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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해’를 보고나서
한오수 하얼빈 한인회 부회장
작년 (2010년) 12월경에 개봉된 영화 황해는 한국의 나홍진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와 김윤석이 극중 주인공인 구남과 면가역을 맡은 영화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 나홍진 감독은 중국 연변은 물론 국내에 밀입국해서까지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조선족들을 통해 그들의 삶의 비극을 비추고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고발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이 가장 치열하게 싸울 때는 먹잇감을 사냥 할 때도 아니고 자신을 공격하는 적과 싸울 때도 아니다. 바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종족의 수컷과 싸울 때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그 정도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돈과 여자와 가정, 이 세 가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짐승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인간 수컷들이 암컷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 대며 서로를 공격 하고 수컷들이 무리를 이루어 집단적으로 치고 받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영화는 말 그 자체로 정의나 양심이 존재하지 않고 뒤틀린 욕망이 꿈틀대고 있는 처절한 생존본능과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야생정글과 같은 영화이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면,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추한 이면을 황해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대체시켜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조선족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우리가 포용해야 할 동포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선족들은 중국과 한국 그 어디에도 주인공으로 속하지 못한 채 그 주변 언저리를 맴돌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한국에 와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영화가 조선족들을 비하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히려 조선족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고 항변을 했다.
주인공 구남은 평범한 택시 운전수였던 그가 멀리 한국에 와서 살인까지 저지르려 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자신의 가정을 되찾기 위한 소박한 바램 하나 때문이었다. 잔뜩 긴장한 채 살인 예행연습을 하던 모습, 경찰에게 총을 맞고 쫓기는 과정에서 비참한 자신의 신세에 혼자 서럽게 울던 모습, 결과적으로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살인을 하려 했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모습 등에서 조선족인 구남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소시민이라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이듯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음지에서 기생하며 살아가는 독버섯 같은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대상이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하나의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와 같은 동포이고 우리 사회의 일원이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존재에 대해서 진지하고 애정 어린 눈빛과 따듯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사회적 약자나 비주류,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대해서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의 배경과 내용면에서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할 수 있다. 대부분 재미와 흥미 위주로 제작된 영화의 본질을 왜곡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그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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