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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49) 힘장사 삼형제
2024년 05월 27일 10시 18분  조회:52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제6장 포수대
       

   
        8. 힘장사 삼형제
 
 
 
    일제의 쇠발굽 아래에서 신음하는 땅에도 봄은 찾아왔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이겨낸 풀싹들이 파릇파릇 움텄다. 강인한 진달래는 가혹한 눈풍설에도 뼈 아픈 인내력으로 엄동설한을 벋텨냈다.  연분홍 진달래는 잔설이 뒤덮인 바위 틈새로  어여쁜 연분홍 얼굴을 반쯤 내밀고 혹시 섬나라 오랑캐들이 오지나 않았나 해 여기저기 눈치를 살핀다. 진달래 꽃잎새로 무지막지한 바람에 슬픔이 스치고 지나가며 애처로운 아리랑을 부른다.
    경찰국 사무청사 공지에서 인부들은 기둥을 세울 원목을 목도로 메여 날라 왔다. 그때 한 아름이나 되는 원목은 누구도 목도를 하려고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키가 훤칠하고 어깨가 떡 벌어진 한 중년사나이가 나섰다.
    “원삼아, 우리 삼형제 메자.”
    “양, 형님.”
    모두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들이였다.
    “기준아, 우리도 함께 메자.”
   그때 병완도 기준을 불렀다.
    원삼이라는 사내대장부가 웃통을 벗어버리고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이 울뚝불뚝한 팔로 한 아름이나 되는 원목 한쪽머리를 건뜻 쳐들었다.
    “와- 천하에 둘도 없는 힘장사로구나.”
    모두들 저도 몰래 감탄했다.
    병완과 기준, 창준이 장대기로 들린 원목 대가리를 떠받쳤다. 그러자 나머지 사내들이 목도를 틈 사이에 제꺽 들이밀어 넣었다.
뒤이어 그들 여섯이 세 곳에서 그 한 아름이나 되는 원목을 목도를 해 기초돌 쪽으로 “허기영차” “허기영차” 절주 맞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메여갔다.
    그들은 한번도 허리 쉼을 하지 않고 “허기영차” “허기영차” 단숨에 메여갔다.
    장사들의 모습에 끼무라마저 입을 딱 벌렸다.
   원삼이라는 사나이가 목도채를 내려놓으면서  병완에게 물었다.
   “우리 알고 지내깁소. 들을나니 총도감은 영월동에서 왔다던데 혹시 성칠 힘장사의 아버지가 아닙둥?”
   병완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물었다.
   “맞소. 당신들은 어데서 왔소?”
   원삼은 병완의 손을 굳게 잡아 흔들면서 일일이 소개했다.
   “우린 경성군 주을 면에서 온 삼형젭니다.”
   그는 나이 제일 많은 사나이를 가리키면서 “이분은 내 큰형님 리춘삼입니다.” 하고 이쪽 키 좀 작은 사나이를 가리켰다.
   “이분은 둘째형 리인삼입니다. 난 셋째 리원삼이고 막내 무삼은 집에 있습니다.”
   병완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창준과 기준을 불러 일일이 인사시켰다.
   병완은 원삼의 삼형제를 둘러보면서 인사말을 했다.
   “이전에 성칠이 사냥하러 갔다가 신세 진 얘기를 합데. 성칠의 은인들을 이렇게 만날 줄은 정말 몰랐소. 우리 생사고락을 함께 하기요.”
    원삼은 사람 좋게 웃었다.
    “호한은 천하를 자기 집으로 생각한다는데 고만한 거야 뭐.” 
   병완은 “사람이 어려울 때 밥 한술이라도 도와 준 게 잊어지지 않지.” 하고 말했다.
   원삼은 병완과 함께 원목 위에 나란히 앉아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성칠 형님은 어째 공지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병완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더니 성칠에게 그간 있은 일을 죽 이야기했다.
   이때 끼무라 국장이 군도자루를 잡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원목 한 개를 메 오고 한식경이나 앉아 쉬는가? 언제 사무 청사를 다 짓겠는가?”
   “에이유, 저 놈들이 보기 싫어서 어디 살겠소?”
   원삼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면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저목장 쪽으로 떠나갔다.
   끼무라 국장은 한길수를 데리고 와서 인부들을 쉴 새도 없이 공지에 마구 내몰았다.
    끼무라는 인부들의 밭이 묵어가고 농사가 망가지는 것은 뒷전이고 경찰국 사무청사 건축에만 신경을 쓰면서 날마다 밤낮 숱한 헌병들을 파견해 공지를 지키게 해놓고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아 공지에 나와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차질이 없는가를 살폈다.
   “총 도감, 가을 전에 사무 청사를 다 지을 수 있소?”
   병완은 한발 나서면서  대답했다.
   “가을이면 새 청사에 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지붕틀까지 다 짜 놓아서 너무 근심할 필요 없습구마.” 
    끼무라 국장은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코 수염을 슬슬 어루만지었다.
   끼무라 눈치를 슬슬 살펴보던 병완은 슬쩍 이런 말을 꺼냈다.
   “이젠 목수들의 일만 남았소다. 농번기에 인부들을 더러 집으로 돌려보내 밭갈이도 하게 돌려보내도 됩니다.”
   끼무라 국장은 병완에게 낯을 돌리면서 “그래도 되겠는가?” 하고 물었다.
   “예.”
  그때 한길수가 외눈깔을 부라리면서 꽥 소리쳤다.
   “관둬. 어떻게 데려온 인부들인데 돌려보내?!”
  병완은 자기 얼굴에 대고 삿대질하는 한길수의 손을 탁 쳐버리면서 맞고함을 쳤다.
   “인부들을 내 데려왔지. 네가 데려왔냐?!”
   “가마골 인부들은 나와 영팔이 억지로 끌어온 거야.”
   병완은 한길수의 외눈깔통에 대고 손가락질하면서 고함쳤다.
   “그럼 가마골의 인부들만 여기에 남기고. 나머지 인부들은 집에 보내면 돼.”
   한길수는 외눈깔을 무섭게 부릅떴다.
   “그래, 네 아들놈부터 집에 보내 농사짓게 해라. 안 그래도 네놈들 삼부자가 눈에 거슬린다.”
   병완은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공지 총도감은 내야. 니 가라면 가구 가지 말라면 가지 않을 거 같은가?”
   옆에서 류강철의 통역을 들은 끼무라 국장이 하얀 장갑을 낀 손을 흔들며 말리였다.
   “에이, 됐네, 됐어. 분공대로 공지 일은 병완 총도감이 하라는 대로 하게. 한 대장은 공지보호만 잘하면 돼. 병완 총도감, 조용히 할 말이 있네.”
   한길수는 병완을 흘겨보고는 영팔이랑 데리고 저쪽으로 휭- 하니 가버렸다.
   끼무라 국장은 기둥을 세울 기초 돌을 둘러보면서 병완에게 물었다.
   “총도감, 이젠 기둥을 세우고 지붕틀을 올려야 되겠구먼.”
   병완은 솔직하게 말했다.
  “예, 그래야 합지. 지붕틀을 올리려면 기준이나 원삼이네 사형제 같은 힘장사들만 남기고 나머지 웅진에서 온 약골 백승만이랑 쓸데 없습니다. 품삯이 아깝지 않습둥?”
   끼무라 국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군. 그러나 백승만이만은 여기에 남겨둬야 하겠네. 저 사람은 웅진 부근의 한다하는 우두머리네.”
   (우리 짐작이 맞았구나. 승만 놈은 확실히 끼무라 놈이 박아놓은 밀정이야. 개놈새끼.)
   병완은 끼무라를 뒤따라 뚜벅뚜벅 걸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난 일본식으로 지은 적이 없어 근심됩구마. 아마 조선식으로 지어야 할 것 같습구마.”
   “어험, 거 말인가?”
   끼무라는 병완을 힐끔 곁눈질해 보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건 이 땅에 우리 대일본 제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거네. 꼭 일본식으로 지어야네.”
  (개놈들, 내 고향에 뭐 네 놈들의 자존심을 세워? 흥, 내 그 놈의 자존심을 개 좆대가리 부러지듯 꺽어놓아야지.)
   병완은 일본식 경찰국 사무 청사를 짓는데 파악이 없어 기초 돌에 앉아 왼손으로 머리를 붙안고 고민했다.
   기준은 옆에 와 털썩 주저앉으면서 귀속 말을 두런두런 했다.
   “아버지, 잘 됐습구마. 오래 견디는 조선식 방틀 집을 지을게 있습둥? 일본식으로 아무래나 져 놓고 가버립시다. 쾅 무너졌으면 속이 시원하겠습구마. 흥!”
    병완은 주위를 두루 살펴본 후 기준에게 머리를 돌렸다.
   “아냐. 우리 만주로 떠나가기 전까지는 이놈 청사가 서 있어야 돼.”
    기준은 긴 한숨을 후- 내쉬었다.
   한참 후 기준은 흙을 한줌 쥐여 줴뿌리면서 말했다.
   “일본식이든 조선식이든 간에 무슨 관계있습둥? 저놈들이 지으라는 대로 아무래나 꽝 무너지게 지어놓고 가깁소.”
   병완은 기준의 훤한 이마를 마주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끼무라가 군도자루를 잡고 웬 얄팍하게 생긴 자를 데리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 바람에 병완은 기준에게 일어나 가라고 고개 짓을 했다.
   “에헴, 총도감 수고하네. 이젠 근심하지 않아도 되겠소.”
   그는 몸을 돌려 뒤따라온 말라꽹이를 돌아보더니 뒤 말을 이었다.
   “자, 소개해주지. 일본식 건축 설계사오.”
  병완이 인사하자 그 자는 손을 내밀었다. 병완은 억지로 손을 내밀었다가 말라꽹이의 차가운 손이 싫어 인차 놓아버렸다.
   끼무라 국장은 그자를 보고 가방 안에서 커다란 종이 한 장 꺼내놓게 했다.
    “이보게, 이건 경찰국 사무청사 설계도요. 이대로 지으면 되오.”
    보아하니 2층으로 된 집이였다.
    “끼 국장님, 난 이제껏 단층집을 지었지 2층짜리 집을 지은 적이 없습니다.”
   류강철이 통역하자 끼무라는 도리머리 질 했다.
   “당신은 그저 이대로 지으면 되오. 설계사는 총 도감에게 설계도를 설명해주게나.”
   일본 설계사는 반나절이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짓는 방법까지 일일이 알려주었다.
    이튿날부터 병완은 기준이네 형제와 원삼이네 사형제를 불렀다.
    “우리 여기서 만난 것두 운명인 것 같소. 우리 의형제로 지내는 게 어떻소?”
     병완의 말에 원삼은 천근 무게도 들듯이 힘줄이 불뚝불뚝한 팔을 휘휘 저으면서 병완을 따라 성큼성큼 걸었다.
    “좋습구마. 성칠 장사의 아버지는 우리 윗벌이니까 양아버지처럼 모시고 우리 사형제와 성칠 형님, 그리고 기준형님과 의형제로 보내깁소.”
    병완은 믿음에 차 원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원삼은 병완을 바라보며 말했다.
    “총도감을 처음 봤을 때 힘깨나 쓰니까. 혹시 성칠 양반의 아버지가 아닌가 했습구마.”
   병완은 원삼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어깨를 툭툭 쳤다.
   "자네들은 무슨 리씬가? 혹시 리씨왕조 전주 리씨 아닌가?"
   “아니, 우린 공주 리씹구마."
   "그래? 공주 리씨들은 무두 힘깨나 쓴다더니 정말이구먼. 어떻게 돼 이 먼데까지 인부로 왔소?”
   그 물음에 원삼은 황소숨을 몰아쉬었다.
   “별수 있습둥? 산골에서 사냥이나 하구 살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이젠 사냥도 하지 못한다꾸마. 게다가 지주는 소작료를 8할씩이나 받아먹지. 그런 소작농사두 밭이 있어야 해먹지. 일본사람들이 밭에다 적송을 심으랍꾸마. 이젠 뭘 먹고 삽둥? 그런데 저 승만이란 놈이 우리 고향까지 와서 삯전을 푼푼히 준다면서 인부를 모집하지 않겠습둥.”
    “음, 어디나 다 한가지구먼.”
   병완은 속으로 승만이 정말 일본 놈을 단단히 등에 업은 밀정 놈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어느날, 경찰국 사무 청사 기틀이 선 것을 보자 끼무라 국장은 기뻐서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다. 그는 원삼이네 3형제한테 엄지를 내둘렀다.
    한길수는 끼무라 국장을 보고 두덜거렸다.
    “쳇, 끼 국장님께선 그래 정말 병완 놈을 나보다도 더 믿구 중용하겠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원삼까지 넘보는 겁니까? 그 놈들은 속에 비수를 품은 자들입니다요.”
    끼무라는 코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간사한 웃음 띤 눈길로 한길수를 쏘아보았다.
     “한 대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그래 병완을 믿는다고 봐? 흥, 이 놈아, 저 놈들이 경찰국 사무 청사만 다 지으면 후환을 없애야겠다. 저 놈은 이 지방을 쥐락펴락할 놈이야. 성칠을 붙잡는 날이면 일거에 저 악당들을 몽땅 처단해버려야지. 내버려둬선 절대 안 돼. 우리 대일본제국이 이 지방에 뿌리를 박는데 큰 후환거리로 될 거야.”
     그제야 한길수는 실눈을 지은 외눈깔에 배시시 웃음기가 새어났다.
    온 몸에 힘을 얻은 한길수는 피 눈이 돼 병완의 꼬리를 밟으려고 미쳐 날뛰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한길수는 영팔을 데리고 갓 세워놓은 기둥들과 가름대로 갓 얹어놓은 대들보를 일일이 검사했다.  
    그때로부터 또 두 달이 지났다. 경찰국 사무청사가 일떠섰다. 1층은 조선식 방틀집이고 2층은 일본식 판자집으로 돼 진짜 짜구배 집 같았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에 갓 들어섰다. 우시장과 명천을 둘러선 치마봉과 기운봉에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경찰국 사무 청사는 보기에는 그럴듯했다. 건뜻 쳐들린 추녀, 아름드리 기둥과 대들보, 초대형지붕틀…
    끼무라 국장은 2층으로 된 새 경찰국 사무 청사를 보면서 입이 함박만 해졌다. 그는 군도자루를 잡고 나까노라 헌병소대장과 림산파출소 소장에 갓 복직시킨 야마모도소장, 야마다 면장, 헌병 분대장 가메다, 그리고 조선 졸개들인 자위대장 한길수, 자위대 중대장 영팔과 수길, 경찰 허꺽쇠, 똘만 등을 거느리고 새 경찰국 사무 청사에 들어갔다. 서른 간도 넘는 경찰국 사무 청사를 일일이 돌아본 끼무라 국장 일행은 2층에 올라 우시장시내를 내려다보다 멀리 보이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남산을 쳐다보더니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한길수는 이 경사로운 새집들이잔치에 끼무라 국장이 병완과 삼부자와 원삼 삼형제를 부르지 않은 것을 보고 깨고소했다.
    (그럼 그렇겠지. 아무렴 우리 끼무라 국장님이 저 놈들을 더 믿어? 어림도 없지. 흐흐흐.)
   끼무라는 2층 난간에 뚱뚱한 배를 대고 옆에 선 한길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병완이를 우시장으로부터 회령까지 통하는 길닦이공지 우시장 구역 총 도감으로 내몰게나.”
   그 말에 한길수는 외눈깔이 뒤로 번져 질 지경이었다.
   “또 총도감입둥?”
   끼무라 국장은 눈귀로 한길수를 내리 흘겨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 성칠을 잡지 못하였네. 알만한가?”
   “예~ 허허허. 그물을 넓게 쳐서 큰 고기를 잡아야죠. 거 참 묘한 수입니다. 또 하마터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 번했습니다.”
   한길수는 우멍한 외눈깔을 데굴거리면서 손으로 뒷덜미를 긁적거렸다.
   병완은 진작 끼무라 국장 놈의 속심을 빤히 들여다 본데다가 일본 놈들의 믿음 따위나 칭찬 따위를 바라지 않았으므로 별로 개의치 않았다. 다만 한 달 채 주지 않은 인부들의 삯전이 근심스러웠고 개 코처럼 우뚝 솟은 경찰국 사무 청사가 계획대로 나무벌레들에게 무너지지 않을까봐 손바닥에 땀을 그러쥐고 근심할 뿐이었다.
    이때 한길수가 2층에서 내려오더니 외눈깔에 득의양양한 빛을 띤 채 다가왔다.
   “병완이, 내일부터 인부들을 데리고 길닦이에 나가게나. 끼 국장께서 자넬 길닦이 총 도감으로 중용한다네. 참, 좋겠다. 에헴.”
    그러자 병완은 침을 탁 뱉었다.
    “가서 전하게나. 한 달 삯전을 빨리 내달라고. 삯전을 주기 전엔 길닦이에 나가지 않겠네.”
   “닥쳐!”
   끼무라 국장이 군도자루를 잡고 2층에서 내려와 인부들 앞에 오더니 군도를 쓱 뽑아들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고함쳤다.
    “대일본 제국의 길을 닦으라는데 무슨 삯전소릴?! 누가 감이 안 나가?! 몽땅 죽여치우겠다!”
   병완 삼부자와 원삼 삼형제는 끼무라 국장이 빼든 서슬 푸른 군도를 쏘아보면서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부르르 떨었다.
   여기저기에서 땅이 꺼질 듯 한숨소리가 났다.
   퍼렇게 딩딩한 가을하늘이 둥근 천정처럼 이 땅덩어리를 칭칭 둘러 감았다. 산기슭에 자리 잡은 공지의 가을하늘은 넓었지만 끼무라의 서슬 푸른 군도아래 찜통 속처럼 숨이 막힐 듯이 좁고 갑갑했다.
    을씨년스럽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 봉오리들은 변덕스러운 조화를 부리는 비구름 속에 숨박꼭질을 하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군 했다. 길닦이에 끌려 나갈 원삼 삼형제를 비롯한 인부들은 머리를 숙이고 투덜거리면서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고향 산골에 심어 놓은 감자가 멧돼지들이 다 파먹겠는데 어쩌는가? 길닦이에 발목을 잡혀서. 원 일본 놈들의 성화에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원삼은 어둑어둑해지는 저 멀리 동북쪽의 고향 쪽의 검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날아지나가는 기러기 떼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쓸쓸하게 들리어왔다. 기러기들도 인부들의 가긍한 신세를 동정이나 하는듯이 구슬프게 울면서 줄지어 날아 지나갔다.
 
 
      저자의 말:
 
           이제까지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2권을 실어드리도록 약속하겠습니다.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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