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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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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대하소설 황혼 제4권(73) 정신감옥 김장혁 댓글:  조회:14  추천:0  2024-11-13
    대하장편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73. 정신감옥       종호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데리고 리혼하러 민정국으로 달려가면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 류려평과 마주 보기 싫은 것도 있었다. 그보다도 그는 빠뜨린 구멍이 없는가 이것 저것 꼼꼼히 점검하면서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아차!”     종호는 무릎을 탁 치며 외까풀눈을 번쩍 떴다. 그는 피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류려평을 건너다 보았다.     “당신 신분증을 가져 오지 않은 거 같구만.”    류려평은 쓴웃음을 지었다.    “난 또 무슨 큰 일이 났는가 깜짝했지. 불시에, 참, 사람 간이 다 떨어지게 논다. 숱한 경찰 앞에서 무식하게. 흥!” 악처는 분명 기회를 봤다고 승풀이를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이제라도 구류소에 가서 가지고 와야겠소.”    악처는 차 안이 다 떠나가게 두덜거렸다.    “사람을 보기로 뭘로 봐? 신분증도 가지고 오지 않고 어떻게 리혼하러 가겠는가?”    (정신타격을 좀 받은 거 같은데…)    종호는 단마디로 재삼 족따졌다.    “동문서답하지 말고 똑똑히 말하오. 신분증 가지고 왔소?”    “있다니까. 몇번 물어?”    그래도 종호는 믿어지지 않았다. 확인해야 했다.     “어디 보기오.”    류려평은 두덜거리면서 쇠고랑이를 찬 손으로 허리에 띤 벨트식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이었다.    “신분증은 총살받기 전엔 내 몸에 꼭 건사해야지.”    종호는 신분증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후- 내쉬었다.    경찰차는 민정국 앞에 달려가 천천히 멈춰섰다.    그들이 혼인소개소 창구에 올라가자 난리났다.     여직원들은 여경들이 손목에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의 량팔을 붙잡고 압송해 들어서자 초롱초롱한 포도눈알이 데꾼해졌다. 그녀들의 데꾼한 눈은 눈섭 밑에 다 달라붙을 지경이다.    류려평은 일종 모욕감을 느끼면서 머리를 뚝 떨어뜨렸다.    여직원들은 전날에 혼자 왔던 종호를 알아보았다.    “리혼수속하러 대방을 데리고 왔습니다.”    “두 분의 신분증을 주세요.”    여직원은 신분증을 받아 종호와 류려평의 얼굴과 찬찬히 대조해 보았다.    류려평은 창피해서 게두두벌거렸다.    “리혼하겠으면 할게지. 쇠고랑이를 채워서 데리고 올게 뭔가?”    여직원은 류려평을 못 마땅한 눈길로 째려보았다.    “무슨 소립니까? 쌍방이 다 오지 않으면 리혼수속을 못합니다. 어떤 특수정황이 있어도 꼭 와야 합니다.”    여직원은 종호한테 물었다.    “리혼 사유는 무엇입니까?”    종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감정도 파렬된지 오랩니다. 실제 서로 갈라 산지도 십여년 됩니다. 이제라도 꼭 리혼해야겠습니다.”    종호는 류려평이 류덕재와 살아서 애까지 낳았다는 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괜히 악처의 신경을 자극해 리혼수속에 방애될가 봐서였다.    여직원은 류려평한테 눈길을 돌렸다.    “리종호씨가 리혼사유 말했는데 동의합니까?”    “백번도 리혼 동의합니다. 제 노릇도 못한 저런 나그네를 믿고 살지 못하겠습니다. 저런 나그네 만나서 한뉘 평생 고생한 걸 생각하면 원통해 죽겠습니다. 저 나그네를 보기만 해도 열통이 터집니다. 어서 리혼수속 해주십시오.”    여직원은 머리를 끄덕였다.    “재산분할은 어떻게 할 예산입니까?”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내밀었다.     “여기 다 썼습니다. 이 리혼청구서는 우리 둘이 토론해 작성한 겁니다. 이대로 하면 됩니다.” 여직원은 쌍방의 싸인과 지장이 박힌 리혼청구서를 훑어보더니 류려평한테 물었다.    “이 리혼청구서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류려평은 리혼청구서를 흘끔 건너다보더니 인차 대답했다.    “예. 아쉬운대로 그렇게 합시다. 내 좀 밑지지만.”    여직원은 류려평을 째려보며 다잡아물었다.    “도대체 이 리혼청구서대로 재산분할을 하는 걸 동의합니까? 안합니까?”    “동의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토를 붙입니까? 딱 한마디로 대답하십시오. 46평방짜리 집을 리종호씨한테 주고 나머지는 몬땅 류려평과 딸 리려향한테 준다고 했구만요. 이걸 동의합니까? 반대합니까?”    류려평은 황급히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사진을 찍으십시오.”    “아니, 난 저 나그네하구 사진 안 찍어.”    “아닌데요. 리혼증에 붙힐 개인 증명사진을 찍으라는겝니다.”    “리혼하는데 무슨 증명사진이야?”    그제야 류려평은 게두두벌거리면서 창피한대로 렌즈 앞에 가 앉았다.    찰칵!    여직원은 사진을 씻어 리혼증에 붙힌 후 도장을 꽝 찍었다. 뒤이어 종호와 류려평한테 각기 리혼증을 내주었다.    종호는 리혼증을 받아 핸드빽에 넣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혼인소개소를 나오면서 김호 대대장한테 귀속말을 했다.     “류려평을 데리고 가옥관리국에까지 가야 되겠소. 가옥소유증이 부부 공동소유로 돼서 그러오.”    김호 대대장은 통괘하게 대답했다.    종호는 인차 박선영한테 전화했다.    “여보세요. 가옥소유증과 신분증 가지고 인차 가옥관리국에 오십시오. 전번처럼 2층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선영은 환성을 질렀다.    “어머. 정말 지영의 말처럼 신용 있구만요. 네, 알았어요. 인차 가지요. 리사장님, 리혼수속 했는가요? 네? 일이 됐구만요. 네. 고맙습니다.”    종호는 경찰차에 류려평을 싣고 가옥관리국에 달려갔다.    이날 따라 가옥관리국 2층 교역대청에는 손님이 전에 없이 적어서 가옥변경은 인차 순조롭게 수속할 수 있었다.     선영은 교역창구에서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이 신분증을 내미는 것을  보고 뒤에서 흠칠 놀랐다.     (이런 특수사정이 있었구나. 녀편네도 무슨 죄를 졌을까? 쇠고랑이를 차고 다니는 신센가?)     종호는 리혼증과 신분증, 가옥소유증, 리혼재산분할계약서 등을 창구에 들이밀었다.     녀직원은 쇠고랑이를 찬 류려평을 째려보면서 신분증과 리혼증을 받아 꼼꼼히 대조해보고나서 컴퓨터에 뭔가 툭툭 쳐넣는 것이었다.     “됐습니다. 교역세를 내고 1층에 내려가서 새 가옥소유증을 타 가세요.”     1층에서 새 가옥소유증을 가진 선영은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그녀는 가옥소유증을 들고 자꾸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젠 나도 제 집이 있게 됐구나. 이젠 집 없는 소녀처럼 떠돌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류려평은 경찰차에 올라가며 종호를 째려보면서 코웃음쳤다.    “잘하긴 잘하는구나. 무슨 큰 일 났다고 하나 밖에 없는 집마저 다 팔구. 에이구, 저런 나그네 믿고 어떻게 살아? 이전엔 내 은행에서 탄 집을 팔아 책을 내더니. 또 무슨 바보 짓을 하려고 저래? 제 노릇을 못하는  멍청이! 흥!”    종호는 아무 대구도 하지 않고 류려평과 헤여졌다.    (집을 팔아 한 조선족어린이를 구하자고 그런다. 참새들이 어찌 고니의 큰 뜻을 알겠느냐? 흥!)    종호는 김호 대대장과 여경들에게 깎듯이 인사했다.    “오늘 바쁜데 수고 많았소.”    “괜찮습니다. 선생님 후에 시간 나지면 매음녀들을 취재하러 오십시오.”    “후에 꼭 취재하러 갈게.”     “선생님, 수고하시겠습니다.”    김호 대대장과 여경들은 종호와 작별인사하고 경찰차에 류려평을 압송해 구류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종호는 선영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오늘 가옥소유증도 순조롭게 변경했는데. 함께 냉면이라도 한 그릇 잡술까요? 지영의 언니라니깐. 괜찮지요?”     “아니, 고마워요. 제가 일이 있어 그만 가야겠어요.”     선영은 일을 핑게로 발뺌을 했다. 그녀는 전 남편한테 혼나서 남자들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세상은 요지경, 세상은 넒고도 졻았다. 가옥매매로 해 종호는 박지영의 언니 박선영과 인연을 맺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종호는 혼자 려인숙으로 돌아와 한시름 놓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는 리혼증을 만지작거리면서 또다시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     (이젠 모든 것이 말끔히 정리됐다.)     사랑도 없이 몇십년을 살아온 혼인에 종지부호를 땅 찍은데서 오는 해탈감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허위로 꼴딱 찬 허울 밖에 없는 가정, 보이지 않는 정신감옥에서 해탈된 쾌감이랄까?     뒤따라 허위적인 류려평과 몇십년 살아온 허무한 감도 없지 않아 머리 속에서 감도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진작 리혼을 끝장 내야 했어. 허위로 엮어진 혼인이었어.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빈 허울 밖에 없는 가정을 유지해 뭘 했어? 리혼하면 나와 려향의 전도를 망칠가 봐 억지로 가정을 유지하려고 했어. 보이지 않는 허위에 묶인 정신감옥인 걸 모르고 유지하려고 했어. 그 정신감옥에서 악처는 암암리에 내 정신과 인격을 얼마나 릉욕했어? 난 진짜 바보 짓을 했어.)    종호는 개 열을 씹은듯이 쓰거워났다.    (나는 몇십년 동안 악처한테 속히워 속을 태우면서 그 보이지 않는 정신감옥에 갇혀 살았잖은가? 무대랑처럼 독약을 먹고 죽을 번했잖았는가? 자초에 잘 못했지. 가시아버지 류생남 국장의 권력을 빌어 시내에 남아 살면서 기자 꿈을 실현하자고 한게 잘못이었지. 내 기자 되자고 류려평과 약혼한게 잘못이었지. 나도 순결하지 못했어. 류국장네 싸가지 없는 귀공주 치마자락에 매달려 리상을 실현하려고 꿈꾸다니?)    종호는 생각할수록 청년 때 자기 처사가 어처구니 없었다.    (리상은 자기 노력과 능력으로 실현해야지. 리상과 혼인을 반죽했기에 아무 것도 반중건중하게 됐잖았는가? 리상을 실현하자고 어쩜 사랑하지도 않는 한족간나새끼와 결혼해? 정치결혼이었어. 세상 사무러운 악처를 만나 한평생 개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누가 한족처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내 밥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겠다.)    그는 악처를 만나 한평생 속히워 산게 억울하고 분했다.    (사돈보기 할 때 내 류려평을 의심한게 옳았지. 그년 그게 헐럭하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울며불며 야단쳤잖아? 그건 다 불여우의 눈물이었어. 그러나 난 국장네 귀공주를 데려다가 셋집살이를 시키면서 고생시키는게 죄송해서 악처의 정조를 더 의심하지 않았지. 악처는 나와 약혼하기 전에 벌써 류덕재와 실컷 살아서 임신하고 락태까지 한 거야. 그래서 그게 그렇게 헐럭했지. 사돈보기 하는 날에 요대기에 그린 빨간 매화꽃에 홀린 내가 바보였지. 그런데 그날 밤에 흘린 빨간 피는 뭔가? 혹시 내가 너무 힘껏 그래서 흘린 피?”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많고도 많았다.     악처는 내하구 결혼하구서도 계속 류덕재와 살아서 려향까지 낳지 않았던가? 도적이 ‘도적이야!’ 해? 얼마나 철면피한 년인가? 중혼죄는 누가 져놓고. 뭐? 내가 나영하구 중혼죄를 졌다고?)    종호는 온 밤 침대에서 이리 궁실 저리 궁실 하면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원통하기 그지 없었다.     (악처는 나를 정신감옥에 처넣고 암암리에 하늘이 용납못할 패륜을 저질렀지 않았는가? 세상에 둘도 없는 악처도 용서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저 년놈들을 복수할까?)     그의 머릿속에서는 무서운  내심의 모순갈등으로 해 우뢰가 울고 번개가 번쩍이었다. 그의 눈 앞에서는 무수한 별찌들이 소낙비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529    대하소설 황혼 제4권(72) 불여우의 꼬리 김장혁 댓글:  조회:67  추천:0  2024-11-10
     대하장편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72. 불여우의 꼬리      종호는 악처 량옆에 딱 붙어 있는 여경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여경들은 한족 같았다.    종호는 류려평만 알아듣게 조선말로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하루 장백산 기슭에 꼬리 긴 토끼 한마리가 나타났지. 그 놈 토끼는 다른 토끼들과는 달리 꼬리가 특별히 길었고 엄청 덩치가 컸지. 그래서 원시림동산 경찰인 멍멍이가 그 토끼를 보고 ‘왜 그렇게 꼬리 긴가?’고 물었지. 그러자 토끼는 자기는 벨지끄 토끼 돼서 덩치도 크고 꼬리도 길다고 했지. 또 자기는 알프스산의 이슬만 먹고 살아서 마음이 이슬처럼 맑고 깨끗하고 붉다 못해 눈마저 새빨갛게 됐다고 했지.”     류려평은 종호를 쏘아보며 픽 코웃음쳤다.     “그만. 쇠고랑이를 차고 언제 그런 얘기 들을 새 있어. 발목이 아파 죽겠어. 오늘 찾아온 요건만 말해.”    그러건 말건 종호는 계속 이야기했다.     “어느날, 원시림동산 곰이 바위돌 밑에 숨겨 놓은 사슴 고기를 어느 놈이 도적질해갔지 뭐야. 경찰 멍멍이는 흡흡 냄새를 맡더니 곰한테 토끼 입에서 사슴 고기 냄새 난다고 고발했지. 그런데 곰은 멍멍이경찰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어. ‘초식동물인 토끼가 사슴 고기를 도적질해 뭘 하겠는가?’고 했지. 심지어 토끼는 증거도 없이 아무나 문다고 멍멍이를 산중대왕 백두호랑한테 고발했지. 멍멍이경찰은 밤잠을 자지 않고 아름드리미인송 옆에 숨어 있으면서 바위돌 밑에 있는 사슴고기를 누가 훔치는가 살폈지. 그런데 밤중에 땅 밑에서 누가 바위돌 밑으로 굴을 파는 소리가 들렸지. 멍멍이경찰은 산중대왕 호랑이와 코끼리, 곰한테 달려가서 알렸지. 모두들 달려와 보니 바위돌 밑에 굴이 펑 뚫리지 않았겠어. 그런데 굴 어귀에 누런 털이 부숭부숭한 기다란 꼬리가 드러나지 않았겠어. 멍멍이경찰이 그 길다른 꼬리를 딱 밟았지. 곰은 꼬리를 쥐어 힘껏 당겼어. 웬걸, 굴에서 끌려나온 놈을 찬찬히 보니 원래 도적놈은 그 놈의 꼬리 긴 토끼 아니겠어?”     류려평은 십중팔구는 자기를 빗대 욕하는 얘기라는 걸 눈치챘다.     “그만하지 못해? 내 무슨 세살짜리 앤가 해? 누굴 빗대고 욕하는 거야?”     그러나 종호는 계속 얘기했다.     “산중대왕이 그 꼬리를 쥐어 훌 당기니 가죽이 쭉 벗겨지지 않겠어? 원래 그 놈 꼬리 긴 토끼는 토끼 가죽을 쓴 불여우가 아니였겠어? 곰은 불여우의 꼬리를 밟고 산중대왕은 불여우의 배때기를 콱 밟았어. ‘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여우의 배때기 터지면서 사슴 고기 터져 나오지 않았겠어. 허허허.”    종호는 이야기를 마치고나서 류려평 눈치를 뚫어지게 쏘아보면서 불여우에 빗대여 비난했다.    “이 동화는 한 조선족작가가 쓴 동화요. 어째 이 동화 줄거리를 얘기했는지 알만 하오? 자기 한 짓을 곰곰히 생각해 보오. 불여우가  아무리 토끼가죽을 쓰고 착한 척 해도 꼬리 길면 아무 때든지 꼬리를 밟히기 마련이오. 바위돌 밑에 파묻어둔 사슴고기랑 훔친 것도 다 드러났소. 아무리 자기 전부 인생을 땅 밑에 파 묻어 둬도 다 백일 하에 드러나기 마련이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걸 아오.”    류려평은 속이 떼끔해났다.     (저 놈 무슨 소리야? 려향한테 아빠 산소에 파묻은 비밀을 알아챘는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지금 날 썰매떼기하는 거야.)     악처는 서서히 침착성을 회복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무슨 허튼 소리 치오? 그래 어쩔 셈인가? 툭 찍어놓고 말해.”    종호는 단도직입적으로 요건을 말했다.    “떼를 작작 쓰고 당장 리혼수속을 하기오.”    픽!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라리면서 코웃음쳤다.     “안돼. 절대 리혼 안해? 이젠 몇번 말했어? 살인미수죄를 들씌워서  총살맞게 물어먹고서도 리혼해달라고? 경찰들을 데리고 와서 위협하면 리혼할 거 같애? 쳇, 어림도 없어. 리혼은 내 자유야.”     악처는 절대 종호 앞에서 기 죽은 표정을 보여선 안되였다. 그럼 진짜 꼬리 드러날게 아닌가?    종호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당신을 물어먹었다고? 난 지금까지 당신 죄를 경감시키려고 그랬소. 당신도 알지만, 처음엔 당신이 내 링겔병에 뭘 주사해넣지 않았다고 했지. 산소호흡기도 내 절로 뗐다고 하잖았소? 그후 당신은 려향과 면회할 때 당신이 살인미수죄를 졌다고 말해야 당신이 한국 법정에서 판결받게 되면 중국에 인도되지 않는다고 하잖았소? 당신은 려향을 통해 날 보고 도와달라고 비난사정까지 하지 않았소. 그래서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사실대로 말하게 됐지. 지금 와서 날 물어먹었다고 억울하게 굴겠소? 또 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남편을 살해하려 한 숱한 단서를 남겼소.”     종호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고 경고했다.     “당신 부정축재 얼마나 되오? 그래 그 많은 집이랑 재물을 다 나와 함께 나눠가질 생각이오? 당신 무기징역을 받거나 사형 받으면      그 재산 다 누구게 될 거 같소?”     그 한마미 한마디 말은 모두 비수로 돼 류려평의 심장을 찔렀다. 류려평은 더 숨을래야 숨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저 놈이 내 부정축재 내막을 다 아는가? 아니야, 절대 알 수 없어. 지금 나를 썰대떼기 하는 거야. 흥! 늙은 너구리 같은 놈. 누굴 얼리려고? 난 꼬리 긴 토끼처럼 그렇게 쉽게 꼬리 드러나지 않을 거야. 흥!)     류려평은 아닌 보살을 떨기 시작했다.      “아이고, 미안해 어쩌겠니? 당신 그렇게 안해를 보호한 것도 모르고 억울하게 굴다니? 원, 참.”      악처는 퉁사발눈으로 종호의 표정을 핼끔 훔쳐보며 지껄여댔다.      “그래요. 하루 밤 부부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우린 조강지처 아닌가요? 부부간에 무슨 원쑤 졌는가요? 관건적인 시각엔 그래도 자기 안해를 보호할 거죠?”     종호는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뭐? 조강지처? 퉤! 네년은 무대랑한테 독약을 먹여 죽인 반금련이야!  세상에 둘도 없는 악처,  네년은 한평생 날 사기쳤어! 날 속이고 류덕재하고 살아서 려향까지 낳지 않았는가? 아직도 누굴 속이려고 들어?)     종호는 괘씸한 생각 같아선 귀썀을 한대 찰싹 갈겨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내심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되였다. 그는 어떻게 하나 꾹 참고 류려평을 얼리고 닥쳐서라도 리혼수속을 이끌어내야 했다.     류려평은 무서운 주산알이었다. 때문에 종호는 리해득실을 따져가면서 류려평을 손을 들게 해야 했다.     “당신은 유일한 희망이 무남독녀 류려향이 아니오? 그런데 그 재산이 려향 걸로 될 거 같소? 리혼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는 걸 알아두오.”     “류려향이라니?”     류려평은 태연자약한 척 하면서 부정축재에 대한 말은 꺼내지도 않고 왕청 같은 말을 지껄여댔다.     “불시에 왜 리려향을 류려향이라고 지껄이는가?”     종호는 악처의 옷을 활 벗겨버렸다.     “려향이 원래 류씨네 딸인데 어째 이상하오? 당신 말처럼 려향이 전주 리씨네 딸이 되기보다 한고조 류방네 후손이 되면 얼마나 좋소? 당신네 류씨네 더러운 족보에 올리면 또 기적이 아닌가?”     류려평은 제 쪽에서 도적놈이 “도적이야!” 하는 적반하장 격으로 떠들어댔다.     “아니, 무슨 미친 소릴 줴치오? 지금 려향은 내 바람 써서 낳은 딸이란 말이오?”    종호는 한술 더 떴다.    “당신이 젤 잘 알잖소? 이미 전번 면회 때 려향을 시켜서 DNA검사까지 하게 하잖았소?”     순간 류려평은 등곬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아니. 저 놈이 저걸 어떻게 다 알아? 이젠 끝장이야. 저 놈이 구치소 놈들을 매수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알겠는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낮게 한 말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저 놈이 또 썰매때기 할 수도 있어.)     류려평은 인차 침착성을 회복하고나서 물었다.     “그래 리혼하면 려향의 성을 우리 류씨네 성으로 고치게 할 예산인가?”     “내 새끼 아닌데. 왜 우리 신성한 전주 리씨 성을 타게 하겠소? 당신네 류씨네 더러운 족보에 올리오.”     류려평은 철면피하기로 짝이 없었다. 낯짝이 두껍기로 돼지 언덩짝 같았다.     “그렇게 하기오. 이제부터 려향은 리려향이 아니라 류려향이란 걸 알어.”    종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류려평을 쏘아보면서 조소했다.     “류려평, 류려향, 진짜 에미 딸인지? 자매간인지?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겠구나. 이제 색마 류덕재 행장한테 걸려들면 또 애비 딸인지, 처제와 처형 관계 되겠는지도 몰라. ㅋㅋㅋ.”     류려평은 벌떡 일어나 쇠고랑이를 찬 손을 휘둘러 종호를 칠 상 했다.     “누굴 모욕해?! 네놈이 감히 우리 한고조 류방의 후대를 릉욕해? 제 명에 썩어질 거 같아?”     종호는 류려평을 손으로 찌를듯이 손가락질해대며 을러멨다.     “건 널 두고 하는 소리야. 지금까지 살아온 걸 생각해 봐라. 네년이 그런 소리 듣지 않게 됐는가? 세상 오누이 사이에 바람 피워 애까지 만들어놓고, 창피한줄도 몰라? 이 세상에서 대갈 쳐들고 살 수 있을 거 같아? 내 창피해 못 살겠다.네 같은 걸 이때까지 안해라고 믿고 산 내가 바보지. 원, 참.” 악처는 더러운 몰골이 다 드러났다. 이젠 불여우의 긴 꼬리를 더 숨길 데도 없게 됐다.     악처는 머리를 툭 떨어뜨리더니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었다.     악처 머리 속에서는 우뢰가 꽈르릉 치고 번개가 번쩍였다.     그녀는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굴렸다.     (난 이젠 끝장났어. 난 죽든지 말든지, 한평생 감옥에서 살든지 말든지 관계없어. 허나 려향만은 내 대신 향수하면서 살게 해야 해.      그런데 저 바보 내 밑바닥을 다 파 본 거 같아. 이래서 류덕재 그랬겠다. ‘젤 위험한 적은 곁에 있다.’ 그래서 류덕재는 저 놈을 죽여 살인멸구하라고 날 한국에 보냈는데. 저 놈을 죽이지 못한게 후회막급이야. 진짜 큰 후환이야. 려향의 앞날을 위해 저 놈을 죽여버려야 했는데. 이걸 어쩌는가?)     그때 종호가 악처한테 정색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고하는데. 내 리혼하자고 할 때 리혼하기오.”     류려평은 실오리만한 희망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당신은 마음씨 착하지 않고 뭐요? 리혼하더라도 려향은 해치지 않지?”     종호는 바로 앉으면서 똑똑히 말해두었다.     “길러준 정이 있는데 왜 려향을 해치겠소?”    류려평은 려향의 앞날을 위해 타협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길러준 아버진 양아버지 아니고 뭐요? 리혼해도 우리 재산을 려향한테 넘겨주는게 옳지 않소?”    종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도 알지 않소? 난 이제껏 재물엔 털끝만치도 관심없이 살아왔소. 당신 전부 인생을 어디다 어쨌든지간에 난 관심이 없소. 전번에 리혼청구서에 밝힌 것처럼 다만 46평방메터 짜리 집만 내 가져야겠소."     여탐관은 픽 코웃음쳤다.     "리종호 사장님, 재산이 참 많군요. 제 노릇도 못하는 바보 같은게. 고까짓 쥐 구멍 같은 집도 재산이라고 옴니암니 따져? 리혼하면 걸레도 가위로 베서 나누는 구두쇠도 있다더니. 참, 당신 가소롭기 짝도 없어!"    종호는 정색해 엄중경고를 했다.    "그 집은 내 정신로동의 대가 원고료로 산 집이니까. 난 아주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기념이야. 허나 넌 집이 아무리 몇채 돼도 모두 시한폭탄인줄 알아라.”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화등잔이 돼 횡설수설했다.    “당신 지금 날 위협해? 혹시 내라는 긴 꼬리를 잘라버리자고 리혼하려는 건 아닌가?”    종호는 더 길게 말하기도 싫었다.     “어떻게 생각하든 다 좋아. 당신도 머저리는 아닌데, 려향의 앞날을 생각해도 그렇고 모든 걸 생각해 봐도 리혼하는게 좋을게오. 이젠 애들처럼 떼질쓰지 마오. 리혼하는데 동의하지?”     순간 류려평의 머리 속에서는 번개처럼 주산알이 튕겼다. 아무리 주산알을 요란하게 튕기면서 따져 보아도 리혼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어섰다.    류려평은 희죽이 웃기까지 하면서 목구멍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리혼에 동의하오.”    종호는 벌떡 일어나며 한어로 말했다.    “그럼 당장 민정국에 가서 리혼수속을 하기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량옆에서 자기 팔을 딱 잡은 여경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발목에 쇠사슬을 차고 어디로 가? 창피해 죽겠다.”    여경이 날카로운 눈길로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창피한줄 알면 왜 그런 죄를 저절렀는가?!”    종호는 여경들 보고 부탁했다.    “김호 대대장을 불러주겠소?”    이윽고 김호 대대장이 소회의실에 들어섰다.    종호가 김호 대대장한테 말했다.    “리혼수속을 하러 민정국에 피뜩 갔다가 와야겠소. 류려평이 창해하는데. 발목의 쇠사슬만 풀어주면 안되겠소.”    그러자 김호 대대장이 여경들한테 시원히 말했다.     “그러오. 손목에만 쇠고랑이를 채워가지고 나와 여경들이 압송해 민정국에 가면 되오.”     “그렇게 합시다. 아무리 죄수래도 인권과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종호는 김호 대대장과 여경들과 함께 경찰차에 류려평을 데리고 민정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이제야 리혼 딜레마에서 서서히 해탈되는 감을 느끼었다. 아니, 새 세상이 활짝 열리는 감이 들었다. 순간 무엇 때문인지 예순도 넘은가슴마저 몹시 설레이었다. 그는 저도 몰래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해탈감도 잠시뿐이었다. 불현듯 그의 눈 앞에 불여우의 긴 꼬리가 디룽디룽 걸려 그네를 뛰는 것 같아 또 다른 고민의 심연에 빠져들어가는 감이 들어 저으기 괴로웠다.
528    대하소설 황혼 제4권(71) 리혼 딜레마 김장혁 댓글:  조회:38  추천:0  2024-11-06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71. 리혼 딜레마       종호는 뜻밖에 가옥소유증 리스크에 덜컥 걸려 리혼 딜레마에까지 시달려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리혼수속은 언제든지 꼭 넘어야 할 아리랑 고비 아닌가? 리혼수속을 하지 않고선 집도 팔 수 없다.)     종호는 택시를 잡아타고 민정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혼인등록처에 가서 여직원한테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내밀었다.     “리혼수속을 해 주십시오.”    여직원은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받아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았다.    “대상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    종호는 뜻밖의 물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시끄럽게 됐구나.)    이윽고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여직원은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되돌려 주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리혼 대상자를 데리고 와야 수속할 수 있습니다.”    “아니,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합니다. 이 리혼청구서를 보십시오. 이미 상대방에서 리혼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내들면서 말했다.    “여길 보십시오. 류려평은 리혼청구서에 싸인도 하고 지장도 찍지 않았습니까? 왜 리혼수속 안 됩니까? 리혼수속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직원의 태도는 견정했다.    “그래도 될수 있는 한 본인이 와야 합니다. 대상이 무슨 특수사저이 있어 못 옵니까?”    종호는 난처한대로 솔직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옥에 갇힌 죄수 돼서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감옥당국에 말해서 데리고 와야 합니다.”    여직원은 종호의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번갈아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이걸 보십시오. 이게 누구 싸인인지. 지장인지 누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지금 결혼 사기, 리혼 사기 너무 많아서 우린 리혼수속에 심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 신분증도 없잖습니까?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상대방이 없는데 리혼수속을 해주면 후에 말썽이 생기면 어쩌는가요?”    그러건 말건 종호는 계속 들이밀었다.    “아니, 상대방 없이도 법원에서는 리혼을 결석판결한 일도 있던데… 민정국에서는 어째 안 된다고 이럽니까?”    녀직원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심하게 설명했다.    “법원에서 결석판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법정에 리혼소송을 하고 국가등록번호 있는 신문이나 잡지에 서면으로 상대방한테 리혼판결법정에 나오라는 공지광고를 내야 합니다. 광고를 낸지 석달 동안 기다려도 상대방이 응대도 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리혼을 결석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손님이 법정에 리혼소송을 하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혼수속이 이렇게 복잡할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한 가정을 유지하는가, 마스가는 관건적인 일이 그렇게 간단한줄 압니까?”    종호는 석달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       (법정에 리혼소송을 했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언제 집을 판단 말인가?)    그는 부득불 민정국에서 리혼수속을 계속 하기로 했다.     “제가 대상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여직원은 리혼청구서를 되돌려주면서 말했다.     “그러세요. 그래도 법원보다 여기서 수속하는게 빠를 겁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종호는 말을 마치자 자리를 떴다.     그는 만나기 싫은대로 악처를 또 찾아가야만 했다. 악처가 떠오르자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쳐 앓음소리까지 다 냈다. 진짜 악처를 생각만 해도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종호는 단위 인사과에 가서 리혼소개신을 떼 가지고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는 곧추 망아산 기슭 소나무 숲 속에 자리잡은 구류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달리는 택시에서 핸드폰을 꺼내 김호 대대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김대대장이오? 내 리종호요. 바쁜데 자꾸 찾아 미안하오. 말하기 창피한데. 내 리혼수속을 해야겠는데. 류려평이라고 있잖소? 양, 맞소. 그 녀자가 내 녀편네요. 며칠 전에 한국에서 인도돼 온 그 녀자, 옳소.  류려평을 구류소에서 구인해 데리고 민정국에 가서 리혼수속을 하면 안 되겠소? 된다고? 고맙소. 내 지금 집을 팔아야 되겠는데 류려평을 데리고 가옥관리국에도 가야 되겠소. 되겠소? 양, 부부간이 다 가지 않으면 팔 수 없다고 합데. 양? 된다고? 고맙소.”     종호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대학생 시절에 실습생으로 가서 몇시간도 배워주지 못했지만 자기를 스승으로 여기는 김호 대대장이 마음 속으로 고마웠다.     원래 종호는 김호와 말해 일이 안되면 박동묵 국장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김호 대대장이 쉼게 대답하니 시름놓았다.     그는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김대대장, 인차 구류소에 도착하오. 경찰을 시켜서 류려평을 구인해 전번 그 소회의실에 데려다 줄 수 있겠소?” 핸드폰에서 김호 대대장의 씨원씨원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알았습니다. 류려평을 당장 소회의실에 데려가겠습니다.”     “고맙소.”     “리선생님, 그러잖아도 선생님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 뵙자고 했는데. 오늘 참 잘 됐습니다.”     종호는 핸드폰을 받으면서 정색했다.     “무슨 일이오. 백가지라도 부탁하오. 내 할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 줄게.”     “네, 감사합니다. 오시면 만나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양, 그렇게 하기오.”     종호는 핸드폰을 넣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윽고 종호는 철조망을 두른 높은 토성에 펑 뚫린 구류소 대문 앞에 이르렀다.     대문 앞에는 벌써 김호 대대장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번에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접대하는 격이 훨씬 올라갔다.     “리선생님, 반갑습니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를 반갑게 인사하면서 마중했다. 똑마치 공안국 상전이나 마중하는듯이 의전과 례의를 갖추었다.     “바쁜데 자꾸 찾아서 미안하오.”     종호는 김호 대대장의 손을 잡아주면서 송구한 인사말을 건넸다.     “천만에 말씀을 다 합니다. 저는 선생님과 같은 로기자 선생님을 모신 것으로 해 영광입니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를 모시고 소회의실에 들어갔다.     “당신 어째 또 왔는가?”     갑자기 류려평이 쏘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악처는 쇠고랑이를 찬 손을 들어 휘두르며 고함쳤다.     “내 이런 꼴을 신문에 내자고 왔어?! 뭘 하려고 또 왔어?! 보기도 싫어!”     “꼼짝 말엇!”     여경들은 류려평의 량팔을 꽉 붙잡아 꼼짝달싹 못하게 제 자리에 꽉 눌러 앉혔다.     종호는 깜짝 놀랐다.     류려평의 발목에도 굵다른 소사슬이 채워져 절그럭거리지 않겠는가.     (보통 중죄수 아니면 발목에까지 쇠사슬을 채우진 않는데. 진짜 죽을 죄를 졌는 모양이구나.)     종호는 창피해 김호 대대장한테 눈짓했다.     김호와 김천선은 여경들한테 류려평을 잘 단속하라고 눈짓하고 나서 나갔다.     “좋긴 좋구나. 나는 당장 죽게 됐는데. 네놈은 그 잘난 사장 꼬부랭이느라고 경찰들을 다 시켜 날 치죄하는구나.”     종호는 류려평이 지껄이는 말에는 개이치도 않고 단도직입했다.     “리혼수속 때문에 찾아왔소.”     “쳇,”     류려평은 단통 코웃음쳤다.     “누구 좋아하라고 리혼해? 난 리혼 안 해! 전번에 비행기에서 말했잖아. 난 죽어도 리혼 안해?”    종호는 집을 팔려고 리혼수속하자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어째 그렇게 변덕스럽소? 전번에 한국 구치소에서 리혼청구서에 지장까지 찍어놓고. 이제 와서 해뜩 누워 누우면 어쩌오?”     “픽! 다 죽게 됐는데. 네놈이 새파란 계집년과 재혼해 잘 살는 거 보자구 리혼해? 꿈도 꾸지 말라. 난 저승에 가도 악귀로 돼 너네 년놈들을  물어뜯어놓을 거야. 뼈다귀도 남기지 않고, 씨, 다 콱 썩어지기나 해라.”     종호는 짐작한대로 그저 리혼해달라고 졸라대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미리 궁리해둔 수를 쓰지 않으면 리혼 딜레마에서 헤여나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호는 바위돌처럼 퍼러덩덩하게 굳어진 험상궂은 악처의 낯빤대기를 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5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70) 바보 사장과 그녀 김장혁 댓글:  조회:45  추천:0  2024-11-05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70. 바보 사장과 그녀         집구매녀 박선영은 집에 돌아와서도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한 일로 해 속이 불안했다.      (이게 뭐야? 집값을 주고서도 새 가옥소유증을 가지지 못하다니? 참, 그렇게 복잡한 집인줄 알았더라면 사지도 말 걸 그랬잖아? 참, 이 일을 어쩌면 좋아?)     그녀는 점심을 대충 먹고 침대에 힌들 들어누워 천정 한 곳을 응시하였다. 그녀의 머리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집 주인이 신문사 사장이란 말을 딱 곧이 들어 되겠는가? 그러다가 집값을 떼우면 어쩌지? 그렇찮아도 숱한 돈을 떼웠는데. 또 빚구렁텅이에 빠지면 어쩌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되겠다. 시원히 신문사에 가서 알아봐야겠어. 내 눈으로 리종호 사장이란 사람이 신문사에 있었는가 알아봐야 해.)     그날 오후, 그녀는 택시를 잡아타고 진짜 신문사에까지 곧추 달려갔다.     그는 당직실에 물어보고 곧추 사장실에 올라갔다.     김사장이란 분은 그녀한테서 사실경과를 들어본 후 이렇게 말했다.     “리사장네 그 집을 잘 샀습니다. 지금 시세에 19만원에 어떻게 그런  집을 삽니까? 리사장은 우리 신문사에서 청렴하기로 소문난  로사장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퇴직했는데도 그런 콧구멍만한 집 밖에 없잖습니까?  리사장은 절대 남의 걸 공짜로 얻어먹는 사람이 아닙니다. 리사장은 며예를 중히 여기고 남을 돕기를 즐기는 마음씨 착한 분입니다. 새 시대에 참 보기 드문 훌륭한 간부입니다. 그는 돈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남을 돕는 착한 분입니다. 진짜 새 시대에 법이 없어도 살 사람입니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집구매녀는 머리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님 말씀을 믿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김사장은 한마디 보탰다.     “다만 결혼증은 좀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왜?”     “그저 혼자 알고 있으십시오. 리혼수속소개신을 떼려고 금방 신문사에 왔다가 갔습니다. 그런데 리사장은 안해 복이 없어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 한창 리혼수속을 하는 중입니다.”     집구매녀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니, 부사장까지 했다는 분이 어쩜 그렇게 처사합니까? 결혼증도 없이 어떻게 집을 팝니까? 리사장을 믿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습니다.”    김사장은 아주 내심하게 일깨워주었다.    “결혼증 대신 리혼증과 재산분할증명서만 있으면 집판매는 가능합니다. 그 집은 우리 신문사에서 지은 집인데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 집을 지을 때 내 후근을 책임진 사장인데 그 집 건축을 내 총책임졌댔습니다. 때문에 그 집을 잘 압니다. 그 집은 구조도 좋고 양광도 아주 잘 들어옵니다. 진짜 눅게 잘 샀습니다. 가옥관리국에 가서 그 집을 잘 문의해 보십시오.”     그제야 그녀는 해시시 표정이 바뀌는 것이었다.     “네- 가옥관리국에서도 그렇게 말하긴 합디다.”     그녀는 김사장한테서 리종호 부사장의 말을 듣고나서 가옥소유증 리스크가 단통 해소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호-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김사장과 리사장을 믿고 가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사장은 그녀를 사무실 문 밖까지 바래주었다.      그녀는 김사장은 같은 신문사 사장이 돼 그러는지 리종호 사장과 그 집을 너무 포장해 말하는 같은 감도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한 단위라도 리종호 부사장이 저런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보통 모는 돌에 정이 가지 않는가. 누가 어떻다 하면 질투하고 시기하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헐뜯지 않는가. 그러나 리종호 부사장은 확실히 신문사에서 위신이 높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믿을만한 사람의 집을 잘 샀다는 것을 재삼 느꼈다.      다른 한편 선영은 집 주인은 경제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제 노릇을 잘 못하는 간부라고 여겼다. 아니, 어떻게 보면 현시대 바보 사장 같아 보이었다.      (어쩜 신문사 부사장이란 사람이 46평방 밖에 안되는 콧구멍만한 집 밖에 없어? 사장 쯤 되면야 보통 집 몇채는 있다던데. 권력을 쥐기만 하면 숱해 얻어 처먹는다던데. 참, 리사장은 어쩜? 진짜 현시대 바보야!)     그러나 그녀는 이 세상에 아직도 그렇게 “제 노릇도 잘 하지 못하는”  그런 청렴한 로간부도 있다는 것을 어찌 다 알고 있겠는가.     아니,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모를지도 모른다.     (저렇게 제 노릇을 못하니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신문사 사장이라는데 나그네 덕분에 잘 살면야 어째 리혼하겠는가?) 선영은 리종호 부사장을 두고 별 궁리를 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한국에 있는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이젠 그 집을 언니 집으로 만들었겠지? 얼마나 좋겠소?”     선영은 대뜸 화를 냈다.     “이 집을 사 놓고 애나 죽겠다.”     “어째 그러오?”     “오늘 오전이면 새 가옥소유증을 가지겠는가 했더니. 글쎄 가옥관리국에 갔더니 어쩌는지 아니? 집 주인의 안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수속을 해주지 않더란 말이야. 리혼증을 떼가지고 안해를 데리고 와야 수속해준단다. 진짜 가옥소유증도 변경 못해 난 딜레마에 빠지고 말잖았겠니? 참 재수 없어.  어쩜 집을 고르고 고르다나니, 재수 없을라니, 딱 리혼하는 집의 집을 사자고 달려들었는지 몰라.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를 다친다더니? 원, 참.”     “집 주인은 뭐 하는 사람이라오?”     “금방 신문사에 가서 뒷조사를 해 보니 집주인은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령도라지 않겠니? 아마 제 노릇도 잘 못하는 시라소닌 거 같아. 어쩜 사장이란게 요런 쪼꼬만 집에서 다 살았다니? 그러니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화목하지 못하기에 리혼하겠지?” “뭐? 그 집 주인은 신문사 부사장이라고?”     “응, 그저 기자 아니고 신문사 부사장이고 정교수급 기자란다. 그런데 집형편은 구차한 거 같아. 일곱살 짜리 애 심장수술비용을 마련하자고 하나 밖에 없는 이 집을 팔자고 그런다잖겠니?”     “아니, 그 집 주인은 혹시 리종호라는 분 아닙데?”     “옳은 거 같다. 내 다시 보자. 여기 가옥매매계약서하구 집값령수증쪽지를 볼게. 리종호 맞구나. 아는 사람이냐?”     “아이유, 언니 그 분 집을 참 잘 샀소. 리종호 사장은 마음씨 참 착한 분이오. 잘 못 샀을가 봐 근심하지 마오.”     선영은 여동생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영아, 그 분을 어떻게 아니?”     “그저 알다뿐이겠소? 여기 한국에 있을 때 내 그 분 간병을 했댔소. 그 분은 지금 내 친구 나영이 있잖소? 나영이 아들애 성림을 구하려고 자기 집을 팔려고 그러는 거 같소.”     “오- 뭐,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애 심장수술해야 한다던데. 난 처음엔 리사장네 손주나 되는가 했더니. 참, 알고 보니 동네집 애구나. 동네 집 애를 구하자고 하나 밖에 없는 제 집까지 파는 판이구나. 제 정신 있니? 진짜 제 노릇을 못하는 나그네구나. 그집 안해 저런 나그네 믿고 어떻게 산다니? 그래기에 안해도 리혼하고 달아나겠지. 제 노릇을 잘 못하는 그런 바보를 나그네라고  믿고 어떻게 살겠니? 내라도 열번은 리혼해버리겠다.”     그러나 여동생 지영한테서 들려오는 판판 다른 말일줄이야.     “언니는 모르고 하는 소리오. 남의 애도 구하자고 제 집을 파는 그런 사람은 얼마나 착한 사람이오. 얼마나 인성이 살아 있는 사람이오? 자기 밖에 모르는 그런 자사자리한 사람보다 퍽 낫소. 리사장님은 마음이 뜨겁고 착한 사람이오. 그런 사람은 자기 처자를 더욱 사랑하고 아낄게오.”     선영은 코웃음쳤다.     “그런데 어째 그 집 안해 뺑덕에미처럼 리혼하고 달아난다니?”     “언니, 다 그 집 뺑덕에미 같은 녀편네 때문이오. 리사장은 조강지처라고 얼마나 그 녀편네를 아꼈는지 아오? 그 녀편년는 남과 바람쓰고 제 죄가 드러날가 봐 리사장을 독약을 먹여 안락사를 시키자고 했소. 그러나 리사장은 조강지처라고 경찰이 수사할 때 그 녀편네 한 짓이 아니라고 녀편네한테 방패를 들어줬소.”      “진짜 상상하기 힘든 사람이구나. 진짜 바보야. 그런 녀편네를 다 보호해?”      “언니, 잔말 말고 리사장을 믿고 그 집을 꼭 사오.”     “그래. 야, 너도 제 노릇이나 잘 해라. 여경들이 나영을 압송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티비에도 나오더구나.”     “오. 그랬구만. 리사장네 녀편네도 나영과 함께 중국에 압송됐답데.”      “응- 그게 리사장 녀편넨가?”      “리사장네 녀편네는 리사장을 살해하려한 살인미수죄에 경제문제도 많답데. 언니, 내 성림 데리고 큰 길을 건너 가야 하오. 언니, 한가지 부탁하기오. 국현을 찾아서 내 리혼하자고 하더라고 전해주오. 그리고 시간 나지면 드문드문 슬기를 좀 찾아 봐 주오. 걔를 한국에 데려내오든지. 바람둥이 나그네한테 맡겨서야 사람을 만들겠소? 난 슬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소. 후에 다시 말하기오.”      “응, 그래, 내 그 바람둥이 나그네와 슬기를 찾아볼게. 후에 다시 보자.”     선영은 핸드폰을 놓으면서 세상은 넓고도 졻은 요지경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녀는 침대에 훌러덩 들어누워 천정 한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한숨을 땅이 꺼지게 호- 내쉬었다.
526    대하소설 황혼 제4권(69) 가옥소유증 리스크 김장혁 댓글:  조회:41  추천:0  2024-11-04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9. 가옥소유증 리스크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벨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종호는 려인숙 세면실에서 치솔질을 하다가 말고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저 집구매자인데요. 나머지 집값 14만원을 준비했는데요. 오늘 가옥소유증을 변경할 수 있는지요?”    듣다 젤 기쁜 소식이 아닌가.     “네. 되고 말구요. 아마 가옥변경할 때 세금도 얼마간 내야 될 겁니다.”     “네? 세금이야 집을 파는 집에서 낼게지. 사는 쪽에서야 무슨 세금이 있는가요?”    종호는 내심하게 명확히 알려주었다.    “집판매 쪽이나 집구매 쪽이나 다 세금이 있습니다. 세금은 얼마 안되는데요. 각기 자기 낼 세금을 내면 공평합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어데서 만나겠는가요?”    “가옥관리국 2층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신분증을 꼭 가지고 오십시오.”    “네, 알겠어요. 그 쪽에서도 가옥소유증이랑 필요한 요건을 잘 챙겨가지고 만나요.”    “예, 그렇게 합시다.”    종호는 미리 한국에까지 가지고 갔던 가옥소유증을 트렁크에서 꺼내 배낭에서 찾아 넣고 신분증도 챙겨가지고 려인숙을 나섰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옥관리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윽고 그는 가옥관리국에 도착해 숨돌릴 새도 없이 계단식 엘레베터를 타고 2층 가옥교역대청에 올라갔다.     2층 가옥교역대청에는 집을 팔고 살 사람들로 발 디딜 곳도 없을 정도로 붐비었다.     종호는 인산인해 속에서 구매녀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쓸어보았다.     “주인님!”     그때 옆에서 한 여인이 부르는 소리 들렸다.     집구매녀였다.     종호는 오래 갈라졌던 녀동생을 만난듯이 기뻤다.     생글방글 웃는 그녀의 생김새도 어디서 본 적 있는 사람처럼 친절해보이었다. 걀죽한 얼굴이라든지 외까풀눈이라든지. 꽤나 이뻤따.     (어디서 봤던가? 잘 모르겠는데.)    종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구든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오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저리로 좀 갑시다.”     종호는 그녀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가방에서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꺼내 집구매녀한테 보이었다.     “잘 대조해보십시오.”    집구매녀는 한참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대조해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맞구만요.”    종호는 한마디 더 일깨워주었다.    “신분증과 저의 얼굴을 잘 대조해보십시오. 저의 신분증이 맞는가 잘 보십시오.”    “맞겠지요. 뭐?”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혹시나 해 종호의 신분증의 사진과 종호의 얼굴을 여러번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생글방글 웃으며 신분증과 가옥소유증을 돌려주었다.     “맞습니다. 어데서 사업하는지요?”     종호는 신분증과 가옥소유증을 다시 가방에 챙겨넣고 직업병처럼 기자증을 꺼내 내밀었다.     “전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신문사에서 30여년 기자로 사업했습니다.”      “네- 기자시군요. 단번에 믿음이 가는군요.”     종호는 기자증을 받아 잘 챙겨넣고 말했다.     “먼저 집값을 카드에 넘겨 주겠습니까?”    그녀는 의아한 눈길로 치떠 보았다.    “아니, 가옥소유증을 변경한 다음 돈을 건네야 하지 않는가요? 어디 돈부터 받는 법이 있는가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보세요. 보통 물건을 팔고 살 때 먼저 돈을 내고 물건을 가지지 않고 뭡니까?”    “네, 그래도 그렇지. 돈을 넘긴 후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 집을 팔 수 있는 집인가? 가옥소유증이 진짜인가 저기 가서 검사맞힌 후에 집값을 넘기면 어떤가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기자선생님이야 믿지만 이 세상엔 뜻밖의 사건이 너무 많지 않고 뭔가요.”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가지고 가옥변경수속 번호부터 잡으러 갔다. 거기에는 벌써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며 줄을 서 있었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서야 종호 차례 돼 가옥소유증을 내밀었다. 직원이 가옥소유증을 보고 컴퓨터에서 검사해 본 후 매매수속 번호를 주었다.     종호는 이번에는 집구매녀를 데리고 함께 가옥서류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집구매녀는 의아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인데요?”    “가옥서류실인데 이 가옥은 판매할 수 있는겐가 검사합니다.”    “판매 못하는 가옥도 있는가요?”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꺼내 짚어 보이면서 설명했다.    “네. 가옥소유증 여기 ‘권리성질’란에 이렇게 ‘出让/商品房’이라고 찍혀 있으면 팔고 살 수 있는 가옥입니다. 그렇찮으면 팔지 못합니다.”    “왜 그런가요?”    “‘出让/商品房’은 이 집은 개발상이 집을 지을 때 토지세를 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걸 잘 알아보고 집을 사야 합니다.”    그녀는 입을 쫙 벌렸다.    “오- 그렇군요. 이때까지 아무 집이나 다 살 수 있는가 했더니. 알고 보니 문서짝도 많구만요. 오늘 기자네 집을 사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감사해요.”     종호와 집구매녀는 온 오전 기다려서야 차례 됐다. 종호는  가옥서류실창구에 가옥소유증과 자기 신분증을 들이밀었다. 이윽고 녀직원이 컴퓨터에서 그 가옥소유증에 따라 가옥서류를 찾아 대조해보았다. 이윽고 가옥매매허가서에 도장을 꽝 찍어 주었다.    “이 집을 살 수 있는가요?”    집구매녀가 묻는 말에 녀직원은 종호와 집구매녀를 번갈아보며 이렇게 명확히 대답했다.    “상품집이기에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해요.”    그녀는 걀죽한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젠 시름놓고 집값을 넘겨줄 수 있겠습니까?”    “네. 당장 집값을 넘기지요.”     “그럼 부근에 있는 중국은행에 갑시다.”     “네. 오늘 일이 잘 되자고 그랬는지. 면바로 중국은행 카드에 저금해 놨어요.”     종호는 집구매녀를 데리고 부근의 중국은행에 찾아가 인차 집값을 건네 받았다.     순간, 종호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이거면 이젠 성림을 구할 희망이 있게 됐다.)    그러나 인차 그의 이마에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이 쫙 퍼졌다.    (요걸론 수술비용이 판 부족인데. 나영의 탐오금을 물어넣다나니 아직도15만원이 모자라는 건 어쩌지?)     그들은 다시 2층 가옥교역대청에 돌아와 차례를 기다렸다.     집구매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집값을 다 받았다는 령수증이라도 떼주세요."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불시에 령수증을 어떻게 뗍니까? 이럽시다. 돈 받았다는 쪽지를 써주지요."     그녀는 미덥잖은 눈길을 보냈다.      종호는 그녀의 외가풀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펜을 꺼냈다.     "이제 당장 가옥소유증을 변경하겠는데 근심마시오."     "네, 그러지요."      종호는 령수증이라고 쪽지를 쓰자고 그녀의 신분증을 들여다 보았다.     (박선영, 1970년생이라? 나와 띠동갑이구나.)     그녀는 집값을 문 령수증쪽지를 받아 꼼꼼히 여겨보고 핸드빽에 챙겨넣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피뜩 떠올랐는지 또 한가지 물었다.     “어째 집의 사모님은 오지 않았는가요?”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특수사정이 있어도 그렇지. 집을 파는 일보다 더 중요하겠는가요? 외출했는가요?”    “네. 그런 일 있습니다.”    그녀는 종호가 말하기 불편해하는 눈치를 채고 더 캐묻지 않고 덤덤히 앉아 기다렸다.    점심 때 다 돼 그들의 차례가 됐다.     종호는 가옥교역창구에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내밀었다.    녀직원은 가옥소유증을 보면서 컴퓨터에서 이것저것 보더니 종호를 내다보면서 물었다.     “이 가옥은 부부 공동소유인데요. 안해는 어째 오지 않았는가요?”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안해 가옥판매동의서나 신분증이 있는가요?”     “그런게 수요되는 걸 몰랐지.”    종호는 등곬이 다 서늘해졌다.     “안해 동의가 없인 이 가옥을 팔지 못해요. 두 분 결혼증도 필요합니다.”    “집을 파는데 결혼증도 필요합니까? 결혼증을 어디에 뒀는지 불시에 몇십년 전에 낸 결혼증을 어디에 가서 찾아옵니까?”    녀직원은 더 구구히 말하기 싫어 가옥소유증과 신분증을 창구로 훌 내보냈다.    “다음번엔 안해와 함께 결혼증도 가지고 가오십시오.”    “이 일을 어쩌는가요?”    집구매녀는 혼비백산해 낯색이 새파래지었다. 그녀는 단통 미덥잖아 실눈을 지으면서 종호를 쏘아보았다.    “이런 걸 왜 사전에 말하지도 않고 집값부터 내라고 재촉했는가요?”    종호는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일곱살 밖에 안되는 어린애가 코로나에 급성심장병에 걸려 수술비용이 급히 수요돼 이 집을 급히 눅게라도 팔게 됐습니다. 너무 재촉해 미안합니다. 에미 없이 의지가지 없는 불쌍한 어린애를 구하는데 동참한 셈 치고 좀 기다려 주십시오. 필요한 리혼증이랑 요건을 인차 준비할 수 있습니다. 며칠 후면 가옥소유증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종호는 결혼증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악처를 데리고 민정국에 가서 결혼증을 다시 내는 수도 없었다.    그는 피뜩 령감이 떠올랐다.    그는 녀직원을 보고 물었다.    “만약 결혼증 대신 리혼증을 가지고 오면 집교역 할 수 있습니까?”    “됩니다. 리혼할 때 이 집을 당신 개인 집으로 인정한다는 안해의 서면증명서가 있어야 개인이름으로 팔 수 있습니다. 좋기는, 리혼한 안해를 데리고 와서 당장에서 재산분할을 증명서게 해야 합니다.”    “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순간 종호는 눈 앞이 환해지는 감이 들었다.   그는 집구매녀한테 돌아서며 차근차근 일깨워주었다.    “근심말고 좀 기다리십시오. 리혼증이 인차 나오면 꼭 가옥소유증변경수속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집구매녀는 아름차 발까지 동동 굴렀다.    “집값을 내랄 땐 그렇게 재촉하더니. 집판매요건도 채 갖추지 못했구만요. 아이유, 야, 참 시끄러운데. 짜증난다. 진짜 스트레스야.”    “미안합니다. 집을 판 경험이 없어서 그만 결혼증이나 리혼증이 필요한 걸 몰랐습니다.”    종호는 송구스러워 몸둘바를 몰라했다.    “근심말고 기다리십시오. 난 신문사 부사장 출신인데요. 내 인격으로 담보하겠습니다. 나는 정교수급기자기인데 한달 로임이 만원 밑을  받습니다. 만약 가옥소유증을 변경하지 못하면 집값을 리자까지 얹어 돌려 드리겠습니다.”    “말이야 그렇게 쉽게 하지만  이 세상에 믿을게 몇입니까?”    “정 믿지 못하겠으면 신문사에 가서 물어보십시오. 이 리종호가 어떤 사람인가? 난 법에 어긋난 일을 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나는 남을 도와주면 도와주었지 절대 남을 얼려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집구매녀는 의연히 미심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았다. 아마 당장 새 가옥증을 받아 가지려니 했는데 가지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허탈감인 것 같았다.    종호는 가옥소유증을 꺼내 내밀었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이 가옥소유증을 먼저 가지고 있으십시오. 또 그 집이 있는데 근심할게 뭡니까? 집값을 물었으니 아직 수속하지 않았을뿐 실상 이미 당신 집이 된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집이 뭐 한날 한시에 날아나겠습니까? 근심마십시오. 꼭 며칠 새에 리혼증을 가지고 와서 변경해드리겠습니다.”    집구매녀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미 돈도 건넸는데. 이제 와서 다 쒀놓은 죽을 어쩌겠는가? 에라, 리사장을 믿고 기다려보자. 지체 높은 분이 고까짓 조꼬만 집을 메고 달아나겠느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낡은 가옥소유증을 받아 챙겨 넣으면서 말했다.    “될수록 빨리 서둘러 주십시오. 이게 어디 가옥소유증 리스크에 시달려서 살겠습니까? 진짜 짜증난다.”    종호는 집구매녀한테 재삼 사과하면서 부탁드렸다.    “네. 미안합니다. 제가 리혼증이랑 다 갖추면 련락드리죠. 그때 다시 여기 교역대청에서 만납시다.”    종호나 집구매녀나 다 가옥변경도 하지 못하고 온 하루 교역대청에서 헤매고나니 너나없이 허탈감이 들대로 든 것은 더 말할 필요없었다.  
525    대하소설 황혼 제4권(68) "저승사자"와 "카시모도" 김장혁 댓글:  조회:50  추천:0  2024-11-01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8. "저승사자"와 "카시모도"       종호는 고요한 려인숙에 돌아와 침대에 맥없이 털썩 들어누웠다. 그는 두 손을 뒤더수기에 베고 누워 천정 한 곳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성림의 수술비용이 막막했다.     (내 집을 판대도 수술비용은 판판 모자라지 않는가? 설상가상으로 나영과 철석이 둘 다  감방에 들어가 인차 나올 거 같지 못하잖은가. 철석을 믿고 성림을 구한다는 건 한지에 방아를 거는 격이야. 나영이 심계국에 가져다 바치라는 탐오금도 가져가지 않고 기생놀이에 다 탕진한 거 봐라. 아가씨들 앞에서 통이 큰 거처럼 옷을 수태 사주고 몇백원씩 팁을 주고. 진짜 망종이야. 그런 놈 믿고 어떻게 성림을 구해? 나영도 그렇지. 그런 주색에 빠진 놈한테 성림을 맡기려고 부탁해? 한국에 나와 성림을 봐달라고 하다니? 참, 될 수 있으면 나영을 하루라도 더 빨리 감옥에서 나오게 해야 하는데.)     그는 빨리 자기 집을 팔아야 되겠다는 긴박감을 느꼈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종호는 세입녀한테 전화를 쳤다.    “여보세요. 집 주인인데요. 집값을 다 준비했는가요?”    세입녀가 죽는 소릴 쳤다.    “미안해요. 이재 집판매계약을 맺은지 사흘 밖에 안되는데요. 왜 그리  재촉하는가요? 세집살이 하는 제가 어떻게 그리 빨리 집값을 준비하는가요? 좀 기다리십시오. 가옥소유증이랑 기타 요건을 잘 준비해두고 내심하게 기다려 주세요. 한국에 나간 여동생과 오빠가 돈을 보내 올 건데요. 근심말고 전화를 기다리세요.”     종호는 별 수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종호는 피뜩 철창 속의 불쌍한 나영의 보름달얼굴이 떠올랐다.     (철석이란 놈새끼 나영이 탐오한 5만원을 심계국에 바치지 않았잖은가. 아무리 다른 놈들을 적발해도 나영은 감형받기 힘들 거야. 이 일을 어쩌는가? 나영이 인차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는 말엔 불쌍한 성림은 어쩌는가?)     그는 포도알처럼 초롱초롱한 눈이 말똥말똥해 엄마를 기다릴 성림을 생각하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림을 구하자면 먼저 나영을 구해야 한다. 춘영이 한국에서 나영이 대신 성림을 보살피지만 이모와 엄마와는 판판 달라. 성림인 모성애 없인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종호는 진짜 목숨 걸고 에메랄드를 구하느라고 애쓰던 등곱쟁이 바보 카시모처럼 놀기 시작했다. 그는 진짜 나영의 말처럼 카시모도 같은 바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카시모도 같은 바보들의 마음만은 더 뜨겁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안돼. 어차피 성림의 수술비용이 모자라는 판에 먼저 나영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 황차 성림이 수술하는 걸 나영이도 동의하겠는지 모를 판이 아닌가. 옳지. 성림을 구하자면 나영부터 구해야 해. 성림한테 어머니의 모성애를 안겨주자. )    종호는 나영 모자를 다 구하려는 일념으로 저금카드를 가지고택시를 잡아타고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는 주저없이 전날에 세입녀한테서 받은 집판매예약금 5만원을 몽땅 찾아냈다.    그는 또 택시를 잡아타고 곧추 검찰원에 쏜살같이 달려갔다.    당직실에 가서 녀당직한테 기자증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신문사 기자 리종호입니다. 최혜영 고문을 부탁드립니다.”    녀당직은 어덴가 전화를 쳤다.     “최국장님입니까? 여기 리종호 기자가 찾아왔는데요. 네, 네? 신문사 리사장님이시라구요? 네, 알았습니다. 그럼 최고문께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녀당직은 전화를 놓자마자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안내했다.     “리사장님, 올라오시랍니다. 제가 2층 최고문 사무실에 모셔다 드리죠.”     여당직은 당직실 문을 열고 나왔다.     “바쁘겠는데 필요없습니다. 제절로 찾아 올라가겠습니다.”     그래도 여당직은 그를 2층 엘레베이터 쪽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때 엘레베이터가 활짝 열렸다.     “리사장, 참 반갑소.”     아니, 글쎄 저승사자"로 불리우는 최혜영 국장이 엘레베이터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저승사자는 별명과는 달리 활짝 웃으며 오랜만에 만난 대학동기처럼 반갑게 마중했다.     “아니, 이제 만난지 며칠이라구 이러오? 최국장 바쁘겠는데. 마중까지 나오다니?”     최혜영 국장은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웃었다.     "천만의 말씀, 국내외에 유명한 기자 왔는데 마중도 안하면 뭐요?"     그녀는 종호를 안내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종호는 저승사자의 파 뿌리처럼 허연 머리를 보고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쩜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날렵하게 스케트를 타던 은영이 이젠 저렇게 늙었어? 뭐? 이전에 성호네 고향 서산에 가서 절벽에서 스키를 타고 날아내리던 은영이 맞는가? 참, 세월은 무정한 깍재야. 그 깍재로 썩썩 긁으면 그렇게 이쁘던 처녀도 파파 로파로 만들어보내는구나.)        복도를 따라 좀 가자 “고문판공실”이란 간판이 보였다.     “어서 들어오오.”     최혜영은 손수 커피를 타서 종호 앞의 차탁 앞에 놓았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여기까지 왔소?”     그녀는 종호가 십중팔구는 안해 류려평의 일 때문에 왔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종호는 왕청 같은 말부터 꺼내지 않겠는가.     “최국장, 내 요즘 알아보니 나영의 남편이 확실히 나영이 탐오한 5만원을 심계국에 바치지 않았더구만. 그런 나그네도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온 나영이 불쌍하오.”     최혜영 국장은 자기 안해 말을 안하고 나영이 말부터 하는 종호를 속으로 진짜 바보처럼 보여서 슬그머니 웃었다.     종호의 그 다음 말은 최국장을 더욱 놀라게 했다.     “내 나영이 탐오한 돈 5만원을 심계국에 가져갈가 하는데. 어떻소? 그럼 나영이 감형받을 수 있소?”     최혜영 국장은 의아한 눈길로 바보 같은 종호를 마주 바라보았다.     “물론 탐오한 돈을 바치면 나영은 관대처분을 좀 받을 수 있소.”    뒤이어 그는 종호한테 나직이 물었다.     “허물없는 동기친구기에 묻는 건데. 어째 나영한테 그렇게 딱 꽂혀 가지구 안간힘을 다 쓰오? 나영이 그렇게 구할 가치 있는 여자라고 보오?”     종호는 어글어글한 최혜영을 마주 보며 진정을 고했다.     “나영이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아들애 불쌍해 그러오. 그 앤 지금 급히 심장수술을 해야 하는 판이오. 그런데 옆에 에미 없이 어떻게 사오? 나영의 어린 아들애는 엄마 모성애가 필요하오? 모성애 없는 애는 날개부러진 새에 불과하오. 기형적으로 자랄 수 있소. 그래서 나영을 극구 구하려고 그러오.”     최혜영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종호 년편네 류려평이 야단치던 말을 들었는지라 한술 더 떴다.     “리사장의 사생활이지만 한마디 묻기오. 혹시 나영이 감옥에서 나오면 그 여자하구 재혼하자고 그러오? 동기니까 말하는데. 나영인 단정하지 못한 녀자요. 문화국 최정호 국장과도 살아서 임신해 낙태까지 했다오. 그런 녀자와 절대 재혼하지 마오. 리사장의 명예도 때묻을가 봐 근심돼 하는 말이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건 아니오. 어떻게 딸 같은 나영하구 재혼하자오? 황차 나영도 동의하지 않을게구.”     그는 인차 뒷말을 이었다.     “난 다만 아들애를 참된 조선족애로 키우고 싶다는 엄마, 나영의 마음을 높이 샀을뿐이오. 나영의 아들애를 구하자면 에미부터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성림한텐 엄마 살뜰한 모성애가 필요하오. 나는 성림한테 엄마의 따뜻한 모성애를 안겨주려는 것뿐이오.”  최혜영 국장은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었다.     최혜영 국장은 로처녀여서 애도 낳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같은 녀성으로서 엄마의 모성애에 대한 리해는 종호보다 못지 않았다.     “류려평은 전번에 기내에서 리사장과 나영을 중혼죄로 고발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리사장은 류려평을 주의해야 하오.”    종호는 개의치도 않는 말투로 말했다.    “나와 나영의 관계는 동정에 토대한 순박한 관계일뿐이오. 우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준 것 밖에 없소.”     최혜영은 말이 나온바 하고는 미리 알아두려고 물었다.     “그런데 류려평은 리사장이 나영을 자기 세집에 데려다 함께 살았다고 야단치지 않고 뭐요?”     리종호도 류려평이 자기를 중혼죄로 고발하겠다고 한 이상 나영 사건 담당인 최혜영 국장도 제대로 알아두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나는 딸애와 함께 사는 셋집에 나영을 들어와 함께 지낸 적은 있소. 나영이 한국 냉면집 허보수한테 쫓기워나서 엄동설한에 트렁크를 끌고 지하철역에서 헤매니깐. 나영이 불쌍해 내 셋집에 데려다가 자게 했소. 나영이 대신 그때 내 지하철에 가서 쪽잠을 잤소. 후엔 딸애 동의를 얻어  나영이 우리 부녀와 함께 한 집에서 살았소. 그러나 나는 나영을 딸처럼 생각했을뿐 그런 관계는 한번도 없었소.”     종호는 나영의 신상을 좀 알아보고 싶었다.     “나영이 말을 들어보면 문화국 최정호 국장이 더 큰 문제더구만. 나영이 뭘 적발합데?”    최혜영 국장은 정색하면서 말했다.    “리사장이 나영을 사상동원했기에 나영은 우리 수사에 협조해 수많은 문제를 적발했소. 문화국과 전람관 청사를 지을 때 최정호 국장 외에도 류려평부행장과  류덕재 행장의 미묘한 거래도 적발했소. 나영은 이제 형기가 훨씬 줄어들 수 있소.” “나영이 형기 줄어들면 얼마나 좋겠소? 성림이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데.”     종호는 내심으로 기뻐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최혜영 국장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귀띔해주었다.     “나영이란 그 넝쿨을 따라 류려평이랑 류덕재랑 최정호랑 들춰 나가면  커다란 뭔가 찾아낼 수 있을게오.”     최혜영 국장은 근심스러운 일도 있어 종호를 보고 물었다.    “류려평과는 어쩔 셈이오?”    종호는 더 고려없이 단마디로 결단내 대답했다.    “리혼할 예산이오. 이번에 고향에 돌아온 것도 실은 리혼수속을 하려고 들어왔소.”    최국장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런데 류려평이 전번에 기내에서 리혼해 주지 않겠다고 야단치던데. 그걸 보오. 류려평이 극구 리혼하지 않겠다고 나누우면 어쩌오?”    종호는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류려평은 리혼하겠다고 서면리혼청구서에 싸인까지 했댔소. 악처 같은게 리혼하지 않겠다고 떼를 써도 리혼수속은 가능하오.”    최헤영 국장도 머리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법리적으로도 리혼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오. 민정국에서도 그렇지. 서로 감정도 없이 갈라 산지도 십여년이나 되는데 리혼시켜주지 않는다는 도리야 없지. 류려평을 구류소에서 구인해 데리고 민정국에 가서 얼마든지 리혼수속을 할 수 있소. 민정국에서 정 안되면 법원에 소송해 해결할 판이지. 류려평이 감옥에 있는 특수정황하에 근거해 리혼소송을 결석판결할 수도 있소.”     “고맙소. 리혼법리를 알려줘서.”     종호는 최혜영 국장이 동기를 생각하는 마음이찡할 정도로 가슴에 맞쳐왔다.     최혜영 국장은 또 한마디 물었다.     “리혼하면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 예산이오?”     “난 내 원고료로 산 신문사 그 집만 가지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겠다고 했소.”     “잘했소.”     최혜영 국장은 밝음 웃음을 지으며 동기를 바라보았다.     “류려평한테는 부정축재가 얼마인지도 모르오. 지금 류덕재 행장과 함께 해먹은게 하나, 하나 드러나는데. 류려평의 부정축재에 손을 댈 필요없소. 자칫 류려평의 부정축재 덤터기를 쓸 수도 있잖고 뭐요? 류려평을 판결하기 전에 리혼하고 재산분할도 깨끗하게 정리하면 좋을 거 같소.”     “최국장이 귀띔해줘 정말 고맙소.”     저승사자는 직업병이 또 발작하는가 보다. 기실 종호를 생각해 말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는 종호한테서도 단서의 실마리를 하나라도 더 쥐려고 들었다.     “이후에 류려평의 죄행이 생각나면 수시로 내한테 알려주오.”     “그러지. 난 류려평이 뭘 얼마나 해 먹었는지 진짜 잘 모르오. 그러나 의심스러운게 있으면 인차 알려줄게.”     최국장은 로련하게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녀는 뒤이어 또 한가지 물었다.     “리사장은 무슨 돈이 있어 여탐오분자 나영이 대신 탐오금을 갚는다고 그러오?”     “난 나영이 아들애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자고 집을 팔았소.”     종호는 이렇게 말하자고 하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키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믿는 동기라도 뭐나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았던 것이다.     종호는 이렇게 얼버무렸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성림이 모자를 구해야겠소.”    그는 말을 마치자 우쭐 일어났다.     “그럼 심계국에 나영이 탐오금을 바치러 가겠소.”     최혜영은 일어나 말렸다.     “그 탐오금은 검찰원에 바쳐도 되오. 내 심계국 조국장한테 나영의 탐오금을 검찰원에 바쳤다고 알리면 되오. 나영이 사건은 이젠 검찰원에서 책임졌소. 물론 심계국에서 나영이 탐오사건을 발견하고 제보했지만 이젠 그 사건은 검찰원에서 법원에 기소할 절차를 밟고 있소. ”     “그럼 잘 됐소. 어데다 내는지 알려주오.”     최혜영 국장은 어덴가 전화를 치는 것이었다.     한 여검사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여검사는 종호를 안내해 갔다.     종호는 일을 마치자 최혜영 국장과 악수하고 갈라졌다.     “나영의 사건을 아마 최국장이 책임진 것 같은데 법률상 공평하게 처리하리라 믿고 가겠소.”     최혜영 국장은 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법률 앞에선 사람마다 공평한 법이오.”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사무실에서 나와 성큼성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떠났다.     최혜영 국장은 복도에서 멀어져가는 종호의 뒤모습을 바라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기 안해 류려평의 안부는 한마디도 묻지 않고 왕청 같은 동네집 모자간을 구하려고 집까지 팔아 들이대며 왼심을 쓰는 종호가 바보처럼 보이었다.     그녀는 진짜 등곱쟁이 카시모도가 련상돼 콧마루가 시큼할 정도로 저으기 가긍했다.
524    대하소설 황혼 제4권(67) 아가씨의 넉두리 김장혁 댓글:  조회:107  추천:1  2024-10-30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7. 아가씨 넉두리       영화는 소장의 말을 딱 곧이듣고 시내 한 마사지방에 가서 일했다.     마사지방 대청에서 연지꼰지 바르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들이 백화점 천매대에 촘촘히 꽂혀 있는 비단필처럼 줄느런히 늘어앉아 있었다.     이쁜 영화가 대청에 나와 앉자 아가씨들은 자기 손님을 빼앗길가 봐 질투의 눈길을 보냈다.     영화는 따끔해지는 눈길을 피해 한쪽 구석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러나 해가 뜨자 달이 지듯이 너무 환한 영화가 마사지방에 들어온 뒤 다른 아가씨들은 빛을 일었다. 영화는 항상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손님들은 용하게도 뒷구석에 앉아 있는 이쁜 영화를 찾아내 데리고 마사지방에 들어갔다.     그럴 때면 영화 등뒤에서는 아가씨들의 비쭉거리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렸다.     며칠 후 직업소개소 소장은 영화를 데리고 옷시장에 갔다.     “오늘 입고 싶은 옷 다 사 줄게.”     “어마나! 이러면 어쩌죠? 전 줄 것도 없는데 너무 황송해요.”     “사양말고 사기 싶은 치마랑 사 입소. 돈은 내가 내재리.”     영화는 사양하다 못해 눈을 질끈 감고 연분홍색 치마를 입어보고 샀다.     철석 소장은 핸드폰을 내밀어 척척 결산해주었다. 그날 영화는 잎고 싶은 치마랑 샤쯔랑 멋진 신발이랑 수두룩이 사 가졌다.     철석은 새로 산 연분홍치마를 곱게 입은 영화 허리를 껴안으면서 지껄여댔다.     “봐라, 이포단장이라고 고운 치마를 척 입으니 영화 얼마나 이쁘오? 완전 선녀 같단 말이오. ㅎㅎㅎ.”     그날 영화는 돈 일전한푼 팔지도 않고 철석의 덕분에 숱한 여름 옷을 사가지고 한끼 잘 대접받았다.     영화는 그때부터 그 소장을 점차 오빠처럼 믿게 됐다.     마사지방에서 어떤 손님들은 자꾸 음충한 눈길로 그의 가슴과 허벅다리를 노려보면서 음탕한 말을 하는가 하면, 어떤 손님들은 짧은  치마를 쳐들고 그녀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만지었다. 심지어 어떤 손님들은 그녀한테 빨깍빨깍 하는 돈을 쥐어주면서 마지막요구를 들이댔다.     영화는 돈을 밀어버리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제 무슨 숫처녀요? 돈을 싫다는 아가씨 처음 본다. 다른 아가씨를 불러.”     그녀는 손님 마사지방에서 쫓겨나오고는 심리모순에 빠질 때도 있었다.     (진짜 내 무슨 숫처녀인가? 정조를 잃은바 하고는 돈이라도 많이 버는게 옳찮은가?)     그런데 어느 하루 들어온 손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쌍까풀눈이 화등잔이 돼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멍청히 서 있었다.     그 손님은 오빠처럼 믿던 그 소장이 아니겠는가.     종호는 영화의 말을 중조무이하면서 한마디 물었다.     "그 소장이란 사람은 누구요?"     "나를 재수 없이  경찰한테 붙잡히게 한 직업소개소 박철석 소장입니다."      "오, 그렇구만. 경과사를 계속 말하오."     영화는 말하기 시작하니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자랑삼아 매음경과사를 줄줄 내리말했다.     그녀는 마사지방에서 철석을 보자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물었다.     “오빠도 이런데 다니는가요?”     “나두 남잔데 어째 향수하러 다니지 못하겠소? 이쁜 아가씨를 향수하는 거야 모든 남자들의 최저욕망이 아니겠소?”     영화는 마사지방에서 나가려고 하며 물었다.     “오빠, 다른 아가씨 부를까요?”     철석은 외까풀눈이 가슴츠레해 물었다.     “왜? 오빠 싫어? 돈벌 기회도 버리겠소.”    “아니, 그런 거 아니고. 손님들을 보니 대부분 여기 와서 뭔가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거 같던데요. 다른 아가씨를 부르면 오빠한테 만족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난 네가 젤 좋아. 오빠를 좀 잘 주물러주면 안돼?”     영화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며 종알거렸다.     “오빠 만족할 거 같잖아 그래요.”     그 철석은 마사지복을 갈아입고 침대에 힌들 들어누웠다.     “내 시키는대로 하면 되오.”     “네, 오빠, 잘해 드릴게요.”    영화는 머리부터 마사지해드렸다.     “영화, 거기 말고 허벅다리를 좀 주멀러 주오.”     “네, 오빠, 퍽 곤한 모양인데요?”     “그래, 그렇게 꾹꾹 주무르오. 오, 씨원하다.”     불시에 철석은 영화의 손을 쥐어 팬티 안에 쑥 걷어넣었다.     “여기도 좀 주물러 주오.”     “어마나!”     영화는 감전이라도 한듯이 덴겁해 손을 홱 뺐다.     “오빠, 여동생이라면서 왜 이래요? 그만 할까요?”     “왜? 안 되오? 오빤데. 좀 잘 해주면 어떠오? 여자는 돈 벌자면 좀 흐트러져야 해. 내내 정색해서야 언제 돈 벌겠소?”     영화는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철석을 외면하더니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그래도 그렇지. 깨끗한 돈을 벌어야지. 오빠 거길 어떻게…”     연분홍불빛 아래 걀죽한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잔잔히 흔들리며 은밀한 련정시를 쓴다.  도리머리질 하는 그 이쁜 아가씨의 황홀한 모습이  사내 애간장을 다 녹여버리는 순간이다.     철석은 슬그머니 일어나 앉더니 팔을 쥐어 영화의 몸을 천천히 돌려세워 놓았다.  그는 음충한 눈길로 탄력있고 풍만한 젖가슴을 뚫어지게 쏘아보면서 물었다.     “영화는 숫처녀요? 숫처녀면 더 강요하지 않겠소. 애어린 꽃을 너무 일찌기 꺾고 싶진 않소.”     영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마사지 일종이오. 그걸 해 줘야 오빠는 젤 좋아하오. 수고비는 톡톡히 줄게.”    철석은 한숨을 후- 내쉬면서 맥없이 침대에 훌러덩 드러누웠다.    영화는 자기를 그렇게 잘 해준 오빠한테 미안한 감이 좀 들었다.    “아무리 숫처녀 아니라도 어떻게 오빠하구 그러겠는가요?”    “괜찮아. 그래 남보다 오빠를 더 잘 해주면 어떠오? 오빠는 영화를 친여동생처럼 아낀단 말이오. 영화, 이 시내에서 이 오빠를 내놓고 누굴 믿고 살겠소?”     철석은 두툼한 돈을 꺼내 척 내밀었다. 피뜩 봐도 몇백원은 될 거 같았다.     “자, 받소. 영화를 공 수고 시키지 않을게. 내 말을 듣소. 오빠한테 잘 해주면 영화를 이 세상에서 젤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영화는 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 그걸 주물러주자. 잠간 사이에 몇백원 벌면 오죽 좋아?)     그녀는 돈을 받아 제꺽 가슴을 열고 브래지어 안에 걷어 넣었다.     “오빠, 잘 해드릴게요.”     “그래, 허허허. 이재야 여동생 같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라구. 네 하얀 젖가슴에 대박이 넝쿨채로 굴러떨어질 거야. 으흐흐.”     철석은 힌들 눕더니 영화의 손을 쥐어 자기 팬티 안에 훌 넣었다.     이번에는 영화도 그리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녀는 쌍까풀눈을 질끈  감고 철석이 하라는대로 그걸 주물렁주물렁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 씨원하다. 오, 그래, 좀 더 세게. 빨리. 오, 안되겠다.”    철석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영화를 와락 끌어안아 눕히고 가슴을 마구 헤쳤다.    “영화, 난 안해 한국에 나간지 오래서 여자라는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지도 오래오. 오빠 불쌍하잖소. 날 좀 살려주오. 우리 서로 도우면서 살기오.”     순간 그녀의 눈 앞에는 강냉이 밭에서 강간하던 날강도 음충한 몰골이 떠올랐다. 순간 영화는 불시에 거부감이 생겨 발버둥질쳤다.     “오빠, 이러지 마오.”     “돈 더 줄게. 날 좀 살려달라.”     철석은 영화의 팬티를 벗기고 그걸 들이댔다. 그러나 환경 때문인지 그게 말을 잘 듣지 않아 그저 어구지에서 몇번 홀락거리다가 말았다.     철석은 그래도 이쁜 아가씨 맛을 보았는지라 영화 몸 위에서 옆으로 스르르 미끌어져 내렸다. 그는 거친 한숨을 후- 몰아 내쉬더니 손바닥으로 침대바닥을 탕탕 치면서 개탄하였다.     영화는 철석이 가소로웠다.     (오빠는 남자 아니구나. 뚫어놓은 구멍도 온전히 뚫지 못하는구나. 혹시 고자 아닌가?)     그녀는 철석 오빠가 불쌍해났다.     한참 후에 철석은 영화 손에 돈을 쥐우주는 건 잊지 않았다.     영화가 돈을 부래지어 안에 쑤셔 넣고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철석은 영화 허리를 끌어안아 눕히며 애원했다.     “한번만 더…”     영화는 측은한 눈길로 소장 오빠를 돌아보더니 그 옆에 스르르 누웠다. 그녀는 눈을 찔근 감고 소장 오빠한테 모든 걸 내맡겼다. 그러나 철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몇번이고 영화 몸 위에 올라탔다. 그러나 끝내 연분홍 황홀경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감상하지 못하고 말았다.     "빨리 손으로 주물러 물을 빼달라."     영화는 하는 수 없이 손으로 그걸 주물러 물을 쭉 빼주었다.     철석은 밑지는 것 같아 영화를 놓아주지 않았다.    (숱한 돈을 주고 그저 이러고 말겠니? 본전을 찾아야지.)     그는 정상적으로  만족을 얻지 못하자 변태적으로 놀았다. 그는 영화의 몸을 가로 타고 앉아 젖가슴과 하신을 미친듯이 핥고 빨았다.     그는 정상적으로 영화의 연분홍 황홀경에 들어가 감상하지도 못하였다. 그러자 너무 애나서 누른한 그걸 쥐어 영화 풍만하고 뭉글뭉글 젖가슴에 대고 마구 비벼댔다.      영화는 밑에서 의아한 눈길로 해바잔 철석의 낯을 쳐다보았다.       철석은 누른한 그걸 영화 입에 훌 밀어넣었다. 비록 연분홍 황홀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각만은 비슷해 좋았다.       "빨리 빨아라. 오, 그래. 시원하구나. 더 꽉 깨물어서 빨아라. 오, 그래. 시원해."      성변태는 끝내 영화 입에 쭉 싸넣었다.      철석이 한창 영화와 칡덩굴처럼 뒤엉킨 채 뒹굴 때였다. 경찰들이 우르르 뛰어들어왔다. 여경이 영화의 부래지어 끈을 활 쥐어당겨  풀었다. 부래지어에서 더러운 지전이 땅바닥에 후르르 떨어졌다...      영화는 종호를 쳐다보며 지난 일을 쭉 이야기하고 나서 하소연했다.     “난 억울해요. 나는 근본 철석 오빠와 매음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특수마사지를 했을뿐입니다. ”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무슨 리유로 매음하지 않았단 말이오?”     영화는 초면인 종호 앞에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꺼리낌없이 털어놓았다.      “철석 오빠는 고자인 거 같애요.  그게 내 몸 속에 한번도 들어오지도 못햇습니다. 그래서 난 손으로 그걸 쥐어 수음해 물을 빼줬을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매음했다고 할 수 있는가요? 또 내 몸에 붙은 거 팔았는데 무슨 공안국에서 어째 내 몸의 자유마저 관리한답니까? 싱겁지 않습니까? ”     종호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싸가지 없는 간나새끼구나. 누구 앞이라고 아무 개 소리나 횡설수설해?)     종호는 한마디 날카롭게 툭 쏴주었다.     “남녀 단둘이 붙어 있는 걸 당장에서 경찰이 붙잡았는데 매음죄를 승인하지 않겠소? 철석이 표창죄를 다 승인했소.”     "입에 한게 표창이나 매음인가요?"     "수음이나 구강섹스 행위도 역시 류사표창과 류사매음과 동일하게 음란한 행위에 속해 처발받게 되오. 경우를 봐서 좀 경하게 처벌할 수도 있소."       영화는 계속 꺼리낌없이 실토정했다.      “철석 오빠는 근본 내 몸 속에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매음죄를 들씌우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 철석 오빠는 근본 남자 아닙니다. 고자입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의사를 데려다가 검사해 보세요. 그 집 아주머닌 그런 나그네와 애나서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제야 종호는 지영이 하던 말을 곧이듣게 됐다.      (저런 나그네 애나서 나영이 군스나를 해 한국에까지 도망쳤겠구나.)      종호는 영화를 바라보며 정색해 말했다.     “새파란 나이에 그게 뭐요? 어디 가서 돈을 벌지 못한다고 그런 짓을 다 하오? 이젠 그만두고 옳바른 길에 들어서길 바라오.”     영화의 넉두리는 끝이 없었다.     “나는 철석 오빠하구 그때 딱 한번 밖에 그러지 않았는데요. 그것두 그저 어구지에서 입내나 냈는데 어떻게 매음했다고 그럽니까? 법도 공평해야지. 새파란 새애기 한뉘 매음녀라는 딱지 딱 붙어다녀 어떻게 머리 들고 살겠습니까? 매음녀 범죄경력이 따라다녀서 한국에도 못 나가면 이담 뭘 벌어 먹고 삽겠습니까? 내 전도를 다 망쳐먹었습니다.”      종호는 영화의 말에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딱 한번 밖에 매음하지 않았는데 경찰들이 단속해 로동개조를 시켰단 말인가? 절대 그런 일 있을 수 없소."     “네. 재수없어 그렇지요. 딱 한번 그랬다가 경찰한테 딱 걸렸지요. 다른 아가씨들은 수백번 해도 붙잡히지 않았는데. 난 재수없이, 참.”     “다 제 절로 돌을 들어 발등을 깐게오. 누구를 탓할게 없소. 이제라도 옳바른 길에 들어서길 바라오.”     영화는 게두덜거렸다.     “오빠라는게 하필 마사지방에 와서 그럴게 뭔가요? 사람이 눈치 무드러도 도끼 등이라니깐요. 돈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그 놈의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큰 코 다쳤습니다.”     영화 주책 없는 말을 듣고 종호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 여자 생기긴 잘 생겼는데 좀 부실하잖은가? 싸가지 없기로서니, 참, 내 누구라고 이런 지지한 말까지 다 하는가?)     그는 영화가 강도한테 강간당한 건 동정이 갔다. 그러나 법맹인 그녀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가소러웠다.     (법맹이라도 한창 지나간 법맹이구나.)     영화는 종호를 쳐다보면서 비아냥에 섞인 어조로 비난사정했다.     “김대대장이 직접 나온 걸 보니 지체 높은 기자 같은데요. 별 거 다 취재하는군요. 원고료를 벌자고 이렇게 더러운 매음녀를 다 취재합니까? 내 매음하는 거 어디다 내자고 그럽니까? 창피하게. 내 이름 밝히지 마십시오.”     종호는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영희라는 가명으로 낼테니 근심하지 마오.”     영화는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화등잔이 됐다.     “영희와 영화 얼마나 비슷합니까? 괜히 날 절망에 빠뜨려 자살하게 만들지나 마십시오.”     “근심하지 마오. 어떻게 잘 개조해 나갈 생각이나 하오.”     종호의 말에 영화는 배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에 쓰라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나직이 애원했다.     “김대대장과 좀 잘 말해서 날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내 나가면 은혜를 잊지 않을게요. 네? 꼭 오빠처럼 잘 모셔드릴게요.”     영화는 종호의 눈치를 핼끔 쳐다보면서 기대에 찬 맑은 추파까지 보냈다.     종호는 우쭐 일어나더니 정색했다.     “모든 건 영화 개조태도에 달렸소. 자기 잘못을 철저히 교대하고 잘 개조해 하루빨리 나오길 바라오.”     말을 마치자 그는 경찰을 불러 영화를 맡기고 소회의실에서 나와 버렸다.     등뒤에서는 영화가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선생님, 저를 구해주세요. 네? 재삼 부탁드립니다.”    종호는 한숨을 땅이 꺼지제 내쉬었다.    “어쩜 법맹 여자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을까?”     종호는 특수취재를 마치고 구류소 사무청사를 나왔다.    철조망을 두른 높은 토성 안 구류소 마당에서는 녀자감옥에 갇혔던  수십명 매음녀들이 여경들의 감시하에 해볕을 쪼이면서 중간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늘진 그녀들의 얼굴에는 삼복염천에도 해볕을 쪼이는 기쁨이 서리서리 비껴 있었다.     한국 문이 열리면서 조선족매음녀들은 훨씬 줄어들었다. 여기서 불명예스럽게 매음하기보다 한국에 나가 고달프게 일해도 수입이 더 톡톡했으니까. 매음할 필요없으니까 말이다.     종호는 김대대장한테 페를 끼칠가 봐 점심도 안 먹고 구류소 대문을 나섰다.     그는 소나무 숲이 뒤덮인 망아산 기슭 조용한 산길을 걸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김대대장이오? 금방 영화는 직업소개소 소장질을 하는 철석과 딱 한번 밖에 매음하지 않았다면서 억울하다고 합데. 근본 성교를 하지 않고 손으로 수음을 해줬다고 하던데. 철석과 영화는 좀 감형받을 수 없소? 영화는 날강도한테 강간당해 기로에 들어선 거 같은데... ”     김대대장의 강경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 넉두리는 다 거짓말입니다. 영화는 마사지방에 일하는 5년 남짓한 기간에 얼마나 매음했는지 모릅니다. 영화의 미모에 유혹돼 표창한 숱한 건달들이 지금 우리 구류소에 갇혀 있습니다. 영화는 상습매음녀입니다. 우리 구류소에도 몇번 들어왔는지 모릅니다. 반년 로동개조도 형기 짧은줄 아십시오.  전탕 거짓말을 합니다. 개조표현이 나쁘면 이젠 형사죄를 추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조표현이 좋으면 형기는 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작이 바쁠텐데 오늘 취재협조해 줘 수고했소.”    "선생님도 시간 나지면 영화처럼 기로에 들어선 매음녀들을 더 취재해 신문에나 잡지에 내주십시오. 기로에 들어서려는 녀성들한테 피의 교훈을 안겨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 알았소. 후에 다시 련락드릴게."     종호는 핸드폰을 넣으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 앞에는 금방 눈물이 글썽한 쌍까풀눈을 할기죽거리며 애원하던 영화가 삼삼히 떠올랐다.     “철석과 한번 밖에 매음하지 않았다더니, 참, 진짜 안팎이 다른 미녀 불여우구나.”     종호는 금방 영화한테 사기당할 번한 일을 생각하니 섬찍해났다. 뒤골이 다 써늘해졌다.     그의 귀전에는 아직도 불여우 아가씨의 넉두리소리 쟁쟁하게 울렸다. 그의 머리에서는 착잡한 고민이 소용돌이쳤다.      (이 세상에 믿을만한 여자 몇이나 있는가? 성림이 불쌍하다. 불쌍해, 애비 에미 다 구류소에 갇혀서 누가 성림을 구해줄까?)
523    대하소설 황혼 제4권(66) 직업소개소 소장과 아가씨 김장혁 댓글:  조회:49  추천:1  2024-10-30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6. 직업소 소장과 아가씨        종호는 성림을 두 날개 다 부러진 의지가지 없는 외로운 철새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넓은 사회관계를 리용해 성림의 엄마 나영을 구하고 싶었고 성림의 그 잘난 애비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보려고 웬간히 모지름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종호는 눈 앞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꺼야 했다. 성림의 수술비용을 한푼이라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겠는지 해 치안죄의 일종인 표창죄로 철창 속에 갇혔다는 철석의 죄상을 령탐하기로 했다.      (철석이 도대체 어떤 표창죄를 졌는지 알아봐야겠어. 그저 한번 밖에 표창하지 않은 초범이면 괜찮은데. 박동묵 국장과 성림의 딱한 처지를 말하면 철창 속에서 내갈 것 같기도 한데.)      종호는 당직실에 가서 구류소 책임자를 찾았다.      “저는 신문사 부사장 리종호입니다. 취재할 일이 있는데 책임자를 불러 주겠습니까?”      “네.”      당직경찰은 전화를 쳐보더니 “미안합니다. 기자님, 아까 만났던 책임자는 급히 어디로 나가고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럼 다른 책임자를 찾아 주십시오.”      “네. 알아보겠습니다.”      당직경찰이 또 전화를 걸었다.      “김대대장입니까? 신문사 리사장님이 취재할 일이 있어 김대대장을 만나자고 합니다. 예, 지금 당직실에 계십니다. 네, 곧 오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당직경찰은 종호한테 돌아서며 알렸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김대대장이 나오겠답니다.”     이윽고 김대대장이 당직실에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리사장님,”     김대대장은 종호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 참 반갑습니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쌍까풀눈과 칼날처럼 날이 선 코를 아무리 여겨봐도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누구던가?”     김대대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리종호 선생님 맞지 않습니까? 제가 고중을 다닐 때 선생님은 우리 학급에 실습교원으로 왔댔습니다. 저는 그때 학생 김호입니다. 리선생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종호는 김호 대대장의 손을 굳게 잡았다.     “오, 그렇구만. 이제야 좀 면목이 알리오. 그때 저는 반장이었지. 정말 반갑소.”     김호 대대장은 사람좋게 웃었다.     “네. 저를 다 기억하시눈구만요. 그때 선생님은 과외시간에 우릴 데리고 교내 운동대회 준비로 체육장에 가서 우릴 훈련시켰지요. 그때 선생님은 아주 날쌨지요. 고도도 개구리 물에 뛰어드는 동작으로 한메터 반도 넘어 훌쩍훌쩍 날아넘어갔지요. 지금도 선생님 날랜 모습 보는 것 같습니다.”     종호는 시무룩이 웃었다.     “그게 다 옛말이오. 이젠 환갑도 지났는데. 이거 보오 머리 다 허옇소.”     종호는 모자를 벗어보였다.     김호는 종호를 모시고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리선생님, 이젠 퇴직했겠는데 아직도취재하러 다닙니까? 이런 루추한 구류소에 다…”     “좀 알압볼 사람이 있어서 그러오.”     종호는 김대대장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물었다.     “박철석이라고 있잖소? 도대체 무슨 죄로 구류소에 들어왔소?”     김대대장은 손수 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종호 앞의 탁자에 가져다 드렸다.     “철석은 표창죄로 잡혀 들어왔습니다. 철석을 어떻게 압니까?”     종호는 한달 실습기간에 김대대장을 몇시간 밖에 배워 주지 않았다. 하지만 성림이한테 애비를 찾아주려고 체면을 잃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은 철석이네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아들애가 글쎄 급히 심장병에 걸리지 않았겠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데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혀 엄청난 수술비용을 누가 대겠소? 그래 너무 불쌍해 찾아왔소.”     김호 대대장은 짙은 눈섭을 치켜뜨더니 물었다.     “성림이라던가 그 애 엄마는 누굽니까?”     “박나영이오.”     “오- 그 한국에서 인터폴에 나포돼 어제 인도돼 온 그 박나영 말입니까?”     “그렇소.”     “어제 티비 뉴스에서도 보았습니다. 어쩜 전람관 관장이 그런 죄를 범했는지. 참. 박나영은 소문이 자자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기에 아마 인차 석방될 거 같잖습니다.”     “어린 성림을 구해야겠는데 에미는 희망이 있을 거 같잖소. 애비는 단 한번 표창한 초범이라던데, 어째 반년이나 로동개조를 시키오.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혀서 성림인 두 날개 다 부러진 새로 됐소. 의지가지 없는 애가 참 불쌍하오. 박철석이 도대체 초범이오? 상습범이오.”     김대대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선생님, 철석은 질이 아주 나쁜 상습범입니다. 철석은 근년에 마사지방에 가서 표창하다가 여러번 경찰에 붙잡혔댔습니다. 글쎄 한번 표창한 초범이면 반년 로동개조를 시킬 것까지야 없지만. 철석은 상습범이고 죄질이 아주 나쁩니다. 술을 마시고 쩍하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옆칸 녀성들의 하신을 찍었습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진짜 변태입니다. 반년 로동개조를 시키는 것도 경합니다. 이젠 검찰원에서 자칫 형사죄로 기소할지도 모릅니다.”     종호도 더 어쩌는 수 없었다.     (진짜 질이 나쁜 놈이구나. 저런 나그네를 다 믿고 이제까지 리혼도 하지 않고 속혀 산 나영이 불쌍해. 저런 애비를 둔 성림이 불쌍하지.)     그러나 종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철석의 죄과로 보아 로동개조형을 개변시킬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입을 뗐다.     “철석의 표현이 좋으면 로동개조 형기를 좀 줄일 순 없소? 의지가지 없는 성림을 구하는 셈치고.”     김호 대대장도 애럴 키우는 부모인지라, 또 선생님의 체면을 너무 봐주지 않아서도 딱한 처지였다.     “선생님, 철석의 개조표현에 따라 로동개조형기는 얼마간 조절할 순 있습니다. 모든 건 철석의 개조태도에 달렸습니다.”     종호는 자기 말이 좀 먹히자 한술 더 떴다.     “범죄기록이 있으면 한국에 못나간다고 들었소. 어떻게 박철석의 범죄기록을 지울 순 없소? 애비라도 한국에 나가야 성림을 돌보겠는데 말이오. 철석이 한국에 나가지 못하면 치료비용이랑 어떻게 대오?”     김호 대대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어린애 딱한 사정은 알겠습니다. 허나 철석의 범죄기록은 일단 컴퓨터에 딱 들어가면 누구도 고치지 못합니다. ”     종호는 더는 김대대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해당 법과 원칙, 정책을 지키는게 옳다고 생각하오. 난처하게 굴어 미안하오.”     김대대장은 자못 송구해하는 눈치였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될만한 일이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진짜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소. 한가지 알아볼게 있어 그러오. 지금 매음과 표창하는 바람이 불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데 철석과 매음한 아가씨를 취재할 수 없겠소?”     김대대장은 선선히 대답했다.     “그 직업소개 소장과 아가씨를 그럽니까? 됩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그러루한 비극과 교휸을 널리 홍보해야죠. 그러나 이름은 밝히지 말아 주십시오.”     “가명을 쓰면 되오.”     김대대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 영화를 2층 소회의실에 데려오오. 로기자 한분이 취재하겠다오.”     김대대장은 전화를 놓고 종호를 돌아보았다.     “선생님, 소회의실에 갑시다.”     그는 종호를 소회의실에까지 모셔다주었다.     “김대대장, 철석과 나영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기별해주오.”     “네.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쪽 복도에서 한 경찰이 훤칠한 한 녀성을 데리고 오고 있었다. 피뜩 보아도 환하게 생긴 처녀애였다.     김호 대대장은 영화가 다가오자 훈계했다.     “기자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오. 자기 죄행을 낱낱이 교대하고 잘 못을 뉘우치라고. 알았는가?”     영화는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간신히 대답하고 나서 종호를 핼끔 쳐다보았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와 악수하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영화라는 아가씨는 경찰의 압송하에 머리를 폭 숙이고 소회의실에 들어섰다.     영화라는 아가씨는 피뜩 봐도 꽤나 인물값을 할 20대 말 처녀애였다.     물찬 제비 같은 체격에 백설같이 하얀 살결, 걀죽한 얼굴에 짙은 눈섭, 물기를 머금은 어글어글한 쌍겹눈, 가슴에 흘러내린 함치르르한 머리카락, 탄력 있고 풍만한 가슴, 아무데를 보아도 성감적이어서 이전에 뭇사내들의 혼을 빼먹을만한 섹시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종호는 문뜩 이렇게 이쁜 처녀애가 왜 하필 매음을 했는가는 커다란 의문이 생겼다.     그는 경찰이 복도에 나가자마자 “취재”에 달라붙어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떻게 돼 더러운 매음을 하게 됐소?”     영화는 백지장 같은 우유빛얼굴에 쓰라린 눈물을 줄이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리며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나는 억울합니다. 저는 날강도한테 강간당해 몸을 더럽힌 후 매음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자기 억울함을 개탄했다. 입이 터지자 과거사를 옛말 하듯이 줄줄 늘여놓았다.       어느 일요일 해질 무렵, 그녀가 시내 옷매장에서 일하다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갑자기 강냉이밭 옆길에서 억대우 같은 날강도가 덮쳐들었다. 영화가 강도한테 깔리운 채 아무리 두 손으로 떠밀고 허비고 발버둥질 치면서 단말마적으로 반항해도 짐승처럼 야성이 발작한 그 놈을 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강단당한 장면을 본 한 마을 녀성이 온 동네방네에 소문을 파다히 펴 놓았다.      강간범은 나포돼 엄벌당했지만 영화는 동네에서 머리를 들고 살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시내 옷매장 주인은 강간당한 그녀를 수를 날린다고 잘라버렸다.      옷매장에서 쫓기워 나온 영화는 시내에서 외롭게 헤맸다.     그녀는 세집이라도 잡고 살려고 무슨 일이라도 찾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 한 직업소개소 간판이 들어왔다.     영화는 고려없이 그 직업소개소로 들어갔다.     직업소개소 소장은 영화 아래위를 힐끔거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을 하겠소? 음식점 복무원? 노래방 아가씨? 마사지 아가씨?”     “음식점에 가 일하겠습니다.”     중년소장은 영화의 이쁜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음식점에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아까워.”     서른살 푼해 보이는 소장은 영화의 손을 매만지면서 아쉬워했다.     “돈도 많이 버는 노래방이나 마사지방에 가면 어떻소?”     영화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굶어 죽어도 그런덴 가지 않겠습니다.”     소장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어째?”     “그런덴 남자들의 노리개 되는 곳이 아닙니까? 몸을 파는데 아닙니까?”     소장은 음충한 눈길로 영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게침을 줄줄 흘렸다.     “에이, 다 그런게 아니오. 제게 달렸소. 제 치마를 들고 들이대지 않으면야 어떻게 강박적으로 강간하겠소? ㅋㅋㅋ.”     영화는 그 말에도 도리 있다고 생각했다.     “내 직업소개비도 받지 앓을게. 마사지방에 가서 일하오. 마사지해서 벌고 손님들한테서 팁도 받아 챙기는 재미도 쏠쏠하오. 이렇게 하기오. 뭉치돈을 벌면 맥주나 한잔 마시기오.”     마음씨 좋은 소장은 그녀를 데리고 시장골목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몇가지 요리에 맥주를 접대하고 소고기국밥까지 청해 실컷 대접했다.     소장은 영화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영화, 농촌에서 시내에 들어와 고생하는게 불쌍하오. 시내에서 홀로 일하면서 살자면 믿을 사람이 있어야지? 나 같은 오빠 있으면 얼마나 좋소?”     “믿을 분 있으면야 참 좋지요.”     “그럼 날 오빠처럼 믿으라고.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를 찾소. 내 있는 힘껏 도와줄게.”     “네. 그래요. 오빠.”     그 소장은 생김새가 녀자 같았지만 아주 통이 크게 직업소개비도 내지 않고 오히려 한때 잘 대접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영화는이런 인심이 각박한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마음이 후더운 사람도 다 있는가 생각하면서 마음 속으로 마음씨 착한 소장한테 믿음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종호는 영화의 끝없이 쏟아지는 과거사 얘기를 중도무이하고 물었다.      "그 소장의 이름이 뭐요?"     영화는 쌍까푼눈을 치켜떴다.      "기자 선생님, 소장의 이름까지 공개할 필요 있습니까? 제 이름이랑 절대 공개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합시다. 더러운 매음녀라는 딱지 딱  붙어 다니면 어떻게 머리를 들고 살겠습니까?"     그녀는 해쭉거리면서 지껄여댔다.     "난 아직도 새파란 청춘인데요. 장차 약혼하고 시집가고 애도 낳아야겠는데요. 부탁드려요."      "가명으로 내기로 했소. 근심말고 말하오? 소장은 누구요?"     영화는 길죽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간신히 말했다.    "공개하지 않겠다니 알려드리죠. 박철석 소장인데요."    종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 소리쳤다.     "박철석이라고?!"    영화도 쌍까푼눈이 데꾼해졌다.    "네. 아는 분인가요?"    데꾼해진 쌍까풀눈과 외까풀눈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숱한 의문부호가 불찌처럼 튕겨나왔다.    "?!"
522    대하소설 황혼 제4권(65) 철창 속 애비 댓글:  조회:91  추천:0  2024-10-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5. 철창 속 애비         종호는 집판매가 한단락 진척돼나가자 나영의 부탁대로 그녀의 남편을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리혼청구서를 전하고 성림의 수술비용을 좀 대달라고 말해 봐야지. 성림의 애비면 좀 대주겠지.)      종호는 구류소를 찾아가면서 피뜩 나영과 그녀의 남편 철석을 두고 지영이 하던 말이 떠올라 저도 몰래 허구픈 웃음이 나왔다.      어느날 지영과 종호는 대림시장 부근 초증학교에서 하학하는 성림을 마중해 데리고 돌아오다가 냉면집에 들렀다. 성림이 화장실로 간 틈에 지영은 나영의 부부간 일을 말하면서 철석을 한바탕 욕했다.      (녀자들이란 이상해. 아무리 친구라도 그렇지. 어쩜 돌아앉으면 친구 남편까지 허물할가?)      지영은 종호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이런 말도 불쑥 꺼냈다.      “나영이 어째 남편과 갈라져 최국장을 따라 일본과 한국으로 나왔는지 아는가요?”      종호는 도리머리질 하면서 의아한 눈길로 지영을 바라보았다.      지영의 빨간 구찜을 바른 입에서는 뱀이 나오는지 구렁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나영은 항상 남편 그게 짧다고 허물했습니다. 항상 한 1분이면 끝이랍니다. 그래서 변강쇠라고 소문난 최정호 국장을 따라 일본으로 해 한국에 들어왔답니다. 호호호.”      지영은 제 딴에는 한 몽둥이에 나영과 철석을 때려 눕혔다고 여겼다.      종호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영은 종호가 도리머리질 하는 걸 보고 자기 말에 그러는지, 나영이를 두고 그러는지도 모르고 걸죽한 뒷말을 이었다.      “평소에 나영은 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습니다. 나영은 철석이 그게 너무 짧아서 항상 어구지에서 홀락거리다가 퉤 가래를 뱉아 놓곤 홀라닥 나가군 한대요. 나영은 철석이 남자구실을 못한다고 항상 나무렸지요. 그러나 최국장은 변강쇠 돼서 자기를 최대한 만족시켜준다고 자랑질을 끝없이 했댔지요. 호호호. 세상 우습죠?”     종호는 외까풀눈을 할기죽거리며 웃는 지영이  얄밉게 보이었다. 아니, 쌍스럽게까지 보였다. 물론 믿고 허물없이 한 말이겠지만.     (날 뭘로 보고 이런 추저운 말을 다 해? 한쪽으로는 내한테 나영과 재혼하라고 권고하고 한쪽으로는 나영이 허물을 해? )     종호는 지영이 그런 쌍스런 말을 해 나영의 얼굴에 먹칠하는 진짜 용의를 알 수 없었다. 어쩐지 지영이 슬그머니 얄밉게 논다고 여겼다.     그는 더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우쭐 일어났다.      그때 때마침 성림이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 바람에 지영은 어린애 앞인지라 더는 상스런 말을 더 꺼내지도 못했다.      종호는 “남자구실을 못하는 철석”이 어떤 사람인가 이번 기회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종호가 나영이 사전에 알려준 전람관 아파트로 찾아가 엘레베이트를 타고 6층에 갔다.      똑똑똑.      아무리 노크해도 집 안에서 아무런 동정도 없지 않겠는가.      자꾸 노크하자 옆집 중년 아낙네가 문을 열고 머리를 쏙 내밀고 시끄럽다는 눈길로 그를 보고 물었다.     “누굴 찾습니까?”     “이 집 나그네 철석을 찾습니다.”     그 아낙네는 아니꼬운 눈길로 종호 아래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 사람과 어떻게 되는 사람입니까?”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한국에 나간 이 집 아주머니 심부름을 시켜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그 아낙네는 문 밖으로 나와 말했다.     “나영이 심부름시켜 왔다구요? 그럼 나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구만요.”     종호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아낙네는 종호를 유심히 마주보며 말했다.     “나영이 나그넨 공안국 구류소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네?”    종호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로 구류소에 갔는지? 이걸 어쩐다?”    아낙네는 말하기 종호 눈치를 보면서 입을 무겁게 뗐다.    “저는 나영과 한 단위 친구인데요. 이런 말 하기 좀 불편한데요. 이 아파트는 문화국과 전람관 단위 아파튼데요. 수말이 새끼를 낳는  곳입니다. 한마디만 얼쩍 했다간 큰 일 납니다. 좋긴 구류소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종호는 한발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    “난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리종호라고 부릅니다. 천석이 도대체 무슨 일로 구류소에 들어갔습니까?”    아낙네는 복도와 층계를 두루 돌아보더니 나직이 귓속말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영이 나그네 마사지방에 가서 아가씨와 놀다가 경찰들한테 붙잡혔습니다. 아마 반년 로동개조를 해야 된다고 합디다.”    “네?!”    종호는 나영이 나그네를 보고 한국에 나와 성림을 봐달라고 전해달라던 말이 피뜩 떠올랐다.    (끝장났구나. 구류소에 갇혔으면 범죄경력 딱지 딱 붙어 이젠 한국에도 다 나갔구나. 성림은 어쩌니? 애비 에미 다 보지 못하는데.    철석한테선 성림의 수술비용은 지원받기 힘들겠구나. 이걸 어쩌는가? …)    종호는 성림의 앞날이 막막해 눈앞이 캄캄해났다.    종호가 돌아서 엘레베이트 단추를 누르려는데 아낙네가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    “나영인 지금 잘 보내고 있습니까?”    종호는진정이 담긴 아낙네 표정을 보고 알려주었다.    “나영인 한국에서 중국에 인도돼 귀국했습니다.”    “네- 그랬군요.”    아낙네는 머리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도깨비지. 어쩜 단위 돈 5만원이나 탐오합니까? 참, 새파란 나이에 전도를 망쳤지. ㅉㅉ.”    종호는 나영을 위해 한마디 해야 했다.    “나영인 탐오한 그 돈 5만원을 남편 보고 심계국에 바치라고 했다던데. 그럼 감형될 겁니다.”    아낙네는 입을 삐쭉하더니 비양거렸다.    “쳇, 듣기 좋은 소리죠. 일전한푼 바치지 않았습니다. 나영이 나그네 혼자 있으면서 전탕 술만 곤드레만드레 마시고 아가씨놀음에나 빠진게 언제 그 돈을 가져갈 새 있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영인 자기 저금통장의 돈을 가져가라고 했다던데…”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요. 단위 사람들이 모두 나영을 잡아치우자고 이를 쁘득쁘득 갈고 있습니다. 나영이 그 돈 5만원 내놓고도 다른 문제도 많은 것 같습디다. 이제 야단 날 겁니다. 이 아파트도 좀 의심되는 모양입데다.”    아낙네는 웃층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자 종호한테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갈수록 심산이었다.    종호는 성림과 나영의 전도가 근심돼칼로 에이는듯이 마음이 아파났다.    (세자리수 20여개도 암산으로 척척 계산하던 성림이, 성림인 얼마나 귀여운 앤가. 성림을 생사선에 놔둘 수 없어. 절대 그런 일은 없어.)    순간 청포도눈이 초롱초롱해 자기를 기다릴 성림이, 수술비용을 기다리며 경각을 다투는 나어린 성림이, 나어린 성림의 생명위기를 생각하자 종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성림인 아빠 복이 없구나. 어쩜 저런 아빠를 만났어? 성림이 불쌍해)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추 공안국 구류소로 달려갔다.     구류소는 시가지를 벗어나 망아산 기슭 소나무 숲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철조망을 촘촘히 두른 토성을 바라보다가 구규소 대문으로 들어가 당직실에 가서 당직경찰한테 미리 준비해온 기자증을 내밀었다.     “저는 신문사 기자 리종호입니다. 여기 구속된 박철석을 취재하려고 왔습니다.”    그는 아무 관계없는 철석을 면회하려고 왔다면 철석이 거부할 거 같아 취재하러 왔다고 둘러댔다.    이윽고 구류소 책임자는 공안국 박동묵 국장한테 전화해 기자가 철석을 취재해도 되겠는가고 청시했다.    “철석을 취재해 뭐 한다오? 취재기자는 누구라오?”     “로기자 같은데 리종호라고 합디다.”    “아, 신문사 리사장이구만. 취재하라고 하오.”     종호는 재직기간에 박동묵 국장한테 자주 찾아 가서 숱한 중대형사사건 해명기를 취재해 써서 문에 내주었다. 하여 박동묵 국장의 치적과 승진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이다.     박동묵 국장의 비준을 받고 종호는 무난히 구류소 소회의실에서 성림의 아빠라는 박철석을 만날 수 있었다.     박철석은 쇠고랑이를 찬 채 경찰한테 압송돼 머리를 푹 숙이고 소회의실에 들어섰다.    왜소하게 생긴 박철석은 머리가 작고 낯색마저 해바잔게 진짜 남자 같지 않았다.      철석의 작은 납짝코를 보는 순간 종호는 피뜩 우스운 생각마저 떠올랐다.     ( 코 작으면 남자 그것도 작다고 하지 않는가. 납짝코를 봐라. 쓸데 없는 말도 많이 듣겠구나.)    종호는 미신을 믿지 않았지만 관상에 그 사람의 절반이 보인다고 하는데야 별 수 없었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아가씨를 놀러 마사지방에 다 갔어?)     종호는 아니꼬운 눈길로 피끗 철석을 쏘아보았다.    경찰은 철석을 보고 명했다.     “기자 묻는 말에 자기 죄행을 제대로 대답해. 알았는가?”     “예, 예.”     철석은 연신 허리를 꼽싹꼽싹했다.     경찰은 종호를 돌아보고 말했다.     “기자님, 제가 복도에서 경계하겠습니다. 저자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저를 부르십시오. 혼빵 내주겠습니다.”     “네- 그럽시다.”    종호는 경찰이 나가자 철석한테 나란히 다가앉으며 나직이 물었다.    “여긴 어떻게 돼 들어오게 됐소?”    철석은 외까풀눈으로 종호를 흘겨보았다. 말하는 목소리도 여자 목소리처럼 목구멍에 기어들어갈듯이 낮은데다가 모기 우는 소리처럼 가늘게 앵앵거렸다. 확실히 지영의 말처럼 남성 표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래서 나영이 군스나를 쳐다보았을까?)    “밥 먹고 할 일도 없는 모양입꾸마. 창피하게 별 거 다 쥐재합꾸마. 흥!”    종호는 온 바하고는 철석의 더러운 바닥을 파 보고 싶었다. 아마 뭐나 꼬치꼬치 캐묻는 기자의 직업병도 좀 작용한 것 같았다.    “어째 경찰을 불러야 말하겠소?”    그제야 철석은 머리를 툭 떨어뜨리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실토정했다.    “마사지방에서 아가씨와 오입하다가 붙잡혀 왔습구마.”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나영이 보내서 왔는데. 이전에 나영이 당신 보고 심계국에 5만원 가져가라고 했다던데 가져 갔소?”    “못 가져갔습니다. 내 혼자 살면서 무슨 돈이 있어 가져가겠습니까?”    “아니, 5만원카드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던데 그 돈은 어쨌소?”    “다 비벼먹고 없습니다.”    종호는 나영이네 옆집 녀인의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철석의 범죄에 대해선 이제 구류소 해당경찰과 아가씨를 찾아 알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기고 젤 관심사부터 말했다.    “성림이 불시에 심장병에 걸려 수술비용이 엄청 많이 수요되오. 얼마간이라도 대줄 수 있겠소?”    “흥! 내 무슨 돈이 있어 치료비를 대라오? 한국에 데려다 공부시키겠다더니. 흥! 바람둥이 간나새끼 가정과 애를 다 버리고 변강쇠하 구 바람나서 달아나더니. 다 콱 썩어져라구 해라.”     “저도 애비오? 사람이 어쩜 그런 말을 하오? 제 새끼 앓는데 치료비 일전한푼도 안 대고. 그게 뭐요? 저도 사람이오?”    철석은 종호를 흘끔 쳐다보았다.    “펀펀해 뛰놀던 애 무슨 급병에 걸렸다고 심장을 다 수술한다오? 그것도 수술비 그렇게 비싼 한국에 나가 수술한다오. 약물로 치료할게지. 쩍 하면 수술한다오? 난 성림이 심장을 수술하는 걸 반대하오."     종호는 이전에 악처가 쩍하면 수술하자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종호는 철석의 수술하지 말고 약물치료를 하자는데는 얼마간 동감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수술비용이든 약값이든 치료비용은 마련해야 해야 했다.   그는 철석을 마주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게 해 주면 성림이 치료비용을 얼마간 대주겠소? ”   철석은 미덥지 않아 콧방귀를 흥 뀌었다.   “기자면 답둥? 와느르 법을 가지고 흥정합둥?  무슨 그리 대단해서 날 여기서 내간다고 그럽둥? 난 반년 로동개조로 판결받았는데.”     “글쎄. 구류소에서 나가게 되면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줄 수 있지?”    종호가 너무나도 정색하는 바람에 철석은 고개를 들어 종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외까푼눈에는 아직도 미심한 표정이 남아 스스르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내놓으면야 치료비를 얼마간 댑지. 성림은 내 새끼인데.”    철석은 종호한테 다가앉으면서 애원하면서 한술 더 떴다.     “날 한국에 보내줍소. 범죄경력이 딱 붙어 한국에 못 나가면 내 무슨 돈이 있어 성림이 수술비를 대주겠습둥?”     종호는 그때라고 물었다.     “그래, 이번에 마사지방에서 아가씨를 데리고 논 것 밖에 다른 죄는 없소?”     “없습구마.”     철석은 뒤를 달았다.     “그저 술을 마시구 시시껄렁한 주정을 한 것 밖에 없습구마.”    종호는 철석이 로동개조 반년 판결을 받은 것을 보면 그저 초범이 아닐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종호가 아무리 물어도 철석은 자기를 “류소에 내가달라”, “한국 수속을 하게 범죄경력을 지워달라.” 등등 비난사정을 할뿐 자기 죄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잡도리었다.     종호는 억지로 고름 짜듯해선 안되겠다 싶어 화제를 바꿨다.     그는 가방에서 나영이 부탁한 리혼청구서를 꺼내 철석한테 내밀었다.      “나영이 리혼하겠답데. 동의되면 이걸 읽어보고 싸인하오.”      “뭐라고? 리혼?!”     철석은 외까풀눈이 째지게 데꾼해서 리혼청구서를 들여다보았다.     “개쌍년, 화냥년이 최국장과 눈이 맞아 한국에 달아나더니. 흥, 이젠 리혼하구 최국장과 살자고 이래?”    철석은 세길네길 펄쩍 뛰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더러운 바람둥이 간나새끼, 리혼하려고? 성림이 수술비용을 구실로 날 사기치자고 그러지? 내 모를 거 같애? 안댄다. 안대. 그 돈이 있으면 내 술이나 먹겠다.”    그는 의심에 찬 눈길로 종호를 쏘아보면서 따지고 들었다.     “당신 도대체 누구요?! 나영과 무슨 관계오?! 우리 부부간에 일어 초약에 감초처럼 싱겁게 삐치긴?"    "미안하오. 난 나영이 심부름을 할뿐이오." "씨, 어째 나영이 직접 와서 리혼하지 않는가?”    종호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좋소. 나영이 지금 이 구류소에 있소. 저네끼리 해결하오. 이젠 삐치지 않겠소.”     “뭐? 나영이 여기 있다고?”     “그렇소. 리혼청구서는 두고 가겠소. 리혼문제는 당사자끼리 해결하오.”     종호는 자리를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성림의 수술비용은 얼마간 댈 수 있지?”     “여기서 날 꺼내 한국에 보내주면 벌어서 얼마든지 대겠습니다. 지제 높은 분 같은데 부탁드립시다. 날 꺼내줍소. 그럼 친아버지처럼 모시겠습구마.”     철석은 갈라지면서도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종호 손을 꽉 붙잡고 비난사정했다.     종호는 당직실로 나가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저런 것두 애비라고? 성림이 불쌍하구나.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혔으니 나어린 성림은 어쩌는가? 철창 속의 저런 애비 에미를 믿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성림의 치료비는 희망이 없구나.)     종호는 나어린 성림의 앞날을 생각할수록 막막해저도 몰래 눈 앞이 캄캄해났다. 속이 탄 한숨은 삼복지간에도 서립발치며 뿜겨져 나갔다. 
521    대하소설 황혼 제4권(64) 괴상한 집들이 김장혁 댓글:  조회:63  추천:0  2024-10-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4. 괴상한 집들이     종호는 세입녀를 찾아가 마지막 아파트를 19만원에 팔기로 집판매계약을 맺고 예약금 5만원까지 받아넣고 민박을 찾아가면서 그 마지막집을 두고 깊은 추억에 잠겼다.     새도 둥지 있건만 종호는 결혼한지 석3년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여놓을만한 집도 없어 피눈물나는 셋집살이를 했다. 그 셋집이라는 것도 주인 집 석탄창고에 대충 구들을 놓은 콧구멍만한  셋집이었다. 중천장도 누르지 않아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 쌀을 씻으려고 물독을 열어보면 물이 떵떵 얼군 했다. 하여 바가지로 살얼음을 깨고 물을 퍼 써야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려향을 중간에 눕히고 세 식구가 총총 드러누우면 돌아눕기도 어려워 숨이 막혀 질색해 죽을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는 셋집 천정에서 비물이 새 말이 아니었다. 하여 여기저기에 대야랑 바가지랑 사  발이랑 널어놓고 뚝뚝 떨어지는 비물을 받아내야만 했다.     류려평은 주인집에 가서 물초롱으로 물을 길어 들고 와서 물독에 부으면서 두덜거렸다.     “이런 집도 집이라고 살아? 본가집에 들어가 살기오.”    그러나 종호는 가시집에 얹혀 살기 싫어 완곡하게 거절했다.     “좀 참고 견디오. 이제 신문사 옆에 집을 지으면 한채 달라고 할 판이오.”      류려평은 코웃음치면서 종호 말을 곧이듣지도 않고 세집살이 고달프다고 두덜거렸다.      그때마다 종호는 둥지 없는 새 신세를 한탄하면서 국장 집 귀공주를 데려다 피눈물 나는 셋집살이를 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그지 없었다.      (엉덩이를 들여놓을 제 둥지도 없어가지고 장가를 들어 뭘 해? 괜히 남의 귀공주를 데려다 고생시키면서?)      그의 귀전에서는 류려평이 두덜거리던 소리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제 노릇도 못하는 나그네 그거 개를 떼서 줘라.”     종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자기 집을 마련할 기회만 기다렸다.     몇달이 지나지 않아 신문사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단위 기자들의 아파트를 지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종호는 수박 하나 달랑 사 들고 윤광수 사장을 찾아갔다.      때마침 윤사장 부부가 집에서 텔레비를 보고 있었다.      종호가 윤사장네 층집에 처음 들어가보니 비록 부사급 신문사 사장인데도 윤사장네는 한 40평방미터도 되나마나한 자그마한 낡은 층집에서 살고 있었다.     속으로 종호는 윤사장은 경제시대 지도자와는 달리 청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종호는 윤사장을 보고 단도직입으로 아파트 한채를 달라고 비난사정했다.     “지금 제가 사는 셋집은 교외에 자리잡고 있어 눈이 오는 날이면 제때에 출근하기도 어렵습니다. 교외는 눈을 제때에 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때에 취재하러 가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 사는 세집은 겨울에는 추워 물독이 떵떵 얼고 여름에는 비 새서 살기도 힘듭니다.”      윤사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런데 윤사장의 안해는 종호가 가져간 수박을 칼로 쪼개서 차탁에 올려놓으며 앞쇄기질했다.      “그럼 시내에 셋집을 잡아야겠구만.”     종호는 억이 막혀 입을 함박만큼 벌렸다. 이윽고 그는 간신히 무거운 입을 뗐다.     “시내에 어디 셋집을 얻기도 쉽습니까? 단위에서 지은 아파트 한채를 주십시오. 그럼 제가 제때에 취재하겠는데 말입니다. 저는 제 집이 있으면 윤사장님을 모시고 기자사업을 잘해 보고 싶습니다.”     윤사장은 한참 궁리하다가 한마디 물었다.     “종호 우리 신문사에 들어온지 몇해던가?”     “올해까지 3년 됩니다.”     윤광수 사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종호는 참 전도 있는 기자라고 생각하오. 보도기사도 참 사회문제성기사를 많이 쓰더구만.  단위에서 공령, 사령(社龄), 사업성과로 점수제를 해서 아파트를 분배할 예산이오. 이제 단위 지도부에서 토론할 때 종호문제를 잘 토론해보지. 내 생각에 종호는 사회부 주임하기에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하오. 좋은 소식을 기다리오.”    종호는 그 말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허리 굽혔다.     “아파트를 주면 저는 윤사장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사업을 더욱 잘해 보답하겠습니다.”    윤광수 사장의 안해가 또 코웃음쳤다.    “쳇, 우린 사장인데도 요만한 집에서 사는데. 이제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일반기자가 어떻게 46평방짜리 아파트를 타겠소? 어디 그리 쉬울 거 같소?”    (무슨 뜻일까?)    수박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아파트를 타겠다고 그러는가는 말 같게도 들렸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종호는 숱한 중대한 뉴스, 문제보도기사를 써서 숱한 전국, 지역급 뉴스상을 탄데다가 항일투쟁사 책까지 냈다. 게다가 윤광수 사장과 김사장이 극구 주장해 종호를 신문사 사회부 주임으로 긴급임명했다. 아마 종호의 사업실적도 있었지만  기어이 종호한테 집을 주려고 주임 점수도 올려주려는 지도부의 의도도 있은 것 같았다.      좌우간 윤광수 사장과 김부사장의 덕을 입어 종호는 뛰어난 사업성과 점수에 주임 점수까지 추가하여 종합점수가 누구보다 높았다. 그런 연고로 종호는 자기보다 공령과 사령(社龄)이 훨씬 긴 기자들을 제치고 46평짜리 아파트를 반값에 타게 됐다.     그때 청렴한 윤광수 사장도 40평방메터가 되나마나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종호는 윤광수 사장의 관심에 마음 속으로부터 고마웠다.     그 아파트는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니고 반값은 단위에서 대고 반값은 기자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갓 주임으로 임명된 종호가 새 아파트를 탄 일은 특급뉴스로 돼 물의를 일으켰다.     일부 공령이 긴 기자들은 신문사에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종호를 주임으로 임명한데다가 새 아파트까지 줬다고 사장실에 가서 떠들어댔다.     어떤 기자들은 뒤에서 종호는 국장 가시아버지 사장들과 뒤문거래한 덕분에 입사한지 3년 밖에 안돼 헬기를 타고 주임으로 제발됐다,  총편급이 탈 새 아파트를 가졌다고 떠들어댔다.      그때 윤광수 사장은 묵은 그루터기에 이밥을 먹으려는 그런 기자들을 손가락질하면서 명확히 말했다.     “종호는 저네와는 달리 뛰어난 사업성과를 따냈소. 때문에 당당하게 새 아파트를 탈 자격이 있소. 동무네 종호만큼 해놓은 일이 뭐 있소? 종호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문제성 보도를 했소. 그는 기자로서 여론감독을 젤 잘한 젊은 주임기자란 말이오. 저네처럼 젤 헐한 회의보도나 슬슬 쓰면서 자리만 오래 지키면 되오? 그렇게 해선 10년 있어도 아파트를 탈 거 같소? 꿈도 꾸지 마오. 작작 떠들고 돌아가서 사업이나 잘하오.”     그제야 뒤공론은 잠잠해졌다.     종호는 그때 때마침 항일투쟁사 책을 낸 원고료 11,000원이 있어 가시집에 손을 내밀지 않고서도 시가의 절반 밖에 안되는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     종호는 그때 그 집 일만 생각하면 돌아가신 윤광수 사장님이 그리워 저도 몰래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동시에 그때 윤광수 사장네 사모님을 얻어먹자고 그러는가고 오해한 것이 못내 후회됐다.     종호는 추억의 돛배를 타고 30여넌 전에 그 집을 애나게 다 꾸려놓고 류려평을 데리고 괴상한 집들이를 하던 일도 피뜩 떠올랐다. 그때 일을 생각하며 종호는 씨무룩이 웃었다.     류려평은 종호가 새 집에 가서 집들이 의식을 하자고 하자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가구도 하나 갖추지 못하고?”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침대도 없이 불시에 어떻게 집들이한다고 그래오? 이사짐을 하나도 옮겨오지도 못하잖았소? 제 정신 있는 거 같잖다. 흥!”     “글쎄. 이제 로임을 타면 하나하나 갖춰놓고 오늘은 그저 집에 드는 의식을 하면 되오.”     “딱 오늘 해야 되오?”     “그래. 신을 셋이나 업은 신선할아버지한테 가서 오늘 날을 받았다니까.”     종호는 류려평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삶은 옥수수 여섯 이삭에 삶은 돼지고기 두근을 사가지고 새 아파트에 갔다.     종호는 집에 들어가 어정쩡해 서 있는 류려평의 손목을 잡아 끌고 들어가 집 안을 한고패 휘 돌아보았다.     뒤이어 종호는 침실에 들어가 유리창문 카텐을 쭉 쳐놓고 류려평을 와락 끌어안았다.     “싯허연 대낮에 왜 이래?”     류려평은 와뜰 놀라 두 손으로 종호 팔을 뿌리쳤다.     종호는 류려평을 더욱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두툼한 입술을 찾아 헤맸다.     “려평이, 우리 이 집에서 아들 하나 더 낳고 행복하게 살기오.”     “왜 이래? 오늘 아들애를 만들자는 건 아니겠지?”     “날을 받은 오늘 만들면야 대박이지. ㅎㅎㅎ.”     종호는 려평의 뒤로 달려들어 보라색 치마를 훌 쳐들었다. 우유빛 하얀 반달이 훌러덩 드러났다. 종호는 성난 막대기를 짚고 그 하얀 반달 속으로 급급히 마구 달려들어갔다.     류려평은 허벅다리를 배배 꼬면서 아우성쳤다.     “아이고, 이런 집들이도 다 있어? 당신 참 괴상한 이벤트를 다 해. 아이유, 흑흑, 흑흑.”     뒤이어 자그마한 새 아파트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류려평의 아우성소리,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걸걸하게 반죽돼 마구 울려퍼졌다.     한참 후 그들 둘은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하신을 씻고 나왔다.     종호는 신문종이를 주방 부엌에 펴더니 삶은 돼지고기와 강냉이를 비닐주머니에서 꺼내놓았다.     “자, 이 새 집에서 첫 때를 먹기오.”     뒤이어 그들은 돼지고기에 강냉이나 먹으면서 웃고 떠들었다…     종호는 추억에서 깨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그게 어제 일 같은데. 이젠 그 집에서 모든 게 끝났구나. 이젠 옛말도 많고 말썽도 많았던 그 놈 집을 팔아버랴야지. 헛되히 흘려버린 청춘과 정열의 흔적을 마라끔히 지워버려야지. )     하나 밖에 없는 둥지를 털어 성림을 구할 생각을 하자 종호의 마음은 더 없이 홀가분해졌다. 그의 걸음걸이도 한결 가벼워졌다.
520    대하소설 황혼 제4권(63) 마지막 둥지 김장혁 댓글:  조회:69  추천:0  2024-10-26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3. 마지막 둥지        어느 새 종호는 민박에 행장을 풀 새도 없이 삼복 무더위도 무릅쓰고 곧추 그 말썽도 많았던 46평방짜리 집으로 찾아갔다.      46평방메터 밖에 안되는 그 집은 종호가 30년 전에 항일투쟁사 책 원고료 11,000원을 주고 산 유일한 집이었다. 비록 그 집 가옥소유증에는 류려평과 공동소유로 돼 있었지만 종호가 아글타글 한푼두푼 벌어 허리띠를 동여매고 아껴쓰면서 산 아주 유서 깊은 마지막 아파트였다.     종호는  층계로 3층에 터벅터벅 올라가 문을 똑똑똑 두드렸다.     문이 열리지 않고 대신 집 안에서 웬 아낙네 목수리가 들렸다.     “누굴 찾습니까?”     “저는 이 집 주인입니다. 상의할 일이 있어 그럽니다.”     “네- 어서 들어오세요.”    절컥     자물쇠 여는 소리 들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면서 의아해하는 한 녀인의 외까풀눈이 그의 아래 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세입녀는 종호가 출국하면서 세를 준 사람이 아니고 면목도 모를 녀인이 아니겠는가.     아마 세입자가 이 녀인한테 세집을 넘겨 세를 준 것 같았다.     종호는 집 안에 들어가 선 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이 집을 팔려고 하는데요. 일주일 내로 집을 내 줄 수 있겠습니까? 될수록 협조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녀인은 기겁한 소리를 쳤다.     “아니, 너무 한데요. 일주일 새에 어디 가서 방정한 집을 찾겠습니까? 지체도 높은 신문사 사장이라던데요. 집도 없이 사는 아녀자를 불쌍히 여겨 시간을 좀 미뤄주세요. 네?”      그 녀인은 할기죽거리며 종호한테 비난사정했다.      “될수록 빨리 내주십시오. 급히 어린 애 심장수술비용을 마련해야겠는데. 난처한 사정을 좀 봐주십시오.” 녀인은 그 말에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선선히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집을 얻어보면 인차 집을 내지요.”     종호는 세입녀 련락전화번호를 목책에 적고는 되돌아섰다.     “그럼 부탁드립시다. 집을 내게 되면 인차 련락주십시오. 인차  집판매광고도 내겠습니다.”     녀인은 문께까지 바래고 돌아서면서 뭐라고 도도거렸다.     종호는 이 마지막 둥지를 팔아 성림의 수술비용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는 결코 성림을 구해내 나영의 환심을 사려는 것도 아니었다. 또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주고 그걸 디딤돌로 삼아 나영한테 구애해 재혼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종호는 다만 성림을 참된 조선족애로 키우려는 나영의 꿈이 가긍해 성림을 구하려고 나선 것이었다. 더 멀리 생각하면 종호의 그 성심에는 성림 같은 애들한테 장차 민족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아름찬 기대도 슴배여 있었던 것이다.     (조상 환상곡은 장차 바로 성림 같은 수천수만의 조선족애들에 의해 계승되고 푸르른 하늘에 높이 울리게 해야 한다.)     종호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환상곡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종호는 이제껏 한국에서 경찰에 쫓기면서 사는 나영이 불쌍해 여러모로 도와 나섰던 것이다. 같은 조선족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인간적으로 약자, 아녀자를 돕는 것은 그의 삶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그후 한국 여경한테서 나영은 공금을 탐오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란 것을 안 후에는 가차없이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그후 나영이 담가에 실려 병원에 들어가면서도 자기한테 성림을 참된 조선족 애로 키우고 싶다면서 부탁한 말을 종호는 아주 높게 샀다. 그때부터 성림의 모자를 인간적으로 보살피려고 고쳐 마음먹게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류려향이 자기 친딸이 아니라, 류덕재와 류려평의 불륜아라는 것을 안 시점에서, 이젠 민족의 조상환상곡을 려향한테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후 종호는 더욱 성림을 친아들처럼 아끼고 보살펴 참된 조선족 애로 키우려고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나중에 그는 성림과 더불어 나영도 또다시 동정하게 되였다. 알고 보니 나영은 정호한테 속히워 공금을 가져다 류려평과 류덕재한테 준 것이 아닌가.      (나영은 정호한테 리용됐어.)     종호는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간 나영이 불쌍해났다. 그는 그 애지중지하던 집을 팔아서라도 에미 없는 불쌍한 성림을 꼭 구해내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또 고향의 얼기설기 얽힌 사회관계를 리용해 감옥에 들어갈 나영을 구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종호는 그 집을 팔아도 수술비용은 판 부족이라는 걸 불 보듯 빤히 알고 있었다.     종호는 먼저 부근 자그마한 려인숙에 들어가 행장을 풀었다.     그가 너무 무더워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핸드폰이 급히 울렸다.      피뜩 보니 아까 세입녀 전화번호 아니겠는가.     “여보세요. 금방 만났던 세입녀인데요. 이 아파트 얼마에 팔 예산인가요?”     종호는 제꺽 대답했다.     “한 25만원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는 그만큼 못 받을 걸 알았지만 집 값을 좀 올려 불러야 제 값에 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고, 너무 비싸요. 지금 시가에 20만원에 팔아도 대단한줄 아세요. 지금 숱한 빈 집이 팔리잖는데 어떻게 그렇게 받습니까? 좀 받을만큼 낮춰 주세요.”     “그래, 세입자 집에서 그 아파트 사려고 그랩니까?”     “예- 그래서 알아보는 겁니다. 아무리 혼자라도 맨날 하루살이처럼 셋집에 떠돌아다니면서 산다는 것도 말이 아닌데요.”     종호는 좀 궁리하다가 결단성있게 말했다.     “그 집에서 사겠으면 집값은 좀 낮춰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한 23만원이면 어떻습니까?”    종호는 재빨리 성림의 수술비용을 장만해가지고 한국에 나가야 했다.     그러나 상대방도 집 값을 엄청 깎아내리웠다.     “신문사 사장님, 가진게 없는 아녀자를 좀 돕는 셈 치고 한 18만원에 파세요. 그럼 인차 사겠습니다.”     종호는 좀 궁리하다가 말했다.     “네, 아녀자를 돕는 건 저의 인생 좌우명입니다. 혼자 집없이 산다니깐. 무척 동정 가는데. 이렇게 합시다. 저는 좀 내리우고 그 집에선 좀 올리워 중간 값을 취합시다.”     “그럼 얼마에 팔 작정입니까?”     “내 통쾌하게 3만원 내리우고 그 집에선 2만원 올려 20만원에 삽소.”     “딱 19만원에 팝소.”      “20만원이라도 한평방에 4300원 푼합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그 집은  적어도 4500엔 팔아야 돼요. 교통이 편리하지. 얼마나 편리합니까?  베란다에 큼직큼직한 통유리를 넣어서 집안이 해빛이 잘 들어오고 집안이 또 얼마나 환합니까? 20만원에 사면 사고 안 사겠으면 없는 일로 합시다. 잘 생각해보고 살 의향 있으면 전화 하세요. 제가 지금 급히 어디를 가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전화 끊습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종호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두덜거렸다.     “성림이 급히 심장수술만 안 해도 하나 밖에 없는 그 집을 안 팔아. 그 집을 꾸리느라고 내 얼마나 고생했는데. 참.”     종호는 정작 그 정든 집을 팔려니 좀 아까웠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진짜 이상했다. 그는 세수를 하면서 금방 19만원에 팔라고 할 때 제꺽 대답하지 않은 것이 후회나지 않겠는가.      (헌데 19만을 받아선 성림의 수술비용이 판 부족인데. 한국 교수의사는 수술비용이 적어도 3천만원이나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10만원이 모자라는데…)      그때 또 핸드폰이 울렸다.      또 그 세입녀였다.      “여보세요. 집이란 건 작자가 생겼을 때 제꺽 팔아야죠. 만원 때문에  질질 끌게 뭔가요?”      종호는 제꺽 대답했다.      “그 집에서 딱 사겠다면 19만원에 팔겠습니다.”      “19만원이면 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먼저 예약금으로 한 5만원 내십시오.”      “보통 예약금은 한 만원 내지 3만원 내는데요. 그러나 사장님도 통쾌하게 집값을 내리웠기에 5만원 내지요.”     종호는 다짐을 땄다.     “그집에서 이 집 잘 샀습니다. 19만원이면 한평방에 4천원 푼합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그 집은 적어도 시가에 한평방에 4500원은 넘어 받아야 합니다. 제가 어린애 수술비용 때문에 헐값에 팔겠다고 할 때 잘 샀습니다.   예약금 5만원 내고 가옥매매계약을 맺읍시다. 제가 급히 한국에 나가야기에 한주일 내에 집값을 다 주세요. 가옥소유증변경도 한주일 내에 다 끝냅시다.”     “그렇게 합시다. 한 두시간 후에 이 집에서 만납시다. 예약금 5만원 드리지요.”     “네, 그렇게 합시다.”     종호는 전화를 끊자마자 컴퓨터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려놓고 가옥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피뜩 려향을 감시하는 몰카앱을 켜보니    려향은 항창 회사 사무실에서 걸레로 사무상을 닦는 것이 보이었다.      (친애비 아니라고 이젠 어디 갔는가 문안 한마디도 없구나. 흥!)      그는 집매매계약서 전자파일을 핸드폰 위쳇에 저장한 후 려인숙을 나서서 복사부로 향했다.      그런데 속에 걸리는게 좀 있었다.      그 마지막집은 가옥소유증에 류려평과 공동소유로 돼 있었다.      (아직 우린 리혼도 하지 않았잖은가? 그럼 공동소유로 된 집을 려평의 동의 없인 팔 수 없지 않는가? 감옥에 간 악처를 어떻게 가옥관리국에까지 데리고 가는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린 그저 구두로 재산은 서로 자기 차지한 재산을 그대로 가지기로 했을뿐이야. 재산분할 서면계약이 없잖은가? 이걸 어쩐다?)     순간, 종호는 피뜩 이런 궁리 떠올랐다.    (좌우간 집을 살 작자 있을 때 먼저 예약금을 받아놓고 가옥관리국에 가서 가옥변경수속을 들이밀어보자. 정 안되면 리혼수속을 하고 감옥에 찾아가서 류려평과 재산분할계약서를 맺을 판이지.)    종호는 삼검불 같은 머리를 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사부에 다가갔다.      그는 복사부에 가서 집매매계약서를 복사하고 나오면서도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    (혹시 악처가 그 마지막집을 파는 걸 동의하지 않으면 어쩌지? 악처가 파는 걸 동의해도 공동소유라고 집값을 절반씩 나누자면 어쩌지?)    종호는 세입녀를 찾아가면서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돌렸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중얼거렸다.    "옳지. 바로 그거야." 그의 머리 속에서는 악처를 대처할 꾀가 피뜩피뜩 떠올랐다. 순간 굳어졌던 그의 얼굴근육이 느슨히 풀리며 미소를 지었다.            
519    대하소설 황혼 제4권(62) 추억의 돛배 김장혁 댓글:  조회:65  추천:0  2024-10-23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2. 추억의 돛배        황혼에 이르면 추억에 잠겨 산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비행기에 앉아 뒤로 밀려가는 꽃구름을 보면서도 종호는 추억의 돛배를 타고 쓰라린 추억의 바다에서 헤맸다.     종호는 류려평한테는 이젠 아무런 정도 꼬물민치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류려평과 리혼한다고 하니 왜서인지 자꾸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비행기가 고향 비행장에 착륙했다. 그는 고향 비행장 널다란 합실에 들어서자 피뜩 우스운 일이 떠올랐다.     20년 전인가.     한번은 종호는 처자와 함께 가시부모를 모시고 가시부모 옛 고향인 청도로 가게 됐다.     그날 종호는 단위 일을 다 처리해놓고 좀 늦어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비행장에 달려나갔다.     그가 대합실에 달려 들어갔을 때였다.     류려평은 낯이 새피랗게 질린 채 한창 핸드폰으로 누구와 긴장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래, 돈을 어데다 보내라는 겁니까? 네? 그럼 안전합니까? 네, 알았습니다. 그럼 은행과 구좌번호, 수금인 성명을 알려주십시오. 네. 인차 보내지오.”    종호는 류려평의 전화를 치는 걸 들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류려평이 전화 치는데 중도무이할 수도 없어 류생남 국장한테 다가가 나직이 물었다.     “불시에 어디에 돈을 보낸답니까?”     “에이, 큰 일 났소.”    류생남 국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사연을 말했다.      “북경 공안국에서 저애 구좌번호가 안전하지 않다면서 북경 공안국 구좌번호에 돈을 보내 보관하라오.”     “뭐?”    종호는 듣자마자 판단이 갔다.     “전화사기군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라리며 야단쳤다.    “이걸 어쩌는가? 북경 공안국에서 돈을 당장 보내라는데. 정기저금을 해놔서 어떻게 당장 보낸단 말이오?”    조급해난 류려평은 발까지 동동 굴렀다.    “이젠 청도행 비행기 리륙시간도 반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일을 어쩐단 말이오?”     종호는 한마디 물었다.     “돈을 어째 북경 공안국에 보내야 된다오?”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말했다.     “내 은행구좌가 안전하지 않다는구만. 웬 해커들이 내 은행구좌 비번을 부시고 돈을 채갈 위험이 있다오.”    종호는 류려평의 팔을 잡아 흔들면서 귀띔했다.    “금방 전화 한 사람이 북경 공안국 사람인지 어떻게 아오? 혹시 제 아는 사람이오?”    “아니, 모르는 사람이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을 믿고 그 사람 구좌에 돈을 보낼게 뭐요? 정신 있소?”    류려평은 종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질러놓으면서 말했다.    “니 정신 나갔어. 바보야, 공안국 사람도 믿지 않고 그래 누굴 믿겠어? 인차 돈을 보내야겠는데 이 일을 어쩌오?”    종호는 따져 물었다.    “그래, 그 사람이 북경 공안국 사람이란 걸 제 어떻게 알고 딱 곧이듣소? 좀 랭정하게 생각해보오. 이건 분명 전화사기오…”    또 류려평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또 전화 왔다. 빨리 돈을 보내야겠는데 이 일을 어쩐다? 청도에 다 갔구나.”    류려평은 또 전화를 받았다.    그 새 종호는 류생남 국장한테 다가갔다.    종호는 그래도 이 시각에 로국장은 랭정하게 사유하리라고 믿었다.    “전화 한 사람이 북경 공안국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다고 저럽니까?”    류생남 국장은 맥 빠져서 제 자리에 앉은 채 종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금방 내 북경 우전국 전호번호자문대에 확인해 봤는데 저 전화 친 사람의 전화번호는 북경 공안국 전호번호 맞습데.”     그러나 종호는 전화사기라고 단정지었다.    그때 옆에서 류려평이 전화를 치고 있었다.     “여보세요. 내 돈은 다 정기저금해 놔서 당장 찾기 힘들군요. 또 우린 지금 비행기 타고 청도로 가자고 그러는데요. 리륙시간이 반시간도 남지 않았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가요? 뭐? 시간을 다툰다고요. 해커조직에 구좌번호가 공격당해 위험하다고요? 이 일을 어쩌는가요? 기다리세요. 제가 인차 정기저금 찾아 보내겠어요. 문자로 구좌번호를 보내주세요. 은행 이름과 수금인 성명도 보내십시오. 네. 알았습니다. 즉시 찾아 보내겠습니다. 수고하겠습니다.”     류려평이 전화를 놓으려고 할 때였다.     순간 종호가 류려평의 핸드폰을 홱 빼앗아냈다.     “야, 이 사기군아, 네놈 지금 어디 있느냐? 난 검찰원 검사야. 네놈 위치를 추적 중이야. 뭐? 사기군 아니라고? 그럼 왜 네놈 위치를 대지 못하는냐?”     그러자 류려평은 황급히 핸드폰을 빼앗아가며 야단쳤다.     “이 바보야, 어째 내 일에 삐치니? 가산을 몽땅 해커조직에 날리자고 그러니?”     종호는 너무 어이 없어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정기저금통장에 돈이 얼마 있소?”     류려평은 어망간에 직답해버렸다.     “50만원이나 있어.”    종호는 깜짝 놀랐다.     “당신 어데서 그렇게 많은 돈 생겼소?”    류려평은 혀를 홀랑 내밀었다. 그제야 점점 제성신이 드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게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     종호는 랭소했다.     (제 나그네 앞에선 꽤나 랭정하군. 어쩜 전화사기범 앞에선 저렇게 랭정하지 못할가? 흥!)     그런데 종호가 핸드폰에 대고 욕해놓은 후 웬 영문인지 류려평의 핸드폰이 잠잠해졌다.     “봐라. 바보 같은게, 네놈이 호통치는 바람에 공안국 사람 전화 끊어버렸어. 이 일을 어쩐단 말이야? 집에 당장 가야지.”     종호는 코웃음쳤다.     “보오. 내 검사라니깐. 그 놈 사기군이 겁 먹고 전화를 끊었잖아?”    종호는 능청스레 유모아를 늘여놓았다.     “그 돈 모를 사기군한테 보내지 말고 내나 주오.”    류려평도 씨물 웃으며 롱담을 했다.    “개를 줘도 널 안 줘.”    종호는 손가락으로 류려평을 가리키면서 포복대소했다.    “하하하, 저걸 보십시오. 가시아버지, 류려평은 낯도 본 적 없는 사기군한테 50만원 주자고 하면서도 나한테 안 준답니다. 우습지 않습니까?”    종호는 바늘방석에 앉은듯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류려평의 팔을 끼고 탑승구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    “청도나 가기오. 이젠 리륙시간이 20분 밖에 남지 않았소.”    종호는 가시부모를 돌아보더니 외까풀눈을 찔끔 했다.    류생남 국장 량주는 려향을 데리고 종호를 따라 탑승구 쪽으로 나갔다.    류려평은 아직도 사기 함정에서 채헤여나오지 못하고 종호의 팔을 뿌리치며 중얼거렸다.    “이 바보야, 돈을 날려버리는 날엔 네 놈을 집에서 쫓아낼테야.”    “하하하. 근심하지 마오. 이제 그 놈한테서 다시 전화 오는가 보오. 절대 오지 않을게요. 아마 그 놈은 미끼를 문 고기를 놓치구 지금 쯤은  ‘참 재수 없다.’고 툴툴거릴게오. 당신 돈 떼우지 않으면 한 때 밥이나 사주오. 자, 시름 놓고 가기오.”    그들이 비행기에 올라 청도에 날아갈 때도 전화 오지 않았다. 청도에 간지 며칠이 지나도 진짜 다신 “북경 공안국 그 놈”한테서 전화도 오지 않았다.     종호는 그때 일을 회상하자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쩜 부행장이란 사람이 저렇게 사기군한테 깜쪽같이 속히울가? 사기군한테 속히우는 건 눈깜짝 할 새야. 그날 청도에 갈 일이 없었더라면 류려평은 인차 돈을 그 놈 사기군한테 보냈을 거야. 또 그날 내 류려평한테 귀띔하면서 전화를 빼앗아 사기군놈을 위협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겠는가?)     종호는 류려평의 바보스런 행각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코웃음이 절로  났다.     비행장 대합실에서 남들은 마중 나와 반갑게 만나 얼싸 안고 야단쳤다. 그러나 종호는 마중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이 외롭게 대합실에서 나왔다.     그는 무더운 삼복지간에 찾아갈 집도 없었다. 그는 눅은 민박에 들기로 하고 공항뻐스에 올라탔다.      그는 아직도 해가 많을 걸 보고 먼저 남한테 세를 준 46평짜리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그 콧구멍만한 집은 그가 단위 신세 절반, 원고료 절반 해서 산 집이었다.     종호는 그 집을 생각하자 또 그 집을 둘러싸고 류려평과 있었던 일이 눈 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글쎄 국장 집 귀공주를 데려다가 고생시킨 건 미안하다. 허나 난 돈을 조금이라도 벌면 널 기쁘게 해주려고 다 주지 않았더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종호는 항일투쟁사 책을 출판해 원고비를 꽤나 많이 탔다.    그날 저녁에 출판사 해당 편집과 책임자들을 한 때 대접하고 셋집에 돌아왔다.     바깥에서는 밤송이만한 함박눈송이가 쏟아져 내렸다.     종호는 하얀 눈을 빠드득빠드득 밟으며 귀가해 세집 문을 뚝 떼고 들어섰다.     “어째 이제야 왔소?”    류려평은 려향을 안고 이불 안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종호를 쳐다보았다.    종호는 가방을 벗어 들고 말했다.    “여보, 오늘 이벤트를 좀 해야겠소?”    “무슨 이벤트?”    류려평은 어글어글한 두 눈에 의아한 빛이 반짝이었다.    “이걸 보오. 뭔가?”    종호는 가방에서 두툼한 돈을 쥐어 천장에 탕 뿌렸다.    순간 50원짜리 돈이 눈송이처럼 천장에서 날아내렸다.    “이게 뭐야?”    류려평은 돈을 쥐여들고 보더니 어린애처럼 돈을 쥔 두 손을 쳐들고 환성을 질렀다.    “돈이구나! 돈!”    려향도 발딱 일어났다.    “뭐? 아빠 숱한 돈 가져 왔어? 나도 주어 보자!”    려향도 고사리손에 돈을 주어들고 야단쳤다.     “아빠 숱한 돈 가져왔구나! 해해.”    류려평과 려향은 온 구들과 가마뚜껑에 날아내린 돈을 주으며 좋다고 야단쳤다.     류려평은 탐욕스런 빛이 반짝이는 눈길로 두툼한 돈을 쳐들고 보며 좋아 야단쳤다.     그녀는 침을 손가갈에 바르고 두툼한 돈을 세면서 웃고 떠들어댔다.     “아니, 1만 1천원이나 되는구나. 숱한 돈을 보니 기분 좋구나.”     그때 대학졸업생인 종호는 한달에 로임을 겨우 70여원 밖에 못탔다. 그때 돈으로 11,000원은 적지 않은 돈이였다.     종호는 안해가 돈을 보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저으기 위안되였다. 그는 처음으로 남편 노릇을 한 것 같아 가슴을 쑥 내밀고 당당하게 안해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류려평은 종호한테 다가와 종호의 언 볼에 뽀뽀를 쪽 해주었다.    “엄마 아빠를 뽀뽀해? 나도 뽀뽀! 해해해.”    류려평과 려향은 번갈아 종호 얼굴에 뽀뽀하고 나서 손벽까지 치며 웃고 떠들었다. 려향은 종호 품에 안겨 초롱초롱한 포도눈으로 엄마와 아빠를 쳐다보았다.    류려평은 의아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많은 돈 어디서 나진 거요? 혹시…”    종호는 오늘만은 안해 앞에서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항일투쟁사 책 원고료요!”     종호는 가방에서 처녀작 책을 꺼내 들었다.     허나 류려평은 책은 왼눈으로도 보지 않고 돈을 건사하기에 급급했다.    그녀는 종호의 치적을 깎아내리는 걸 잊지 않았다.     “그 책 쓰느라고 집의 돈을 어디 적게 썼소? 취재 교통비만 해도 얼마나 많이 들어갔소? 이걸루 겨우 본전이나 하겠구만.”     그때 그날 그 감격적인 장면을 회상하면서 종호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류려평의 행태를 생각하자 인차 얼굴이 바위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돈 밖에 모르는 수전노 같은 년. 어쩜 저렇게 탐욕스럽게 변질했을까?’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추억의 돛배에서 내려 삼복염천 무더위를 무릅쓰고 성림을 구할  일념으로 그 유서 깊은 자그마한 아파트로  찾아갔다.
518    대하소설 황혼 제4권(61)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악처 김장혁 댓글:  조회:57  추천:0  2024-10-20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1.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악처         “저승사자”가 앞으로 나간 후 얼마 안 있어 비행기는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더니 활주로에서 내달렸다. 이윽고 비행기는 기수를 건뜻 쳐들더니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종호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자못 설레이었다. 퇴직한 후 몇해만에 고향에 돌아가게 돼 자못 감회가 별스러웠다.     타원형 유리창문으로 솜뭉치 같은 하얀 꽃구름이 둥실둥실 다가왔다가도 뒤로 날려갔다.     비행기는 일정한 고도에 오르자 반듯이 기체 균형을 잡더니 평온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저 앞에서 나영이 여기저기 살피면서 뒤좌석으로 오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여경이 딱 붙어 따라왔다.     종호는 나영이 자기를 쉽게 찾으라고 좌석에서 우쭐 일어섰다.     나영은 종호 옆에 다가오자 주춤 멈춰섰다.     “카시모도, 내 남편 철석한테 리혼청구서와  성림을 봐달라고 전해주세요.”     나영은 미리 준비한 종이 두장을 꺼내 종호 앞에 내밀었다.     “뭐야?”     나영이 여경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리혼청구서와 편지입니다.”     여경은 종이 두장을 쇠고랑이를 찬 나영의 손에서 홱 채다가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조선어로 씌여져 있어 눈은 있어도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다.     여경은 특급좌석쪽을 되돌아보며 다급히 소리쳤다.     “최국장님, 여기 오겠습니까?”     “왜 그래?”     최혜영 국장이 우쭐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숱한 여객들의 눈길이 여경과 나영한테 쏠렸다.     최혜영 국장은 다급히 다가왔다.     저쪽에서 류려평과 여경들도 이쪽으로 머리를 쳐들고 돌아보았다. 류려평의 퉁사발눈에서는 별스런 빛이 섬찍하게 번떡이었다.     그녀들은 종호와 나영이 서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여경과 최혜영 국장이 주고 받는 말을 다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오?”     최국장의 묻는 말에 여경은 나영의 손에서 빼앗은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뭔지 이 분께 넘기 건데요.”     류혜영은 종호와 나영을 번갈아 쏘아보더니 종이를 받아쥐어 들여다보고 여경한테 넘겨주었다.     “리혼청구서와 남편한테 쓴 편지구만. 문제없소. 이분은 신문사 리부사장이오. 돌려주오.”     “예. 알았습니다.”     여경은 최혜영 국장과 종호가 나란히 앉아 담소하는 걸 보았기에 그들이 그저 이만저만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종호한테 군례까지 척 붙이고 나서 종이 두장을 종호한테 되넘겨주면서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금방 너무 조폭하게 대했는데 널리 량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종호는 종이장을 받아 호주머니에 잘 건사하면서 여경의 언행에는 개의치도 않았다.    “괜찮소.”     여경이 나영의 등뒤를 떠밀었다. 진짜 시에미 역정에 개 배때를 차는 격이었다.     “화장실 가겠다더니, 참, 걸엇!”     종호는 나영한테 말했다.     “금심하지 마오. 자주 면회하러 갈게.”     종호는 나영이 근심할가 봐 성림이 중한 심장병과 코로나에 걸렸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묵묵히 두 손에 쇠고랑이를 찬 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나영의 가녀린 등뒤를 바라보았다. 순간 저도 몰래 콧   마루가 시큼해남을 어쩔 수 없었다.      종호는 자리에 되앉아 이슬이 촉촉이 맺힌 눈을 슬며시 감았다.     “나쁜 놈, 제 명에 썩어지는가 봐라. 흥!”     이때 귀에 익은 앙칼진 녀인의 욕소리 다가왔다.     종호가 눈을 번쩍 떠보고 깜짝 놀랐다.     류려평이 퉁사발눈깔로 그를 무섭게 쏘아보며 욕하며 살진 입술을 마구 깨무는 것이 아니겠는가.     “종호, 비행기에서제 녀편네하고는 위안하는 말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면서. 흥, 저 갈보년과 련애를 잘 하는구만. 네놈이 진작 저 갈 보년과 살자고 리혼하자는 거 모를 거 같애? 저년과 재혼하자고 부랴부랴 리혼청구서를 만들어가지고 날 찾아왔지?  난 리혼 안하겠어. 너네 년놈들이 내 벌어놓은 걸 흔자만자 쓰면서 사는 거 보자구 리혼할 거 같애? 리혼청구서를 돌려달라. 갈기갈기 찢어버릴테야. ”     류려평은 쇠고랑이를 찬 손을 들어 당장 종호를 칠 상 했다. 그러나 종호는 개 짖는 소리를 들었는둥 만둥 잠잠히 앉아 있었다.     사실 류려평은 이 시각에 더 없는 절망감과 위기감을 느꼈다. 종호와 나영이 뭐라고 주고 받는 걸 보자 류려평은 눈에서는 질투와 격분에 찬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마구 물어뜯어놓고 싶었다.     그때 여경이 류려평의 뒤잔등을 떠밀며 제지했다.     “욕설을 작작 퍼붓고 걸엇! 언제 화장실까지 가겠어?!”     류려평은 씩씩 거리며 억지로 떠밀려 뒤로 걸어갔다.      그때 나영이 여경한테 압송돼 맞은 쪽에서 다가왔다.      “개쌍년!”     갑자기 류려평은 쇠고랑이를 찬 두 손을 쳐들어 나영의 머리를 내리쳤다.     “가랭이를 찢어 죽일 개쌍년, 녀년이 감히 우리 집 재산을 넘보는 거야?!”     류려평은 악귀처럼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쥐여 뜯어놓았다.     불시에 일어난 사변에 여경들은 깜짝 놀랐다.     “닥쳣!”      “그만 두지 못할까?!”       여경들은 단말마적으로 나영을 쥐어 뜯는 악귀 같은 류려평의 량팔을 겨우 뒤로 비틀어 제지시겼다. 기내 안전원과 공중아가씨들도 달려와 여경들을 도와 류려평을 제압해 특급좌석으로 떠밀었다.      나영은 머리에서 뻘건 피가 주르르 흘러 볼을 적셨다. 평소에 볼우물을 옴폭 파던 볼에, 그 곱던 수척한 볼에 피와 머리카락에 한데  엉켜 붙어 보기도 구차했다.     여경들은 류려평을 특급좌석에 물앉혀 놓은 후 쇠고랑이를 하나 더 꺼내 류려평이 손목에 찬 쇠고랑이와 안전벨트에 절컥 채워놓았다. 류려평은 이젠 앉은 자리에서 한치도 꼼짝 못하게 돼버렸다.     여경은 나영을 류려평과 건너편 특급좌석에 앉혀놓았다.     나영은 팔받치개를 탁탁 치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개쌍년, 내 입이 터지면 류덕재하구 네년은 죽는다, 죽어!”     공중아가씨들은 최혜영 국장의 분부를 받고 림시구급약통에서 운남백약 지혈제를 꺼내 머리 상처에 쳐주고 소독솜으로 머리의 상처와 볼에 묻은 피를 처치해주고 붕대로 터진 머리 상처를 이리저리 동여매주었다.     숱한 여객들의 눈길이 앞쪽 특급좌석에 앉은 류려평과 나영한테 쏠렸다. 여기저기서 불평에 찬 목소리 들렸다.     “오늘 별난 것들과 함께 다 비행기를 탔다.”     “부부간인 모양잉지? 리혼이구 뭐구 하는 거 보면.”     “글쎄 말이야. 창피하지도 않은 모양이지? 비행기에서 싸우다니? ㅉㅉㅉ.”     “저년은 무슨 죄를 졌기에 저랠까?”     “아마 죽을 죄를 졌는 모양이지?”     “글쎄 말이야. 한국에까지 와서 잡아가는 걸 봐라.”     주위의 어떤 여객들은 종호를 흘끔흘끔 곁눈질했다.     종호는 너무나도 창피해 눈을 지긋이 감아버렸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걸 알았는지 류려평은 악마로 탈바꿈했구나. 이빨을 쁙쁙 갈면서 나영한테 행악질하는 거 봐라. 사람 같은가? 진짜 이젠 인성이라곤 꼬물만치도 없구나.)     종호는 생각할수록 섬찍해났다.     (저년이 이제 또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몰라. 나를 죽어라고 무함할 수도 있어. 만단의 사상준비를 해야겠구나.)     이때 앞좌석에서 또 소란이 벌어졌다.     “화장실에 보내달라! 오줌깨 다 터진다!”     류려평이 또 고래고래 고함쳤다.     “아무리 죄수라도 그렇지. 바지에 오줌을 싸래?! 저승사자 같은게, 씨, 경찰들은 인도주의라곤 꼬물만치도 없어?! 너네도 같은 녀자 아닌가? 어쩜 이리 지독해? 항의한다! 항의해!”     최혜영 국장은 하는 수 없어 여경들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화장실에 데리고 가오.”     여경들은 하는 수없이 안전벨트에 채운 쇠고랑이를 풀고 류려평을 다시 압송해가지고 화장실 쪽으로 갔다.      그러나 여경들은 이번에는 류려평이 다른 짓거리를 못하게 두 손을 뒤에 가져다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류려평은 종호 가까이에 다가가자 또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제 노릇도 못하는 바보, 네 놈 바보를 만나 한평생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원통하다. 원통해! 물독이 떵떵 우는 셋집에서 엄동설한에 물을 길어먹으면서 산 거 생각하면 이빨에서 다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몸서리쳐진다. 이 개새기야!”     이때 종호 등뒤에서 또 악처의 고함소리 들렸다.     종호는 보기 창피해 류려평을 되돌아보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이를 악물고 고함칠게 뻔하지 않는가.     “소리치지 말엇! 여객들의 휴식에 영향준다.”      여경이 제지시키며 류려평의 등뒤를 떠밀었다.      그러나 류려평은 온 기 내 떠나가게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네놈이 조금만 경제적으로 만족시켜 줘도 내 그렇게 고생했겠어? 불알 차고 어디 남편 구실이나 했는가? 그 불알 떼서 개나 줘라!”      류려평은 한족이나 조선족이나 다 들으라고 고의로 천천히 걸으면서 한어와 조선어를 섞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 나가는지 모르고 횡설수설 고함쳤다.      그러나 여경들은 류려평의 입을 틀어막는 수도 없어 악처가 악다구니질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불알이 하나 밖에 없어가지고 그 즛살에 젊고 이쁜 년들을 넘써 봐?! 흥!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러미 다 터지겠어. 썩달걀 하나 가지고 저년과 속살을 섞을 거 같애? 고자 같은게, 어림도 없어. 그 개불알이 썩어 떨어지지 않는가 봐라. 개 좆 같은 궁리 작작 해라! 이제 앉은 개 조지 불거지지 않는가 봐라! 하나 밖에 없는 불알도 죄를 만나 썩어떨어지지 않는가 봐라! 네 놈은 제 새끼 하나도 낳지 못하고 화장텀에 가서 타 죽지 않는가 두고 봐라! 개새끼! 제 명에 썩어지는가 봐라!”       종호는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누워서 침 뱉으면 제 낯에 떨어진다는 걸 알아라.”      경찰도 류려평을 떠밀면서 제지시켰다.      “입 다물지 못해?!”      그러나 류려평은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면서도 작정한듯이 단말마적으로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나를 살인미수죄로 몰아넣고 총살하고 저 갈보년과 콱 잘 살아라!”     류려평은 쇠고랑일을 찬 두 손을 쳐들어 나영과 종호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악귀처럼 떠들어댔다.     “저년은 문화국 최정호 국장과 바람 피운 갈보년이란 걸 모르는가? 저년은 전람관 공금을 탐오한 죄가 두려워 최정호 국장을 따라  일본과 한국에 도망쳤다가 붙잡힌 년이야…”     나영도 머리에 피 묻은 붕대를 감은 채우쭐 일어나 뒤쪽에 대고 맞불을 놓으며 소리쳤다.     “그 개쌍년 말을 믿지 마십시오! 세상 미친 년입니다! 제 나그네도 죽이자고 한 악처입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악처입니다.”     여기저기서 쑤근거리는 소리 들렸다.     그러자 류려평은 뒤쪽에서 앞에 대고 고함쳤다.     “저년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람쟁입니다. 군스나 몇인지 모릅니다. 문화국 최국장과 바람 피우던게 이젠 또 여기 앉아 있는 이놈, 신문사 리종호 사장놈과 눈이 맞아 바람 피웠다. 나와 리사장은 아직 리혼도 하지 않았어. 너네 년놈들은 중혼죄를 졌어. 어디 죽을 때까지 해보자!”     바빠맞은 여경들은 최혜영 국장과 안전원의 지시대로 허연 수건을 가져다가 류려평의 입을 틀어막았다.     류려평은 몸부림치며 야단쳤지만 더는 소리치지 못했다.     그제야 기내가 좀 조용해졌다.     종호는 기내 숱한 따끔한 눈길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을 얼굴 따갑게 느꼈다.     여기저기서 별난 소리 다 들렸다.     “저런 녀편넬 만나면 개고생하겠다.”     “한족녀펴넨 얻을게 아니다이.”     "한족녀편네들은 다 저래. 나그네하구 쎄냥 한단 말이오."     "진짜 악처란 말이 맞는 거 같소."     종호는 너무나도 창피해 두 눈을 꼭 감고 깊은 사색에 잠겼다.     외나무다리에서 악처를 만난 종호는 세찬 파도에 맞아 충격을 받았다. 그 세찬 파도는 종호한테 수많은 귀띔도 해주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앞으로의 대책도 서서히  가닥이 잡혀고 있었다.
517    대하소설 황혼 제4권(60) "저승사자"와 녀죄수들 김장혁 댓글:  조회:114  추천:0  2024-10-19
   장편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0. 저승사자와 녀죄수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이별을 싣고 날아오르고 그리움을 업고 날아내린다.     종호가 공항에서 탑승구로 스적스적 다가갈 때였다.     저게 뭔가?     숱한 여경들이 쇠고랑이를 찬 녀성 둘을 압송해 탑승구로 다가왔다. 그런데 가까이 온 걸 보니 그 압송되는 녀성 둘은 류려평과 나영이 아니겠는가.    종호는 걱정부터 앞섰다.     (아니, 어쩜 저 저승사자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는가. 쥐도 새도 모르게 피뜩 귀국했다가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게 뭔가? 악처한테 내 행적이 로출되면 큰 일인데…)      사실, 오늘 아침 인터폴 여경들은 구치소에서 류려평과 나영을 구인해 인천국제공항에 압송했다.     류려평이나 나영은 처음엔 어디로 압송돼가는지 몰라 궁금해났다. 그런데 인천공항에 이르자 그녀들은 중국 경찰에 인도된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나영은 이미 각오했기에 심태가 평온했다.     그러나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걸 어쩌는가? 중국에 인도돼가면 생사를 기약할 수 없잖은가?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를 지면 한국에서 판결받으면 극상해야 한 5년 이하 판결받겠는가 했는데. 이게 뭐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류려평은 눈앞이 캄캄해났다. 그녀는 완전히 심리균형이 무너졌다. 아니, 절망에 빠졌다.      갑자기 류려평은 몸부림치며 벌떡 일어나 쇠고랑이를 찬 두 손을 번쩍 들어 휘저으면서 고함쳤다.     “항의한다! 항의해!”     여경들은 깜짝 놀랐다.     “왜 이래?”     여경들은 량 옆에서 류려평의 량팔을 꽉 붙잡고 제자리에 물앉혀놓고 꽉 눌러 제압했다.     류려평은 계속 차 내에서 꽥꽥 고함쳤다.     “나를 중국에 인도하는 건 불법이다. 견결히 항의한다! 난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를 졌는데. 왜?! 한국에서 판결하지 않고 중국에 인도하는가?!”     여경은 류려평한테 내심하게 설명했다.     “당신은 중국에서 지은 죄가 더 많기에 마땅히 중국에 인도돼 판결받아야 합니다.”    류려평은 불이 이글거리는 퉁사발눈을 무섭게 부릅떴다.     “왜?”    여경은 뒷 설명을 이었다.     “중국 사법부문에서 인터폴에 지명수배도주범 류려평을 나포해 인도해줄 것을 명확히 요청했습니다. 당신의 살인미수죄 사건은 한국 경찰에서 이미 정선해 몽땅 중국 사법부문에 넘겼습니다. 당신은 마땅히 중국에서 판결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류려평은 공항에 들어서면서 계속 고함쳤다.     나영은 그저 평온한 심정으로 공항에 들어섰다. 그녀는 귀국한 후 어떻게 최정호 국장과 류덕재 행장, 류려평 부행장의 죄악을 적발해 곤대처분을 받을가는 궁리를 굴렸다. 그녀는 그래야만 아들애와 하루속히 만날 수 있다고 여겼다.     한참 고함치던 류려평은 고함쳐 봐야 쓸데 없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여경들은 류려평과 나영을 탑승구 어귀까지 압송해 온 후 중국의 머리 허연 여경과 젊은 녀성 셋의 신분을 확인한 후 녀죄수들을 인도했다.       (어쩜 중국에선 저렇게 늙은 여경을 보냈을까? 참.)     종호는 그 머리 허연 여경을 보면서 도리머리질하다가 깜짝 놀라 소리칠번 했다.     (저게 뭔가?)     종호를 더욱 놀래운 것은 머리 허연 여경은 퍽 눈에 익어 보이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걸 자세히 보았을 때 종호는 경악할 번했다.     (아니, 저게 저승사자 아닌가?)     종호가 말하는 저승사자란 고향 검찰원 부검찰장, 반탐오회뢰국 최혜영 국장의 별명이었다. 숱한 부패분자들이 그의 손에 걸리면 살아서 나오는 놈이 없었다. 그리하여 부패분자들이“저승사자”라고 부를만치 최혜영  국장은 수사능력이 대단하고 손이 맵기로 이름났다.     종호는 오랜만에 이국 공항에서 만난 최혜영 국장을 인사하고 싶었지만 류려평의 눈에 띄우는 것이 싫어 그만두었다.     종호는 멀직이 서서 최혜영 국장과 여경들이 한국 여경들한테서 류려평과 나영을 인도받아 쇠고랑이를 갈아채워가지고 탑승구로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류려평은 머리 하얀 최혜영 국장을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건 정계에 소문난 저승사자 검찰원 최국장 아닌가? 모두들 저 저승사자를 만나면 부패분자들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하던데. 저승사자한테 걸려들다니? 아이고, 하느님 맘시사. 이걸 어쩌는가? 영낙없이 죽었어. 죽어.)     류려평은 혼나간 사람처럼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특급탑승구에 다가갔다.     종호는 탐승구로 다가가면서 최혜영 국장을 두고 대학시절의 깊은 추억에 잠겼다.     최혜영은 종호의 대학동기였는데 본명은 최은영이었다. 은영은 최시장의 딸인데 한 학급 동기, 학생회 주석인 리승호를 사랑하게 되였다. 그런데 리승호는 은영을 사랑한다기보다 그녀의 우유빛 몸을 사랑하면서 데리고 성욕을 만족시키는 노리개로 삼고 데리고 놀아댔다. 승호는 벌써 고중시절의 첫사랑 허옥희의 정조를 짓밟고 오래동안 속살을 섞어왔다. 대학에 입학한 후 리승호는 은영을 사랑하는 척하면서도 대학동기 홍희와도 련애하는 척하면서 홍희의 정조를 무참히 짓밟았다. 홍희는 졸업 전야에 리승호가 은영을 사랑하는 걸 발견한 후 절망에 빠진 채 학교 뒤산 소나무밭에서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다.     이 모든 내막을 전혀 모르고 한 학급의 리성호는 운동도 잘하는 은영을 짝사랑했다. 최시장의 공주 은영은 농민의 아들 리성호의 순박한 사랑을 저버리고 공안국 과장네 아들인 리승호, 색마를 사랑하고 거의 사흘이 멀다하게 학교 뒤산 소나무밭 웅덩이에 가서 련애하다가 나중에 정조까지 바치었다.     그런데 은영은 대학 졸업 직전에 승호가 대학 입학 전에 벌써 고중동기 허옥희와 애매한 련애관계를 벗어나 오래동안 속살을 섞어왔고 홍희의 정조를 빼앗아 죽음에 몰아넣은 흉수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때 리승호는 선후하여 옥희와 은영, 홍희 정조를 짓밟고도 애비 후광을 입어 뒤문치기해 버젓이 공안국 경찰로 됐다. 은영은 허위적인 승호를 한없이 증오했다. 그녀는 악에 받쳐 승호한테 홍희와 허옥희, 자기까지 짓밟을대로 짓밟은 승호한테 복수하려고 이를 쁙쁙 갈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녀는 불러 그 소나무밭에 있는 우묵한 웅덩이에서 속살을 섞을 때 미리 준비한 면도칼로 승호의 그걸(귀두를) 썩뚝 베버렸다. 승호가  아파 죽는다고 고함치며 그걸 붙잡고 뺑뺑 맴돌 때였다. 세 날강도가 굶은 승냥이들처럼 덮쳐들었다. 날강도 세 놈은 승호를 소나무에 묶어놓고 은영을 웅덩이에 몰아넣고 짐승처럼 륜간했다. 은영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승호도 소나무에 묶인 채 하신으로 하혈이 심해 까무러쳤다. 공안국 수사대대 대대장인 승호 아버지와 수사대원들은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해 대학교 뒷산 소나무밭에서 피못 속에 까무러친 벌거숭이 은영과 소나무에 묶인 벌거숭이 승호를 발견해 병원에 호송해 구급했다.     은영은 그때부터 성명을 최혜영이라고 개명한 후 타현시에 가서 검찰원의 검사로 됐다. 그녀는 후에 지역검찰원에 전근돼 전문 부패분자들을 나포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그녀는 티없이 맑고 깨끗하고 순박한 성호의 사랑을 저버린 것을 후회하면서 예순이 가까와 오는 오늘까지 결혼하지 않고 부패분자들을 나포하는 사업에만 몰두했다.     그는 선후하여 부패분자들인 공상국 오청룡 국장, 모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 문화국 최정호 국장과 애인 명모델 정희, 전람관 부관장 박나영, 시문공단 부단장 임하영, 모 대학교 허병칠 부장 등의 탐오죄, 공금 람용죄, 수뢰죄 등을 밝혀내고 대부분 범죄자들을 나포했다.     최정호와 나영은 인터폴의 지명수배를 피해 일본과 한국으로 도망쳤댔다. 나영은 한국에 숨어 있었고 최정호는 나중에 한국 기생 미희의 오빠 도움을 받아 어선을 타고 남태평양 이름 모를 무인도에까지 도망쳐갔다. 그때 최혜영 국장은 최정호를 나포하려고 남태평양 모 국에 날아가다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졌다. 그녀는 정호를 리용해 무인도 야인들과 배회하다가 나중에 목숨 걸고 싸워 끝내 정호를 압송해 무인도를 승리적으로 벗어나 귀국하였다…     진짜 최혜영 국장의 피어린 정탐이야기는 자못 렵기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하여 종호는 정의감 있는 대학여동기지만 최혜영 국장을 아주 존중하였다.     (야-, 당년에 대학교 빙장에서 성호와 함께 은제비처럼 쌍쌍이 스케트를 나는듯이 타던 은영이 어쩜 벌써 머리 허옇게 됐어? 세월이 야속하구나. 야속해.)    종호는 자기 머리 허옇게 세여간 건 다 잊고 은영이 늙은 것만 개탄했다.    그는 최혜영 국장을 보자 나영의 일을 좀 말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종호는 머리 허연 최혜영 국장이 류려평과 나영을 압송해 탑승구로 들어간 후에 스적스적 탑승구로 나가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첫어귀 특별좌석에 최혜영과 여경들이 류려평과 박나영을 좌우로 끼고 앉아 있지 않겠는가.     외나무다리에서 종호와 딱 마주친 악처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두툼한 입술이 함박만큼이나 쫙 벌려졌다.     (저 놈, 저게! 오늘 귀국해?! 추석 전엔 귀국할 티도 안 보이더니. 참 교활하구나. 저 놈 려향 먼저 귀국하면 아빠 산소 그게 큰 일 아닌가? 아이고, 이 일 어쩌나?)     최혜영 국장도 동기 종호를 뜻밖에 기내에서 만날줄은 몰랐다.     “리사장! 참 오랜만이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종호의 손을 잡았다.     종호도 반갑게 인사했다.     “오, 최국장, 참 오랜만이오. 여기까지 와서 수고 많구만.”     최혜영 국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양. 수고는 무슨? 내 직책인데.”     나영도 깜짝 놀라 종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종호가 리혼수속하러 고향에 들어간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 한 비행기에 앉아 갈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카시모도, 오늘 가는가요?”     “그렇게 됐소.”     나영이 또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여경이 나영을 제지했다.     “당신은 죄수입니다. 그만 말하세요.”     나영은 입을 다물지 않으면 안되였다.     종호는 난처한대로 최혜영 국장을 마주보며 나직이 말했다.     “최국장, 내 좀 보기오.”     최혜영 국장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종호를 뒤따라 뒤좌석으로 움직였다.      최혜영 국장은 종호를 뒤따라와 종호의 옆좌석이 빈 걸 보고 림시로 옆에 나란히 앉았다.     종호는 나직이 물었다.     “아직도 퇴직하지 않았소?”     최혜영은 희죽이 웃었다.     “진작 퇴직했소. 퇴직 전에 박나영을 채 나포하지 못해 시름 못놨댔소. 이번에 박나영까지 인도해가게 됐으니깐. 이젠 시름놨소.”     그녀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사실 그녀는 국장에서 물러난 후 지금 검찰원 국급 순시원 겸 고문으로 있었다.     종호는 최혜영을 돌아보며 정색해 말했다.     “최국장, 나영이 억울한 점을 감안하길 바라오.”     혜영은 쌍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그녀는 종호가 안해 때문에  찾는가 했는데 나영 말을 꺼낼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영이 어째 억울하다고 그러오? 나영과 아는 사이오?”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양. 나영은 사실 최정호 하라는대로 전람관 공금 5만원을 가져다 최정호 국장한테 주었을뿐이오. 그 돈도 남편 철석을 시켜 자기 돈을 찾아 심계국에 바쳤다오.”     최헤영 국장은 코웃음쳤다. 저승사자의 얼굴이 단통 청얼음처럼 푸러덩덩해 굳어졌다.     “흥, 나영은 공금람용죄가 두려워 정호을 따라 일본과 한국으로 도망쳐 정호의 부정축재를 흔자만자 써버렸단 말이오. 도주죄는 용서할 수 없소.”     종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대학교 때 은영이 보기 좋아하던 소설을 들어 말했다.     “나영을 무작정 봐 달라는게 아니오. 대학교 때 저는 빅또르 유고의 소설 을 보기 좋아했잖았소? 주인공 쟝발쟝 상이 아니고 뭐요? 쟝발쟝은 어릴 때 빵 하날 훔쳤다가 투옥됐는데 자꾸 탈옥하는 바람에 죄에 죄가 가중해져 나중엔 16년이나 판결받지 않았소? 나영을 두번째 쟝발쟝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보오.”     최혜영 국장은 분명히 말했다.     “법은 항상 공정하오. 법 앞에선 고위저하를 막론하고 공평하오. 나영은 절대로 쟝발쟝으로 만들지 않을 거요.”      “나도 그걸 믿소.”     종호는 최혜영 국장의 옆에 좀 다가앉으며 나직이 말했다.     “이제 나영은 귀국하면 최정호와 류덕재, 류려평의 죄행을 추가폭로할 거요. 그때 좀 관대하게 처벌할 수 없소?”     최혜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타인의 죄행을 많이 폭로할수록 나영의 죄는 경하게 판결받을 수 있소.”     종호는 최혜영 국장의 손을 꽉 쥐었다.     “난 최국장을 믿겠소. 나영이 불쌍해 그러는게 아니라 나영이네 아들애  불쌍해 그러오. 에미 감옥에 들어가 오래 있으면 심장병에 걸린 일곱살짜리 애는 어쩌오?”     최혜영 국장은 손을 빼며 저승사자의 본색을 드러내며 정색하더니 무뚝뚝하게 말했다.     “어린애는 어린애고 범죄자는 범죄자지. 애를 봐서 범죄자를 동정할 순 없소. 모든 건 나영 본인한테 달렸소. 그가 기타 범죄자들의 죄행을 많이 폭로할수록 관대처벌을 받을 수 있소.”    “알았소.”    그때 종호 옆좌석 손님이 왔다.     “고향에 돌아가면 자주 련락하기오.”     최혜영 국장은 종호와 한마디 말하고는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특급좌석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종호는 죄수에 대해서는 추호도 사정을 두지 않는 "저승사자", 법과 상식 밖에 모르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516    대하소설 황혼 제4권(59) 추억의 귀국길 김장혁 댓글:  조회:135  추천:0  2024-10-16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59. 추억의 귀국길        종호는 리혼수속 때문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그런데 성림이 자꾸 기침을 깇고 가슴과 배 아프다고 해 퍽 근심스러웠다. 원래는 춘영한테 성림을 맡겨놓고 떠나려고 했는데 성림이 무슨 병을 앓는지 모르고는 좀처럼 떠날 수 없었다.     종호는 별 수 없이 성림을 데리고 병원에 가보았다.     의사는 성림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두루 검진해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얘가 페 좋지 않군요. 전신 초음파검진을 해봐야겠습니다.”     (또 검진비를 벌려고 들잖아?)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별 수 없었다. 씨원히 초음파검사를 하면 무슨 병인지 알면 좋을 거 같았다.     한참 후에 초음파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성림은 코로나에 심장병이 아나겠는가.     의사는 안경을 춰올리면서 정색해 말했다.     “심장을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요.”     “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종호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한참 만에야 종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무슨 심장병인지. 수술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하지 못합니까?”      그는 이전에 류려평이 쩍 하면 수술하자던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서의들이야 쩍하면 수술하자고 하지.)     “약물치료로는 이미 늦었어요. 심장혈관 협착증이 심해 심장혈관에 집게를 넣어 벌려놓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요.”     그제야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수술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한 4천만원 들어요.”     “네?”     종호는 덴겁한듯이 놀랐다.     (그 엄청난 수술비용을 댈 돈이 어디 있는가? 나영은 이제 귀국해 판결받을게고. 춘영도 여직껏 나영 대신 여기저기 피해다니면서 살다나니 일하지 못해 근근득식하는 판인데. 어디서 엄청 많은 수술비용을 댄단 말인가?)     “알았습니다. 당장 수술비용 없는데요. 먼저 어린애 심장병이 심하다는데 먼저 수술해주면 안됩니까? 후에 꼭 수술비용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의사도 난감해 했다.     “어린애 병세를 보면 먼저 수술해 줘야 하겠는데요. 자꾸 외상으로 수술하면 우리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해요. 원장과 말해 보세요.”     인도주의와 금전이 공중에서 부딪쳐 씨뻘건 불찌가 툭툭 떨어졌다. 금전이 끝내 인도주의를 꿀꺽 삼켜버리며 심장수술을 불식시켰다.     종호는 원장과 말해도 마찬가지 대답이라고 여기고 그만두었다. 그는 성림의 애고사리손을 잡고 고통스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병원 문을 나섰다. 그는 귀로에 성림이 불쌍해 가로수 밑에서  몇번이고 성림의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쓰담으며 주었다.     (몇자리수 몇십개씩 척척 속산하는 성림이 얼마나 귀한 앤가? 절대 성림을 생사선에 놔둘 순 없어.)     종호는 어떻게 하면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겠가 궁리했다.     종호는 피뜩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류려평의 애비 산소의 비밀을 파보자.”     그는 궁리 끝에 답을 찾은듯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급급히 귀국하기로 마음 먹었다.     종호는 지영의 남편과 바람 피운 춘영을 만나기도 싫었다. 그러나 춘영을 내놓고 성림을 부탁할 사람이 맞같잖았다. 지영보다 그래도 춘영이 낫다고 생각됐다.     (춘영은 그래도 성림이 조카니깐. 잘 보살필 거야.)      종호는 인차 핸드폰으로 춘영을 불러 성림의 병정황을 쭉 말하고 나서 성림을 부탁했다.      춘영은 더 말하지 않고 나영의 셋집에 있으면서 성림을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영은 이상해 종호를 보고 물었다.       “리사장은 불시에 무슨 일 있는가요?”      종호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려향의 귀에 들어갈 가봐 귀국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고 대충 에둘러댔다.      “며칠 외지로 갈이 일이 있소.”      그제야 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근심말고 잘 다녀오세요.”       지영은 오랜만에 춘영을 보자 눈에서 불이 이글거렸다.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싸가지고 나영이네 셋집에서 나가 버렸다.      종호는 성림을 춘영한테 맡겨놓고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는 셋집에 들려 컴퓨터 하나만 달랑 컴퓨터빽에 챙겨 둘러메고 려향한테는 어데로 간다, 온다는 쪽지도 남기지 않고 자물쇠를 달랑 잠궈놓고 셋집 울 안을 나섰다.      삼복염천에 찜통더위는 숫구멍을 따갑게 지지고 목구멍까지 홧홧 달아오르게 했다.     종호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대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급급히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그는 항상 인천공항에 갈 때면 이 루트를 선택했다. 공항뻐스를 타면 물론 공항 3층 터미널에 직진해 펼리한 점도 있었지만 도중에 너무 여러번 멈춰서서 시끄러운데다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지하철로 가면 홍대입구에서 공항철도를 타면 김포공항을 지난 후엔 곧추 공항에 직진할 수 있어  시간도 남을 수 있는데다가 교통비용도 퍽 적게 들었다.     그는 지하철에 앉아 달리면서도 려향을 생각하자 저으기 실망이 갔다. 그는 가슴을 오리오리 저며내는 것처럼 아파났다.     그도 그럴 것이다.     려향은 그의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었다. 그런데 려향은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을 피워 난 패륜아라고 하지 않겠는가.     (피는 물보다 짙다고 하지 않겠는가. 씨는 못 말려. 이젠 유전자검사결과도 내 친딸이 아니라고 하잖는가. 아무리 길러 준 정이 있다고 해도 이젠 려향은 나를 버리고 류덕재를 찾아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지하철 에어콘 바람이 끝없는 추억을 몰아온다. 려향을 기르면서 고생하던 일이 주마등처럼 피뜩피뜩 떠올랐다.      려향이 초중을 다닐 때 일이다. 학부모회의를 갔더니 려향의 학습성적이 형편없잖겠는가. 소학교에서 초중에 올라갈 때만 해도 학습성적이 우수한데다가 부반장까지 했는데 초중에 올라간지 일년도 안돼 학습성적이 전 학년에서 200명 안에도 이름이 없었다. 게다가 담임교원의 말에 의하면 시간에 어찌나 앞뒤를 보면서 말이 많고 과당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지 과임마다 려향을 지적한다고 했다.      종호는 열이 후끈 올라 집에 돌아오자마자 려향을 벽구석에 세워놓고 언성을 높여 한바탕 훈계했다. 그런데 려향은 헤쭉헤쭉 웃으면서 종호 말은 들었는둥 마는둥 텔레비를 돌아다보지 않겠는가.     찰싹!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오른 종호는 가래짝 같은 손을 뻗쳐 려향의 귀쌈을 한대 갈겼다.     “이 간나새끼! 왜 애비 말을 듣잖니? 너 학교에서도 시간에 이랬지? 엉?!”     “어째 때립니까?! 에이, 씨!”     러향은 얼굴을 붙잡고 씩씩거리며 울며불며 하면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엄동설한 밤중에 어디로 간단 말인가?     류려평은 애를 때렸다고 야단쳤다.     “당신 무슨 자격으로 애를 그렇게 때려? 대학문을 밑구멍으로 나왔어? 그게 무슨 교육방법인가?”     류려평은 두더벌거리면서 급급히 신을 신고 려향을 쫓아나갔다. 종호도 뒤근심돼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았다.     그러나 그들 부부가 밤중까지 헤매도 려향을 찾지 못했다.     밤 12시가 가까워올 때였다. 려향이 자기절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겠는가.     후에 알고 보니 려향은 밸 김에 다리에서 떼내리려고까지 했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다리 아래 얼음판을 보고 뛰어내리면 아플 거 같더란다. 려향은 온 밤 다리 위에서 어쩔가고 서성거리다가 아프게 죽지 말자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종호는 너무나도 섬찍했다.     (자식이 공부를 못해도 죽기보단 살아 있는게 낫지.)     그후부터 종호는 마음 속으로 려향한테 생명의 빚을 져서 더는 려향을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고 더 아끼고 보듬어주었다. 그러나 려향은 마음에 옹이 박혀 종호 말이라면 듣지도 않고 엄마 말만 들었다.     그러나 기적은 후에 일어났다.     려향은 대학으로 간 후부터 점차 돈 밖에 모르는 무식한 수전노  엄마한테서는 별로 들을 말이 없다고 여기고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려향은 대학 문을 나온데다가 신문사 부사장을 하는 종호한테서 들을 말도 있고 말이 통했다. 려향은 대학을 졸업해서도 엄마 류려평의 무식하고 무도한 말을 따르지 않고 아빠 유식한 말을 많이 따랐다.      종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안고 조선민족심을 부여하면서 한국에 류학나가 한국 력사와 문학을 전공하면서 한민족의 전통 력사와 문화를 배우라고 하였다. 그러자 려향은 아빠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결연히 한국에 류학나왔던 것이다. 종호의 지극정성에 받들려 려향은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탔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유일한 꿈이 자기 딸이 아니라 류덕재 딸이라고 하지 않는가.      종호는 믿던 기둥이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을 느꼈다. 진짜 절망에 빠졌다.      (내가 어쩜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 피워서 난 려향한테 모든 희망을 걸었단 말인가? 진짜 한지에 방아를 걸 지경이었구나. 피는 물보다 짙다고 내 친아빠 아니란 걸 알고 려향은 이젠 내 말을 듣겠는가. 내 부탁대로 찬란한 조선 력사와 문학을 사랑하고 연구하겠는가? 원래 책을 내는 거 반대하던 려향이 아닌가? 그가 내 말대로 항일투쟁사 책을 한어로 번역하자고 하겠는가. 그 번역하기 어려운 영어나 일어로까지 번역해 책을 내자고 하겠는가.)      종호는 너무 허무맹랑해 허구픈 웃음을 지어 입귀로 흘렸다. 그는 간신히 심리균형을 유지하면서 속으로 새로운 다짐을 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인생의 새로 시작해야 해. 이젠 려향한테 기대하지 말자.)      귀국길에 추억의 돛배를 올리고 달리다나니 어느덧 인천공항에 이르렀다.      인천공항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름 관광가는 사람으로, 출국하는 사람으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종호는 부랴부랴 출국수속을 마치고 안전검사를 마치고는 탑승구로 찾아갔다.     귀국행 비행기 탑승구 부근에는 그래도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시계를 피뜩 들여다보니 아직도 한시간 반은 남아 있었다.     종호는 버릇처럼 잔등에 멨던 컴퓨터를 내리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았다.      려향이 회사 사무실에서 분망히 보내는 모습이 컴퓨터 화면에 떴다.      려향은 종호가 자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았다.      그녀는 한창 커피를 타서 웬 번대머리한테 두 손으로 드리며 헤쭉헤쭉 웃고 있지 않겠는가.      대머리는 종호한테는 낯설면서도 눈에 익었다.      (저 중년사내는 아마 려향이 자꾸 외우는 최전무겠지. 저 대머리랑 우멍눈이랑 봐. 저 애는 진짜 최정호 국장과 심통히도 닮지 않았어? 려향은 최전무를 구명은인이라는 거 벗어나 진짜 좋아하는 거 같아. 뭐 최전무를 따라 중국에 간다고? 이젠 내 삐치지 않을게. 네 마음대로 살아라.)     종호는 또 한번 려향한테 실망했다.     종호는 몰카감시화면을 끄고 항일투쟁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글을 쓰면서도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 이전처럼 비행기를 놓칠가 봐서였다.      한번은 종호는 인천공항에서 오늘처럼 비행기 탑승 전에시간을 짜내 컴퓨터로 글을 미친듯이 썼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어 글을 쓰는데 몰입하다나니 귀국하는 항공편을 다 놓치고 말았다. 그번에 다행히  고가항공티켔이 있어서 그 다음 항공편으로 귀국했던 것이다.      종호는 확실히 조선민족을 위한 글을 쓰기에 “미친 사람”이었다.      한번은 신문사 사장은 종호를 보고 강남에서 열리는 사장회의에 참가하라고 했다. 그가 퇴직하기 전에 회의도 하고 장가계랑 구채구에랑 두루 관광도 하라는 것이 분명했다.     (언제 그런 향수를 다 할 새 있어? 그 시간이면 글을 쓰겠다.)     그는 왕복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것을 알고 그번 회의(관광) 하러 가지 않고 퇴근해 밤이면 집에 들어앉아 조용히 항일투쟁사 글을 썼다.     또 한번은 성소재지에서 모 신문사로부터 종호한테 수필문학상시상식에 수상하러 오라는 통지가 왔다. 그러나 종호는 왕복 이틀이나 걸릴 시간이 아까워수필문학상 타러 시상식에도 참가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항일투쟁사를 썼다.     또 한번은 딱 성소재 그 신문사에서 그를 보고 수필문학상 응모수필을 심사하고 심사평을 해달라고 했다. 그때도 종호는 응모수필은 심사하고 심사평까지 다 써주었다. 그는 왕복 이틀이나 되는 시간이 아깝다고 시상식에는 참가하지 않고 집에서 글을 썼다. 그리하여 시상식에서는 별 수 없어 다른 심사위원이 그의 심사평을 대독했던 것이다.     종호는 탐승구 쪽에서 탑승을 재촉하는 방송을 여러번 해서야 컴퓨터 건판 위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리륙전 20분이었다. 그는 아쉬운대로 컴퓨터를 꺼서 컴퓨터빽에 걷어 넣어 메고 탐승구 쪽으로 쭉 뻗은 행렬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515    대하소설 황혼(58) 제4권 나영의 고민 김장혁 댓글:  조회:164  추천:0  2024-10-15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58. 나영의 고민      여경들은 나영을 끌고 곧추 감방에 가지 않고 지하심문실로 들어갔다.    여경은 나영을 쪽걸상에 앉혀 놓기 바쁘게 불시에 불렀다.     “박나영씨!”     “네.”    나영이 혀를 홀랑 내밀었을 땐 늦었다.    여경은 히쭉 웃으며 물었다.    “당신, 나영이 맞지?”    “아닌데요.”    여경은 표독스런 눈길로 나영을 쏘아보았다.    “금방 나영을 부르자 당신의 제1반응은 ‘네.’였어요. 누굴 속이려고? 흥!”    남경장은 코웃음쳤다.     “면회실 대화에서 당신은 나영언니 어쩌구 저쩌구 하지 않았는가요?  나중엔 내 어쩌구 저쩌구 했어. 성실하게 대답하세요. 나영 맞죠?”    나영은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여경은 심리공격을 들이댔다.    “당신이 나영이 아니고, 저쪽 수원 쪽에 있는 쌍둥이 자매가 나영이라고 가정합시다. 언젠가 쌍둥이자매 중에 하나는 나영의 죄로    감옥살이를 해야 할 겁니다. 그래 나영인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씨를 나영으로 몰아 자기 대신 감옥살이를 시키겠는가요? 너무 자사자리하지 않는가요? 자기 살자고 여동생을 보고 자기 죄값을 치르게 하는 건 너무 하잖아요? 량심에 걸리지 않는가요? 빨리 나영이란 걸 승인하고 발편잠을 자세요.”    그 말에 나영은 쌍까풀눈이 데꾼해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안돼, 내 대신 춘영이 감옥에 들어가 죄값을 치르게 해선 절대 안돼.)    나영은 머리를 푹 숙였다. 그는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로 천천히 진실을 토했다.    “제가 바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박나영입니다. 저를 귀국시켜 주십시오. 저는 성실하게 죄행을 탄백하고 죄값을 달갑게 치르겠습니다.”     두 여경은 서로 마주 보며 씨무룩이 웃었다.     “이제야 정신이 온전히 돌아왔군요.”     "진작 승인할게지. 바쁜데, 우리 시간 잡아먹으면서. 참."    뭔가 쓰르륵 쓰르륵 복사하는 소리 들렸다.    여경이 복사기에서 종이 한장을 쑥 뽑아 나영 앞에 내밀었다.    “이걸 읽어보고 사실과 맞으면 싸인하고 지장을 찍으세요.”    종이에는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박나영이라고 밝혀져 있었다.     나영은 다 읽어보고  여경의 요구대로 싸인하고 빨간 지장까지 꾹 눌러 찍었다.    그녀는 뜻밖에도 해탈감이 나면서 홀가분해지는 감을 느꼈다.     그녀는 한시름 놓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나영은 피뜩 성림이 떠올랐다.     (내가 중국에 인도돼 가면 성림은 어쩌지? 그 앤 여기서 공부시켜야겠는데.)     모성애는 무서운 것이었다. 나영은 머리를 번쩍 쳐들고 여경들 보고 비난사정했다.     “당신들도 여자 아닌가요? 애를 키워 봐서 알겠지만 엄마는 애를 떠나기 힘든데요.”     그러자 여경들은 서로 마주보며 피씩 웃었다.     “누가 애 엄만가요?”     나영은 머리를 숙이면서 사과하였다.     “미안해요. 처녀들 보고 애 엄만가 해서요.”     나영은 뒷말을 이었다.     “한가지 요구 있는데요. 제가 중국에 인도돼 가도 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애 성림을 한국에 남아 공부하게 도와 주십시오. 애 어머니 최후 요구입니다.”    여경은 피씩 웃었다.    “어린애는 무죄지요. 이 일은 법무부와 출입국 사무소에서 할 일인데요. 당신이 중국에 인도되면 여기 성림의 후견인은 있는가요?”    나영은 묻기 바쁘게 대답했다.     “있어요.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이 수원에 있는데요. 또 카시모도, 아니, 금방 저와 면회한 리종호씨도 있어요. 지금 리종호씨가 그 애를 자기 집에 데려다가 보고 있는데요.”     여경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들이 법무부와 출입국 사무소에 잘 말해 보겠어요. 근심말아요.”    나영은 허리를 꼽싹거리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좋긴 제가 중국에 가서 무죄로 풀려나오면 재입국을 허락해주십시오.”    여경은 코웃음쳤다.    “흥, 무죄? 무죄면 최정호씨와 함께 일본으로, 대한민국으로 도망쳐 다녔을까요?”    남경장도 조소를 입귀로 흘렸다.    “당신이 무죄면 중국 당국에서 인터폴 지며수배도주범으로 한국에 나포를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을까요?”    그러나 나영은 포기할 수 없었다.     “글쎄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의 죄는 경범죄라고 봅니다. 언젠가는 사랑스러운 한국에 돌아와 아들애를 공부시키면서 살 겁니다. 그때 저의 어린애를 도와준 분들을 잊지 않고 은혜를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남경장과 여경들은 서로 마주 보며 피씩 웃었다.    남경장은 일어나 서류를 거두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그때를 기다리지요.”     여경은 나영을 데리고 독감방으로 갔다.      나영은 마치 중죄수처럼 독감방에 가두는 것을 보고 저으기 불안했다.   (아마 인차 중국에 인도되겠지.)     그녀는 독감방에 들어가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여경이 자물쇠를 절컥 잠그는 소리가 들리었다. 뒤이어 디똥디똥 구두발소리 점점 멀어져갔다.     나영은 쓸쓸한 독감방 안에 갇힌 채 착잡한 고민에 빠졌다.     (중국에 인도돼도 두려울 건 없어. 5만원 때문에 판결받으면 몇년 판결받겠는가? 그 돈 5만원도 철석을 시켜 심계국에 바치게 하지 않았는가. 그럼 감형받겠지. 전국을 들썽한 주아무개도 몇십억 수뢰하고 숱한 애인을 두고 살아도 총살받지 않았는데. 내야 몇해 징역 받겠지. 주아무개는 아파트만 해도 몇백채 가지고 살았다고 하지 않는가. 진짜 9,999채나 쓰고 산 북경 고궁 황제 맞잡이 아니였던가! 주아무개는 아파트 어떻게 많았으면 수십명이나 되는 애인들한테 한두채씩 나눠줬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무기징역도 판결받지 않았다. 내야 주아무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좀도적에 불과하지. 법이야 항상 공정하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나영은 저으기 안심되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침대에 훌 드러누워 독감방의 어둠침침한 천정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속궁리를 끝없이 굴리었다.      (또 그 5만원을 내 염채기에 혼자 넣었는가. 최국장을 줘서 류덕재와 류려평 행장을 다 주었지. 난 최국장이 하라는대로 했을 뿐이야. 난 색마 최국장한테 홀리워서 그 놈의 노리개로 놀아나면서 새파란 나이에 내 전도를 망친게 후회될뿐이야. 이젠 다 쒀놓은 죽을 어쩌는 수 있는가. 법원에서 판결하는대로 몇해 징역살이 하면 다야.)      그녀는 자포자기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그러나 성림을 한국에 혼자 남겨두고 귀국해야 하는 것이 마음 한쪽에 걸리었다.     (다른 건 괜찮은데 내 감옥에 갇히면 성림은 어쩌는가?)     나영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중국에 인도돼가면서 성림을 낯선 이국타향에 두고 가는 것이 자못 고통스럽고 근심스러웠다.    “성림은 이제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앤데. 내 감옥에 간 걸 알면 얼마나 타격이 클까? 내 감옥에 들어가면 걔는 어쩌는가? 아무리 카시모도와 춘영이, 지영이 옆에서 돌본다고 해도 그렇지. 설상가승으로 카시모도는 리혼수속하러 요즘 귀국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영은 성림의 처지를 생각할수록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옆에 엄마 없으면 성림은 한쪽 날개 끊어진 새 같은데. 모성애 없는 성림이 얼마나 고독할까? 얼마나 쓸쓸하고 고통스러울까? 모자간이 생이별해야 하는 이 비극을 어쩐단 말인가?”     나영은 중얼거리며 일어나 서성거리다가 독감방의 쇠살창을 부여잡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삼복염천이라 쇠살창 창문으로 뜨거운 열기가 풍기어 들어왔다. 그 무더운 날에도 창 밖의 하늘은 의연히 그렇게도 파랗고 아름다웠다. 감방 울안의 파란 나무가지에 이름모를 알룩달룩한 새 한마리 짹짹거리다가 어디론가 포로롱 날아갔다.     (아, 나도 저 새처럼 날개가 돋혔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쇠살창을  빠져나가 자유롭게성림이 옆에 훨훨 날아가겠는데.)     나영은 쇠살창을 탕탕 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정호한테 속은 것이 분했고 정호한테 배신당한 것이 격분했고 자기 심신을 유린할대로 다 한 정호가 가증스러웠다.     그녀는 전람관의 공금에 손을 댄 것을 뒤늦게나마 못내 후회했다. 그녀는 당의 기률과 국가의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제일 후회됐다.     나영은 쇠살창을 부여잡고 뒤늦게 통탄했다.     (법을 지키고 사는게 젤 행복해. 제게 차례진 돈을 쓰면서 있는만큼 사는게 젤 즐거운 향수야!)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894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대대 제8생산대에서 조왕돌로 태여났음. 스님의 말을 듣고 부모는 앓지 말고 건실하게 자라라고  갓난애기 나를 보에 싸서 시퍼런 칼과 함께 함지에 넣어 조왕간 덕대에 올려놓았음. 그래서 어릴 때 애명도 "조왕돌"이었음. 그러나 미신과는 달리 시시콜콜 앓기만 해 약골이었음.      1974년, 교하시 모 한족초중 졸업, 1976년 고향의 산골 5.7고중을 졸업하고 귀향해 1년 반 동안 소 궁둥이를 쳤음.심심산골 목동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514    대하소설 황혼 제3권(57) 모녀의 밀모 김장혁 댓글:  조회:170  추천:0  2024-10-13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7. 모녀의 밀모      류려평은 욕설을 퍼붓다가 여경이 부르는 소리에 딱 그쳤다.    “류려평, 나왓!”    류려평은 땅바닥에 물앉아 어린애처럼 발버둥질치며 대성통곡쳤다.    “안 나가! 난 중국에 안 가! 중국에 가면 죽어!”    “딸을 마지막으로 안 만나겠어요?”    “뭐? 려향이 왔어?”    류려평은 벌떡 일어나며 다급히 소리쳤다.    “만나겠습니다.”    류려평은 울음을 딱 그치고 감방문을 나섰다.    면회실에 들어가 얼마 안 있어 커다란 유리판 맞은 편에 려향이 미색핸드빽을 들고 들어섰다.    “려향아!”    “엄마!”    그들 모녀는 철창 속에서 유리판 구멍으로 서로 손을 넣어 얼굴을 매만지면서 대성통곡쳤다.    여경은 려향의 손에서 미색핸드빽을 받아가지고 면회실에서 나갔다.    류려평은 용건부터 려향한테 시급히 말해야 했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뒤이어 려향의 두 손을 꼭 잡고 벌떡 일어나더니 퉁사발눈으로 사위를 둘러보고나서 얼굴을 유리판 구멍에 가져다 댔다.     눈치빠른 려향은 엄마가 또 뭔가 요긴한 귓속말을 하자고 그런다는 걸 알고 자기도 발딱 일어나 얼굴을 천천히 유리판 구멍에 가져다댔다.    류려평은 려향의 귀에 대고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저 미색핸드빽은 어데서 난 거야?”    려향은 씨무룩이 웃었다.    “아빠 사 준 건데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겼다.    “흥! 고양이 생각한다고나 해라. 그 놈이 무슨 꿍꿍이속에 저 핸드빽을 사 줬는지 몰라. 무슨 짓거리를 하자는 건지. 난 저 핸드빽 보기만 해도 부아통이 터진다. 내 널 사 주지 못했는데 그 놈 걸 들고 다녀?”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이후엔 엄마 보러 올 때 안 들고 올게.”    “활 쓰레기통에 버려라!”    려향은 씨무룩이 웃으며 물었다.    “용건이 뭔가요? 시간 없는데 빨리 용건부터 말해요.”    류려평은 려향의 귀에 댈듯이 입을 가져가더니 나직이 쑹얼거렸다.    "살인미수죄를 지면 한국에 살아남겠는가 했는데. 다 파탄났어."    "아빠가 엄마 살인미수죄를 증명서지 않았는가요?"     "증명섰다. 혹을 떼려다가 혹을 하나 더 붙였다. 그 놈과 나영까지 내  증명서는 바람에 오히려 긁어서 혹을 더 만들었다. 이젠 살인미수죄까지 더 졌으니 난 끝장이야. 난 중국에 인도돼 가면 총살받을지도 몰라."    려향은 깜짝 놀라 엄마 손을 잡고 얼굴을 매만지면서 대성통곡쳤다.     "엄마- 이 일을 어쩝니까?"      류려평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죽어도 괜찮아. 엄마의 유일한 희망은 네야. 려향아, 빨리 고향에 돌아가 외할아버지 산소로 가라. 거기서 엄마 인생의 전부를 네가 파내 가져라. 딱 비석 밑을 잘 봐라.”    려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엄마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한지 한주일도 안돼 몸을 빼기 힘든데요. 내 가버리면 날 입사시킨 최전무한테 미안한데요.”     지금 이 시각 면회실 흑유리판 건너 감시실에서 여경과 남경장이 그들의 대화를 김청하고 있었다. 그걸 류려평과 려향은 미리 짐작하고 될수록 그들이 감청하지 못하게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그러나 면회실 유리판 변두리에 미혀마이크가 달려 있어 여경과 남경은 모든 걸 지척에서 다 감청할 수 있었다.     그 보다도 종호는 이 시각 셋집에서 컴퓨터를 켜놓고 려향의  미색핸드빽 미형몰카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동영상을 다 감청하고 있었다.     벽에도 귀 있다고 류려평과 려향은 자기들의 밀담을 숱한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다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류려평은 려향을 마지막으로 본다고 각오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려향아, 회사 일을 그만두고라도 하루 빨리 귀국해라. 최전무고 회장이고 다 아무 것도 아니야. 넌 그걸 파내면 한뉘 올방자를 틀고 앉아 배를 두드리면서 살 수 있다. 종호가 먼저 가는 날엔 끝장이야. 그 놈새끼, 아마 추석 쯤에 들어갈 예산이더라.”    려향은 대소로워 하지도 않았다.    “아마 나도 중국에 조만간에 들어가야 될 거 같습니다. 최전무 말이 본사에서 최전무 보고 강남 S시에 들어가 반도체회사를 재건하라고 하더랍니다. 아마 나도 최전무룰 따라 중국에 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류려평은 반색했다.     “그럼 잘 됐어. 내 뭐라더니?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야. 미국의 통제를 받아 반도체회사를 온전히 경영할 거 같니? 중국에 가야 자주적으로 반도체회사를 차릴 수 있어. 넌 한고조 후대기에 에서 살아야 해.”     려향은 머리를 순순히 뜨덕이며 물었다.     “아빠는 무슨 일에 귀국한답디까? 단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로 가자고 간답디까?”    류려평은 내심하게 말했다.     “아니야. 며칠 전에 리혼청구서를 만들어가지고 왔더라. 아마 리혼수속도 할겸 산소에도 갈겸 갈 거 같더라.”     려향은 리해하지 못하겠다는듯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숱한 려비를 팔면서 그리 급히 갈 필요있는가요? 이제 무더운 삼복지간에. 선선한 가을에 가는게 옳지. 요즘 비행기표도 엄청 비싸졌어요. 오래잖으면 여름 방학이 돼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비행기표 값이 엄청 올리 뛰였는데요.”     류려평은 려향을 일깨워 주었다.     “너도 알잖니? 종호는 효자 아니고 뭐니? 종호는 추석에 꼭 부모 산소에 찾아간다. 그는 이전에 외할아버지 산소에도 해마다 찾아갔댔다. 넌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당장 귀국해라.”     려향은 머리를 폭 숙이고 묵묵부답하며 외까풀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속궁리를 하고 있었다.     류려평은 려향의 손을 잡고 물었다.     “요즘 종호는 뭘 하데?”     려향은 대수롭잖게 말했다.     “셋집에서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이랑 읽습디다. 이상한 심태변화는 보이지 않습디다.”    류려평은 피뜩 뭐가 떠올라 물었다.     “성림을 너네 집에 데려 왔다면서?”     “네. 그래요. 아빠는 걔를 아침이면 학교에 데려가고 저녁이면 데려옵디다. 건데 요즘 성림이 자꾸 가슴이 아프다고 징징거려서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류려평은 코웃음쳤다.     “얼마나 바보야! 고 비좁은 반토굴셋집도 집이라고 뉘네 애를 다 끌어들여? 종호 성림을 얼마나 심들여 보살피는가 봐라. 마 나영과 재혼할 예산인 거 같아.”     류려평은 사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춰 나직이 물었다.     “종호는 네가 제 친딸이 아니란 걸 아니?”’     “모르는 거 같습디다. 아빠는 나를 이전처럼 살뜰히 대핟디다. 내 회사에 다니면서 바쁘다고 밥을 손수 지어주고 내 좋아하는 감자장까지 지져줍디다.”    류려평은 코웃음쳤다.    “바보, 세상 천치야. 눈치 그렇게 도끼등이니 이날 이때까지 네가 류덕재 행장의 딸인줄도 모르고 살았지. 넌 티를 내지 말고 ‘아빠’,  ‘아빠’ 하면서 이용해먹어라.”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알았습니다. 내 유전자검사를 하자고 아빠 머리를 감아주면서 머리카락을 몇대 뽑아 건사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습디다.”     류려평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래, 검사결과 어떻게 나왔느냐?”     “확실히 난 종호의 딸이 아니더군요. 유전자 수치가 비슷한 점도 하나도 없더군요.”     류려평은 정색해 려향을 마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이 세상에 엄마만 진짜야. 엄마만 믿어라. 애비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 못해. 넌 류덕재 행장의 친딸이야. 이제 귀국하면 류덕재 행장을 찾아가 친아버지를 확인해라."     려향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류덕재 행장은 날 하루도 기르지 않고 이제 와서 자기 딸이라고 찾아가? 흥!" 류려평은 려향의 손을 잡고 나직이 타일렀다.      "모르는 소리. 류덕재는 널 홀대하지 않을 거야. 이젠 엄마가 이 놈 세상에 살아남겠는지 모르겠다. 넌 믿을게 친아빠 류덕재 행장 밖에 없다.”     류려평은 얼굴을 유리판 구멍에 갖다대고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류덕재 행장이 남몰래 네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아니? 나와 류덕재 행장은 널 낳자마자 네 몫으로 아파트도 몇채 갖춰놓았다. 네 돐생일에도 류행장은 축의금으로 100만원이나 부조했댔다.”    “네?!”    순간, 깜짝 놀란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젤 덴겁한듯이 놀란 건 려향이었다.    (친아빠라는 류덕재 행장이 그렇게 많이 부조했다는데, 엄마는 그 숱한 돈을 다 어쨌단 말인가? 내 서울에 나와 공부해도 일전한푼 대주지 않았잖은가.)     려향은 잘 납득이 되지 않아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시각 종호도 깜짝 놀랐다. 그는 셋집에서 컴퓨터를 켜놓고 감청하다가 와뜰 놀라 뒤로 벌렁 드러눕기까지 했다.     (세상에 그런 일도 다 있었구나. 려향의 생일날에 류덕재는 숱한 사람들 앞에선 피뜩 와서 그저 천원이 든 빨간 봉투를 내놓고 가려고 했잖은가. 그때 돈이면 천원이면 큰 돈이었다. 그때 난 한달에 75원 탈 때 아닌가. 그런데 뒤에서 백만원이나 줬다고? 세상에. 부패분자 큰 손을 내밀었댔구나. 그날 류려평은 려향을 안고 달려나가 류덕재를 붙잡고 셋이서 사진까지 찍지 않았는가. 좀 이상하다 했지만 친부모 합영일줄은 몰랐지. 그땐 그저 한단위 직계 상급행장이니깐 존대하느라고 그러는가 하고 넘어갔지. 이전에 정조를 의심해 류려평한테 고통받게 심해를 끼친 후엔 류려평을 의심하지 않자고 그저묻지도 않고 두루뭉실하게 흘려보냈지. 그런데 진작 이런 세상에…)     종호는 무릎을 치며 통탄하며 일어났다. 그는 컴퓨터에 마주 앉아 계속 모녀간에 무슨 음험한 밀모를 하는가 감청했다.     류려평은 려향을 보고 고의로 목소리를 높여 지껄여댔다.     “넌 꼭 종호 먼저 귀국해 외할아버지와 친조부모 산소를 찾아봐야 해. 잊지 말라. 친아빠 류덕재 행장도 꼭 만나봐라. 좋기는 음력 7월 15일 전에 중국에 들어가라.”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류려평은 재차 신신당부했다.     “우리 한족들은 음력 7월 15일에 조상들의 산소에 가고 음력 8월 15일엔 산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단원명절을 쇠느니라. 네가 음력 7월 15일에 친아빠와 함께 산소에 찾아가면 외조부모와 친조부모가 얼마나 기뻐하겠느냐? “     려향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 꼭 찾아가겠습니다.”     려향은 머리를 유리판 구멍에 가까이 대고 류려평한테 나직이 귓속말로 물었다.     “내 돐생일에 류행장이 준 숱한 축의금을 다 어쨌습니까? 난 일전한푼 친아빠 준 돈을 써본 적도 없는데요. 엄마 얼마나 다욕합니까!”    류려평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이 말했다.     “그때 난 네가 종호를 따라 서울로 나가겠다고 고집하니까. 괘씸해 일전한푼 주지 않았다. 허나 이제 외조부모 산소에 가면 거기에 다 있다. 그때 날 량해해라. 난 종호를 혼내자고 그랬어. 그 놈이 널 속여 데리고 한국에 나가서 널 끌어안고 콱 개고생하라고 그랬다. 봐라. 종호 널 홀려가지고 한국에 나오더니 죄를 만나 네 뒤시바라지를 하느라고 건축공지에서 불알 한쪽까지 잃어버렸잖아. 쌍통맹통이라고 해라.”     악처의 퉁사발눈에서는 씨벌건 별찌가 무섭게 툭툭 떨어졌다.     려향마저 섬찍한 감이 들었다.     “종호 아빠 불쌍합니다.”     “닥쳐!”     류려평은 면회실이 떠나가게 고함쳤다.     “종호, 그 놈새끼를 아빠란 말 말어! 그런 등시이 다 아빠야? 네 아빤 류덕재 행장이야. 넌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후손이야. 성씨도 제대로 류씨로 고쳐라. 넌 한국 문화에 물젖지 말고 중국에 들어가 우리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제 민족의 유구하고 찬란한 력사와  정통문화를 배우고 계승해야 해. 그게 네 옳바른 길이야. 그래야 한고조 류방 황제님한테 미안하지 않아.”     악처는 이빨을 쁙쁙 갈았다.     “그놈새끼 널 한국에 데려다가 기로에 들어서게 했어. 한국 회사 그만두고 중국에 들어가라. 네 한뉘 평생 먹고 살 근심없어. 널 잘못 이끈 종호를 어떻게 하면 복수할지 모르겠다.”     려향은 악에 바친 엄마를 말렸다.     “엄마, 필경 리종호 사장님은 나를 30여년 길러주고 보필해준 아빠 아닌가요? 양아빠도 아빠인데요.”    류려평은 유리판을 꽝 쳤다.    “닥쳣!”    유리판이 없었더라면 려향의 귀쌈을 찰싹 쳤을 것이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류려평은 려향의 손을 꽉 붙잡고 마지막으로 고래고래 고함쳤다.     “려향아, 내 말 명심해라. 넌 한고조 류방 황제님의 후대야. 넌 류덕재와 류려평의 친딸이야. 어서 종호 먼저 귀국해라…”     “엄마!”     모녀간은 유리판 너머 손을 마구 저으며 애잡짤하게 대성통곡쳤다. 그 대성통곡소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구경하는 종호한테 뭔가를 재촉했다…        저자 주: 여직껏 대하소설 제3권까지 본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제 대하소설 제4권이 이어집니다. 계속 저의 소설의 향연과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1월 20일 12시 16분  조회:1894  추천:27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프로필          필명: 민성, 애명: 조왕돌      1958년 중국 길림성 연길현 조양공사 근로대대 제8생산대에서 조왕돌로 태여났음. 스님의 말을 듣고 부모는 앓지 말고 건실하게 자라라고  갓난애기 나를 보에 싸서 시퍼런 칼과 함께 함지에 넣어 조왕간 덕대에 올려놓았음. 그래서 어릴 때 애명도 "조왕돌"이었음. 그러나 미신과는 달리 시시콜콜 앓기만 해 약골이었음.      1974년, 교하시 모 한족초중 졸업, 1976년 고향의 산골 5.7고중을 졸업하고 귀향해 1년 반 동안 소 궁둥이를 쳤음.심심산골 목동출신.     1981년 12월 중국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1월- 1987년 중국 길림성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1988년-1996년 중국 길림성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1997년- 2016년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필 력임, 연변인민출판사 편심(교수급편집).      2018년 5월 정년퇴직.     료녕성조선족로인협회 부회장, 명예회장 력임.     현재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사단법인대표, 회장, 당지부 서기.. 편집부 주필.                   주요저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50여만자)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총 4권, 120여만자)     대하소설 "졸혼"(총 6권, 150여만자)     대하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총 3부작, 90여만자)     대하소설 "황혼"(총 4권)     장편실화소설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공저) 등        장편소설 26권.       그외.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한문)      중단편소설집 "사랑환상곡"      동화소설집 "멋쟁이 매옹이와 찍찍의 겨룸"      동화소설선집 "괴물 클론바우 모험기"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       수필집 "리별"        실화작품집 "빨간 장미꽃 함정"등         저서  총 34권,  문학작품 총 1,000여만자.                 수상:      백두컵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수차),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한중동심컵아동문학상,  웰빙아동문학상, 한국 KBS방송 수기우수상, 한국 대전매일수필문학상, 두만강수필문학상 ,  동북3성우수도서상 (2차), 2010년 연변작가협회 선진작가상 등 30여개 수상.  
513    대하소설 황혼 제3권(56) 여살인미수범 김장혁 댓글:  조회:205  추천:0  2024-10-13
    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6. 여살인미수범      류려평은 구치소 감방에 돌아와서도 뭔가 시름이 놓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     (종호는 말로는 성림 때문에 추석에도 산소에 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요즘 귀국하겠는지 어떻게 아는가? 종호는 요즘  리혼수속하자고 귀국할 수도 있다. 나영과 지영이 종호와 지끈하는 즛살을 봐라. 그 년놈들이 하루속히 재혼하려고 하는지 누가 알아?)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떡 멈췄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는가? 종호가 려향보다 먼저 귀국하는 날엔 큰 일인데.)     류려평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떼룩거리며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종호가 혹시 려향보다 먼저 아빠 산소에 가면 큰 일 아닌가? 내 아버지 뭐 널 보자고나 했니? 그런데도 아빠 신문사에 졸업배치해 주었다고 해마다 아빠 산소에 찾아가지 않았던가. 그 놈의 효성과 의리 큰 일이야. 그 놈한테 무수한 틈 탈 틈을 주었는데 이제도 그 놈한테 또 기회를 주면 어쩌는가?)    류려평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감방 안을 서성거리며 궁리했다.     (안돼, 그 놈이 려향 먼저 산소에 가서 내 인생의 전부를 가져가게 할 순 없어.)     그녀는 철창가에 다가가 철창을 부여잡고 철문을 마구 두드리며 고함쳤다.     “여보세요! 경장님. 급한 일이 있습니다.”     “뭐 할락꼬 고함질인가?!”     여경이 시끄러워 하면서도 스적스적 다가왔다. 구치소의 여경은 경찰서의 여경과는 달리 꽤나 거칠게 굴었다.     류려평은 여경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황급히 요청했다.     “저의 딸을 불러 주십시오. 급히 면회해야겠습니다.”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또 무슨 면회인가?”     류려평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좀 봐주세요. 네? 딸과 급히 면회해야겠는데요. 제가 여기서 나가면 꼭 은혜를 톡톡이 갚아드리겠습니다.”     여경은 코웃음을 뀌었다.     “흥! 여기 대한민국에선 그따위 거 통하지 않아요. 오늘 구치소 면회실이 전에없이 분주해 다음 순서를 좀 기다리세요.”     류려평은 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높은 가슴에 두 손을 모아쥐고 싹싹 비비며 비난사정을 다 했다.     “제발 딸과 면회하게 해 주십시오. 네?”     여경은 핼끔 째려보며 뇌까렸다.     “구치소에 면회 규정 있어요. 하루에 두번씩 면회는 불허요.”     “제발 면회시켜주세요. 네?”     여경은 시끄러워 발까지 탕 구르며 고함쳤다.     “안돼! 여기 뭐 다방인가 해? 누굴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가 해?”     “급한 일 있는데 좀 봐주세요.”     여경은 너무 한 감이 들었는지 되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며칠 후에 봐요. 쪼간한 딸애 자꾸 만나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는 건가? 이제 만난지 며칠인기여? 한 주일도 안돼 또 만나? 흥!”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침대에 돌아와 털썩 들어앉았다.      며칠 후 여경이 찾아와 불러냈다.      류려평은 여경을 따라 나가면서 넌지시 물어 보았다.      “나를 검찰에 이송했는가요?”     여경은 류려평을 째려보며 코웃음쳤다.      “왜 그걸 물어 보는가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겼다.      “나를 검찰에 언제 이송하는지? 언제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는지? 이런  어 봐도 안되는가요?”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류려평의 손목에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걸 왜 자꾸 물어요? 짜증나게.”      다른 여경이 류려평의 팔을 붙잡고 잔등을 밀었다.      “걸엇!”     여경들은 그를 면회실이 아니라 지하심문실로 끌고 내려갔다.     “아니, 내 딸과 면회하겠다는데. 면회 안 시키는가요?”     류려평은 불길한 감이 들어 주춤 멈춰섰다.     여경은 류려평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어조는 이전보다 퍽 부드러웠다.     “먼저 심문실에 들어가라구. 여기서 끝나면 딸을 마지막으로 만난게 해줄게요.”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가슴에서 망돌짝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네? 마지막이라니요?”      그녀는 머리끼까지 곤두섰다.      “잔말 말고 심문실에 들어갓!”     류려평은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개처럼 두 다리로 층계에 떡 벋티고 서 있었다.     두 여경은 류려평의 양팔을 붙잡고 마구 끌고 지하심문실로 들어갔다.      지하심문실의 탁상등이 쪽걸상에 물앉은 류려평의 수척해진 낯빤대기를 지질듯이 비추었다.     먹칠한듯한 맞은 쪽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 울렸다.     “류려평, 이종호씨를 안락사시키려고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주사한 살인미수혐의를 인정하는가?”     “전번에 다 성실하게 승인했는데요. 또 물어요?”     “재확인이 필요해요. 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는가?”     류려평은 시답잖게 대답했다.      “그 놈은 악마와 같습니다. 그 놈은 내 청춘을 빼앗고 내 인생을 망가뜨린 놈입니다. 량심도 없는 놈입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그저 명색이 부부일뿐입니다. 그 놈은 사돈보기 하던 날에도 분명 자기가 내 정조를 유린하고서도 날 숫처녀 아닌가고 의심했습니다. 종호는 처음부터 날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놈입닌다. 천번, 만번 죽어도 마땅한 놈입니다. 그래서 그 놈을 죽이려고 그 놈이 맞는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넣었습니다. 그저 그 놈을 죽여치우지 못한게 한일뿐입니다.” 류려평은 종호를 물어뜯고나니 속이 다 후련해났다. 그러나 악처는 그렇게 악담한 결과가 기다린 건 엄벌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뒤이어 뭔가 복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금방 교대한 걸 확인하고 여기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으세요.”     류려평은 종이장을 받아 쭉 내리읽어보고 싸인하고 빨간 도장집에 식지를 뚝뚝 찍어 뻘건 지장까지 꼭 눌러 찍었다.      “됐습니다. 모는게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의아한 눈길로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을 뚫어지게 마주 보면서 물었다.     “혹시 검사인가요? 이젠 한국 법원에 기소하는가요?”     “한국 법원에 이송하는 일은 없습니다.”     “네?!”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화등잔이 돼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아니, 그럼 중국에 인도되는 겁니까?”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류려평은 인터폴 규정과 중국 사법기관의 요구사항에 근거해 중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구머니!”     류려평은 머리 아찔해났다. 그녀는 정수리를 된방매에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쪽걸상에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한참만에 류려평은 부시시 기어일어나 쪽걸상에 다시 앉아 꽥꽥 고함쳤다.     “항의합니다! 난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를 졌는데 왜 나를 한국 검찰에 넘기지 않았습니까? 왜 한국 법원에서 판결받게 하지 않습니까?”     “심문이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중국으로 인도된다는 걸 정식으로 통지합니다.”     “한국 개새끼들, 더러운 괴뢰군 경찰놈들, 네놈들은 제 명에 썩어지지 못할 거야.!”     여경들은 류려평의 두 팔을 붙잡고 감방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원래 합숙감방이 아니라 중죄수처럼 독감방 안에 끌어다 가둬놓았다.     류려평은 심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심리균형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녀는 독감방에서 미친듯이 한국 사법부와 경찰들을 욕해댔다.     그녀는 한국 법원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으려고 순순히 살인미수죄를 승인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이거야 말로 긁어서 부스름을 만들지 않았는가? 중국에 인도되는 걸 막기는 고사하고 살인미수죄를 더 지게 되지 않았는가?) 진짜 역은 새 방아간을 날아지나간 격이 되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중국에 인도되지 않으려고 제 딴에는 빈틈없이 꾸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주도면밀하게 생각해보고 승인한 살인미수죄가 오히려 자기 목을 조이는 올가미 될줄이야. 진짜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그 올가미에 기대 한국에 남아 살아남으려고 한 것은 일종 허무한 꿈, 아니,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오산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방 땅바닥을 치며 후회하고 통탄했다.       그녀는 믿던 기둥이 불시에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감방 땅바닥에 반듯이 쓰러져 가슴을 할딱거렸다. 똑 마치 덫에 치운 참새처럼 버둑거리며 가슴을 조였다.       (이젠 죽었어. 탐오(횡령)죄와 수뢰죄에 살인미수죄까지 졌으니 틀림없이 무기징역이나 총살받을 거야. 이 일을 어쩌는가?)     부패분자 류려평은 하늘이 쿵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그녀의 곰팽이 얼룩덜룩 낀 육체와 령혼은 깊고 깊은 시꺼먼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512    대하소설 황혼 제3권(55) 5만원의 내막 김장혁 댓글:  조회:151  추천:0  2024-10-12
        대하소설 제3 권          김장혁        55. 5만원 내막       절그럭 절그럭.     구치소 감방 철문을 여는 열쇠 소리 들린다.     드르릉-     뒤이어 철문을 여는 소리 아츠럽게 들린다.     여경은 구치소 감방 안에 들어서자 여수감자들을 쭉 쓸어보더니 나영을 손가락질하며 명했다.     “나영이, 나와!”     나영은 류려평의 눈치를 흘끔 곁눈질하면서 시치미를 땄다.     “여긴 나영이 없어요. 박춘영 밖에 없는데요.”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영을 손가락질하며 꾸짖었다.     “너야! 잔말 말고 어서 제끼(빨리) 제끼(빨리) 나오락꼬! 꾸물거리면 면회 취소할 테야.”     여경은 제주도에서 대륙에 나왔는지 짙은 제주도 사투리를 툭툭 내뱉었다.    나영은 혀를 홀랑 내밀먼서 여경을 따라 철문께로 다가갔다.    “잠간!”    류려평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면회 좀 양보하면 안 되겠어? 내 급히 딸을 만나야겠는데. 안 되겠소?”    “글쎄…”    나영은 여경을 뒤돌아보았다.    “뭐야!”    여경은 류려평을 표독스런 눈길로 되돌아보았다.    “면회 순서는 구치소에서 정하지. 너꺼들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야.”    나영은 류려평을 미안하다는듯이 돌아보고 눈을 질끔해보이고 나서 곰상곰상 여경을 따라  면회실로 걸어갔다.    “누가 저를 만나려고 하는가요? 혹시 나영을 나포했는가요?”    “가 보면 알 거야.”    나영은 더 묻지 못하고 면회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뜻밖에도 유리판 너머 종호가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카시모도!”     나영은 콧마루가 시큼해 유리구멍으로 손을 넣어 종호의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춘영이, 그간 얼마나 고생 많았소?”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끊어진 구슬처럼 쓰라린 눈물을 줄줄 흐리었다.     종호는 유리구멍을 사이에 두고 두 손으로 나영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절대 짧은 생각을 하지 마오. 우린 꼭 쨍 하고 해 뜰 날을 맞이할게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선생님도 살기 아무리 험난해도 굳세게 살아나가세요. 제가 감옥에서 나가는 그 날을 기다리세요. 저는 리사장님께 모든 걸 기대해요.”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는 종호의 믿음에 찬 너부죽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카시모도, 성림인 잘 있는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성림인 근심하지 마오. 우리 집에 데려왔소. 나와 려향한테서 한글을 배워서 학교에 가서 한글공부를 꽤나 잘한다오. 이젠 한국말을 아주 잘 하오. 고향에 있을 땐 한족 말 밖에 하지 않던게. 이젠 저네 언니 나영의 꿈대로 진짜 조선족 애가 돼 가고 있소. 속산토대도 있어 산수랑 제법 뾰족하게 하는 모양입데. 한국 여선생님이 표양까지 합데.”     나영은 종호의 손을 꼭 잡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성림이 공부를 잘한다니 기뻐요. 리사장님, 저의, 아니, 나영언니의 유일한 꿈과 희망은 성림 밖에 없는데요. 나영언니        그렇게 사랑하는 카시모도는 꼭 성림일 자기 친아들처럼 보살피리라 믿었어요. 성림을 참된 조선 애로 키우는게 나영 언니 소원인데요. 그 소원이 성사될 거 같아 좀 안심되는군요.”      그녀는 면회실 밖을 흘끔 곁눈질해보이며 뒷말을 이었다.     “나영 언닌 좋겠다. 그들 모자를 지극히 아끼는 카시모도 있어서.”     종호는 나영한테 용건부터 말했다.     “나영이, 아니, 춘영이, 내 리혼수속하러 고향에 피뜩 갔다가 돌아와야겠소. 내 가면 성림을 잠시 지영한테 맡겨놓기로 했소. 그래서 지영이 저네 세집에 들어갔는데 괜찮지?”     “되구 말고요.”    나영은 두말 않고 동의했다.     “지영이 셋집을 따로 잡을게 있는가요?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살아도 돼요. 우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온 딱 친군데요.”     종호는 나영이 평온한 심태를 보아 한발짝 더 나가 말했다.     “내 생각엔, 에헴,”     종호는 나영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나영이 언니 귀국해 사법기관에 자기 죄행을 성실하게 탄백하고 편안하게 사는게 좋을 거 같소. 언제까지 인터폴에 쫓겨다니면서 심장을 조이면서 살겠소? ”     나영은 종호의 손을 스르르 놓으면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나영이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했답데다. 나영인 전람관 공금을 5만원 탐오한 죄 밖에 없는데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며 나영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영한테 탄백할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것이었다.     “나영언니는 성실하게 탄백하고 관대처벌을 기대하는게 명지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오.”     나영도 종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 돈 5만원도 나영언니 혼자 염채기에 처넣은게 아니랍디다.”     “뭐라고?”     종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그 돈 5만원은 전람관 재건 대부금을 내오려고 나영언니와 최정호 국장이 은행 류덕재 행장과 류려평 부행장한테 주었다던데요.”     종호는 깜짝 놀랐다. 그의 짙은 눈섭꼬리마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 시각 면회실 흑유리판 건너 감시실에 앉아 있던 여경과 남경장도 그 이변에 저으기 놀랐다.     나영은 종호의 눈치를 흘끔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말 해서 되겠는지요? 리사장님 사모님을 해칠 거 같은데요.”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오. 절대 아니오. 류려평과 류덕재 같은 부패분자들의 죄행은 인정, 사정을 두지 말고 만 천하에 까밝혀야 하오. 황차 난 류려평과 리혼하기로 했소. 이제라도 나영 보고 사법기관에 이실직고하라고 하오. 사람도, 원, 참, 억울하게 혼자 죄를 들쓰고 있을게 뭐요?”     종호는 금방 류려평이 싸인한 리혼청구서를 꺼내 보였다.     “잘했어요. 이제 감옥에서 나가면 나영언니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로 달려가세요.”    종호는 장난 같은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영을 마주 바라보며 충고했다.     “나영언니 보고 그 5만원 내막을 사법기관에 사실대로 신고하라고 하오. 어쩜 이전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소.”     나영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그녀는 이젠 속일게 없어 종호 앞에서부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땐 나영언니 눈에 아마 콩깍지 낀 거 같애요. 나영언닌 최정호 국장을 미친듯이 짝사랑하다나니 성실하게 탄백하지 못한 거 같애요. 최정호 국장을 해칠 거 같아 억울한대로 혼자 그 탐오죄를 뒤집어 쓴 거 같아요. 최정호 국장은 적어도 나영을 전람관 부관장으로 제발해준 분 아니고 뭔가요?”     종호는 피씩 코웃음쳤다.     “최국장은 인간성이라고는 꼬물만치도 없는 배신자요. 여자들도 젊고 이쁠 땐 데리고 놀지만 자기한테 불리하기만 하면 가차 없이 헌신짝 차 버리듯 한단 말이오.”     나영은 종호의 손을 스르르 놓더니 천정을 쳐다보며 쓰라린 회한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그런 거 같아요. 후에 알고 보니 제가 전람관 재건비용 5만원을 탐오한 걸 그 놈이 심계국에 고발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것도 그 놈을 따라 한국에 들어와서야 심계국에 있는 사촌오빠를 통해 알게 됐어요.”     종호는 너무 한심해 주먹으로 면회실 면회대를 탁 쳤다.     “보오. 얼마나 음험한가? 앞에서는 저를 이뻐하는 척 하고 암암리에선  뒤통수를 쳤단 말이오.”     “그래요. 그놈이 그런 두 얼굴을 가진 음험한 놈일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     나영은 고통스레 뒷말을 이었다.     “지금 보면 그 놈은 그 5만원 사건을 고발해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놓았지요. 그 다음 날 동정하고 구하는 척하면서 데리고 일본과 한국 여기저기 도망쳤지요. 그 놈은 날 자기 정욕을 말리는 도구로 쓰려고 했지요. 난 그 늙다리 놈을 따라 일본이고 한국이고 돌아다니면서 줄곧 쫓겨다니면서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다 하겠습니까?”     나영인 처음엔 “나영언니”, “나영언니” 뭘 어쩌구 저쩌구 했지만 나중엔 “나는”, “날”, “내” 어쩌구 저쩌구 말실수를 했다. 그런줄도 모르고 둘은 계속 말했다.      종호는 시간이 퍼그나 간 걸 알고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이젠 최정호 국장이나 류덕재, 류려평의 죄악을 사법기관에 폭로하라고 하오. 그 놈들의 죄행을 폭로하면 할수록 나영인 꼭 관대하게 처벌받을 거요.”      나영은 머리를 끄덕였다.      “난 남편 철석을 보고 집에 돈으로 그 돈 5만원도 사법기관에 가져다 바치라고 했어요.”     종호는 면회대를 치며 일어났다.      “오- 그랬구만. 알고 보니. 나영은 탐오죄라기보다 공금남용죄 밖에 더 할게 없소. 꼭 경하게 처리받을 거 같소. 나영인 당장 귀국하는게 옳은 거 같소.”     나영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글세요. 저도 나영언닌 자기 대신 나를 감옥에 처넣자고 할 거 같잖은데요. 전번에 벌써 경찰들은 나영이 수원에 있다는 걸 다 위치추적했던데요. 나영언니 숨으면 언제까지 숨어다닌단 말인가요? 붙잡히면 둘 중에 하나는 나영으로 쇠고랑이를 차고 귀국해야 될게 아닌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저네 쌍둥이자매가 명지한 선택을 하기 바라오. 나영인 하루속히 인터폴에 신분을 제대로 밝히고 귀국해 사법기관에 성실하게 탄백해 관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오. 그게 유일한 재생의 길이라고 생각하오.”     나영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종호는 나영을 두고 가기 아까워 손을 놓지 못했다. 그는 나영의 손을 꽉 잡아 자꾸 흔들었다.     나영은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종호와 쓸쓸히 리별했다.     “우리 다시 만나요. 카시모도-”    나영은 끝내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여경한테 끌려가면서도 흑흑 흐느껴 울었다.    지루한 고통에 그녀는 마음이 진절머리나게 질렸다. 진짜 이런 고통의 심연은 언제까지일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511    대하소설 황혼 제3권(54) 리혼 김장혁 댓글:  조회:175  추천:1  2024-10-10
   대하소설 제 3권           김장혁           54. 리혼       종호는 사돈보기에 터졌던 류려평의 정조 의혹을 회억하자  코웃음이 절로 났다.     (어쩜 그때 불여우 같은 년의 눈물에 홀딱 속아 넘어갔을까? 류려평, 넌 근본 숫처녀가 아니였어. 진작 류덕귀와 바람을 피웠어. 네년의 패륜을 발견 못한게 머저리지.)     종호는 며칠 전에야 류려평이 류덕재와 처녀총각 때부터 살을 섞었고 리려향까지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불륜사실을 처음 듣는 순간 정수리를 큰 메에 떵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머리가 뗑해나 하마트면 컴퓨터에 쓰러질 번했다. 귀뿌리 윙 해나고  눈앞이 아찔하고 캄캄해났다. 눈 앞에 무수한 시뻘건 별찌가 날아내렸다.     (이제껏 수십년 동안 그년을 숫처녀로 믿어온게 바보지. 멍청이지. 그런 년을 조강지처라고 버리지 않은게 머저리지. 진짜 넌 생활  이 영펄이야. 그래서 류려평이 널 생활이 영펄이라고 비난했겠다. 그런 눈치도 채지 못한게 머저리지. 그런 년을 사랑도 없이 수십년이나 명색이 안해로  산게 잘 못이지.)     종호는 토굴 같은 세집에서 쓰러져 자기 과거를 꾸짖었다.    (갈보년이 리혼하자고 할 때 왜 리혼해주지 않았어? 난 바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난 려향이 류덕재와 류려평이 바람을 써서 낳은 애라는 것도 모르고 친딸인가고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사랑했지. 입에 들어간 고기도 빼서 먹일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잖았는가? 건축현지에 가서 남자의 소중한 그거까지 잃어버리면서 아글타글 번 돈으로 려향을 서울에 데려다가 공부시켜 박사까지 만들지 않았는가. 진짜 난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야.)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젠 결단코 리혼이야. 그런 년과 한 집 호적을 올린 채 산다는게 고통스럽다. 세상 사람들이 알면 나를 뭐라겠는가? 세상 인간사의 죄악이야. 우리 왕의 후대인 전주 리씨의 수치야. 치욕이야.)    종호는 세종대왕님을 비롯한 조상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는 그 길로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을 만나러 구치소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럼 류려평이 수십년이나 은페됐던 그 불륜사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종호가 어떻게 알게 되였을까?  세심한 독자들은 이런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일전에 종호는 리려향을 통해 류려평을 감시하려고 리려향한테 명품 핸브빽을 선물한 적이 있지 않는가.     종호는 그 핸드빽에 반짝거리는 맞단추대신 보석맞단추형, 초미형 몰카를 장치해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종호는 컴퓨터만 켜면 실시간으로 리려향의 핸드빽을 따라 모든 걸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었다. 그는 려향을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하게 려향과 류려평의 행적을 알아내려는 것이였다.     려향은 류려평을 면회하러 갈 때 그 핸드빽을 들고 구치소에 찾아갔던 것이다. 비록 그 핸드빽을 구치소에서 여경이 몰수해 임시 지하감시실 사무상에 놓아뒀지만 까만 감시 유리 넘어 류려평과 려향의 밀담을 다 비디오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었다.     그날 류려평이 려향과 한 밀담이 몽땅 녹음됐던 것이다. 종호는 그들 모녀가 갈라질 때 류려평이 고함친 소리를 여러번 되돌려 들어보며 분석했다.     “외할아버지 산소에 내 인생의 전부가 있다.”      “종호는 네 친아빠 아니야. 네 친아빠는 류덕재야.”     그때 종호는 셋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또 보았다. 세상에 어디 비밀이 있는가?     세상에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이 있는가?     이래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종호는 류려평과 류덕재의 불륜을, 려향이 자기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았다.     (이 년이 제 애비 산소에 뭘 묻어둔 거 같구나. ‘인생의 전부의 비밀’? ㅋㅋ. 네년의 인생전부는 뭐냐? 탐욕스레 긁어모은 부정축재 밖에 있어? 엉큼한 년, 그 부정축재를 썩어지기 전에 려향한테 물려주자는 거지. 려향 보고 파서 쓰라는 뜻이구나. 네년 뜻대로 될 거 같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돼.)     종호는 컴퓨터를 통해 그날 리려향이 구치소에서 류려평과 갈라져 집에 돌아오면서 보라배공원 부근에서 혼자 울면서고 한 넉두리 녹음도 다 들을 수 있었다.     “날 친딸로 여긴 아빠 불쌍해. 양아빠도 아빠야. 허나 진짜 아빤지 아닌지. 유전자 감정을 해 봐야 해…” 심지어 종호는 려향이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자기 머리를 비누에  감아주는 척하면서 세면대에 널린 머리카락을 몇대 주어 종이에 싸서 핸드빽에 챙기는 것도 다 알았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울 필요없지. 모녀간이 어떻게 노는가 더러운 꼴을 두고 봐야지.)     그는 려향을 놀래우지 않으려고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종호는 지하철에서 내려 곧추 구치소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구치소에 이르러 당직경찰을 만나 류려평과의 면회를 신청했다.     드디어 종호는 철창 속 면회실에서 류려평을 만날 수 있었다.     류려평은 철창 속에서, 고통 속에서 죄값을 치르느라고 심해를 겪어서 그런지 유들유들하던  낯에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퍽수척해지고 눈확도 푹 꺼졌다.     그녀는 면회실에서 자그마한 유리창 넘어 종호를 마주 보는 순간 푹 꺼진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복잡한 생각을 베아링처럼 굴렸다.     (저 놈은 어떻게 돼 왔어.)     류려평은 여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 배 아파 저 사람과 면회 못하겠는데요. 취소하면 안돼요?”     여경은 피씩 코웃음쳤다.     “면회가 어디 애들 장난인가? 취소는 안돼요.”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종호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여경이 나가자 머리를 쳐들고 종호를 째려보면서 나직이 물었다.     “날 찾아 온 용건이 뭔가요?”     종호도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웃으며 려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류려평, 당신은 30여년 나와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물독이 떵떵 어는 셋집에서 함께 고생하면서 살아온 안해 아니오? 제 구치소에 갇혔는데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오. 그간 고통이야 얼마나 받았겠소?    류려평은 속으로 피씩 웃었다.     (고양이 쥐를 생각한다고나 해라. 오늘 이 놈 이 뭐 비난사정할 일이 있는 모양이지? 왜 첫마디부터 입에 꿀을 발라가지고 이 지랄이야?)    류려평은 낯에 쓴 웃음을 흘리면서 물었다.    “쓸데 없는 말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하오. 무슨 일 있어 불시에 찾아왔소?”     종호는 가슴을 내밀고 한숨을 후 내쉬며 가방에서 종이 한장과 필, 도장집을 꺼내 건넸다.    “종이에 걸 읽어보고 동의되면 싸인해 주오.”    류려평은 짙은 눈섭꼬리를 치켜올리며 종이장을 가져다 보았다.    “리혼청구서?”    류려평은 종호를 쳐다보더니 깔깔깔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머리 돌아가는구만. 진작 이랬어야지. 내 리혼하자 할 때 제꺽 리혼할게지. 수십년이 지난 이제야 머나먼 한국에 와서 이럴게 있소? 당신 어쩜 그렇게 고집불통이오? 우린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으면서 각자 수요에 의해 맺어진 부부 아니오? 그때 난 아빠 강요에 못이겨 대학생이라고 당신과 약혼하고 결혼했댔소. 이젠 후회해도 쓸데 없지만,  당신은 우리 아빠 권력을 빌어 기자 꿈을 실현하려고 나와 정치결혼했잖아? 허울 밖에 없는 가정 울타리에 얽매여  날 한뉘 평생 억지로 살게 할게 뭐요? 숱한 고통을 받게 할게 뭐요?”     류려평은 단통 펜을 들어 싸인해주었다. 그리고 종호가 내민 도장즙에 식지를 뚝뚝 찍어 리혼청구서에 빨간 지장을 꾹 눌러 찍었다.      그녀는 리혼청구서를 종호한테 주면서 말했다.     “당신도 내 보는 앞에서 싸인하고 지장을 찍소.”     종호도 리혼청구서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었다. 이제 이 리혼청구서를 가지고 귀국해 민정국에 가서 리혼서에 도장을 꽝 찍으면 끝이었다. 악연으로 맺어진 혼인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종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저으기 홀가분해지는 감을 느꼈다.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부탁했다.      “우린 이젠 부부가 아니라는 걸 려향이 증명서게 해야지. 핸드폰으로 그 리혼청구서를 사진을 찍어 이 자리에서 려향한테 전송하오.”      “그러지.”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사진 찍어 당장에서 려향한테 전송했다. 류려평은 종호가 내민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쓰라린 눈물까지 수척해진 낯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리면서 연기를 놀았다.     “하루 밤 부부가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필경 우린 몇십년을 살아오지 않았소? 싸운 정이라도 있잖고 뭐요? 우린 공동재산인 려향을 봐서라도 서로 원쑤취급은 하지 말기오.”     종호도 머리를 끄덕이면서 맞연기를 놀았다.     “그렇지. 려향은 우리 둘의 딸인데 려향의 아빠와 엄마를 해쳐서야 안되지. 서로 원쑤는 아니잖고 뭐요?”     “그래요. 서로 돕진 못해도 해치진 말아야죠.”     종호는 고의로 이런 말을 흘렸다.     “당신은 숫처녀 몸으로 내한테 와서 고생이 많았소. 남만큼 해주지 못하고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오.”     류려평은 그 말이 비웃는 반어인지도 모르고종호가 아직도 자기를 숫처녀로 믿는가 여겼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바보 같은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관심사부터 무거운 입을 뗐다.     “재산분할은 어떻게 할 예산이오?”     류려평의 눈길은 섬찍할 정도로 이상할만치 음침한  빛이 번뜩이었다.     “당신이 무슨 수로 부정축재를 했든간에 난 하나도 관심이 없소. 또 당신의 걸 아무 것도 가지지 않겠소.”     류려평은 정신 나간듯이 박수까지 치면서 깔깔 웃었다.     “통쾌하군요. 点赞!”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다잡아 물었다.     “려향은 어쩔 예산이오? 그 앤 우리 둘의 공동재산이 아니고 뭐요?”     그 허위적인 소리를 듣고 종호는 속으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더러운 갈보년, 아직도 날 속여? 누구 안전이라고 아직도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아옹 해? 흥!)      그는 밸 같아서는 류려평의 더러운 정체를 홀딱 발가놓고 싶었다. 그러나 뒷일을 고려해 모르는 척 하며 아닌 보살을 떨었다.     그는 머리를 쳐들어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진짜 류려평은 어쩜  허위를 꾹 묶어 놓고 옷을 입혀 만들어 놓은 허위허수아비  같았다.      그는 허위적인 류려평을 쳐다보면서 속셈을 물었다.      “제 생각엔 어쩌면 좋겠소?”      류려평은 눈물을 훔치면서 울먹울먹해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 앤 참 불쌍하오. 이 에미 감옥에 들어가면 그 앤 어쩌는가요? 당신이 계속 한국에서 좀 돌봐 주오.”     종호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아직까지도 려향일 내 친딸이라고 속이면서 뒤나 씃어주라는 거야?)      허나 종호는 속심과는 다른 말을 했다.      “려향은 내가 이때까지 혼자 길렀잖았소? 이젠 려향이 없인 난 살거 같잖소. 부녀간의 정을 어찌 버리겠소.”      종호는 웃으며 통쾌하게 대답했다.      “려향은 근심하지 마오. 그 앤 우리 둘이 옥신각신 싸우면서 사는  집에서 불행아로 태여나 우릴 따라 고생도 많이 했소. 난 그 애를 유일한 희망으로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소. 저도 옆에 없는데 내나 그 애를 끝까지 보살펴야지. 누가 돌보겠소. 그 앤 이젠 다 커서 제 노릇을 하오. 지금 한국의 한 대형반도체회사 회장 비서로 취직했소. 한달에 350만원씩 로임 타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고까짓 로임 타면서 회장놈의 밑에서 어떻게 고생하겠소? 내 이 지경이 안돼도 그 앨 그렇게 고생시키지 않겠는데. 당신이 끝까지 보살펴주겠다니 려향이 일은 시름놓겠소. 고맙소.”      뒤이어 그녀는 머리를 쳐들고 아직도 리용가치 있는 바보 같은 종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 당신을 안락사시키려고 한 죄행을 똑똑히 인증 섰소? 난 당신이 맞는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했는데.”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증명섰소. 난 그때 기실 자는 척 하면서 당신의 일거일동을 다 살피고 있었소. 주사바늘도 내 뽑아버렸소.”     류려평은 섬찍해났다.     "당신 진짜 간첩처럼 능청스럽군요."     종호는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당신은 음험하기로 짝이 없소. 왜 날 살해하려고 했소?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 악연이라도 그렇지. 죽이까지 할 건 없잖소?”     류려평은 괜히 갈등을 격화시켜 자기 부탁을 듣지 않을 가봐 가까스로 꾹 참았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묻는 말엔 대답하지 않고 동문서답했다.      “그래 원쑤를 갚으려고 제대로 증명서지 않았단 말이오? 듣는 말에 의하면 당신은 자살하려고 자기절로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탔다고 했다던가. 또 날 시켜서 주사하게 했다고 했다면서?”     종호는 곧이곧대로 말했다.     “처음엔 당신을 구하하려고 그렇게 말했소.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부인하려고 했소. 그래서 경찰들 앞에서 당신이 링겔병에 뭘 주사한 적이 없다고 했댔소.”     류려평은 흑유리판을 힐끔 돌아보더니 종호 앞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나직이 말했다.      “여경들이 다 감시하고 있소. 말을 주의해 하오.”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나직이 뒷말을 이었다.     “후에 려향이 그러던데. 당신이 날 안락시키려고 들었다고 증명서야 엄마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겠소? 당신이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게 돼야 중국에 안도되지 않기에 살아남을 수 있답데. 인터폴에서 중국에 이송하면 중국에서 엄벌을 피면할 수 없다고 근심하더군. 당신이 횡령(탐오)죄, 수뢰죄로 사형받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난 진술을 바꿔 사실대로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증명섰소.”     류려평은 섬찍해나 퉁사발눈 흰자위를 번뜩이며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잘했소. 당신 진짜 량심만은 남아 있구만요. 그런줄 알았더라면 내 밖에 있을 때 당신을 잘 해줬겠는걸. 진짜 후회돼요.”     류려평은 불시에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다급히 물었다.     “그래, 언제 리혼 도장 맞으러 중국에 들어갈 예산인가요?”      그녀는 얼굴에 긴장김이 흐르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종호는 모든 걸 속이기로 했다.      “후에 시간 나지면 가지.”      종호와 려평은 둘 다 능청스레 주고 받았다.      “어째 그 일을 질질 끄오? 오래잖으면 추석이 되겠는데 겸사해 빨리 들어갈게지.”      “추석이 아직 한달도 넘어 있는데 려향을 누가 밥을 해주겠소. 설상가상으로 나영이 구치소에 들어와서 성림이 우리 집에 와 있소.       그 애를 누가 학교에 데려가고 집에 데려 오겠소?”      류려평은 단통 상통을 찡그렸다.      “당신 진짜 바보요. 그게 뭐요? 나영이네 애를 어째 그 비좁은 셋집에 끌어들였소? 려향이 얼마나 불편하겠소?”      그녀는 종호를 핼끔 곁눈질하더니 물었다.      “당신 진짜 나영과 살려고 환장했지? 이전부터 나영을 좋아했지?”     종호는 버럭 화를 냈다.      “내 사생활에 작작 삐쳐! 우린 이젠 부부 아니야!”      “려향일 생각해 그래. 당신 같은 등신한테 려향일 맡겨서야 편한 날 있겠니? 진짜 바보!”     종호는 뻘떡 일어나며 려평을 손가락질했다.      “당신은 자기 지은 죄나 탄백하고 잘 반성하기나 해. 죄값을 단단히 치를 준비나 하라구!”     그는 이렇게 툭 쏴줄가 하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켜버렀다.     “당신과 더 할 말이 없소.”     “여보! 당신 내 말 듣소…”     류려평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였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여경과 남경이 들어와 종호와 류려평을 갈라놓았다.     “당신 내 말 명심하라구. 나영이네 애를 집에서 내보내라구.”     그러나 종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경과 함께 면회실에서 나가버렸다.      남경이 종호와 함께 복도로 나가면서 물었다.     “전번에 보라매공원에서 체포돼 구치소에 들어온 녀자 나영이 맞지요? ”     “아닙니다. 그 녀자는 나영의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입니다. 금방 성림이 나영의 애란 말을 그만 말이 빗나갔습니다.”     그제야 종호는 말실수를 한 걸 알고 입에 빗장을 질렀다.     침묵이야 말로 세상 잘못과 비밀을 입감옥 안에 가둬 두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지 않는가.     종호는 구치소 대문으 나서는 순간 한 가슴 가득히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는 사랑도 없이 허위로 시작돼 허위로 종지부를 찍은 이른바 “가정”을 생각하니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쁜지 몰랐다. 황홀한 새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종호는 걸음도 한결 가볍게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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