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설이 지나고 음력설마저 다 쇠였으니 올해 내 나이 예순 여섯, 어느덧 이순(耳顺)의 언덕을 넘어 고희(古稀)의 고개를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륙십청춘 닐리리"의 한창 나이이다.
우리 이 고장 한족들은 내 나이가 되여 생일을 맞게되면 출가한 녀식이 밀가루 여섯냥과 돼지고기 여섯냥으로 예순 여섯개의 물만두를 빚어 부모님더러 다 잡수시게하는데 "륙륙대순(六六大顺)"이라 장수한다는 풍속이 있다. 그런데 나는 한족도 아니고 또 딸자식도 없는데다가 자식들이 모두 곁을 떠나 멀리 해외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나와 안해는 자신의 건강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챙기거나 서로 알아서 챙겨주는 상황이다.
나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여나면 먼저 소금물로 양치질을 한다. 《건강문적보(健康文摘报)》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매일아침 아래위 이발을 300회 좌우 맞부딪치면서 양치질을 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딱히 알수없지만 약간씩 흔들리던 나의 앞니 몇대는 이몸이 예전보다 많이 든든해져 몇해째 더는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있다. 양치질을 마치면 인차 빈속에 광천수 합컵을 들이 마신다. 밤새 자면서 소실된 수분을 보충하고 배속을 한번 쑤욱 씻어주면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다.
그리고는 서재에 들어가 컴퓨터부터 켠다. 신화넷, 신나넷, 야후코리아. 미디어다음, 연우미디어에 들어가 국내외 뉴스를 한번 쭈욱 훓터보고 하루에 딱 한 알만 먹으면 된다는 혈압약을 먹는다. 고혈압에 한번 걸리기만 하면 평생 혈압약을 입에 달고있어야 한다기에 달리 용빼는 수가 없다. 약을 먹고 반시간이 지나면 식초계란을 먹는다. 돈도 별로 안들고 혈관건강에 좋다고 하여 십년이 넘도록 계속 명심해서 먹고 있다.
2006년 새해를 맞으며 연우미디어(
www.ckywf.com)개통 1주년을 기념하여 "연우"식솔들이 모이는 파티에 초대받고 갔다가 덕담 한마디 해달라는 김삼 포럼장의 청을 받고 이런 말 몇마디를 남기고 왔다."우리 세대가 미처 해내지 못한 큰 일을 너희 젊은 세대들이 해냈다. 참말로 장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연우미디어야말로 전세계가 우리 중국조선족사회를 들여다 볼수있는 훌륭한 창구가 되기에 손색이 없을것이다."
사실 나는 연우미디어가 우리 중국조선족이 세계와 련결되는 좋은 창구라는것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한번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아들과 메신저로 화상채팅을 하다가 그애가 고향소식을 묻기에 연우미디어의 인터넷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몇초후에 벌써 찾아 들어가 문장제목들을 훓터본다고 하였고 잠시후에는 연우포럼--명사미니홈에서 소설가 김혁선생이 쓴 《채플린을 다시 보며》라는 글을 읽어보았다고 하면서 글을 참 잘 썼더라고 독후감까지 말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연우미디어다. 이렇게 연우미디어는 세계의 그 어느곳에서나 아무때든 상관없이 우리 중국조선족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접할수 있는 인터넷 창구이다.
작년부터 나는 날마다 연우미디어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당일 《연변일보》와 전일《흑룡강신문》, 《길림신문》, 《료녕조선문보》가 아직 배달되기도 전에 나는 연우미디어를 통해 중국조선족사회에 관한 여러가지 소식들을 접할수 있다. 그리고 연우미디어 칼럼리스트들인 우리 중국조선족 대학교수, 문화평론가, 작가 ,학자 그리고 기업인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대학공부를 하는듯한 멋진 기분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双向交流)이 가능하므로 그저 그들의 좋은 글들을 읽기만 하는것이 아니고 나도 그들중에 끼여들어 나의 글도 올려보고 그들이 쓴 글에 대글(꼬리글)도 달아가면서 나의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 실례를 하나만 든다면 얼마전에 청화대학 중문학부 정인갑 객원교수의 《심상치 않은 <손님>화제》라는 글과 이를 반박하는 연변대학 우상렬 부교수의 《정인갑 아저바이 <손님이 왔으면 좀 쉽시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아래와 같은 대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두 교수님의 글을 배독하면서 느낀바 많습니다. 전혀 무의미한 론쟁은 아닌것 같고 합리적인 '핵'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읽어내려가면서 '소제대작(小题大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없지 않았습니다만 녀권운운, 인권운운, 교육운운에서 많이 배웠습니다.그러나 '문인상경(文人相轻)'이라고나 할가. 두 교수님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어투에서 자존심싸움같은 느낌도 지울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갑론을박식 론쟁풍토가 몹시 미비한 오늘 현시점에서 보다 정상적인 론쟁이 많았으면 하는 기대도 크지만 좀 더 신사적인 론쟁을 기대하는것이 우리 연우미디어식솔들의 과욕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대글을 쓰면서 어떤 때는 좀 싱겁지않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한국 네트즌들의 대글문화가 대단히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있는데 반해 우리네 네트즌들은 아직 대글문화에 너무나 낮설어하는 모습이기때문이다. 우리네 네트즌들도 너도 나도 대글을 달아가면서 이러쿵 저러쿵 론쟁을 펼쳐간다면 퍼구나 재밌을텐데...
거의 매일이라고는 말할수 없지만 대개 반나절은 이렇게 눈깜박할 사이에 지나간다.
잠이 보약이라고 해서 나는 점심때가 되면 꼭꼭 오침시간을 갖는다. 한잠 자고 일어나서는 믹서기로 사과와 요그르트를 믹스해서 한 사발 마신다. 미국 버먼트주에는 "하루 사과를 한 개 먹으면 의사를 멀리 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요그르트를 매일 마시면 로년성변비도 예방할수있고 칼슘도 보충할수 있다고 하므로 요그르트-사과쥬스야말로 진짜 건강음료임이 분명하다.
나는 재직시 건강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다. 정년퇴직후 지금까지 육체적 건강을 챙김에 있어서 나는 약물료법보다는 식이료법을 선호한다. 그리고 육체적건강과 함께 정신적건강도 소홀히 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로동에 종사하던 사람은 퇴직후에도 계속 머리를 써야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않는가. 그래서 나도 언녕 성쌓고 남은 돌이 되였지만 독서와 독보를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고있다. 고금중외의 명작들을 두루 섭렵하는 한편 《연변일보》는 물론 《환구시보(环球时报)》,《문적순간(文摘旬刊)》,《건강문적보(健康文摘报)》 등 신문과 《연변문학》,《장백산》,《도라지》등 우리 민족 문예지들도 구독한다. 자료실에서 빌려보거나 인터넷에서 열독할수도 있지만 상기의 우리 민족 문예지들을 굳이 구독하는것은 자금난에 모대기고있는 그들에게 구독자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그보다도 이런 간행물을 통해 오늘을 살고있는 우리 민족의 참모습을 좀 더 많이, 좀 더 깊이있게 료해하고 싶었으며 우리 민족의 당면한 문제들을 우리 민족 지성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고민도 고민이지만 독서요, 독보요, 인터넷이요 하면서 날마다 그냥 방안에만 들어박혀있어도 안된다. 로년에는 되도록이면 많이 움직이여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침엔 운동을 하지 않는다. 게을러서가 아니고 늦잠을 자서가 아니라 연길시의 공기오염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밤기온이 낮기온보다 낮기때문에 밤이면 공기중에서 부침하는 오염물질 미세립자들이 찬공기를 따라 땅쪽으로 내리깔리게 되므로 아침공기가 결코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해가 솟아올라 차츰 기온이 올라가면 오염물질 미세립자들이 다시 공중으로 상승하게 되여 낮공기가 아침공기보다 훨씬 신선한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침후 혹은 저녁식사전에 시간을 떼내 강뚝에 나가 산책을 한다. 두 팔을 휘드르고 활개를 치면서 연길시경제개발구 북쪽 강뚝 끝자락까지 걸어갔다오면 뒤잔등에 땀이 약간 났구나 하고 느껴질 때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마 이렇게 날마다 산책을 하면서 굴신운동도 견지하여온것이 나의 건강상태가 재직시보다 많이 나아진 비결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저녁엔 안해를 동무하여 TV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본다. 그리고는 또 컴퓨터앞에 와 앉는다. 만약 아들애들이 인터넷에서 온라인 상태이면 그애들과 한참씩 채팅을 하기도 하고 만약 오프라인 상태이면 곧바로 연우미디어에 들어가 포럼글마당에 새로 올려진 글들을 읽으며 사회를 읽고 인생을 배운다.그리고 컴퓨터로 일기도 쓰고 독서필기도 한다. 컴퓨터 자판을 도닥거리는 손가락놀림도 뇌건강에 유익하다는 일설이 있다.
밤 열시가 넘으면 잠자기전에 두 발을 뜨거운 물에 한 반시간동안 담그고 족욕(足浴)을 하다가 따뜻한 우유 한컵을 마시고 자리에 누으면 잠이 잘 온다.
하루밤 푹 자고 깨여나면 래일은 또 래일의 태양이 솟아오를것이고 또 다시 드바쁜 하루가 시작될것이다. 비록 이미 별볼일 없는 몸이 되었지만 나는 하루하루가 지겹다거나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거의 없다.
나는 확신한다.아무리 성쌓고 남은 돌이라 할지라도 지레 무소작위의 허탈감에 빠져 남은 인생을 허송세월속에서 자포자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의 심신건강에도 모두 리로울것이라고.
2006년 3월 10일 연변일보 B3 해란강 제1250기 (수필) 나의 《건강일기》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