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수
http://www.zoglo.net/blog/hanyuzhu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어느 노인의 유서
2011년 08월 16일 14시 27분  조회:2887  추천:1  작성자: 한오수
어느 한 노인이 죽었다. 그는 재산도 많아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다. 건강도 죽기 전까지 좋았고 봉사활동도 많이해서 사회적으로 명망도 어느 정도 얻으며 살았다. 자녀도 서넛이나 두었는데 모두들 여유있게 살고 사회적 신분도 좋았다. 그런데 그는 대부분의 유산을 자신의 후처에게 주었고 집에서 기르던 개에게도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남겼다. 자녀들에게는 별로 주지 않았다.

  "늙은이가 망령이 들었지! 후처한테 쏙 빠졌던 거야! 젊은 마누라 마술에 걸려든거지!"

  그 노인이 70세가 넘어서 아내가 죽고 1년이 지나서 30대의 젊은 여자를 후처로 맞아 들일 때에도 사람들은 말이 많았었다.

  그때 그는 몸이 불편하지도 않았고 옆에서 간호해 줄 만큼 병고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부녀처럼 서로 재미있게 1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런데 80세가 넘어 죽은 그의 유서에는 자식들에게 주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너희들은 나의 가장 가까운 나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지금까지 오래동안 내게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았고 현재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나의 혈육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아라. 내가 괴로울 때 누가 진실로 위로해주고 내가 아플 때 누가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었는가? 울적할 때 마음을 풀어주고 심심할 때면 함께 놀아준 게 누구였더냐? 너희들은 아느냐? 예쁜 꽃 한송이가 얼마나 즐겁게 하는가를, 정겨운 노래 한가락이 어떻게 가슴을 뛰게 하는지를, 정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진다. 그러므로 행복할 때의 친구보다 불행할 때의 이웃이 더욱 감사한 것이다. 병석의 노인에게는 가끔 찾는 친구보다 늘상 함께 지내는 이웃이 훨씬 더 고마운 법이다. 평시때의 친구들이 재롱을 피우는 귀여운 자식들이라면 늙어서의 이웃은 내 어린시절의 부모와 같은 분들이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너희들은 친구라 할 수 있고 너희들의 젊은 계모와 검둥이는 내게는 부모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내가 왜 친자식인 너희들에게보다 나의 젊은 아내와 우리 개에게 대부분의 유산을 물려주었는지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아내가 못된 계모로 살아도 내게는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다. 설령 유산을 노리고 들어왔다하더라도 그가 내게 잘하는 이상 내게는 그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둘이 내 인생의 가장 괴롭고, 힘없고, 외로운, 마지막 시기를 그래도 살맛이 나게하고 위안을 받으며 살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힘없이 외로이 사는 노인에게는 어떻게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진실로 소중한 사람인가를 깊게 생각하길 바란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효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유언내용이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 죽게 된다. 그리고 부나 물질도 세습되지만 진정한 효도 세습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부모에게 불효하면 나 또한 자식으로부터 불효를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효는 부모님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 드리고 늙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 가장 괴롭고, 힘없고, 외로운 그 마지막 시기를 함께 동거하며 조금이라도 그 불편함과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진정한 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1 위기의 가정 구하기 2011-11-25 2 4111
30 무료 청구서 2011-11-03 1 2913
29 3퍼센트의 인내심 2011-10-27 2 2777
28 상실의 열매 2011-10-21 2 2826
27 할머니의 식탁 2011-09-29 0 2482
26 어느날 문득 2011-09-02 3 3277
25 내 인생의 적은 나 자신 2011-08-29 2 2730
24 이순신과 징기스칸 2011-08-22 1 2801
23 어느 노인의 유서 2011-08-16 1 2887
22 인생의 설계도 2011-08-11 2 3106
21 향기와 냄새 2011-07-29 1 3204
20 유월 2011-06-24 12 3579
19 아버지 2011-06-17 24 3383
18 준비된 인생 2011-06-10 37 2698
17 영화 ‘황해’를 보고나서 2011-05-09 66 3674
16 울면서 씨뿌리는 2011-04-29 55 2959
15 4월, 꽃피는 봄이오면 (한오수) 2011-04-22 59 2791
14 아름다운 사람 (한오수) 2011-04-07 44 2913
13 완장을 벗어라 2011-03-28 48 3336
12 사필귀정 (한오수) 2011-03-11 49 3211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