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한 처녀가 자신을 사모하는 세 총각가운데서 어떻게 자신의 신랑감을 선택하겠느냐 하는 문제가 제시되였다고 하자. 《세계화》에 중독되지 않은 서로 다른 민족출신의 처녀들의 선택기준은 같거나 비슷할수 있을가? 아랍계, 유태계 그리고 조선계 민족의 전통적 가치관의 해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랍민족 고전인 《아라비안나이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국왕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고 그들은 동시에 자신들의 사촌 녀동생인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국왕은 세 왕자에게 충분한 돈을 주면서 공주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을 구해온 왕자가 신랑이 될것이라고 했다. 세 왕자는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함께 돌아오기로 하고 헤여졌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큰 왕자는 망원경을, 둘째는 요술담요를 그리고 막내는 사과를 구해가지고 왔다. 큰 왕자가 망원경(아무리 먼 곳도 볼수 있는)으로 왕궁을 살펴보니까 공주가 병으로 곧 죽게 되여 있었다. 세 왕자는 둘째의 요술담요(씽하고 날아다니는)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왕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막내의 사과(무슨 병이든 다 고칠 수 있는)를 먹여 공주를 살려냈다. 공주는 세 왕자 가운데 누구에게 시집가야 하는가? 맏이의 망원경이 없었다면 공주의 병이 위독함을 알수 없었고 둘째의 요술담요가 아니면 그렇게 빨리 병자곁에 도착할수 없었으며 사과가 없었으면 도착했다 해도 치료할수 없었다는 리유로 선물 구해오기 게임은 승자 없이 끝난다.
《유태인의 얼이 담긴 유태인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는《탈무드(Talmud)》에는⟨마법의 사과⟩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왕국의 시골에 삼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맏이는 망원경을 둘째는 요술담요를 그리고 막내는 사과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국왕의 외동딸인 공주가 갑자기 죽을병으로 앓게 되였는데 유명하다는 의사들이 모두 와서 치료했으나 병은 점점 악화되였다. 임금님은《공주의 병을 고쳐주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는 방문(榜文)을 작성하여 성문 입구에 붙여놓았다. 하루는 큰 형이 망원경으로 서울 장안을 살펴보다가 성문에 나붙은 방문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삼형제는 둘째의 요술담요를 타고 순식간에 왕궁에 도착하여 막내의 사과로 공주를 치유시켰다. 공주는 방문에 제시된 조건을 따져 막내에게 시집간다.
조선 평양에서 출판된 《옛말》이라는 책에는 조선민족의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 한 고을에 예쁘고 일 잘하는 처녀가 살고 있었고 조선팔도에서 구혼자들이 몰려왔다. 예선에서 세 총각이 뽑혔는데 처녀는 그들에게 선물을 구해오라고 한다. 일년후 세 총각이 지정 장소에서 만났을 때, 총각 갑은 동경(구리로 만든 거울)을 구해왔고, 총각 을은 천리마를 그리고 총각 병은 사과를 각각 구해왔다. 갑이 거울(아무리 먼데 있는 사람도 비쳐볼수 있는)을 꺼내보니 처녀는 병으로 다 죽어가고 있다. 세 총각은 을의 천리마를 함께 타고 일순간에 처녀네 집 앞에 도착했고 병의 사과로 처녀를 살려내게 되었다. 처녀는 세 총각을 마주하고 앉아 조용히 결론부터 이야기하였다. 《저는 세분의 선물가운데 한분의 선물을 이미 접수하였습니다.》거울과 천리마는 선물 받은 사람이 선물한 사람을 아무 때나 비추어 볼수 있거나 그의 옆으로 쫓아 갈수 있는 좋은 선물이다. 다만 선물을 선택한 사람의 립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사랑받기 위한 사랑의 선물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사과는 받은 사람이 위독할 때 치료하고 나면 남는것이 없는, 사랑을 주기 위한 사랑의 선물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처녀는 그 《주는 사랑》의 선물은 접수하였고 총각 병과 결혼하게 되였다.
아랍공주는 철저하게 아랍민족의 상업주의 원칙을 사랑에 적용시켰다. 투자 자금의 규모와 관계없이 지분의 비례에 따라 리익금이 분배되여야 하듯이 세 왕자의 선물이 공주의 병을 치유하는 과정에 크고 작던 간에 각자의 작용이 있었기때문에 공주는 어느 한 왕자의 손을 들어줄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유태 공주는 계약주의 원칙에 따라 사랑을 선택하고 있다. 아버지 국왕이 방문에서 《병을 고쳐주는》사람을 사위로 삼겠다 했지 공주의 환병사실을 발견했거나 빨리 쫓아온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한적이 없기때문에 막내를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조선민족 처녀의 선택은 아랍공주와는 다르고 유태공주와는 같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가치기준으로 보았을 때 세 처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수밖에 없다. 유태공주는 계약에 대한 실천을 선택의 가치기준으로 삼았고 조선처녀는 참사랑을 가치기준으로 보았다.
사랑을 주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사랑을 받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충일하고 지순하다. 그래서 프랑스의 4대 랑만파 시인중의 한사람인 라마르틴은 《사랑을 받기 위하여 사랑하는것은 인간이지만 사랑하기 위하여 사랑하는것은 천사이다.》라고 했고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헤세도 《요구하지 않는 사랑, 이것이 영혼의 가장 고귀하고 바람직한 경지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주는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참사랑은 없다. 조선처녀는 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총각을 자연스럽게 선택한것이다.
사랑도 인간들의 문화적인 행위인만큼 그 행위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귀속되는 그 민족의 전통문화와 가치관의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오던 말이다. 요새와 같이 쩍하면 《섭외혼인(국제결혼)》이 말밥에 오르내리는 《세계화시대》에는 좀 색바래진 말같지만 우리가 젊었을 때까지만 해도 꽤나 진지한 말로 간주되였다. 사랑은 한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녀자 사이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때문에 민족출신이나 국적과 관계없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는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시사하는것뿐일것이다. 《가능성》과 《합리성》 사이는 거리가 한참 멀다. 가령 성장과정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부동한 민족이나 국적의 남과 녀가 서로 사랑을 약속했을 때, 그리고 그들이 요즘 세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적당한 기간 내에 서로 《사랑》을 즐기다가, 심지어는 《사랑》을 리용하다가 언제 그랬더냐 하듯 깨끗이 헤어지려는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으로 잘 가꾸어나가려 한다면, 그들이 건너야 할 외나무다리와 넘어야 할 가시밭 고개는 너무도 많다. 일반 련인들이 겪게 되는 성격, 취향, 생활습관 등의 차이로 빚어지는 갈등외에도 세속적인 편견, 문화적 갈등, 가치관의 충돌 심지어 민족이나 국가의 리익을 표방한 정치적 간섭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사랑은 문화적 산물이다. 사랑이 구성되는 방식은 사랑의 주인공들이 소속된 그 민족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특성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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