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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학정신과 교장 그리고 보직자들
2019년 07월 15일 09시 17분  조회:305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대학정신과 교장 그리고 보직자들

김병민

 

몇년 전부터 대학의 행정화를 없애라고 대학개혁에 관한 문건이 수없이 많이 발포되여있지만 좀처럼 실행되지를 않는다. 그건 도대체 무슨 원인일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첫째는 교육리념의 문제이고 둘째는 제도 자체의 문제이고 셋째는 보직자들의 선발 문제인 것 같다. 왜서 대학에서는 행정화를 없애야 하는가? 그것은 대학의 성격 내지는 사명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이다. 대학의 성격은 인류의 문화전승과 지식창조에 있다. 대학의 사명은 인재양성, 과학연구, 사회봉사에 있다. 따라서 대학의 정신은 진리창출을 위한 과학정신, 인류복지를 위한 인문정신에 있다. 대학의 리상과 량심은 반드시 대학의 성격, 나아가서 대학의 사명과 정신에 맞아야 한다. 대학은 절대 권력이 란무하는 정객들의 놀음판이 되여서는 안되며 행정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꾸려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행정명령식 방법으로는 지식창조가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장, 학장, 처장은 교수들의 대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로 교수들의 머리 우에 군림하여 독선을 해서는 안되며 학생들을 관리하는 신분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다만 교수들과 학생들을 위해 나선 봉사자라고 생각함이 바람직한 것이다. 요즘 대학 교장이 되면 청장급이라고, 학장, 처장이 되면 현장급이라고 운운하는데 실로 천부당 만부당한 것이다. 대학에는 급별이 없어야 하고 수직체계가 없어야 될듯 싶다. 저명한 교육가로 길림대학, 남경대학의 교장을 지닌 광아명匡亚明선생은 두 대학을 명문대로 쇄신한 분으로 대학리념이 투철하기로 이름난 분이다. 광아명 교장은 어느 날 학교 캠퍼스를 돌아보는데 길가에서 학교 행정부서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한 젊은이가 광아명 교장 앞으로 다가서서 “보고, 수장님.” 하고 인사를 깍듯하게 올렸다고 한다. 이에 광교장은 그 젊은이를 세워놓고 엄숙한 어조로 “이 사람아, 난 수장이 아니야. 이 대학엔 수장이 없어. 가령 우리 대학에 수장이 있다면 저 연구실에서 열심히 학문을 연구하는 명교수가 바로 수장인 거야. 앞으로 절대 나를 수장이라고 불러서는 안되네.”라고 말씀하여 그 젊은이로 하여금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중국 현대 대학의 100년 력사에서 이름 있는 저명한 교장은 종래로 자신을 권력자라고 생각해본 것 같지 않다. 현대 대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채원배蔡元培 교장은 물론이고 매이기梅贻琦, 장백령张伯苓, 장몽린蒋梦麟, 호적胡适, 라가륜罗家伦 등등, 이들 모두는 교수들의 존엄과 인격 그리고 학생들의 리익과 요구를 위해 동분서주하신 분들이다. 채원배 교장은 단기서 군벌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인 교수와 학생들 켠에 튼튼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문학 원장인 로신은 진보적 학생을 탄압, 살해한 장개석 당국에 떳떳이 맞서기도 했다. 대학의 권력을 교수와 학생을 보호함에 행했을 뿐이다. 우리 연변대학의 초대 교장들도 대학리념이 투철했던 것 같다. 연변대학의  림민호 초대 부교장은 가장 좋은 보기이다. 림교장은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정판룡부부를 무척이나 사랑하여 친히 단층집 댁에 찾아가 왕유선생에게 아궁이 불을 지피는 방법을 배워주고 풍구줄을 메워주었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연변대학에 온 한족 젊은 교수들을 사랑하여 친히 자전거를 배우게끔 뒤에서 잡아주었다고 한다. 또한 젊은 교원이 출산하게 되자 자신의 승용차를 집에 보내 산모를 병원에 실어가고 병원에서 집에 실어오게 했다고 한다.  림교장 같은 분이 있었기에 연변대학은 대학정신을 지켜갈 수가 있었고 교수들은 안심하고 인재양성과 과학연구에 전념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권력의 수직체계와 행정화를 없애지 않고서는 대학의 비전은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러자면 반드시 복잡한 행정시스템이 정리되여야 하며 보직자 선발에서 학문적 체험이 없고 학자적인 경력이 없는 사람은 인선에서 제외시켜야만 한다. 학문의 가치와 지식창출의 어려움과 고민을 체험 못한 사람이 어찌 학문을 소중히 여기고 학자를 존중할 수가 있겠는가? 요즘 대학에는 학문을 하지 않고도 중요한 보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직만 가지고 살아감도 꼴불견인데 얼렁뚱땅 상장, 관계수단으로 교수라는 계관까지 얻어쓰니 너무도 당치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들에게는 교수가 되는 것이 식은 죽 먹기로 생각될 것이다. 어찌 이 뿐이랴? 그런 보직자들은 교수직함을 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리익, 명예까지 챙기기에 급급하다. 이를 가리켜 권력으로 교육자원을 롱단한다고 해야 하겠다. 해방 전의 경우, 명문대학일수록 저명한 학자들이 원장, 학부장을 했다. 진독수는 북경대학 문학원장, 로신은 중산대학 문학원 원장, 호적은 북경대학 국학원 원장, 문일다는 산동대학 국문학부장, 풍우란은 하남대학 문학원장 등등, 그들은 대학리념과 학문정신으로 교수를 이끌어나간 대학자, 대문호들이였다. 물론 학술연구를 천직으로 생각했다. 요즘 같은 세상이면 그 분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의 소견으로는 전문적인 행정만 하는 보직자-‘교수’가 없어야 대학의 행정화가 극복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대학에서의 행정화를 취소한다는 것은 교수가 중요한 행정보직을 맡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전문적인 교수가 아닌 전문적인 행정보직자를 두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 교수는 학문이나 하고 주요한 행정보직은 교수가 아닌 행정간부가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도 오가고 있다 하니 실로 코 막고 답답하다. 이는 외곡된 리념이고 시비전도이기도 하다. 교수는 대학의 령혼이다. 교수가 당당하게 주인이 되고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지식창출을 하는 그 날의 명문대학을 상상해본다. 

출처:<장백산>2018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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