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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동화,사람 얼마 먹여살리나?
2007년 04월 27일 12시 50분  조회:5462  추천:116  작성자: 황유복

한편의 동화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수있을가?

황유복(교수)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은 독일 하멜른(Hameln)이란 동네의 전설을 정리하여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서사시를 썼다. 브라우닝의 시때문에 하멜른의 전설은 세계적인 동화로 되였다. 
   
브라우닝의 시에 따르면 13세기말 하멜른에서는 쥐가 들끓어 ⟪개를 떠밀고 고양이조차 물어 죽인다./ 요람속의 갓난아이를 물고/ 치즈 통을 휘젓고/ 주걱에 묻은 스프를 핥고, 소금에 절여놓은 생선을 갉아먹고⟫ 하여 사람들은 골치를 앓게 되였다.
   
어느날 마을에 광대옷을 입은 사나이가 나타나 상금을 주면 쥐들을 쫓아주겠다고 했다. 동네사람들은 거액의 상금을 약속했고 사내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 동네의 쥐들은 피리소리에 끌려 줄을 지어 광대의 뒤를 따랐다. 사내는 따라오는 쥐들을 강물속으로 인도하여 모두 빠져죽게 하였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이 약속했던 상금지급을 거절하자 광대는 다시 마을 복판에 나타나 또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을 어린이들이 쥐떼처럼 사내를 따라나섰다. 사내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곳펠벨크의 산중턱에 있는 동굴속으로 들어가버렸고 동굴입구는 절로 닫혀져버렸다. 그후 어린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하멜른은 2차세계대전 때 파괴됐다가 도심은 옛모습 그대로 복구되였고 지금은 6만명이 사는 작은 도시로 되였다. 그런데 매년마다 하멜른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50만명을 넘어선다. 물론 아름다운 경치때문이 아니고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때문이다. 

하멜른사람들은 동화를 문화관광산업에 활용했다. 쥐모양의 액세서리와 기념품, 심지어 치즈와 빵도 쥐모양으로 만들어 팔고있으며 옛 도심의 길바닥에는 하얀 페인트로 그린 쥐들이 줄을 이어 관광객들을 인도한다. 동화속의 쥐떼와 어린이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행로라는것이다. 주요 포인트마다 주변건물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여있고 붕겔로젠(Bun gelosen) 거리의 한 건물외벽에는 ⟪1284년 6월 26일, 성 요한과 성 바울로의 날, 하멜른에서 태여난 아이들 130명이 피리 부는 광대를 따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멜른의 전설은 하나의 문화콘텐츠이고 브라우닝은 그러한 콘텐츠를  세계적인 동화로 개발하면서 콘텐츠산업(content industry)화를 실현한 셈이다. 다시 하멜른사람들은 성공적으로 그러한 콘텐츠산업을 문화관광산업으로 이어나갔다. 한편의 동화때문에 몰려온 50만명의 관광객들이 소비하고 간 돈으로 6만명의 하멜른사람들이 먹고산다. 
   
중국조선족은 150년이 넘는 이민과 정착의 력사를 갖고있다. 우리들의 고향마을마다에는 선대들의 얼이 슴배인 이민, 개척, 항일투쟁 등의 전설과 실화들이 깃들어 있다. 그러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것은 우리 문화인들의 몫이다. 

얼마전 연변 진달래문화원정초식에 초청된적이 있다. 해란강변의 산야를 어떠한 형태의 문화산업단지로 개발할것인가 라는 자문을 받았을 때 나는 ⟪선구자의 노래⟫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레저관광산업을 권장했다. 
   
노래의 작자가 구설수에 오르고있지만 ⟪선구자의 노래⟫ 자체는 반일성향으로 받아들여진 노래이고 또한 세계의 우리 민족가운데 널리 알려진 대중가요이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고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 깊었나.  

   
이 노래는 해란강변의 산야에서 말을 탈수 있는 경마장을 테마산업으로 한 레저관광산업의 성공을 뒤받침할수 있는 문화콘텐츠라고 생각된다. 
   
사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에서 약속을 어긴 하멜른사람들의 행위도 자랑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하멜른사람들은 조상들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문화관광산업에 활용함으로써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게 된것이다.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도 문화산업, 콘텐츠산업, 창의산업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조선족의 브라우닝⟫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작자 E-mail : iks937@hanmail.net

<<문학과 예술>> 2006년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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