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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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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5권(81) 산소에 묻힌 비밀 김장혁
2024년 12월 05일 11시 29분  조회:199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5

         김장혁
 
   
    81.
산소에 묻힌 비밀


 

   종호는 취재 기회에 나영한테 유판을 주었기에 한시름을 턱 놓았다.
   (아마 혜영이 그 유판을 받아 풀어보았겠지. 류려평과 류덕재는 법망에서 도망치지 못할 거야.)
   그는 최혜영이 고문에서 해임된 일, 급변하는 정세를 털끝만치도 모르고 오리무중에 빠져 있었다.
   종호는 이젠 성림 때문에 인차 한국에 돌아가야 했다. 물론 춘영이 성림을 돌보고 있지만 치료비를 대서 성림의 심장병과 코로나 치료가 급선무였다. 또 이젠 추석도 오래잖아 앞당겨 부모 산소에 가보려고 작심했다.
   (음력 7월 15일도 오래잖은데 류생남 국장의 산소에도 가 봐야지. 허나 사나 그는 날 신문사에 배치해주고 사장으로 제발시키자고 애를 쓴 분이 아닌가?)
   그는 류생남 국장이 신문사 윤광수 사장과 공작을 한 건 사후에 알았다.
   그 일로 그는 가시아버지와 한바탕 다퉜다.
   “내 일에 삐치지 맙소. 내 능력으로 제발돼야지. 선물작전을 하는 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신문사 어떤 곳입니까? 말썽이 어찌나 많은지 수말이 새끼를 낳는 곳이라잖습니까? 기자들이 가시아버지 뒤문거래 했다는 걸 알면 날 뭐라겠습니까? 내 신문사에서 배겨내겠습니까?”
   그때 류생남 국장은 너부죽한 얼굴에 주름쌀을 쫙 펴면서 씨무룩이 웃었다.
    “사위, 근심하지 마오. 윤광수 사장은 청렴한 분입데. 선물 하나도  받지 않더군. 그는 사위 실무수준과 지도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합데. 나도 사위 자기 능력으로 주임으로 제발됐다는 걸 윤사장한테서 들어 알고 있소. 부모의 도리를 좀 했을뿐이오.”
   그제야 종호는 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가시아버지가 당시 조직부장인 류덕재와 시당위 서기 류덕재 애비한테 뒤로 무슨 공작했는지는 지금까지도 모른다.
   종호는 당시 이렇든 저렇든 자기 전도 때문에 애쓴 가시아버지 그 정성과 은혜만은 잊어지지 않았다.
   류생남 국장이 상급 당위에까지 가서 공작 한 일, 그 일은 류씨네 집 안의 비밀로 됐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비밀일뿐이었다. 지금 종호는 류씨네 집안 사위에서 밀려나왔기에 언제든지 공개할 수 있는 후환으로 되었다.
   류덕재와 류항곤, 류문도 등은 류씨네 집 안에서 배신자 리종호를  완전히 숙청해버리기로 했다.
   마수가 어느 골목, 어느 산굽이에서 종호한테 뻗칠지도 모른다. 공포가 먹장구름처럼 침침하게 엄습해왔다.
   그런데 종호는 마수의 손길이 뻗칠 것도 모르고 한국에 나가기 전에 조상의 산소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종호는 민박에서 남동생 만호한테 전화했다.
   만호는 삼복지간이라 너무 일하기 힘들어 한국에서 잠시 귀국해 쉬고 있었다.
   “만호야, 오늘 시간 있으면 부모 산소에 피뜩 가 볼까?”
   “그러기오. 형님, 오랜만이오. 그간 형님이 앓았다던데 어째 알리지도  않았소? 지금 어디오?”
   “신문사 부근 XX민박에 오너라.”
   잠간 후 만호가 택시를 타고 민박에 찾아왔다.
   그들 형제가 민박에서 나갔을 때 검은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가 저쪽 골목에서 이쪽을 힐끔거렸다. 반대편 골목에서도 검은 선글라스를 낀 자 둘이나 서성거렸다.
   종호와 만호는 눈치채지도 못하고 택시를 타고 먼저 잡화점으로 달려갔다.
   검은 선글라스들도 두 택시에 나눠 타고 뒤쫓아 왔다. 그러나 종호 형제는 눈치채지 못했다.
   종호네는 잡화점에 가서 먼저 낫을 샀다. 그때 선글라스들도 택시에서 내려 잡화점 부근을 멀직이 배회했다.
   종호네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
   선글라스들도 두 택시에 나눠 타더니 뒤쫓아갔다.
   종호네는 슈퍼마켓에 가서 제사상에 올릴 제주, 과자, 사과, 마른 명태, 시루떡을 샀다.
   꺽다리 선글라스도 슈퍼마켓에 들어와 슬슬 배회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보통키의 선글라스 둘도 뒤따라 문어귀까지 뒤쫓아왔다.     한 선글라스는 슈퍼마켓에 스리슬쩍 들어오고 다른 선글라스는 슈퍼마켓 문어귀에서 서성거리면서 거리 쪽을 주시했다.
   종호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를 보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만호를 뒤돌아보면서 말했다.
   “평소에 아버지 좋아한 꽈배기도 가지고 가자.”
   만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양, 아버진 술도 마시기 싫어했는데 우유라도 몇병 사가기오.”
   “그러자.”
   만호는 어쩐지 선글라스들이 뒤따라는 감이 들었다.
   그는 우유병을 종호가 든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나직이 말했다.
   “저 몇몇 선글라스들이 이상하오. 별로 우리 뒤를 밟는 거 같소.”
   “응?”
  그제야 종호도 슈퍼마켓을 배회하면서 드문드문 이쪽을 흘끔거리는 선글라스들을 여겨보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들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흘끔거리는 것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특히 꺽다리 선글라스의 험상궂은 낯에 살기가 넘치는 감이 들었다.
   종호는 인차 낫을 쳐들어 보이면서 만호한테 나직이 말했다.
   “이게 있잖니? 겁나 말라. 그깐 놈들이 언감?”
   그들 형제는 제물을 다 사 가지고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고향으로 달려갔다.
   선글라스들도 두 택시에 나눠 타고 종호네 택시 뒤꽁무니를 물고 뒤따라 추격해왔다.
    “만호야, 뒤 택시번호를 촬영해라.”
   “알았소.”
   만호는 핸드폰으로 뒤에 대고 동영상으로 촬형했다.
   그 놈 뒤쫓던 택시들은 시내를 벗어나자 종호네 택시와 한 2, 3백메터씩 거리를 두고 먼지를 새뽀얗게 뒤따라 달려 왔다.
   그런데 종호네 고향에 거의 이르렀을 때 뒤에서 쫓아오던 택시는 한대도 보이지도 않았다.
   종호네 택시에서 내려 고향의 뒷산에 올라서 보니 그들 형제가 앉아 달려왔던 택시가 되돌아가는 것만 보였다. 다른 택시는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종호네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그들 형제는 헐금씨금 고향의 가파로운 뒷산을 톺아올라갔다.
   한편 꺽다리 선글라서는 종호네 고향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굽인돌이에서 택시에 내렸다.
   키꺽다리는 택시 운전수한테 택시비를 주면서 위협했다.
   “내 여기서 내린 걸 말하지 말어. 까딱 주동이를 삐쭉했다간 대갈통을 까버릴테야.”
   “예, 예. 누가 감히 말하겠습니까?”
   “돌아가!”
   키꺽다리는 택시를 돌려보내고 강냉이밭으로 달려들어가 숨어버렸다. 그것은 뒤에서 계속 뒤꽁무니를 물고 쫓아오는 택시를 따돌리려는 것이었다.
   키꺽다리는 강냉이밭에 깊숙이 들어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형님, 그 놈들이 뒷산으로 올라갔소. 어쩌라오?”
   “아마 그 놈 부모 산소로 올라가는 모양이구나. 산소 위치 알려줄게. 쫓아가 봐라.”
   “알았소.”
   류생남 국장은 생 전에 자기 죽으면 토장을 해달라고 종호한테 부탁했던 것이다. 당시 시내에서는 교외 산에도 토장을 하지 못하게 했다. 종호는 궁리 끝에 가시부모를 자기 부모와 한 산에 나란히 모시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이후에 산소를 찾아오기도 편리할 것 같았다. 그런데 후에 류덕재는 자기 아버지가 사망하자 종호를 보고 좋은 산소 자리를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돼 종호네 부모 산소에서 령길 하나를 양지바른 둔덕에 류생남 국장과 류덕재 부모의 산소도 쓰게 됐던 것이다. 그런데 종호는 류려평과 리혼한 마당에 세집의 산소는 진짜 악연의 산소로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종호 형제는 삼복지간 무더위를 무릅쓰고 고향의 뒷산으로 헐금씨금  올라갔다.
   종호는 류려평과 리혼한 마당에야 가슴을 치면서 후회했다.
   (사돈과 변소는 멀어야 하는데. 참 후회막급이야.)
   저기 제일 산둔덕을 보라.
   소나무 푸르른 산 둔덕에 부모의 산소와 높다란 비석이 보였다. 산소 주위 둔덕에 코스모스가 알락달락 피여 뒤덮혀 있었다. 종호의 녀동생 만순이 전 해에 코스모스 씨를 뿌려놓아서 온 뒷동산에 코스모스가 화원처럼 활짝 피였다.
   코스모스는 알락달락한 고무풍선처럼 이쁜 얼굴을 한들거리면서 반겨 맞는다. 연분홍 꽃잎새마다 자식을 그리는 부모의 그리운 정이 이슬로 맺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꽃은 눈물겹기만 하다. 코스모스 하얀 꽃잎파리는  하얀 치마폭을 하느작거리며 춤추며 부모자식간 애간장을 끊는 그리운 정을 애틋한 서정시로 노래하며 하얀 웃음꽃을 날린다. 
   저기 저 산 둔덕에서 아버지와 엄마가 아들들이 찾아왔다고 주름살을 활짝 펴고 웃으며 손을 휘젓는 것만 같았다.
   아, 아버지와 엄마가 흰 머리 흩날리면서 아들들을 반겨 맞으며 얼싸 끌어안는다.
   종호는 부모 산소 앞에 달려가 털썩 꿇어앉아 대성통곡쳤다.
   “아버지, 엄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옵소서. 내 체면을 지키느라고 불효를 저질러 미안합니다. 내 악처와 일찌감치 리혼했더라면 부모를 그렇게 속태우고 고생시켰겠습니까? 부모님, 죄송합니다.”
   그는 자기가 자살하려던 일은 차마 부모 앞에서 말하진 못했다. 그러나 부모 앞에 못난 꼴을 보일 번한 일을 못내 후회했다.
   만호는 리혼 말은 금시초문인지라 한마디 물었다.
   "형님, 아주머니와 리혼했소?"
   "그래, 이번에 와서 말끔히 리혼했다."
   갑자기 산소 뒤에 묵묵히 서 있던 아름드리백양나무 가지 위 둥지에서 까마귀가 까욱 까욱 울었다.
  (무슨 불길한 징조인가? 에이, 다 미신이야. 일본 사람들은 까마귀를 효자새라고 신처럼 여기잖는가.) 
   종호는 낫을 들고 요란하게 울어대는 까마귀를 흘끔 쳐다보고 개의치도 않았다. 그는 동생과 함께 먼저 산소를 돌아가면서 낫으로 벌초를 하고 제물을 정성 들여 차려놓았다.
   종호와 만호는 부모 산소에 제주를 부어올리고 제밥도 올리고 나서 세번씩 큰절을 올렸다.
   종호는 부모께 말씀드렸다.
   “보모님, 이 못난 자식을 용서하옵소서. 나는 악처 류려평과 리혼했습구마. 우리 리씨 집 안에 대를 잇지 못하게 한 이 죄인을 데려 가옵소서. 아버지, 엄마!”
   그는 려향이 친딸이 아니라는 말은 너무 창피해서 차마 부모와 동생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
   만호는 꿇어앉아 대성통곡치는 형님이 불쌍해 따라 울었다. 그도 이젠 쉰고개를 넘은 덜먹로총각인데 아직도 장가도 가지 못해 부모 보기 죄송했던 것이다.
   종호는 만호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네나 꼭 장가 가라. 네나 우리 전주 리씨 집 안 대를 이어달라.”
   그러나 만호는 씨뿌둥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네처럼 한뉘 부부간에 티격태격 싸우면서 살게면 장가를 가서 뭘 하오? 지금 자식을 낳아서 어디 무슨 덕을 보오? 형님은 려향의 덕을 볼 거 같소? 새끼를 낳아서 숱한 돈을 먹여 키워 공부시켜 생긴게 뭐요? 자식을 키우는 돈이면 혼자 쓰면서 얼마나 잘 살 겠소.”
   찰싹!
   종호는 동생을 따귀를 한대 갈겼다.
   “이놈 못난 놈아, 그것도 말이라고 하니? 네놈까지 대를 잇지 못하면 부모한테 미안하지 않니? 이 집안은 망해.”
   그는 부모 산소 앞에서 동생을 한대 치고나니 너무 과격한 거 같았다. 하여 인차 어조를 좀 부드럽게 했다.
    “네까지 장가 안 가면 류려평이 뭐라겠니? 그 년 악처는 우릴 제 노릇을 못하는 바보 형제라고 욕할 거야. 아니? 넌 꼭 장가 가야 해. 이전엔 시내에서 직업찾지 못해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잖니? 한국에서 일해 한달에도 몇백만원 벌지 않니? 술 작작 마시고 여자나 얻어 살아라.”
   그러나 만호는 목석처럼 서서 묵묵부답했다. 오랜만에 만난 형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종호는 만호가 너무 안타까웠다. 아니, 자기를 집어 뜯어놓고 싶었다. 괜히 동생네를 낑낑거리면서, 그것도 가시아버지한테 비난사정을 해 동생네를 시내에 들여와서 밭도 다 내놓고 직업도 찾기 힘들게 해 고생시키지 않았는가. 그 일로 류려평한테 가시집 신세를 졌다고 또 얼마나 거정질을 들었는가. 그러나 지금 후회해도 쓸데 없었다.
   종호는 피뜩 무슨 일이 떠올라 손으로 얼굴의 눈물을 쓱쓱 닦으면서 일어났다.
   그는 부모 산소와 가시아버지 산소와 류덕재 부모 산소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종호는 가방에서 뭔가 꺼내 가지고 부모 산소 뒤에 우뚝 솟아 있는 백양나무 께에 다가갔다.
   “뭐 하려고 그러오?”
   “묻지 말라. 주위나 살펴라.”
   종호는 백양나무를 끌어안더니 나무 가지를 잡고 다리를 버둑거리면서 올라갔다.
   그는 몇길 위에 있는 까마귀 둥지 안에 류생남의 산소와 류덕재 부모 산소를 향해 새 알 몰카를 두개나 장치해 놓았다. 딱 새알과 같아 피뜩 봐선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는 류려평과 려향의 대화 녹음을 틀어보고나서 류려평의 부모 산소에 무슨 비밀이 있는가 알고 싶었다.
   (뭐?  '부모 산소에 자기 인생 전부를 파묻었다.'고?  '그걸 파내면' 려향은 '한뉘 고생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네년이 여기다 뭘 파묻었는 모양이지?)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종호는 말이 새나갈가 봐 산소 앞에서는 동생한테도 몰카를 장치한 걸 말하지 않았다.
   뒤늦게 쫓아온 키꺽다리는 강냉이밭 속에 숨어 음흉한 눈길로 종호의 거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 놈은 핸드폰으로 백양나무 위에 기어올라간 종호의 동영상을 촬형했다.
   (저 놈이 새 둥지를 들춰 뭘 해? 굶긴 굶었구나. 이게 어느 때라고 새 알을 다 들춰 먹어? 까마귀 둥지를 들췄다가 죄를 만나 썩어지지 않는가 봐라.)
   그 놈은 종호가 몰카를 새 둥지 안에 장치하는 건 발견하지 못했다.
   종호는 백양나무 가지를 가로 타고 앉아 산소 주위를 이리 저리  둘러 보았다. 어쩐지 자기네 형제 뒷골에 보이지 않은 눈길이 주시하고 있는 감을 느꼈다. 그러나 키 넘는 강냉이밭에 납짝 엎드려 은밀히 감시하는 키꺽따리는 발견하지는 못했다.
   종호는 백양나무에서 주르르 미끌어져 내려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나무에 바라오르기를 밥 먹듯해 아직도 십여길 되는 나무에도 식은 죽 먹기로 바라올라갔다.
   그는 부모 산소 앞에 서 있는 키 만큼한 비석을 매만지는 척 하면서 비석 추녀 밑에 옴폭 파인 구멍에 무슨 떡 같은 것을 떡 붙여놓았다. 비석 색갈과 똑 같은 떡은 구멍을 빤빤하게  메꿔놓았다. 잠간 새에 떡 붙여놓아서 키 꺽다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 떡에는 육안으로선 발견해내기 힘든 몰카가 장치돼 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일을 다 끝냈다.
   종호는 만호와 함께 부모 산소 앞에 나란히 섰다.
   “엄마, 아버지, 만순인 한국에 있어 우리 둘만 찾아 왔습구마. 널리 량해 하옵소서. 부모님, 우릴 낳아준 부모님 생전에 효도를 다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널리 량해합소. 구천에서라도 자식들을 보우해주옵소서.”
   키꺽다리는 류문도의 부탁대로 손 쓸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류문도의  부탁대로 죽이지 말고 둔기로 머리를 쳐 까무러치게 하자고 하니 힘든 감이 들었다.
   (에이, 차라리 죽여버리면 뒤끝도 깨끗하겠는데. 그저 쳐 눕혔다가 후환을 남길텐데. 류형, 무슨 일을 이렇게 시켜. 씹 할!)
   꺽다리는 쇠파이프를 쳐들어 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두더벌거렸다.
  (내 혼자 어떻게 이런 걸로 저 놈들을 쳐 눕히겠는가? 황차 저 놈들은 낫까지 들었는데. 형제들을 몇을 더 보낼게지. 황금덩이 아깝는가? 형도 째째하게 놀 때 있구만. 오늘 뜻밖에 내 뒤에 택시 한대 줄곧 뒤쫓아오지 않았는가. 그 놈들을 떼버리긴 했는데. 그 놈들 실체는 뭐지?)
   꺽다리는 손 쓸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신심이 없어 주춤거렸다.
   저게 뭔가?
   종호가 령길을 넘어가더니 다른 산소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찬찬히 여겨보니 엄청 큰 비석에 류생남 지묘라고 새긴 산소에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키꺽다리는 인차 핸드폰을 쳤다.
   “형님, 저 놈이 류생남의 묘지에 가서 제사를 지내오.”
   “뭐 하는가 잘 살펴라.”
   “양, 동영상 찍어 보낼게.”
   “배신자 같은 놈, 우리 류씨네 산소를 다치기만 해 보지. 네놈 조상  해골을 다 파내 개를 주지 않는가. 흥!”
   종호는 령길을 건너 류생남 산소에 스적스적 다가갔다.
   류생남 국장의 산소는 아주 높게 흙을 올렸는데 풀이 무성했다. 묘지 앞에는 키 넘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둘레에는 새로 화강석 기둥을 세우고 란간까지 둘러치지 않았겠는가. 자못 으리으리한 감이 들기까지 했다. 류려평이 종호 몰래 일군을 불러 묘지에 따로 손을 댄게 분명했다. 
    (개쌍년, 이전에 내 부모 산소에 비석을 세울 때 쓸데 없는 돈을 판다고 야단치더니. 흥, 제 애비, 에미 묘지는 으르으리하게 화강암 비석에 란간까지 세웠구나. 진짜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르구나.)
    종호는 범이 새끼를 칠 지경으로 키 넘는 쑥대를 헤치고 류려평의 애비 에미 묘비와 묘지를 둘러보면서 궁리했다.
   "이 묘지에 도대체 무슨 비밀이 묻혀 있을까? 류려평은 려향한테 '자기 인생 전부를 묻었다', "그걸 파내면 넌 한뉘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했잖은가. 또 려향 보고 내보다 외할아버지 묘지에 먼저 가라.'고 열당부 하잖았는가. 도대체 이 묘지에 뭘 파묻어뒀단 말인가?)
   종호는 류려평의 애비 산소에 묻힌 그 비밀을 기어이 장악하려고 마음먹었다. 
   류생남 묘지 동쪽으로 해 양지바른 둔덕에는 수풀 속에 류덕재 애비- 류서기 커다란 묘지가 누워 있었다. 묘지 주위에는 화강암란간과 쇠살창란간이 높으직이 둘러쳐져 있고 쇠대문에는 주먹만큼한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다. 사철푸른 애솔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두 길이나 되는 비석이 도고히 하늘을 찌르고 우뚝 서 있었다. 피뜩 보아도 신분이 아주 높은 망자의 묘지라는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종호는 류생남의 묘지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몇마디 했다.
  “류국장, 당신이 나를 신문사에 보내준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당신 때문에 나는 류려평이란 악처, 바람쟁이를 만나 한뉘 내 자식 하나도 기르지 못하고 개고생 했습니다. 당신이 나한테 바람둥이 딸을 중매서지 않았더라도 나는 불효를 저지르면서 말 못할 개고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나도 사랑하는 다른 녀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을 거요. 내한테도 따르는 녀자 없은게 아닙꾸마. 이제 이런 말을 해서 뭘 하겠소만은. 이젠 당신 그 잘난 딸과 리혼했습니다. 당신은 더는 내 가시아버지 아닙니다. 나에겐 새 세상이 열렸습니다. 빠이, 빠이, 류국장, 안녕히! 류씨네 집 안이여.”
   말을 마치자 종호는 모자를 벗고 허리 굽혀 경례를 세번  했다.
   그는 류생남 국장의 묘지를 한바퀴 돌아보고 비석을 매만지면서 비석 밑을 내려다보며 궁리했다.
   (류려평은 여기에 뭘 파묻어뒀을까? 려향한테 파보라고 부탁했잖은가? 더러운 년, 너네 모녀간이 무슨 연극을 노는가 두고 보자.)       종호는 한참 어떻게 산소의 비밀을 알아낼가고 궁리하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순간, 강냉이밭에는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키 넘는 쑥밭에 선글라스를 낀 두 청년도 숨어 이쪽 종호의 일거수 일투족과 그의 신변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종호는 일을 마치자 산소 옆에 만호와 마주 앉아 제물상에서 과일을 쥐어 먹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들 형제는 부모 산소에 마지막으로 절을 세번  올리고나서 제물을 부모가 드시라고 거두지도 않고 산을 내려왔다.
   고향 뒷산에서 다 내려오자 종호는 만호를 데리고 강냉이밭에 스리슬쩍 들어갔다.
   그는 주위를 한참이나 살피고나서 만호의 어깨를 잡고 미더운 눈길로 마주 보며 부탁했다.
   "한가지 부탁하자. 사람 일은 모른다. 만약 형이 잘못되면  백양나무 까마귀 둥지와 부모 산소 비석에서 몰카를 들춰 열어 봐라. 내 컴퓨터나 유판 같은 것도 꼭 들춰 봐라. 그걸 최혜영 국장이거나 리춘희 처장한테 전해달라."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오?"
   종호는 동생한테 나직이 류려평과 류덕재와의 죄행과 수사 경과사를 쭉 말했다. 
   만호는 다 듣고 나서 머리를 끄덕이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개새끼들, 가만 놔두는가 봐라. 형님, 근심하지 마오." 
   형제는 굳은 마음을 다지면서 고향 마을을 떠났다.
   키꺽다리는 삼복염천에 반나절이나 강냉이밭에 숨어 헐헐거리면서 기회를 엿보았지만 끝내 손을 쓰지도 못하고 말았다. 진짜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신세랄까.
   삼복지간 무더위에 강냉이밭에서는 이빨 가는 소리와 함께 공포가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졸지에 무덤이 뒤덮인 산 둔덕 위 상공에 느닷없이 자그마한 드론이 날아와 배회하였다. 산소에 묻힌 비밀을 탐지하려는 건가? 산소를 지키려는 건가? 진짜 유럽 전장을 방불케 하는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백양나무에 까마귀가 날아와 앉아 둥지와 무덤들을 번갈아보며 소름이 끼치게 울어댄다.
   까욱- 까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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