 모범을 보일 때 우리의 가정이나 사회나 직장은 더욱 즐겁고 건강해질수 있다.
세상의 모든 중년 남성들이여! 관료적이고 권위적이며 고압적인 질서에서 얻어진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의 완장을 벗어 버려라! 세상이 더욱 부드럽고 따뜻하게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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