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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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군자의 교제는 물처름 담담하고
2006년 02월 14일 00시 00분  조회:5101  추천:58  작성자: 황유복
군자의 교제는 물처름 담담하고



몇년전에 만주학에 관한 책을 한권 출간한적이 있다. 그후 만족출신인 사회과학원의 관기신 연구원이 내 연구실에 찾아와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시간이 되여버렸다. 내가 대접하겠으니 점심 먹고 가라고 하니까 관교수는 《군자지교 담여수(君子之交淡如水)》라는 말을 거듭 하면서 사양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그런데 얼마전 어느 수필가가 쓴 글을 읽다가 《군자지교 담여수》를 해석하여 《군자들은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다》고 주장한 구절이 눈에 띄여 당혹감을 금할수 없었다.

그렇다면 관교수가 그때 내 연구실을 나서면서 《우리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귑시다》라는 말을 반복했단말인가 라고 생각해보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군자지교 담여수》는 중국의 고전 《장자(庄子)》의 《산목(山木)편》에 나오는 말의 머리부분이다. 《군자의 교제는 물처럼 담담하고, 소인의 교제는 감주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담하게 친분을 돈독히 하고, 소인은 달콤하게 그 친분을 끊는다.(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 그리고 거기에는 《리해관계를 계산하지 않기때문에 담담하고 도가 합일을 이루어 친해진다.(無利故淡, 道合故親)》란 해석이 붙어있다. 즉 《군자는 리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교제를 하기때문에 뜻을 같이 할수 있고 따라서 친교가 돈독해진다》는것이다. 여기서 장자가 주장한것은 친구간에 거리를 두라는것이 아니라 반대로 군자는 서로 교제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이른바 《도합(道合)》이라는 최고경지의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는것이다.

친구를 사귀면서 리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마음의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는것은 동서고금 성현들의 공통된 생각인것 같다.


《진정한 친구는 모든 행복감 중에서도 가장 큰
기쁨을 주며, 리해타산을 따지지 않는다.》
(라 로슈푸코:《잠언집》)
《진실되고 참된 우정이란 서로가 공유하고 자신
의 행복이나 불행에 좌우되지 않는 순수한 감정
으로 림해야 하는것이다. 》
(쇼펜하우어: 《지혜로운 삶에 대한 격언》)

《요컨대, 우리가 일반적으로 친구와의 우정이라
부르는것은 서로 스스럼없이 말할수 있는 허물없
고도 친밀한 관계를 이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우정은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몽테뉴:《우정에 대하여》)

《모든 것을 잊고 도취하는 사람은 애인이지만,
모든것을 알고 기뻐하는것은 벗이다.》
(보나르:《우정론》)

《우정은 대등한 인간끼리의 리해를 떠난 거
래다.》
(골드 스미스:《좋아하는 사람》)
《벗이란 무엇인가? 두 사람의 육체에 사는 하
나의 령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라에르티우스》)

《사랑이란 무엇일가? 두 마음이 한몸으로 되는
것. 우정이란 무엇일가? 두 몸이 한마음으로
되는것.》
(루: 《교구 목사의 명상》)

《우정은 령혼의 결합이고 마음의 결혼이며 덕
성의 계약이다.》
(펜:《고독의 열매》)


《리해타산을 따지지 않는다》든가 《순수한 감정으로 림해야》한다든가 《리해를 떠난 거래》라는것은 장자가 주장한 《물처럼 담담》해야 한다는것이고 《하나의 감정을 공유하는것》, 《하나의 령혼》, 《두 몸이 한 마음으로 되는것》, 《령혼의 결합》이라는것은 결국 장자가 말하는 《친(親)》이고 《뜻을 같이 한다》는 《도합》이다.

부정부패와 인성의 타락이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리해타산을 앞세워 감언리설과 뢰물교환으로 가까이 사귀다가 리해충돌이 생기면 원쑤로 되여 갈라지는 《소인》배들의 교제보다는 리해관계의 계산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뜻과 가치를 같이 하는 《군자》의 교제가 인간관계의 일반론으로 되였으면 싶다.

글을 쓰면서 고전에 기록된 잠언을 리용하려면 문장의 본의를 존중할줄 알아야 한다. 글의 일부분을 잘라내여 본의와 다르게 제멋대로 사용한다든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을 덧붙이는것은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절대 금물이다.

2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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