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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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교 10년
2006년 03월 15일 00시 00분  조회:5480  추천:61  작성자: 황유복
수교 10년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먼 나라였다.
나는 1983년에 서울대학교의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한국이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갈수 없는 나라로 분류되던 시절이어서 한국 행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1990년에 다시 초청을 받고 어렵사리 한국 행 인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북경서 서울까지 가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먼저 홍콩으로 가서 다시 한국 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북경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10년 전에 '갈수 없는 나라' 내지 '멀고 먼 나라' 이던 한국과 중국은 한. 중 수교10년 사이에 '우호협력관계의 나라'를 거쳐 이제는 '동반자관계의 나라'로 되었다.

한∙중 수교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중국은 등소평의 "남방담화(南方談話)"를 계기로 개혁, 개방의 속도에 박차를 가할 시점에서 주변지역 환경의 안정이 필요했고 한국수준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한국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냉전시대의 분단국가로서 한반도 평화환경의 조성과 경제발전 차원에서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중∙ 일 수교보다는 20년 뒤늦었지만 서로가 모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을 때 자연스럽게 수교를 단행했다. 때문에 근 반세기동안 막혀 있던 교류의 물고가 트이면서 두 나라간의 선린관계는 재빨리 복원 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간 두 나라는 냉전시대의 거리감을 극복하면서 '소이(小異)'를 접어 두고 '대동(大同)'을 지향하면서 서로의 필요를 상호 충족시켜 주는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해 왔다.

그 중 경제협력관계의 발전은 가장 뚜렷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2001년 중국은 한국의 첫 번째 투자대상국과 두 번째 무역대상국으로 부상 되였고 한국도 중국의 세 번째 무역대상국이 되였다. 두 나라의 무역규모는 이미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두 나라의 문화교류도 해마다 약진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교10년간에 중국에서 유학하는 외국 유학생 중 한국유학생이 제1위를 점하게 되였다. 지난한해만 해도 1만 여명의 한국학생이 중국으로 유학 왔으며 그 추세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10년간 30여 개의 중국대학에서 한국어학과나 한국학연구소를 개설했다. 한국대학에서도 중국어학과가 호황을 부리고 있다.

수교 후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 리펑 전인대상무위원장, 주룽지 국무원총리 등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두 나라 정상들의 상호방문으로 정치교류관계도 좋은 결실을 거둔 셈이 된다.

두 나라 국방부(부장) 장관들의 상호방문으로 초보적인 군사교류가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문화, 정치교류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셈이다.

수교10년 간 두 나라는 이렇게 큰 결실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해결해야 한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경제협력분야에서 무역수지 불균형의 극복, 산업협력관계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 중국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 한중무역에서 한국은 1백20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다. 문제는 흑자폭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점이다. 무역수지의 불균형 때문에 '마늘분쟁' 같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해결책은 두 나라가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성의를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산업협력관계의 계선은 두 나라의 수요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문제이기도하다. 한국은 중국의 시장점유만 생각하고 중국은 한국의 기술이전과 투자유치만 생각할 때 산업협력관계의 개선은 빈말로 될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문화 분야의 교류에서 해결 되여야 할 문제는 교류의 상호성이다. 한국이 계속 중국인들의 한국입국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문화교류의 상호성은 비뚤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월드컵 때 상황이 바로 그렇다.

마지막으로 정치교류분야에서 두 나라는 동북아의 평화안정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인식의 공동분모를 넓혀 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동북아 평화안정을 기하는 데는 두 나라의 대미관계, 대일관계 그리고 미국주도하의 동북아시아 TMD체제형성의 움직임 등 상당히 민감한 부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안정과 평화통일에 관해서 두 나라는 상당한 국익일치와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갈등이 없이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중 두 나라는 상호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때문에 앞으로의 관계설정은 두 나라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말고 전체 동북아국제평화환경구축의 주역관계로 부상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대안을 한⦁중 두 나라가 동북아경제공동체형성을 위한 주역과 협력동반자로 되는 것이다.

200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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