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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화(소주대학교 교수, 수필가)
상을 받아서 참 기쁘다. 그런데 수상소감을 쓰는것은 많이 힘들었다. 멀리 계시는 어머니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순식간에 회답을 보내왔다. 짧고 굵게! 《너무 오만해도 안되고 너무 겸손해도 웃기니 알아서 해라.》 결국 더 어려워졌다. 리영애선생님의 배려심 돋는 독촉전화를 받고서도 감히 손 대지 못했다. 특별하게, 멋있게 쓰고싶은데 정작 떠오르는것은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럽고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식상한 멘트뿐이였다.
상을 받게 된 수필 《누군들 우물에 갇히지 않는가》를 쓴 때가 지난해 7월이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생겼다. 8월에 박사론문을 제출했고 10월에 중국 대학에서 교수임용 인터뷰를 봤다. 올해 년초에 오클랜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월부터 소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있다. 우리 부모님의 말씀을 빈다면 《참 지루하게도 공부를 하더니 결국은 끝을 꼰》셈이고, 내 글의 표현을 빈다면 《한 우물에서 뛰쳐나와 다른 한 우물로 뛰여든셈》이다. 그무렵 나는 오클랜드시중심에서 벗어나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목옆 아파트에 살고있었다. 대학까지 도보로 40여분이 걸리는 거리를 항상 같은 길만을 고집해서 다녔고 늘 같은 카페에 갔고 같은 커피를 시켰고 같은 방식으로 마셨다. 그날 아침 문득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우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글을 써야겠다는 충동마저 생겼는데 그럴만한 특별한 리유는 전혀 없었다. 그날 역시 다른 때와 똑같은 하루였으니. 내가 만든 일상의 룰을 지키면서 편안함과 무료함을 동시에 느끼는 그런 하루.
어찌됐든 써놓고보니 다양하게 좋다. 과거의 자신을 들여다볼수 있어서 좋고 상을 받아서 좋다. 수상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갑자기 열정이 솟구치면서 당장이라도 작품을 쓰고싶었다. 이번 상을 계기로 제대로 글을 쓰고싶다. 지금껏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없이 어정쩡하게 내키는대로 문학의 길을 걸었던것 같다. 《문학의 길》이라는 표현을 쓰기조차 많이 부끄럽지만 상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겨 만용을 부려본다. 이제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진짜 문학인이 되고싶다. 이러한 마음이 들게 해준 《길림신문》 편집선생님들과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진심 고맙다.
* 본문은 2014년 5월 29일 장춘에서 열린 “길림신문” 제1회“두만강”문학상시상식에서 발표되였다.-문학닷컴 편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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