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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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첫 사랑 이야기 - 하나
2006년 01월 16일 00시 00분  조회:4344  추천:38  작성자: 황유복
첫 사랑 이야기
- 하나



인류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낱말가운데 《사랑》이란 단어보다 더 다양한 해석이 란무하고 있는 낱말은 없을것이다. 굳이 다른 《사랑》은 다 제쳐놓더라도, 사전에서 남녀가 서로 애틋이 그리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는 남녀간의 《사랑》만 해도 수천수만가지 《해석》들이 범람하고 있다. 철학가들은 《사랑》이 정신적인것이냐 육체적인것이냐를 갖고 수많은 주장들을 펼쳐왔고, 인류학자들은 남방(열대지역)인들의 사랑은 《정감형》으로, 북방(온대지역)인들의 사랑은 《리상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설가나 시인들은 세상에 알려진 모든 아름다운 말과 모든 오탁한 말들을 등장시켜 사랑을 노래하거나 저주하고 있다.

사실 《사랑》이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약속이기때문에 누구도 그 사랑을 모방하거나 복제해낼수 없는것이다. 따라서 열사람의 사랑은 열가지 서로 다른 해석이 있을수 있다. 아니 열가지 이상의 해석도 가능하다. 가령 한 사람의 《더없는 행복》으로 체험되던 사랑이 형언할수 없는 고통으로 전환되였을 경우,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한 리해는 달라질수밖에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사랑》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도 다양하니 말이다. 한국의 법정스님은 《오해》란 글에서 《사랑》을 《오해》라고 규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리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따라서 그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일지도 모른다고 꼬집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인간들은 전혀 식을줄 모르는 《탐구심》을 과시하면서 끝없이 새로운 주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한 《사랑》에 서수사 《첫》자를 붙였을 때 쉽게 풀이할수 있는 사람 또한 드물것이다.

어떻게 보면 첫 사랑은 한 인간이 사랑할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이성을 찾기 위한 선택과정의 시작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 한 사람의 이성을 찾아 우리는 사랑의 인생 려행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첫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사이의 소중한 약속으로 시작될수도 있고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될수도 있다. 또한 어느 특정 이성에 대한 소년기의 사모를 사랑으로 간주할수 있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첫 사랑의 상대는 달라질수도 있다. 때문에 첫 사랑이란 말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첫 사랑이 누구였는가 라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는지 의문스럽다.

소년시절에 나의 가슴속을 질러간 사랑은 늘 혼자만의것이였다. 소학교 3학년 때 나는 H양이라는, 반에서 제일 예쁘게 생긴 소녀와 나란히 한 책상을 쓰게 되였다. 그녀의 빨갛게 상기된 동실한 얼굴에는 항상 맑은 웃음이 어리여 있었던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자리를 같이 한 그날부터 H양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되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든가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때의 《사랑》은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라나서 덤덤한 상태로 존재했을 뿐이다. 지금까지도 그 《사랑》의 흔적은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직도 그녀는 고향에서 살고 있고 나는 늘 언젠가 꼭 만나보아야 되겠다고 그리워하면서도 단 한번이라도 만나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다. H양에 대한 나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할수 있는지는 나도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그것이 사랑이였다면 H양은 나의 첫 사랑이였을것이다.

고중 1학년 때 학교 앞 송화강변에서 가끔 만나는 소녀가 있었다. 갸름한 얼굴형의 미인인 S양은 주일날 오후 2시부터 송화강변을 따라 한시간쯤 산책을 하군 했었다. 그런데 S양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했고 항상 수심에 잠겨 있는듯 하였다. S양을 만나기 위하여 나는 같은 시간에 그녀의 산책길에 나타나군 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녀의 뒤를 따라 산책해보기도 하고 좁은 산책길에서 마주지나쳐 보기도 했으나 그녀의 관심을 모으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다. 언젠가 그녀는 산책길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몇주일째 나가 기다렸으나 헛수고였다. 후에 우연히 알게 된 일이지만 S양은 페결핵으로 장기치료를 받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때 내가 느꼈던 마음의 허전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이 사춘기에 생긴 사랑의 감정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첫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이 없다.

고중 때 친구중에 C군이 있었다. 어느 한 겨울방학에 C군은 나에게 녀자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서란조선중학교에서 공부하는 E양은 문학소녀였고 C군과는 한 마을에서 자란 죽마고우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수수한 용모였지만 C군은 문학에 대한 취향이 같다는 점을 력설하면서 련애대상자로 우리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서너번 문학에 관한 편지를 교환하였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될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소개받은 첫 소녀였지만 첫 사랑과는 인연이 없었다.

나는 대학 2학년 때 첫 련애편지를 받게 되였다. 음악과 무용에 특별한 소질이 있었던 고중동창 K양은 학교 무용서클의 안무였다. 졸업하고 헤여진지 2년만에 그녀는 내 고향의 소학교에서 음악과 무용선생으로 취직하게 되였다는 소식과 함께 뜨거운 련애편지를 보내왔다. 가령 K양이 2년전에 그러한 편지를 나에게 전해주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완전히 다른 인생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K양이 편지에서 형용한 현명하고 다감한 그리고 열정적인 인간이 아니라오. 력사학도의 생활을 K양은 잘 모를것이오. 2년동안 나는 옛 선비들이 남긴 고서더미에 묻혀 바깥세상을 잊고 공부에 전념해왔다오. 누렇게 변질한 책들의 숨막히게 하는 오탁한 공기가 일으킨 화학반응으로 마음의 감정은 분해되여 찾을바 없고 두뇌의 리지만 남아 있는 상태라오. 지금도 나는 지난날 K양의 구애편지와 그것을 거부한 나의 답신을 읽을 때마다 그녀가 그 후에 겪었던 모든 불행에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수가 없다.

나의 사랑다운 첫 사랑은 앞에서 이야기한 일들이 있은 후에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한 첫 사랑들을 경험하지 않았었더라면 나의 《완전》한 첫 사랑이 있을수 있었을가 의심이 간다. 세계적 정신분석학자인 융의 리론에 따르면 남자들의 정신내면에는 《애니마(anima)》라고 하는 녀성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애니마를 이성에게서 찾는다. 즉 자기 마음속의 애니마와 닮은 녀성을 찾았을 때 금방 반해버린다는것이다. 융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하는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애니마를 밖에서 찾아헤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H양도, S양도, E양도, K양도 내가 내 마음속의 애니마를 밖에서 찾아헤매일 때 우연히 만났던 소녀들일 것이다.

바로 그녀들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사랑은 소년기와 사춘기의 헤매임을 거쳐 좀 더 성숙된 첫 사랑을 찾아낼수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그들과의 만남을 나는 《첫 사랑》으로 마음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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