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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3권(56) 여살인미수범 김장혁
2024년 10월 13일 12시 07분  조회:21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3
 
        김장혁
 
       56. 여살인미수범

 

   류려평은 구치소 감방에 돌아와서도 뭔가 시름이 놓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
    (종호는 말로는 성림 때문에 추석에도 산소에 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요즘 귀국하겠는지 어떻게 아는가? 종호는 요즘  리혼수속하자고 귀국할 수도 있다. 나영과 지영이 종호와 지끈하는 즛살을 봐라. 그 년놈들이 하루속히 재혼하려고 하는지 누가 알아?)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떡 멈췄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쩌는가? 종호가 려향보다 먼저 귀국하는 날엔 큰 일인데.)
    류려평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떼룩거리며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종호가 혹시 려향보다 먼저 아빠 산소에 가면 큰 일 아닌가? 내 아버지 뭐 널 보자고나 했니? 그런데도 아빠 신문사에 졸업배치해 주었다고 해마다 아빠 산소에 찾아가지 않았던가. 그 놈의 효성과 의리 큰 일이야. 그 놈한테 무수한 틈 탈 틈을 주었는데 이제도 그 놈한테 또 기회를 주면 어쩌는가?)
   류려평은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감방 안을 서성거리며 궁리했다.
    (안돼, 그 놈이 려향 먼저 산소에 가서 내 인생의 전부를 가져가게 할 순 없어.)
    그녀는 철창가에 다가가 철창을 부여잡고 철문을 마구 두드리며 고함쳤다.
    “여보세요! 경장님. 급한 일이 있습니다.”
    “뭐 할락꼬 고함질인가?!”
    여경이 시끄러워 하면서도 스적스적 다가왔다. 구치소의 여경은 경찰서의 여경과는 달리 꽤나 거칠게 굴었다.
    류려평은 여경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황급히 요청했다.
    “저의 딸을 불러 주십시오. 급히 면회해야겠습니다.”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또 무슨 면회인가?”
    류려평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좀 봐주세요. 네? 딸과 급히 면회해야겠는데요. 제가 여기서 나가면 꼭 은혜를 톡톡이 갚아드리겠습니다.”
    여경은 코웃음을 뀌었다.
    “흥! 여기 대한민국에선 그따위 거 통하지 않아요. 오늘 구치소 면회실이 전에없이 분주해 다음 순서를 좀 기다리세요.”
    류려평은 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높은 가슴에 두 손을 모아쥐고 싹싹 비비며 비난사정을 다 했다.
    “제발 딸과 면회하게 해 주십시오. 네?”
    여경은 핼끔 째려보며 뇌까렸다.
    “구치소에 면회 규정 있어요. 하루에 두번씩 면회는 불허요.”
    “제발 면회시켜주세요. 네?”
    여경은 시끄러워 발까지 탕 구르며 고함쳤다.
    “안돼! 여기 뭐 다방인가 해? 누굴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가 해?”
    “급한 일 있는데 좀 봐주세요.”
    여경은 너무 한 감이 들었는지 되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며칠 후에 봐요. 쪼간한 딸애 자꾸 만나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는 건가? 이제 만난지 며칠인기여? 한 주일도 안돼 또 만나? 흥!”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침대에 돌아와 털썩 들어앉았다.
     며칠 후 여경이 찾아와 불러냈다. 
    류려평은 여경을 따라 나가면서 넌지시 물어 보았다.
     “나를 검찰에 이송했는가요?”
    여경은 류려평을 째려보며 코웃음쳤다.
     “왜 그걸 물어 보는가요?”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흘겼다.
     “나를 검찰에 언제 이송하는지? 언제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는지? 이런  어 봐도 안되는가요?”
     여경은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류려평의 손목에 쇠고랑이를 절컥 채웠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걸 왜 자꾸 물어요? 짜증나게.”
     다른 여경이 류려평의 팔을 붙잡고 잔등을 밀었다.
     “걸엇!”
    여경들은 그를 면회실이 아니라 지하심문실로 끌고 내려갔다.
    “아니, 내 딸과 면회하겠다는데. 면회 안 시키는가요?”
    류려평은 불길한 감이 들어 주춤 멈춰섰다.
    여경은 류려평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어조는 이전보다 퍽 부드러웠다.
    “먼저 심문실에 들어가라구. 여기서 끝나면 딸을 마지막으로 만난게 해줄게요.”
    류려평은 깜짝 놀랐다. 가슴에서 망돌짝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네? 마지막이라니요?”
     그녀는 머리끼까지 곤두섰다.
     “잔말 말고 심문실에 들어갓!”
    류려평은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개처럼 두 다리로 층계에 떡 벋티고 서 있었다.
    두 여경은 류려평의 양팔을 붙잡고 마구 끌고 지하심문실로 들어갔다.
     지하심문실의 탁상등이 쪽걸상에 물앉은 류려평의 수척해진 낯빤대기를 지질듯이 비추었다.
    먹칠한듯한 맞은 쪽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 울렸다.
    “류려평, 이종호씨를 안락사시키려고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주사한 살인미수혐의를 인정하는가?”
    “전번에 다 성실하게 승인했는데요. 또 물어요?”
    “재확인이 필요해요. 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는가?”
    류려평은 시답잖게 대답했다.
     “그 놈은 악마와 같습니다. 그 놈은 내 청춘을 빼앗고 내 인생을 망가뜨린 놈입니다. 량심도 없는 놈입니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그저 명색이 부부일뿐입니다. 그 놈은 사돈보기 하던 날에도 분명 자기가 내 정조를 유린하고서도 날 숫처녀 아닌가고 의심했습니다. 종호는 처음부터 날 고통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놈입닌다. 천번, 만번 죽어도 마땅한 놈입니다. 그래서 그 놈을 죽이려고 그 놈이 맞는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넣었습니다. 그저 그 놈을 죽여치우지 못한게 한일뿐입니다.”
류려평은 종호를 물어뜯고나니 속이 다 후련해났다. 그러나 악처는 그렇게 악담한 결과가 기다린 건 엄벌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뒤이어 뭔가 복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금방 교대한 걸 확인하고 여기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으세요.”
    류려평은 종이장을 받아 쭉 내리읽어보고 싸인하고 빨간 도장집에 식지를 뚝뚝 찍어 뻘건 지장까지 꼭 눌러 찍었다.
     “됐습니다. 모는게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의아한 눈길로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을 뚫어지게 마주 보면서 물었다.
    “혹시 검사인가요? 이젠 한국 법원에 기소하는가요?”
    “한국 법원에 이송하는 일은 없습니다.”
    “네?!”
    류려평은 퉁사발눈이 화등잔이 돼 입을 함박만큼 쫙 벌렸다.
    “아니, 그럼 중국에 인도되는 겁니까?”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 류려평은 인터폴 규정과 중국 사법기관의 요구사항에 근거해 중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구머니!”
    류려평은 머리 아찔해났다. 그녀는 정수리를 된방매에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쪽걸상에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한참만에 류려평은 부시시 기어일어나 쪽걸상에 다시 앉아 꽥꽥 고함쳤다.
    “항의합니다! 난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를 졌는데 왜 나를 한국 검찰에 넘기지 않았습니까? 왜 한국 법원에서 판결받게 하지 않습니까?”
    “심문이 끝났습니다. 류려평은 중국으로 인도된다는 걸 정식으로 통지합니다.”
    “한국 개새끼들, 더러운 괴뢰군 경찰놈들, 네놈들은 제 명에 썩어지지 못할 거야.!”
    여경들은 류려평의 두 팔을 붙잡고 감방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원래 합숙감방이 아니라 중죄수처럼 독감방 안에 끌어다 가둬놓았다.
    류려평은 심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심리균형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녀는 독감방에서 미친듯이 한국 사법부와 경찰들을 욕해댔다.
    그녀는 한국 법원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으려고 순순히 살인미수죄를 승인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이거야 말로 긁어서 부스름을 만들지 않았는가? 중국에 인도되는 걸 막기는 고사하고 살인미수죄를 더 지게 되지 않았는가?)
진짜 역은 새 방아간을 날아지나간 격이 되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중국에 인도되지 않으려고 제 딴에는 빈틈없이 꾸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주도면밀하게 생각해보고 승인한 살인미수죄가 오히려 자기 목을 조이는 올가미 될줄이야. 진짜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류려평은 그 올가미에 기대 한국에 남아 살아남으려고 한 것은 일종 허무한 꿈, 아니,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오산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감방 땅바닥을 치며 후회하고 통탄했다.
      그녀는 믿던 기둥이 불시에 와그르르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감방 땅바닥에 반듯이 쓰러져 가슴을 할딱거렸다. 똑 마치 덫에 치운 참새처럼 버둑거리며 가슴을 조였다.
      (이젠 죽었어. 탐오(횡령)죄와 수뢰죄에 살인미수죄까지 졌으니 틀림없이 무기징역이나 총살받을 거야. 이 일을 어쩌는가?)
    부패분자 류려평은 하늘이 쿵 무너지는 감이 들었다.
    그녀의 곰팽이 얼룩덜룩 낀 육체와 령혼은 깊고 깊은 시꺼먼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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