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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11년 06월 17일 13시 52분  조회:3385  추천:24  작성자: 한오수
                          아버지


                          한오수 하얼빈 한인회 부회장  



아버지를 잃어버린 사회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사회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루이스는 "가장 적중률이 높은 범죄 예보자는 가난도 아니요, 인종도 아니요, 아버지 없이 자란 가정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맥도널드의 지적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품고 있다. "아버지란 단어를 놓쳤다는 것은 곧 인생의 전부를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지만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중년의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마음은 그렇게 서럽고 허무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 남편과 아버지와 자기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숨고르기를 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인생의 반환점이자 하프타임이라는 중년을 인생의 프라임타임으로 만들어 보자. 프라임 타임( Prime time )은 이른 바 광고효과가 가장 크다는 황금시간대( Golden hour ):즉 시간에 값어치를 매겼을 때 가장 비싼 시간대를 말한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생의 후반전이 대폭 길어진 것은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증폭시켰다.

  갈팡질팡했던 전반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법 밀도있게 후반전을 꾸려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야말로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원숙미와 노련미가 절정에 달하는 프라임 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중년이라는 시간대는 인생의 프라임 타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을 겪으며 얻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인생을 주도해 나갈 시간이다. 그야말로 인생의 여러 고비에 굴하지 않으며 노련미와 원숙미를 마음껏 발휘해 볼 시간대다.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며 전력질주를 해온 당신이라면 중년을 앞두고 최악의 탈진 상태를 맞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년을 인생의 프라임 타임으로 만들 마음이 있다면 현재의 자기 모습을 냉엄하게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으로 그 첫 삽을 떠야 한다.

  엄정한 자기 반성과 개선의지는 중년의 남성에게 프라임 타임을 보장해주는 건강한 밑바탕이다.

  연간 탐방객수가 500만명에 이른다는 북한산에 오르다보면 간혹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수명이 다해 죽은 나무도 있고 벌레 때문에 쓰러진 나무도 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건강한 나무들 옆에 이렇게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흉물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북한산 관리자들은 이런 글을 붙여두었다.

  "나무는 죽지 않습니다. 그대로 숲의 일부가 됩니다."

  나무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말라 죽어서 쓰러지게 되면 나무는 산에 사는 벌들의 좋은 먹을거리가 되거나 새들의 집이 되기도 하고 버섯들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죽어서도 천천히 숲의 일부로 흡수되어 가는 것이다.

  남자들의 운명도 이와 같다. 생장을 멈추었다고 나무가 숲에서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듯 남자들 역시 직장에서 물러났다고 삶에서도 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지나온 그대로 흔적을 남기며 숲의 일부가 된다. 남자들의 흔적 역시 인생이란 숲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젊은 날 건강한 나무로 인생이란 숲을 지켜왔는가? 그렇다면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남자의 삶은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의 숲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 아들에게 또 그 아들의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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