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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한오수
TV에서 ‘동물의 세계’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야생의 사자나 호랑이는 자신의 배가 부르면 주변에 작은 짐승들이 어슬렁거리며 다녀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잡아먹던 짐승도 그냥 두고 가버린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와 탐욕은 어떠한가? 온 가족이 일평생동안 초호화판으로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는데도 더 가지고 더 소유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가지지 못한 자보다 수천 수만배나 더 가지고 있는 가진자들의 횡포로 인해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고 있다. 학자들은 현대를 ‘탐욕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는데 한정된 지구의 자원에 대하여 날마다 전 세계의 필요량을 초과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쉬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대지와 환경이 병들어가고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보다 더 큰 자연재해가 닥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병든 지구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몸을 크게 한번 뒤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로 인해 재산은 얻었으나 삶의 여유는 잃었고, 옆집은 있으나 정을 나눌 이웃은 잃었다. 경륜있는 노인은 있으나 어른은 없고, 선생은 많으나 참된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고, 재주는 많으나 덕이 없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으나 물질보다 더 소중한 많은 것들을 상실한 탐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때에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었고 또 이세상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갈 것이 없는 단지 이승의 순례객에게 우리가 이땅에 살면서 이기와 탐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돈과 물질과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할 우리가 돈에 끌려 다니고 물질에 끌려다니고 욕망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될 수는 없다. 주인이 되어야 할 우리가 스스로 노예로 낮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나하고만 친한줄만 알았던 친구가 어느날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이렇게 사람에 대해 독점하려고 하는 마음 그것도 탐욕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우리자신 스스로 변하기를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자신 내면의 나쁜 생각과 나쁜 습관이 죽어나가야 한다. 배추가 김치로 되기 위해서는 5번 죽어야 된다고 하는데 땅에서 뽑힐 때 죽고, 칼로 배추의 배를 가를 때 죽고, 소금에 저려질 때 죽고, 양념에 버무려질 때 죽고, 입안에서 씹힐 때 죽는다. 배추가 5번이나 죽어 맛있는 김치로 거듭 태어나는 것처럼 우리 내면의 이기와 탐욕과 독선과 교만과 아집도 죽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 있거나 탐스러운 과일이 달린 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길이 나있다.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 들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향기나는 사람에게 사람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아량을 베푸는 너그러운 사람, 그래서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오는 사람, 그런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지켜준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일도 아름다운 일이다. 소란 피우며 요란스럽게 다가왔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훌쩍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와서 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솔향기, 잣향기, 가득한 숲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온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게 된다. 우리의 사명은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고 썩은 것을 썩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세상 누구라도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명은 어둠 가운데 빛이 되는 것이고, 썩는 가운데 소금이 되는 것이다. 어둠을 어둠이라고 말하고, 썩은 것을 썩었다고 말하는 것을 빛과 소금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고난 가운데서 열매를 맺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는 아름다운 향기가 오랫동안 남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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