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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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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학환상소설 황천의 유령(4)
2015년 04월 28일 11시 18분  조회:1699  추천:2  작성자: 김장혁
14 밤중에 나타난 미녀들
조왕돌은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코치아의 신임 대통령으로 올라갔어요. 고모 금붕어소장은 과학연구만 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10대 꼬마대통령 조왕돌과 임해의 자칭 대통령 허수아는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시시탐탐 노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화약 냄새를 풍길 뿐 총성이 울리지 않았어요. 뱀 섬나라 나까아버새 왕은 분단된 남북에 불이 난 틈을 타서 어부지리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아 도둑놈의 속이 바질바질 탔어요.
버새 왕은 왕궁에서 게다짝을 짝짝 끌며 왔다 갔다 하면서 못된 궁리를 굴리었어요.
“무슨 수를 쓰면 코치아와 임해를 싸우게 할 수 있을까?”
버새 왕은 손으로 벌건 아름드리 나무기둥을 두드리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어요.
그때 옆에 다가온 밴새 신임총리가 귀속 말로 위로했어요.
“형님, 근심하지 마.”
버새 왕은 아랫배까지 드리운 팔소매를 홱 저으며 돌아서면서 의아해했어요.
“무슨 수라도 있어?”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소.”
밴새는 버새 형에게 귀속 말로 뭐라고 쑤군거리었어요.
그제야 버새는 그늘이 진 낯에 가는 미소를 지었어요.
“음, 어디 네 말대로 연극이 벌어지나 두고 보자.”
이튿날 밤이었어요.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한밤중에 밴새가 왕궁에 들어와 다급히 소리 쳤어요.
“형, 어서 일어나. 날 따라 가자.”
버새 왕은 하나꼬를 껴안고 자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그는 호기심에 차 두말없이 승용차에 앉아 동생을 따라 달려갔어요.
승용차가 도착한 곳은 소꼬 교외에 자리 잡은 한 군용비행장이었어요.
그런데 저게 뭔가요? 대형 수송기에 한창 미끈한 체격에 하얀 우유 빛 얼굴의 미녀들이 군용수송기에 오르는 것이 희미한 공항 불빛에 보이었어요.
“아니, 어디서 난 미녀들이야?”
버새의 물음에 밴새가 머리를 돌려 마주 보면서도 입에 빗장을 지른 듯 침묵을 지켰어요.
갑갑해난 버새는 동생을 보고 “또 숱한 미녀를 복제했어? 저 예쁜 미녀들을 코치아에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하고 멍하니 미녀들을 바라보았어요.
뒤이어 버새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비행기에 오르는 미녀들 줄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상하게도 미녀들은 생김새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겠어요. 보들보들한 꽃밭에 들어간 충격을 받은 버새는 왕의 체신도 잃고 말았어요.
그는 한 미녀의 손을 잡아 홱 끌어당기었어요.
“아야!”
미녀는 새된 소리를 지르며 따뜻하고 매끌매끌한 손을 빼가려다 말며 버들잎 눈썹을 치켜 올리며 쳐다보았어요.
“야, 너무 아름다워. 코치아에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버새는 연신 한탄하더니 “너 이름이 뭐지?”하고 물었어요.
“아마구찌 모모에.”
“아마구찌 모모에? 너무 너무 예쁘구나. 요걸 아까워 어쩌지?”
불시에 버새 왕은 모모에를 와락 끌어안더니 앵두 입에 키스벼락을 뻑뻑 안겼어요. 마른 장작 같은 손은 벌써 헤벌려진 화복 가슴을 헤치고 들어가 주물럭거렸어요.
개성해방을 부르짖던 저 버새를 보세요. 숱한 미녀와 군인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모모에를 안아 하늘 높이 추켜올리며 미친 듯 껄껄껄 웃어댔어요.
눈 깜짝 할 새 벌어진 사태에 밴새 총리가 소리쳐 형을 말렸어요.
“형, 왜 이래?”
버새 왕은 모모에를 놓아 주고 팔에 묻은 분을 툭툭 털며 아쉬워했어요.
“왜 남의 재미를 망가뜨려? 우리가 한 번도 놀아보지 못한 미녀를 보내?”
그러나 밴새의 말은 달랐어요.
“형, 이래선 안 돼.”
그는 주위를 눈치 보며 버새 왕을 일으켜 세우며 귀속 말로 뭐라고 쑤군거리었어요.
버새도 너무 둔한 바보는 아니었어요. 그제야 그는 미녀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눈치를 챈 거 같았어요.
그는 수송기 승강기에 올라가는 모모에의 허리를 다시 끌어안아보고서야 놔주면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해 중얼거리었어요.
“대왕인 내가 한 번도 놀아 보지 못하고 무슨 대사 났다고 코치아에 저 숱한 미녀를 보내? 이간을 놓는 일이 그렇게 중요해?”
무정한 두 대의 군용수송기는 문을 쾅 닫더니 수백 명이나 되는 미녀들을 싣고 버새 왕의 머리 위를 날아지나 서쪽으로 사라졌어요.
순식간에 두 대의 군용수송기는 칠칠야밤을 타 저공비행해 레이더를 피하면서 코치아와 임해의 국계에 철조망을 늘인 우뚝 솟은 산골짜기 상공에 이르렀어요.
두 대의 군용수송기는 철조망을 늘인 산골짜기 벌판을 한 바퀴 돌더니 코치아 변경 들판으로 날아갔어요.
저게 뭐예요? 군용수송기에서 숱한 낙하산을 투하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변경 선을 지키던 코치아 병사들은 처음에는 낙하산을 보고 후방에 투하하는 상대방 국가의 적들인가 하여 사격하려고 총을 들었어요.
허나 코치아 변경 선 밤하늘에 조명탄이 대낮처럼 밝혀지면서 밤하늘에서 확성기로 미녀들의 부드러운 애원소리가 절절히 울렸어요.
“코치아 국군 장병 여러분, 우릴 살려 주세요. 우린 임해의 허수아비에게 핍박에 견디지 못해 코치아로 도망해온 탈남 미녀들이예요. 제발 사격하지 마세요.”
“뭐? 미녀들이야?!”
코치아의 장병들은 대낮 같은 조명탄의 불빛을 빌어 한복을 입은 미녀들이 하늘에서 줄줄이 낙하하는 모습을 보고 군침을 흘렸어요. 진짜 낙화 암에서 하얀 꽃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 했어요.
“이게 웬 떡이냐?”
“꿈이냐? 생시냐?”
병사들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기만을 기도하며 총을 거두었어요. 그들은 눈을 부비고 밤하늘에서 날아 내리는 미녀들을 쳐다보며 달걀 침을 꼴깍 꼴깍 넘기었어요.
이북 변경선 밤하늘에서 미녀들이 눈송이처럼 날아 내리고 있었어요.
어떤 병사들은 벌써 전호 속에서 뛰쳐나가 철조망에 걸린 낙하산을 거두는 미녀들을 빼앗다 시피 끌어안고 버둥거리기 시작했어요.
“이게 웬 떡이냐?”
“한밤중에 하늘에서 공짜 미녀들이 쏟아져 내렸어!”
한 장교는 권총으로 한창 미녀들을 안고 씨름하는 병사들을 겨눴다 내리었다 하면서 제일 예쁜 미녀를 빼앗으려고 돌아다녔어요.
그는 한 병사에게 희롱당하는 미녀 모모에를 발견하자 버럭 고함쳤어요.
“물러나지 못해?!”
그 병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보고! 중대장님! 이 미녀가 특별히 예뻐요.”
“그래? 썩 꺼져!”
중대장은 모모에를 안아 일으켜 껴안고 들여다보았어요.
“참, 예쁜 미녀로구나.”
그는 얼빠진 채 중얼거리었어요.
“야~ 보들보들한 게 죽여주는구나. 풍만한 거 살맛 풍기는구나. 넌 어데서 왔냐?”
“우린 임해에서 도망친 탈남 미녀들인데요.”
“뭐라고? 임해에서 무슨 선심을 써서 우리한테 미녀를 보내 줘?”
좀 이상했어요.
그때 모모에가 앵두 입으로 코치아어로 종알거리었어요.
“우린 임해 허수아비의 가혹한 압박을 피해 도망한 피난미녀들인데요. 강간하지 말고 살려 주십시오. 속담에 웃는 낯에 침을 뱉지 않는다 하지 않았어요?”
“그래?”
중대장은 좀 이상하다하면서도 더 캐물을 겨를이 없었어요.
“에라, 입안에 들어온 떡을 먹고 보자.”
그는 굶주린 이리처럼 모모에에게 덮쳐들었어요.
그때 들판의 여기저기에서 육박전이나 벌어진 듯이 장병들이 미녀들과 씨름을 하는 상 싶었어요.
이게 뭐예요?
이튿날 새벽녘에 숱한 미녀들은 살그머니 곯아떨어진 장병들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바람결처럼 어디론가 사라지었어요.
그 보다도 더 큰 일은 뒤에 있었어요.
곯아떨어졌던 장병들의 그것이 벌그스름해지며 팅팅 부어났어요. 뒤이어 찡찡 통증이 나 견디기 어려워 그걸 붙잡고 땅바닥에서 굴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덮쳐든 후폭풍은 더 심했어요.
모모에와 재미를 보고 입이 함박만 해졌던 그 중대장은 그것이 썩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이게 무슨 성병이냐?”
말을 마치자 중대장은 숨을 거두었어요.
온 들판에는 장병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스산하게 널려 있었어요.
이 급변사태는 살아남은 몇몇 병사에 의해 수도 연화시 지하 벙크에 있던 조왕돌 꼬마대통령 겸 총사령관에게 보고됐어요.
조왕돌은 황급히 고문인 고모와 함께 방역일군들을 데리고 헬기를 타고 곧추 변경에로 날아갔어요.
그들이 하얀 방독 옷을 입고 방독 면구를 쓰고 헬기에서 내려 그 참상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어요.
군부대 하얀 방독 옷을 입고 방독 면구를 쓴 방역일군들은 장병들의 썩어 떨어진 그걸 채집해 유리실험관에 담았어요. 그들은 여기저기 벌판에 널린 하얀 낙하산을 보고 미녀들이 어디에서 날아온 년들인가는 단서라도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허나 털끝만한 단서도 잡지 못했어요.
방역일군들은 미인계에 빠져 죽은 장병들의 시체를 자동차에 실어 국립묘지에 묻어주었어요.
방역연구일군들은 즉시 장병들이 질 안에 에이즈보다도 더 독한 성병바이러스를 지닌 미녀들과 성교를 해 죽었다는 검역 결과를 총사령부에 보고했어요.
“제밀할, 허수아비가 언감 이렇게 혹독한 미인계를 썼단 말인가! 내 백배, 천배로 갚아주마!”
조왕돌은 무슨 짓을 하려는지 허선영 비서를 불렀어요.
“얘~”
허선영은 임해 대통령 허수아의 무남독녀이었어요. 헌데 그녀는 한 학급의 동창생이자 첫사랑인 조왕돌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 없어 코치아에 남아 조왕돌의 비서로 일했던 것이었어요.
그녀는 대통령집무실에 들어서자 “무슨 분부가 있는가요?” 하고 물었어요.
조왕돌 꼬마대통령이 뭐라고 명하려고 할 때 옆에서 금붕어가 “잠간!” 하고 오른 손을 쳐들었어요.
“고모, 왜 또?”
금붕어 고문은 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조왕돌을 보고 말했어요.
“아직 임해에서 저지른 미인계라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좀 심중히 행동하세요.”
금붕어 고문은 비서 앞이라 조카지만 대통령이라고 존대를 써주었어요.
“자칫하면 어부지리를 하려는 자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죠.”
“고모! 단서라도 있어요?”
조왕돌은 일어나 집무실을 뚜벅뚜벅 거닐며 번개같이 궁리를 굴리었어요. 집무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번개가 번쩍이고 우레가 요란하게 울렸어요.
금붕어 고문은 과단성 있게 말했어요.
“허수아가 아무리 둔해도 바보겠어? 어찌 드러내놓고 미인계를 쓸 수 있어?”
그제야 조왕돌 꼬마대통령은 머리를 끄덕이었어요.
“그럼 버새가 꾸민 연극?”
금붕어는 심중한 표정을 지었어요.
“좀 기다려 보자요.”
조왕돌은 곧 “알았어요.” 하고 말하며 허선영 여비서를 보고 나가도 된다고 손을 바깥쪽으로 저었어요.
그제야 허선영은 한숨을 호~ 내쉬며 돌아서 나갔어요. 그녀인들 연인과 아빠가 싸우기를 바라겠어요?
 
 
 
 
 
 
 
 
15 피눈물로 얼룩진 목걸이
며칠 후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미녀사건이 실패하자 뱀 섬나라 악마들은 두 번째 수를 썼어요.
이번에는 야밤에 민간수송기에 금빛 은빛이 반짝거리는 금은목걸이를 비롯한 숱한 금은목걸이를 실어다 임해 해변의 수도 후산에 투하하였어요.
이튿날 날이 훤히 밝아오자 후산의 사람들은 문 밖에 나왔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게 웬 떡이냐?!”
길바닥 여기저기에 숱한 금빛 은빛이 반짝이는 목걸이가 널려 있지 않겠어요. 사람들은 앞 다퉈 빼앗다 시피 주어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그 놀라운 장면의 뉴스를 보고 코치아의 사람들은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에는 코치아의 수도 연화시 거리에도 숱한 금목걸이가 널린 사건이 발생하였어요.
호위병들이 금목걸이를 주어 연화시에 있는 대통령궁으로 들어와 꼬마대통령에게 가만히 선물로 드렸어요.
금빛이 반짝이는 금목걸이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 줄곧 자기를 짝사랑해 비서를 하면서 다른 남자에게 눈길도 한번 팔지 않는 허선영이 떠올랐어요.
“그래 나는 선영에게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
그는 대통령궁을 두리번거리면서 비서실로 도적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때 선영이 차를 부어들고 비서실에서 나오다가 조왕돌을 보고 깜짝 놀라했어요.
조왕돌은 주위를 흘금 곁눈질하더니 선영을 밀다 시피 하면서 비서실로 들어갔어요.
그는 비서실에 단 둘인 걸 확인하자 호주머니에서 호위병이 드린 금목걸이를 꺼내 내밀었어요.
“어마나! 이건?”
“선물이다.”
선영은 금목걸이를 받아 매만지다가 가슴에 대고 어린애처럼 환성을 질렀어요.
“우~와~ 정말 예쁜 금목걸이구나. 정말 귀중한 선물이야.”
“에구, 나만 쳐다보면서 사는 네가 너무너무 가긍해. 빨리 멋진 신사를 찾아 시집가.”
그 말에 선영은 눈물을 구슬처럼 주르르 흘렸어요. 조왕돌은 눈물을 흘리는 선영의 가냘픈 목에 금목걸이를 손수 걸어 주었어요.
그런데 저게 뭐예요?
몇 시간 후에 그 놈의 금은 목걸이를 목에 건 선영의 목 부위가 벌겋게 번지다가 나중에 썩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뿐이 아니었어요. 시내에서 금목걸이를 주어 건 숱한 사람들도 같은 증상을 보이었어요.
급보를 받은 조왕돌은 선영을 찾아가 그 문제의 금 목걸이를 벗겨 들고 피부병원의 전문의를 불렀어요.
“대체 뭔가 봐 주시오.”
허나 의사들은 금 목걸이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뒤이어 침대에 누워 있는 선영의 썩기 시작한 목을 아무리 검사해도 이름 모를 피부병이어서 도리머리를 가로 저었어요.
나중에 국립방사능검역소에서 검측한 결과 그 문제의 금은 목걸이는 금과 은으로 도금한 핵 폐연료봉이며, 사람들은 방사능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조왕돌은 깜짝 놀라 금목걸이를 지하실험실에 가져다놓게 했어요.
죄송스러워 난 그는 입원한 선영한테 찾아 갔어요.
선영은 목이 썩으면서 진물이 줄줄 흘러 붕대를 둘둘 감고 있었어요.
조왕돌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려는 선영의 손을 잡아 도로 눕히면서 “미안해. 내 죄를 지었구나.”
“아니야, 그럴 거 없, 없어.”
선영은 목이 아파 뒷말을 잇지 못했어요.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 됐어요. 우유 빛을 찾아보기 힘들게 검붉게 번지어가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조왕돌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어요.
그때 선영이 조왕돌의 손을 매만지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어요.
그때 보름이 만삭이 된 배를 안고 선영을 보러 병실에 찾아왔어요.
선영은 잡았던 조왕돌의 손을 가리키면서 가냘프게 뭐라고 말하려 하는 것이었어요.
보름은 남편의 벌겋게 부어오른 손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여보! 당신의 손도 방사능에 피폭된 거 아니야?!”
“그런 거 같아.”
보름은 진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조왕돌의 손을 보고 야단쳤어요.
“아니, 손이 썩기 시작하는군요. 이 일을 어쩌지?!”
이때 병원 앞마당에 요란한 엔진 소리가 울리더니 헬기가 내리어 와 앉는 것이었어요. 조왕돌에게서 기별을 들은 허수아가 헬기를 타고 딸을 보러 부랴부랴 날아왔던 것이죠. 헬기에서 선글라스를 낀 호위병들이 줄줄이 내려 죽 늘어서고 허수아가 내려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이 창문으로 보였어요.
순간 병원에 있던 조왕돌 꼬마대통령의 호위병들도 분주히 뛰어와 대치상태를 유지했어요.
다급한 발자국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허수아가 뛰어 들어왔어요.
“선영아!”
그는 조왕돌의 손을 훌 치우면서 딸의 와락 끌어안고 엉엉 대성통곡을 치었어요.
“선영아! 모두 저 조왕돌이 너를 해쳤어!”
선영도 목이 꺽 메여 눈물을 줄줄 흘리었어요.
“아니, 이게 뭐야? 곱던 얼굴이.”
허수아가 선영을 얼굴을 매만지다가 깜짝 놀라 손을 떼었어요. 거멓게 번진 얼굴가죽이 썩기 시작하면서 슬쩍 벗기어져 진물이 줄줄 흘렀어요. 조왕돌과 보름은 썩어가는 선영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얼굴을 돌리었어요.
딸을 끌어안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던 허수아는 갑자기 몸을 홱 돌리더니 조왕돌을 쾅 밀치었어요.
조왕돌은 저쯤에 가서 허망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다 네 놈 새끼 탓이야! 네 놈 새끼 우리 임해에 금목걸이를 뿌렸지?”
조왕돌은 껑충 뛰어 일어나 반격을 가했어요.
“당신이 우리 코치아에 미녀를 보내 성병을 퍼뜨렸지? 선영은 당신들이 떨어뜨린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저렇게 됐어.”
“뭐라고? 적반하장이라고. 네놈새끼 내 귀여운 외동딸을 여비서로, 아니, 여종으로 써먹다가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저 못 쓸 놈의 금목걸이를 선영의 목에 걸어주었기에 저 모양이 된 거야.”
“아니, 생사람을 잡지 마세요. 만약 내 선영을 죽이자고 금목걸이를 선물로 걸어 주었다면 내 성을 갈겠어요. 흥!”
그 말에 허수아는 쳐들었던 주먹을 내리고 조왕돌의 깜장눈을 빤히 바라보았어요. 마치 조왕돌의 속마음의 창문인 눈으로 기어들어가 속마음을 파보려는 듯이 말이죠.
뒤이어 그는 호위병들과 간호사들을 돌아보면서 말했어요.
“선영을 데리고 가자!”
담가에 들려 나가는 선영을 따라 나가면서 조왕돌과 보름은 죄송한 마음에 안절부절 하지 못했어요.
선영은 들려나가면서도 “아빠, 날 내려줘. 조왕돌과 함, 함께 있게 해 줘.” 하고 간신히 띄엄띄엄 말했어요.
조왕돌은 선영의 썩어가는 손을 잡고 따라 나가면서 연신 “죄송해! 내가 죽을 죄를 지었어. 해준 게 없이 널 해쳤어. 날 욕해. 죽여라.”라고 했어요.
선영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아, 아니야, 난 죽, 죽어도 네 귀, 귀중한 선, 선물 받아 후회 없어. 행, 행복했어.”
“선영아!”
조왕돌은 눈물을 흘리며 선영의 입귀에 흐르는 피고름을 닦아 주었어요. 보름도 손수건으로 선영의 눈물을 훔쳐 주었어요.
“저리 피해! 작작 간살을 피워!”
허수아는 조왕돌을 활 밀치며 눈을 흘기며 선영을 안아 헬기에 실었어요.
이윽고 헬기는 원한을 품은 허수아 일행을 싣고 무정하게 날아갔어요.
허수아 대통령은 귀국하자 즉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문제의 금은 목걸이를 몽땅 회수해 방사능검역소에 보관할 것을 지시했어요.
허수아가 지하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만장굴 안에 들어서자 안쪽 동굴 침실 침대에서 귀여운 외동딸 선영의 신음소리가 들리었어요.
허수아는 부랴부랴 안쪽 동굴로 달려 들어가 침대머리에 주저앉았어요. 그는 등불을 빌어 썩어가는 선영의 관골이 튀어나오고 멀거니 뜬 눈이 폭 꺼져 들어간 선영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고름을 손수건으로 살살 닦으면서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었어요.
“어느 놈이 한 짓일까? 내 백배로 원수를 갚아 주마.”
그때 허수아는 이불 밑에서 쪽지 한 장을 꺼내 아버지 앞에 내밀더니 도리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어요.
허수아가 그 허연 쪽지를 받아 펼쳐보았어요.
 
아버지, 절대 조왕돌 꼬마대통령을 오해하지 말아요. 금목걸이는 그가 저에게 준 최고 사랑의 선물이죠. 그가 나를 죽이려고 악의적으로 목에 걸어 준 거 절대 아니라요. 만약 그것이 진짜 방사성이 강한 핵 폐연료봉이라는 걸 알았다면 자기 손이 썩어 떨어질 줄 알면서 맨 손으로 걸어 주었겠어요?
저는 조왕돌을 영원히 사랑해요. 저를 조왕돌의 신변에 돌려 보내주세요. 그의 품속에서 죽고 싶어요.
 
“쳇! 어리석기도 짝이 없구나.”
허수아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딸의 마음을 상할까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피눈물과 함께 삼키었어요.
후산 만장굴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제의 금은 목걸이가 든 특제유리실험관을 들여다보더니 왔다 갔다 하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어요.
(전번 미녀사건을 우리 짓인가 오해해 코치아에서 보복하는 거 아닐까? 혹시 조왕돌, 그 놈이?)
허나 그는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군사력이 우리 임해의 여섯 배나 되는 조왕돌이나 금붕어가 이런 암수를 써? 그 썩어 떨어진 손을 보면 조왕돌의 짓이 아닌 거 같아. 금 목걸이에 문제 있는 걸 알면 제 손으로 선영의 목에 그 금목걸이를 걸어 줄 리 있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허수아 대통령의 시야에는 저 푸른 바다 넘어 섬나라가 떠올랐어요. 순간 그의 눈앞에는 버새와 밴새의 음흉한 몰골이 드러났어요.
“전번 미녀사건은 버새 짓일 수도 있어. 그럼 이번 사건도 그 놈이? 아니면 조왕돌의 보복?”
허수아비는 오리무중에 빠진 채 땅이 꺼지게 한숨을 지었어요.
한편 조왕돌도 지하과학실험실에서 유리관 안에 넣어둔 금목걸이, 선영의 목에 걸어 주었던 그 문제의 금목걸이를 바라보면서 이마 살을 찌푸리었어요.
“분명 허수아비가 오해하고 있어. 보복하는 걸까.”
유리관 안에 넣어둔 금목걸이는 알지 못할 비밀을 품은 채 살기 찬 빛을 뿌리고 있었어요.
 
 
 
 
 
 
 
 
 
 
 
 
 
 
 
 
                                           제16 우박과 별똥
      
 어느 날, 갑자기 먹장구름이 연화시 북쪽에 있는 칼산 상공에로 몰려 왔어요. 용트림하며 무섭게 덮쳐오는 먹구름 속에서 뻘건 불 뱀이 칼산의 허리를 휘감아 치더니 구름 속으로 되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어요.
꽈르릉 꽝꽝!
요란한 우레 소리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며 천지를 진동했어요.
그런데 저게 뭐예요?
하늘 저쪽 북쪽에서 휘몰아쳐 오던 더운 먹장구름과 남에서 북상하던 찬 구름이 칼산 마루에서 쿵 부딪치더니 무서운 광경이 나타나지 않겠어요.
아, 글쎄 탁구공만큼 큰 꺼먼 산성 우박이 마구 쏟아져 내리어 왔어요. 순식간에 꺼먼 우박은 칼 산 주위 농작물이고 뭐고 싹쓸이를 하면서 연화시 쪽으로 덮쳐 오는 것이었어요.
“저, 저걸?! 올해 농사 전폐했구나.”
먹장구름 속에서 총알처럼 쏟아지는 시꺼먼 우박 알은 점점 더 커졌어요. 이젠 애기 골만한 껌정 우박이 마구 연화시 고층 아파트의 유리창문을 부시었어요. 가로등이 박살나 파편처럼 유리 조각이 사처로 튕기어 났어요.
우박은 각일각 점점 더 큰 것이 쏟아졌어요.
이젠 농구공만큼 큰 우박이 쏟아져 아파트 지붕이 마구 부서져 나갔어요.
꽝! 꽝! 꽝!
진노한 하늘에서 항아리만 한 누런 우박이 쏟아져 건물 벽이 뭉텅 뭉텅 부서져 나갔어요.
“사람 살려요!”
고층 건물 여기저기서 아우성 소리와 비명소리가 울리었어요.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에 있겠어요.
엄청 큰 우박의 피해는 점점 커갔어요. 가로수들이 허리가 뭉텅 부러지고 끊어져 나갔어요. 가로등 기둥이 부러지어 길바닥에 맞절을 했어요. 여기 저기 전선대가 부러지고 전기가 합선되면서 불티가 탁탁 튕기고 불길이 활활 타올랐어요. 사람들은 종래로 이렇게 큰 우박이 쏟아지는 걸 못 보았어요.
진짜 날벼락을 당했어요. 길바닥에서 달리던 승용차들이 물독만 한 누런 우박에 맞아 납작하게 됐어요. 승용차 문이 찌그러들어 차 안에 갇힌 사람들이 아무리 버둥거리어도 기어 나올 방도가 없었어요.
밀집 폭탄처럼 쏟아지는 우박에 맞아 죽은 사람들이 기수부지인데요. 처참하기 그지없었어요. 대부분 머리가 깨지지 않았으면 허리가 분질러져 피투성이 된 채 즉살했어요.
우박은 근 반시간 동안이나 연화시를 부시어 놓았어요. 우박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는 쑥대밭이 돼 버리었어요. 숱한 사람들이 항아리만 한 우박에 맞아 즉살하면서 길바닥에는 뻘건 피가 도랑물처럼 왈왈 흘렀어요. 껌정 우박과 노란 우박이 무너진 아파트 지붕이고 길바닥이고 어디라 없이 뒤덮여 순식간에 북극의 얼음산을 방불케 했어요.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너진 벽체 뒤에 숨어 하늘을 기웃거리며 쳐다보면서 감히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또 우박이 쏟아져 내릴까봐 질겁해 공포에 벌벌 떨었어요.
여기저기서 죽은 친인을 붙안고 땅바닥을 치며 하늘을 원망하며 대성통곡을 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때 저게 뭔가요?
금방까지 우박이 쏟아지더니 갑자기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었어요. 산더미 같은 검정 우박덩이와 노란 우박덩이가 녹기 시작했어요.
“이제야 살 거 같구나.”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고르는데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저게 뭐예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이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상 기우야!”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하더니 꼴 보기 좋게 됐다.”
“하늘이 진노해 천벌을 내리는 거야!”
반팔 셔츠를 입었던 사람들은 몸을 옹송그리며 황급히 폐허 같은 무너진 집으로 들어갔어요. 허나 늦었어요.
여우도 추워서 눈물을 흘리고 박달나무도 얼어 탁탁 터질듯 한 혹독한 한파가 덮쳤어요.
난방설비도 없이 살던 아열대 지방인 코치아와 임해는 삽시에 공포의 한파 속에 떨었어요. 은세계를 방불케 하는 백설세계에서 사람들은 추워서 모여 들어 덜덜 떨다가 쓰러졌어요. 어떤 도시 사람들은 우박에 맞아 휘어든 가스관에서 쌕 뿜기어 나오는 가스에 라이터로 불을 달아 불을 쪼이었어요. 허나 그것도 잠시뿐 가스가 폭발하면서 난동이 끊이지 않았어요.
지어 변경에서 장병들은 총을 들고 보초를 서다가 얼어 동상처럼 굳어져 버렸어요. 일부 군인들은 총을 들고 지하대피소에 뛰어 들어가 추위를 피했기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어요.
간혹 농촌 마을에서는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돼지굴이나 소 외양간을 허물어 불을 피워 추위를 피하려고 했어요. 허나 판 부족이었어요. 삭정이나 나무들이 다 탄 다음에는 악마 같은 한파를 당해 낼 수 없었어요.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덮쳐든 한파는 임해와 코치아의 수많은 인명을 싹쓸이 해 갔어요. 숱한 사람들이 동태처럼 된 채 한파 속에 얼어붙어 버렸어요.
헌데 계절은 속이지 못한다고 언제 우박이 쏟아지고 한파가 덮치고 지나갔나 싶게 이번에는 열풍이 대지를 휩쓸었어요. 그 열풍에 산더미 같은 우박덩이들이 녹아내리고 동태처럼 얼음조각상이 됐던 시체들이 천천히 녹으면서 피물이 길바닥을 적시고 사처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어요. 홧홧 달아오르기 시작한 대지는 사람들을 당장 구워 먹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도 한파보다는 많이 나았어요. 뒤이어 천천히 한파도 사라지고 열풍도 사라지더니 대지는 또다시 옛날로 돌아가 천천히 기온이 정상을 되찾았어요.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대성통곡 소리에는 간혹 조왕돌 대통령을 원망하는 소리도 섞여 터져 나왔어요.
“대통령이라는 놈이 지구온난화 이상기후를 다스릴 궁리는 하나도 하지 않더니 진노한 하늘에 당하지 않았는가?”
“에이, 죽은 내 아들이 불쌍하지. 이 늙은 게 죽어야 하는데. 애들을 앞세우고 어떻게 살아? 어이~ 어이~”
“하늘도 무심하지.”
“헤이, 하늘이 진노한 게야.”
“지하 대통령궁에 깊숙이 들어박혀서 뭘 하는지?”
조왕돌과 금붕어는 무너진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와 재해형편을 알아보고 한쪽으로 복구 조치를 대고 한쪽으로 연구일군들을 데리고 껌정 우박과 노란 우박을 실험실에 유리실험관에 담아 지하과학실험실에 들여다 검사하기 시작했어요.
한 연구일꾼이 실험실에서 새된 소리를 질렀어요.
“이건 인공우박입니다!”
“인공우박?!”
조왕돌 꼬마대통령은 지하실험실에서 우박 검험 지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어요.
(그날 분명 북에서 날아온 더운 기류와 남에서 북상한 찬 기류가 칼산에서 부딪치면서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 건데…)
그는 지하실험실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우뚝 멈춰 섰어요.
(진짜 어느 놈의 새로운 과학적인 도발이야! 도대체 어느 놈의 음모일까?)
소꼬에 보낸 파리정찰로봇이 아무리 왕궁을 맴돌며 감시해도 미인계나 금 목걸이 사건의 단서를 장악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에도 버새 형제의 수상한 낌새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우박의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더 큰 사달이 났어요.
밤하늘에서 별똥이 긴 불꼬리를 물고 마구 쏟아져 내렸어요.
꽝! 꽈르릉 꽝꽝!
별똥은 이번에는 거대한 우박 피해를 금방 받은 코치아 뿐만 아니라 임해의 산과 들판에 떨어졌어요.
“이건 진짜 천재야! 인간들이 하늘을 노엽히더니 이젠 인류를 멸종시킬 예산이야.”
별똥의 무차별 폭격은 무서운 것이었어요. 지상의 모든 건물을 박살내고 불이 활활 달렸어요. 별똥이 떨어질 때마다 우레와 같은 폭음과 함께 지진이나 화산이 폭발할 때처럼 땅이 떨며 무섭게 진동했어요.
진짜 공포의 하늘과 땅이었어요.
허나 이때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울렸어요.
“여러 분, 나쁜 일이 좋을 일로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야 말로 하늘이 내려 보내는 천금 가는 보배입니다. 운석을 팔면 천금을 얻을 수 있어요.”
“뭐라고? 운석은 천금 가는 보배?”
“그래, 옛날에도 그램 당 수십만 달러 씩 하는 운석을 주어 하루 새에 억만 부자로 된 사람이 숱했던 거야.”
코치아와 임해의 백성들은 단통 억만 부자로 된 기분에 들떠 있었어요.
이튿날 동녘이 희붐히 밝아오자 숱한 사람들이 목숨을 내걸고 별 똥이 떨어졌음직한 산으로 들판으로 달려 나갔어요.
“우박에 농사를 전폐했는데 별똥이라도 주어서 갑부로 돼야지.”
도시의 사람들은 “승용차고 집이고 몽땅 부시어졌는데 뭘 믿고 살아? 운석이라도 주어서 집을 사야지.”하고 지팡이를 짚고 나섰어요.
어떤 지식인들은 지남침이거나 탐사전문용의기까지 얻어 들고 나섰어요.
전날 공포의 밤에 별똥이 떨어지었음직한 곳을 두루 헤매다가 움푹 파인 곳에서 꺼멓게 탄 돌을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어요.
허나 사람의 욕심이 어디 한정이 있어요? 운석을 하나 주면 둘을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 아니겠어요?
어떤 때에는 운석 하나를 발견하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밀고 닥치고 하다가 손찌검 질까지 하기도 했어요.
저걸 어쩌는가요?
운석을 품속에 안고 무너진 집에 가져다 놓거나 궤 안에 넣어 잘 보관했는데요. 지어 잠을 자도 누가 빼앗아 갈까 봐 품속에 안고 잤는데요. 그 놈의 운석이 보배인가 했는데요. 화는 그 놈의 운석에서 나지 않았겠어요. 운석의 화로 팔다리가 벌겋게 부어오르다가 나중에는 썩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하, 이거 원 참, 하늘에서 떨어진 별 똥이 웬 일인지요? 또 핵 폐연료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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