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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웃지도 못할 일(고소불득)
2013년 03월 27일 11시 17분  조회:2571  추천:3  작성자: 회령
[잡문]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일(고소불득)

회령

내가 서안시 아들집에 갔을때의 소위 견문이다.

그때 나는 안해와 함께 아들집에서 서너달 잘 먹고 잘 놀고 호강하면서 서안시 풍물을 많이 접촉하게 되였다. 나로서는 많이 구경했다고 흰소리를 했지만 후에 알고보니 기실은 소대가리에서 한쪽 코구멍 정도도 되나마나한 수준급이였다

그때, 어느날 밤중이였는데 갑자기 대포알이 터지고 총쏘는 소리가 아빠트단지를 쿵쾅! 쿵쾅! 따다당!...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틀림없이 구내사람들은 모두 기절초풍을 해서 깨여났을것이다. 모르긴 해도 귀머거리와 풍을 맞은 로인네들도 후닥닥 일어섰을것이다.

때는 무더운 여름 한밤중인데 나는 잠옷바람으로 베란다에 뛰쳐나가 사태를 살펴보았다. 깡패무리가 덮쳐 들었나?! 탈레반테로가 왔는가?… 그런데 이상한것은 고함지르고 악을쓰는 소리는 한마디도 없었다.


여기저기 외등은 여전한데 화약내가 코를 쿡! 찔렀다. 앞집들에 막혀 보이지는 않아도 천지를 뒤흔드는 총포소리는 저 앞 구내광장쯤에서 잦은가락으로 몰아치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그곳으로 몰려가는것이 보이였다.

나는 안해와 며느리가 말리는것을 마다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서둘렀다. 아들도 따라 나서는데 세살난 손녀애는 할머니 품에서 눈이 말똥말똥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고것도 몹시 놀란 모양이다.

광장에는 우리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가득 했는데 그들은 빙ㅡ둘러서서 잰내비놀이를 구경하듯 신나서 구경하고 가운데서는 열심히 폭죽을 터치고있었다.

야밤삼경에 웬지랄들이야! 간이 떨어지게, 빌어먹을… 나는 울컥 치미는 역증을 참으면서 우선 사태를 살펴보았다.

숱한 사람들이 둘러선 가운데서 대여섯 사람은 긴히 장한일이나 하듯이 폭죽을 터치느라고 뻔질나게 돌아치고 서쪽 변두리에 치우쳐서 장방형으로 길게 흰보를 친 상이 놓여있었는데 상에는 돼지대가리, 사발통만한 만투, 그리고 탕과류와 기타의 과품이 울긋불긋 그들먹히 차려져 있었다. 상 중간쯤 앞에는 우사칸문짝만한 초상이 세워져있었다. 아주 싱싱해 보이는 미남형의 젊은 남자였다. 상 앞 량편에는 꼭대기로부터 발등까지 백포 포장을 한 남녀가 4,5십명 줄느런히 서있었다. 아하! 초상인지 돐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한 제례행사인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것으로는 백포 행렬끝 두어발작 떨어진 곳에 북이며 꽹과리며 새납따위를 쥔 사람들과 함께 십여명의 남녀가 단정하게 서있었는데 그들도 역시 일색으로 백포단장이였다.

제례를 굉장하게두 하네!… 나는 어느덧 경건한 마음으로 그들의 제례범절을 참답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향을 피워 올리고 술을 부어 올리고 절을 하는 등…그런것은 우리와 비슷한것 같았는데 헌주절목과 함께 북과 꽹과리를 뚜드려대고 귀청이 째지게 새납을 불어 대는것은 처음보는것이고 더욱 놀라운것은 그옆에 아닌보살 얌전히 서있던 남녀 십여명이 기악에 맞추어 에엥…애앵…합창을 하듯 일시에 왈칵 목청껏 고음으로 통곡을 하는데 그것은 마치도 황하의 보뚝이 터진것 같았다.(악대와 울음합창단은 고용한 사람들이라했다) 헌주가 끝나자 량켠에 줄느런히 서있던 사람들이 제사상을 향해 대렬 정돈을 하더니 (새인과 복인, 조문객들이 촌벌과 급에따라 대렬 위치를 맞추는것 같았다) 앞몇줄의 사람들은 땅에 꿇어 엎드려 절을 하고 뒷부분의 사람들은 90도 최경례를 하였다. 통곡은 계속 진행중인데 이때 한켠에서는 또 폭죽을 터치기 시작했다. 그곁에서는 염라국에서 쓰는 화페를 부지런히 태웠다. 절과 경례 차수는 각자 성의에 따라 하도록 자유를 주는것 같았다 어떤자는 자꾸 절을 하고 어떤자는 아예 엎드려 있었고 물먹는 방아깨비처럼 수없이 경례하는자가 있는가하면 90도로 허리를 꺽고 까딱 움직이지 않는 자도 있었다. 약 3,4분쯤 지나서 대짜배기폭죽이 꽝! 하고 굉음을 내며 한방이 터진후 집사가 서북당나귀를 세우는 구령같이 “지ㅡ”하고 외마디 소리를 길게 뽑았다. 거기에 맞추어 일체의 행동들이 즉각 정지되고 대렬이 우시시 흩어지기 시작했다. 고인이 자기 나라로 돌이간 모양이다. 제사객 일행은 뻐스와 승용차에 앉아 어데론가 가 버리였다 구경꾼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외등이 비추는 광장에는 검은 재 한무더기 그리고 수천발 폭죽 껍데기조각이 랑자할뿐 사위는 다시 고즈넉해 지였다.

아침후 남문밖에 나가니 궈즈에 콩물을 파는 아낙네가 그때까지도 장사를 하고있었다. 무척 콸콸한 성미의 그 아낙네는 구역내에 살지만 뒷심이 없어서 대문밖에 쫓겨나 장사를 한다고, 과일장사 로파는 문이 세서 광장에서 난전을 해도 별일 없고… 하며 항상 투덜대는, 공개적으로 입을 비죽거리는 중년여자였다.(구내에서는 장사를 못함. 소매점도 남문 밖에 있다.) 그 아낙네는 무슨 첩보망을 갖고있는지 소식이 대단히 령통 했고 모르는것이 없었는데 적어도 구역내 일에 대해서는 밤에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제가 낳은것처럼 생동하게 환히 아는 녀편네였다. 내가 그에게 어제밤 제사가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니 그는 신이나서 이야기를 하였다.

망자는 교통국 운수관리처의 김처장인데(그의 집이 이곳에 있다) 둬달전에 노래방에서 밤늦게 집에 돌아온후 졸사를 했다. 그후 열흘 좀 더 되여 틀거지를 내기 좋아하며 퍼러딩딩하던 시어머니가 또 갑자기 사망하였다. 더욱 기막힌것은 반달전에 귀공자 행세를 하며 내노라 활개치던 아들이 노래방에서 칼침을 맞고 비명횡사를 한것이다. 횡액이 련이어 덮쳐드니 김처장의 안해는 가근방에 소문난 신선로파를 찾아갔다.

신선파는 미망인에게 점을 쳐주기를 남편에게 지금 숱한 악귀들이 달려 들었는데(보복 목적에서) 지금까지도 염라국에 입국을 못하고(사상정치 심사에 걸렸음) 낮에는 사내귀신들에게서 온갖 행패를 다 당하고 밤이면 질탕 놀아먹던 계집귀신들에게 쥐여 뜯기고 물어 뜯기고 “거시기”는 언녕 뜯어버려 성완전불구가 되였다고 했다. 이미 갖고간 경비는 언녕 거덜이나고 잘 입혀 보낸 옷이며 신은 다 빼앗기고 쫄딱벗은 거지가 되였는데 이제도 가족 둘을 더 데려가야 입국 비자가 나오고 성잔페여서 인젠 장가는 못가도(혼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맞음. 김처장의 안해는 그 조목이 매우 고소롬했다.) 염라국에서 그럭저럭 살수는 있다는 것이였다. 그런데 가족 둘이라면 자기와 어린딸애가 아닌가?! 시아비는 언녕 죽었으니 남은건 자기네 모녀뿐이다. 신선로파는 처장의 안해에게 수일내로 남편이 또 가족을 데리려 온다고 했다. 처장의 안해는 악이 치받쳤다. “씨팔! 똥물에 튀해 죽일 놈새끼!! 아들을 잡아가고 또 우리까지?!...” 그는 남편을 물어뜯어 죽이고 싶었다. 량심이란 꼬물만큼도 없이 온갖 지랄을 다 하드니…그러나 남편은 두달전에 죽어 태워버렸으니 물어 뜯을만한 건덕지도 없었다. 자기가 잡혀 죽는다면 제일 첫째로 오입 친구들이 그리워 몹시 아쉽겠지만 그러나 딸애가 죽어서는 안된다. 아니, 자기도 죽고싶지 않았다.





김처장의 안해는 신선로파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손이야발이야 개여올리면서 복채로 천원을 선뜻 내여 놓았다.(보통시세가 십원, 이십원 정도였다) 돈이나 기타의 사정은 고려말고 가장 좋은 방토(예방책)를 가르켜 달라고 빌어올렸다. 집이 네채나되고 돈은 죽을때까지 쓰고 써도 다 못쓸것이니…그는 호강을 만끽하면서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신선로파는 괴상하게 눈알을 히번득거리고 입을 씰룩거리며 일부러 반나절의 품을 들여 최선의 영명한 방토를 작성해 줬는데 그것인 즉 바로 어제밤의 그 소란통이라는것이였다. 어제가 시작이고 삼일에 한번씩 모두 일곱번 해야 하는데, 매번 오늘같이 복채를 두둑히 내며 (오늘 표현 좋았음) 반드시 오전 9시에 와서 보충지시를 받아가야 하며 특별히 엄격히 명심불망 준수사항은 성심성의여야 하며 방토가 끝날때까지 몸이 정결해야 한다는것이였다.(남녀합방 금지) 이 두가지 사항을 제대로 못하여 령험이 없는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고 신선로파는 오금을 박아 놓기까지 하였다.





콩물장사 아낙네 말을 다 곧이 들을수는 없었지만 이제도 여섯차례의 거사가 있다는데는 혀를 내여 휘두르지 않을수 없었다. 달나라 려행을 예약하는 시대에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황당한 일도 다 있단말인가!... 하긴 놀랄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년놈들이 정도차이가 있을뿐, 점을 치고 특수공능신선에게서 자문과 방토를 구하고 맑스를 섬기는 당원이 예수 발밑에 꿇어 엎디고 벼슬을 높혀 주십사 절간을 찾아가고 매관매직 탐오 회뢰, 수뢰 사기, 협잡, 계집질을 밥먹듯 하는판에 그무리의 한년인 김처장의 안해로서 무슨 지랄인들 못하랴… 이상할것이 없었다.





내가 주민구내에서 그렇게해도 되느냐고 넌지시 물으니 그는 코방귀를 뀐후 아주 명쾌하게 대답해 주었다. 치안규정은 규정이고 보안인원도 있긴하지만… 그집은 흑도,백도에 관계망이 든든하고 워낙 세력이 커서… 그집 녀편네도 보통 인물이 아니니까… 과일장사도 그집에 붙은 로파니까 나더러 말을 조심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웬일인가,그날후로는 다시 소란이 없었다.





나는 무척 궁금증이 나서 어느날 콩물장사 아낙네에게 그 굉장한 제사가 어찌 된 일이냐고, 왜서 하지 않는가고 물었다.





콩물장사는 흥! 하고 코방귀를 힘차게 시원히 뀐후 “공안국에서 벌금을 시키고 잡아갔다. 또 다른 사달이 생겼다고 하는데 두고 보면 알겠지.” 하고 대답하는것이였다.





집으로 돌아오기 며칠전에 나는 콩물장사 아낙네와 작별인사를 하며 김처장의 안해 소식을 넌지시 탐문했다. 콩물장사 아낙네는 “매음업에다 독품밀매까지 해서 총살을 맞을게다. 남편을 따라가게 됐지. 딸애가 불쌍해!”하는것이였다.





작작 먹고 가는똥을 쌀게지… 나는 김처장 일가의 운명을 놓고 공연히 한숨이 나왔다. 그 좋은 팔자에 다들 착실하게 살게지… 환장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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