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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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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86)
2017년 10월 20일 09시 54분  조회:135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제24장 폭풍우

                                                         
        천지를 뒤엎을듯이 으르렁대는 무서운 폭풍이 산과 들을 안아 바다에 처넣을듯이 천하를 샅샅히 휩쓸었다. 중국의 대지에는 전례 없는 폭풍이 먹장구름을 몰아왔다.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의 변덕스런 풍운조화는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꺼머칙칙한 하늘에는 흑룡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인간세상을 통채로 삼킬듯이 덮쳐들었다. 숱한 얼룩독사들이 숲속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호랑이를 노려보는가 하면 원숭이들이 나무에 기어올라가 해금을 켜기도 했다. 어떤 먹장구름은 똑 마치 백골더미에서 기어나오는 백골정이 사악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모양새를 해 간사해보이기로 그지없었다.
       악마처럼 사악한 폭풍은 산과 들판을 휩쓸다가 야수무리처럼 먼지를 새뽀얗게 일구며 조용하던 마을에 덮쳐들었다. 엉터리없는 폭풍은 심술을 부리면서 고즈넉하던 초가집 이영을 홀락 벗겨갔으며 굴뚝 모서리에서 휘파람을 불면서 창문을 두드리고 동네 집 처녀가 옷을 갈아입는 것마저 게걸스레 훔쳐보며 바람벽을 핥아갔다.
       심술쟁이 폭풍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더니 비구름을 몰아왔다.
      뻘건 불 뱀이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을 짜개며 날아들어갔다가 포화의 파편 속 같은 매지구름 속에서 뛰쳐나와 대지를 사정없이 채찍질 했다.
      우르릉 꽝 꽝!
천지를 뒤흔드는 우레 소리와 함께 룡을 방불케 하는 룡구름 속에서 불뱀이 불쑥 나타나 패용산 마루에 도사리고 있는 호랑이 상을 한 호랑이구름을 휘감아 내동댕이쳤다.
     따웅- 땅!광
     하늘 땅을 들었다 놓는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시뿌연 호랑이구름이 아가리를 쩍 벌려 산정에서 불뱀을 한입에 집어 삼켰다.
    꽈르릉 -따웅-
천지를 진감하는 우뢰소리에 발맞춰 누러스름한 호랑이구름이 하늘 룡구름을 향해 뻘건 혀를 날름거렸다. 룡구름은 황급히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흩어지는 상 싶었다. 그러나 뭉게뭉게 타래쳐오르든 룡구름은 먹장구릅 속에서 아래로 날아내리더니 호랑이구름과 패용천산 허리를 휘감아 천길나락에 내리뜨리려고 용을 썼다.
    꽈르릉!
      따웅! 
    룡호구름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맞부딛치는 순간 거대한 화광이 번쩍이고 불룡수염과 불호랑이수염이 하늘에 뻗치며 하늘땅을 진동하는 우뢰소리가 천지가 맞붙을 지경으로 지동쳤다.
    
     똑 마치 하늘에서 룡과 호랑이가 피를 말리는 쟁투를 벌이는 것 같았다. 그 룡호쟁투에 휩쓸려 태양은 빛을 일었고 대지는 저승사자의 곡을 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질겁한 패용천산의 호랑이와 승냥이 사슴떼들이 산기슭으로, 산골짜기로 흩어져 숨어 하늘의 룡호쟁투를 쳐다보다가 살길을 찾아 도망치기에 바쁘다. 룡호쟁투의 칼바람 속에 백성들은 갈팡질팡하며 몸부림치며 하나하나 쓰러진다.
     광풍이 휘몰아쳐 곡식들이 땅에 맞절을 할 듯이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모지름을 썼다. 후두둑 후두둑 곡식 이파리를 두드리면서 밤알만큼 한 우박이 와르르 쏟아졌다.
     우박은 온 봄부터 여름까지 사원들이 땀 동이를 기울여 가꾼 강냉이 이파리들을 사정없이 쓸어 눕히고 짓밟았다. 사원들은 미친 듯이 불어치는 광풍 속에서 산과 들의 밭에 새뽀얗게 쏟아지는 소낙비를 바라보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1.  조개덕


     병완은 토성 안 생산대대 사무실 마루에 서서 무심한 하늘에서 사납게 일어나는 풍운변화 쳐다보면서 상을 찡그렸다.
“하늘이 불쌍한 우릴 돕지 않는구나. 어떻게 하나 인민공사 첫해에 풍작을 걷어야 사회주의가 좋고 우리 공산당이 영명하다는 걸 보여주겠는데. 이 일을 어쩌오?”
     상순은 할어버지를 위로했다.
     “할아버지, 근심하지 맙소. 함흥대대 밭에서 곡식을 제대로 걷어들이지 못하면 또 범바위골에 들어가 묵밭에 감자를 심깁소.” 
     병완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또 파출소에 잡혀가자구? 당원대회에서두 부업에만 정신을 팔면서 자본주의 소농경제를 발전시킨다고 비판받자고? 안 된다. 더는 널 욕보이게 할 순 없어.”
그러나 상순은 개의치 않았다.
“함흥대대는 이전보다 너무나 큽구마. 원래 함흥촌에 소서구와 동구, 마개동 그리고 조개덕까지 들어와서 이젠  200호도 넘습구마. 난 조개덕 생산대 사원들만 데리고 가만히 산에 들어가겠습구마.”
“야! 왼 고집이냐?! 지금 전국 정치형세가 심상찮다. 대약진과 인민공사를 반대하는 세력을 타도하는 반우파투쟁 바람이 세차게 불어치고 있잖니?  자본주의를 복벽한다고 투쟁맞자고 그러니? 정신 있니?”
      할아버지 말리는 말에 상순은 대꾸하지 못하고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더니 엉덩이를 들고 우쭐 일어났다. 그는 착잡한 생각에 잠겨 이리저리 궁리하며  조개덕 초가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에 범바위산에서 동언의 실수로 산불이 달려 숱한 산림을 불태웠다. 그 일로 해 상순은 당내에서 비판받았고 동언은 파출소에 잡혀가 석달 동안 노동개조를 했던 것이다.
다행히 새로 온 파출소 소장은 허영호였다. 그는 상순이 영월구 공안국을 세울 때 받아들여 과장으로 제발시킨 간부였다. 후에 허백호 서기는 영월구로부터 진수해공사 당위 서기로 온 후 천용구 공안국장과 말해 사촌동생 허영호를 진수해 파출소 소장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허영호 소장은 옛날의 상전이라고 봐주어 그만해서 동언의 "방화사건"을 마무리지어버렸던 것이다.
허나 당내 비판대회에서 상순은 혼줄 났다.
허백호 서기는 상순을 비평할 때 코웃음쳤다.
“흥! 상순 동무는 아직도 안하무인이구먼. 그 나쁜 버릇부터 고치라구. 삼도만 토비숙청 때도 항상 세상 일을 다 아는 척 하더니 아직도 그 꼴이구먼. 아직도 소농경제사상에 물젖어 인민공사에 청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심산에 들어가 황무지를 개간하다니? 참, 동무는 조직 관념이 있소? 없소? 세상에 둘도 없는 무정부주의자란 말이요.”
허 백호 서기는 갈범처럼 들었던 자료를 사무상에 탁 던지며 호통쳤다.
“동문 정말 성질이 괴벽한 사람이오. 어째 고집이 그리 세오? 그 괴벽한 성질을 좀 고치오. 동무 눈에는 상급 공사당위 서기 있소? 없소?”
그때 병완은 일어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발언했다.
“우리 마을 사원들을 데리고 범바위골로 들어가라고 지시한 사람은 내오. 내 모든 책임을 다 지겠소. 상순하고 아무런 관계없소.”
“분명 제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산에 들어갔는데 나설 게 뭡니까?”
상순의 그 말에 허백호 서기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구먼. 손자가 조직의 비준도 없이 산에 들어가 부업하려고 할 때 어른이라면 마땅히 제지해야지. 왜 한 바지를 입고 춤 추오? 흥! 함흥촌은 당신들 때문에 문제요, 문제!”
그때 상순이 벌떡 일어나 허 서기를 손가락질 하며 질책했다.
“저의 할아버지를 모독하지 마십시오. 산불이 난 건 저에게 영도 책임이 있습니다. 허나 사원들을 배불리 먹게 하려고 산에 들어간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쯔쯔쯔, 저걸 보라니깐."
허 서기는 상순에게 삿대질하며 비평했다.
“동무, 다른 공사 산에 들어가 황무지를 개간게 잘 했는가?  쌀을 국가에 바치지 않고 사원들에게 다 나눠 주면 되오? 그렇게 하면 자본주의 싹을 키우게 된단 말이오. 단순히 쌀 문제 아니오. 이건 사회주의 길로 나가는가, 자본주의 길로 나가는가 하는 엄숙한 문제란 말이오.”
이때 진수해인민공사 허영주 사장이 나섰다.
“상순 동무가 범바위산에 들어가서 황무지를 개간한 일은 허 서기도 알겠는데. 이전에 내 범바위골에 갔다가 상순 동무가 보내온 멧돼지 고기랑 가져다 준 걸 기억나지 않소?  허 서기도 잘 먹고 인사까지 하지 않았소? 그때  허서기 비준받고 전 향에서 황무지개간현지회의을 열고 상순이 경험까지 소개하지 않았소? 그때 허 서기는 전 향에서 황무지를 개간하는 운동을 벌리자고 하지 않았소?”
허백호 서기는 미꾸라지처럼 구멍을 내고 빠져나갔다.
“황무지를 개간한 일은 잘못이 없다고 보오. 허나 황무지를 개간해서 얻은 낟알을 국가에 한 알도 바치지 않고 몽땅 함흥 촌에서 나눠 먹은 건 착오가 아니고 뭐요? 순전히 자본주의 싹을 키우는 무정부주의 행위요.”
그때 상순이 가슴을 펴며 일어나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허 서기 말대로 생산대에서 황무지를 개간해 잘 먹고 잘 사는 게 자본주의 싹을 키운 게라면 배를 쫄쫄 굶으면서 사는 게 사회주의고 공산주의란 말입니까?”
허백호 서기도 물러서지 않고 사무상을 꽝 치며 일어났다.
“이게 정말 우리 공사에도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두 갈래 노선 투쟁이 존재하는구먼.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니구먼.”
현당위 조직부 부장 이계삼은 상순에게 눈길을 돌리며 엄숙하게 비평했다.
“범바위골 산불이 난데는 상순 동무가 영도책임이 있소. 이후에는 무슨 일을 하나 조직 관념에 주의하고 상급을 존중해야 하오.”
이계삼 부장의 공정한 발언에 허 백호 서기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상순과 허영주를 두리번거렸다.
이계삼 부장은 뜨거운 물을 마시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고 너무 끌어올리지 말 걸 바라오. 오늘 날 모든 일은 이제 역사의 준엄한 시련과 고험을 받고 검증을 받아야 하오. 단 한가지만은 여러분들이 모두 심사숙고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 공산당원들이 그래 마을 사람들이 굶어 죽는 걸 뻔히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황무지를 개간해 백성들이 배고프지 않게 하는 것도 그래 잘 못이란 말입니까? 우리 공산당원들은 인민들의 이익을 위해 분투하는 게 취지가 아닙니까? 인민들을 배불리 먹고 살게 하는 것이 뭐가 잘못 됐단 말입니까?”
그 말에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다.
이계삼 부장의 발언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구동성으로 상순과 병완이 한 일은 인민을 배 불리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전에 공사당위 비준도 받지 않고 산에 들어갔고 화재가 생긴 일만은 상순이 서면검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날 상순은 서면으로 검사 서를 써서 공사당위에 바쳤다.
허백호 서기는 아주 엄숙하게 날이 선 말을 했다.
“지금 한창 인민공사, 대약진과 반우파투쟁의 붉은 기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고지에 꽂는 시기에 말을 주의하오. 자칫하면 반당분자로 몰리어 투쟁받을 수도 있소. 동무는 노실한 건 좋소. 허나 욱 하면 벽이라도 마구 차고 나가는 그 울뚝밸이 마음에 안 드오. 좀 울뚝밸을 참지 못하겠소?”
이계삼도 머리를 끄덕였다.
“허 서기 말이 옳소. 당과 인민을 위해 일을 잘 하려면 꼭 그 결점을 고치고 인내성을 키워야 하오.”
허영주는 상순의 손까지 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쓴 약은 몸에 좋다고 허 서기 말을 명심하오. 우린 무슨 일을 하나 냉정하게 심사숙고하고 빈틈없이 처리해나가야 하오.”
상순은 그들의 충고를 모두 받아들이고 결점을 시정하고 당과 인민을 위해 착실히 일할 것을 다짐했다.
그 후 공사에서는 함흥생산대대가 너무 커 관리하기 힘든데다가 병완과 상순이 한 생산대대에서 사업하기 불편한 점을 감안해 조개덕과 패용천마을 계수동을 함흥생산대대에서 떼내 조개덕생산대대를 내오고 상순을 조개덕생산대대 당 지부 서기로 임명했다.
함흥촌에서 1리 떨어지나 마나한 조개덕은 지주 조덕림이 제일 먼저 살던 마을인데 후에 조선에서 숱한 이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조선족과 한족들이 형제처럼 섞여 사는 혼합마을로 됐다. 조개덕과 패용천촌 한족들 가운데는 지주가 아주 많았고 빈농이 몇 집이 없었다. 이계삼 부장과 공사에서는 한어에 능통한 상순을 서기로 보내야 조개덕생산대대를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급에서는 상순의 사업을 협조하라고 조개덕생산대대 당지부에 진달래와 새로 입당한 이학수도 보냈다. 상순이 조개덕으로 간다고 하자 창걸, 병수, 경학 등 숱한 사원들이 그를 따라 조개덕으로 이사해갔다.
상순은 조개덕에 내려가면서 천지꽃산 뒤의 소서구 밭을 둘러보았다.
(저 밭은 우리 조손 3대가 조선 고향에서 쪽박을 차고 간도에 들어와 어떻게 일군 황무진가!)
“아이고, 김서기, 이젠 조개덕으로 간다고 하니 내사 발편잠을 자겠구먼요.”
상순은 등 뒤에서 나는 한 여인의 웃음소리에 몸을 천천히 돌렸다.
지춘실이 갓 돌이 지난 딸애 미선을 안고 비웃음이 가득 실린 입귀를 비쭉거리었다.
"또 무슨 소리야? 내사 뒤근심 없는줄 알아라,"
춘실이 눈귀를 치켰다.
"어쨌다고?"
상순은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
“전번에 어째 나를 함정에 빠뜨리자고 하잖았는가?”
“뭘 어쨌다고 이래?”
상순은 한걸음 다가가며 따지고 들었다.
“몰라서 묻소? 애 앓는다 해놓고 그게 뭐요? 하마트면 도적으로 만들어놓고서도. 이젠 너하구 한 마을에서 살지 않게 됐으니 발편잠을 잘 거 같다.”
“호호호.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러미 터질 소릴! 원! 사내대장부가 고만한 담도 없소? 고런 토기 담에 어떻게 양키놈들하구 싸웠소?”
춘실은 애를 안고 허리 부러지게 폭소했다.
“남의 나그네 없는 틈에 집에 들어왔으면 도적이 아니고 뭐요? 그것도 밤중에 아녀자가 홀로 있는 집에?”
“왜 날 해치려고 드느냐?”
춘실은 외까풀눈을 치켜떴다.
“함께 못 살 바엔 짓밟아 버리고 싶다. 어째? 명옥이한테 장가들더니 아들 하나 없이 꼴 보기 좋다. 콱 잘 살아라!”
“함께 살지 못해도 우린 원쑤가 아니잖니? 우린 이젠 모든 게 끝이야!”
“아갸!"
상순의 세귀눈을 보고 질겁한 춘실은 애를 안고 황급히 달아나면서 소리쳤다.
"김 서기 사람 죽인다고 또 고함칠 테다.”
상순은 달아나는 춘실의 뒤에 대고 건 가래를 퉥 뱉었다.
“더러운 년! 미인계를 써서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상순은 저쯤 굽이를 돌아 달아나는 춘실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보고 이상야릇한 감을 느꼈다.
(사람의 정욕은 이상하지?)
허나 상순은 인차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안 돼, 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종신토록 분투해야 할 당원이야!)
상순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며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모든 것이 냉정하게 이지의 세계로 서서히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상순이네 조개덕으로 이사하게 된 날, 병완과 창준, 상훈과 상길 그리고 상우까지 찾아와 짐을 꾸려 주었다. 그런데 기준이 보이지 않았다.
짐을 다 싼 후 상순과 상우는 아버지를 찾아 온 마을을 헤맸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상순은 혹시나 해 어머니 산소가 있는 동산에 있는가 올라가 보았다. 계수동까지 다 찾아도 아버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소서구에 있는 할머니 산소에 가지 않았을까?”
상순은 중얼거리면서 상우 형님과 함께 소서구 중턱에 있는 할머니 산소로 올라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 산소에서 아버지 처량한 울음소리 들렸다.
“어머니, 우리 정든 고향을 떠나 쪽박을 차고 건너와서 어떻게 일군 땅이라고 다 내놓고 조개덕으로 이사간단 말입둥? 예? 이 소서구 밭은 우리 조손3대가 피땀으로 일군 밭이지 않습둥? 그런데 조 막내아들놈이 조개덕으로 간다오. 이 일을 어쩌면 좋습둥? 어허헉, 헉헉.”
"아버지!"
상순과 상우는 목메여 이구동성으로 아버지를 부르면서 달려갔다.
어둠 속에서 기준은 어머니 산소 옆의 밭에서 머리를 숙이고 벌벌 무릎걸음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상순은 아버지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다.
아버지는 울면서 입으로 밭의 흙을 쩝쩝 핥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버지, 이러지 맙소. 내려 가깁소. 이제 조개덕에 가서 황무지를 많이 일구면 꼭 함흥촌에서보다 못잖게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이 놈 자식, 놔라!”
기준은 상순의 팔을 활 뿌리치면서 고함쳤다.
“이 놈아, 곡식도 뿌리를 뽑아 옮겨 놓으면 잘 자라지 못해. 우리 고향 떠나 여기 와서 얼마나 고생했느냐? 여기서 겨우 밭을 일궈 놓고 살만 하니까. 또 밭도 별로 없는 한족마을로 가서 고생할 예산이야?”
상순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버지 심정은 이해됩구마. 이 막내아들은 공산당원입구마. 나는 배고픈 고생을 하는 조개덕 군중들을 이끌고 배불리 먹고 살게 하는 길로 나가겠습구마. 아버지, 이해해 줍소.”
기준은 더욱 서럽게 울면서 무릎을 꿇고 밭의 흙을 두 손으로 담아 코에 대고 흙냄새를 맡다가 봄바람에 후루루 날려 보냈다. 아쉬운 눈물이 이별의 아픔으로 부서져 흩날려갔다.
상순은 아버지 아픈 마음을 위안해주며 겨우 집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조개덕으로 떠날 때, 기준은 두 번째 고향 함흥 촌을 떠나기 싫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애들도 할아버지를 따라 덩달아 울었다.
       병완은 조개덕으로 떠나는 상순을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상순은 조개덕에 내려가면서도 근심부터 앞섰다.
       (조개덕에는 손바닥만한 논밭도 없는데 어떻게 사원들을 배불리 먹고 살게 한단 말인가?)
                           
                                              2. 덕대 위 덕돌

      상순은 조개덕 사원들의 초가삼간마다 돌아다니면서 정황을 요해하고 나서 앞이 막막해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그가 집 안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한창 둘째 손녀 은숙과 함께 가마니를 짜느라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순자는 벽 밑에서 밥상에 마주 앉아 한창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이고. 이 년이 또 가마니 술로 내 손을 쳤다!”
기준은 바디를 놓고 가래짝 같은 손을 쳐들었다.
“어마나!”
은숙은 가마니 술을 든 채 황급히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어데로 달아나? 달아나면 어떻게 가마니를 짜니?”
은숙은 바깥에서 집 안에 대고 부서지는 소리를 쳤다.
“때리는 거 뭐? 이젠 어머니하고 가마니를 짜지 할아버지하고 짜지 않겠습구마..”
그러자 순자가 밥상을 밀어 놓더니 가마니 술을 쥐고 다가와 앉았다.
“할아버지, 내 술질을 할래요.”
“응, 그래. 공부하지 않구 되겠니?”
“숙제를 거의 했어요.”
“음, 저녁으로 밀지 말라. 괜히 석유를 없애지 말고.”
“예.”
상순은 구들에 올라와 앉으면서 아버지를 만류했다.
"쉬면서 가마니를 짭소.”
“얘, 며느리 오래잖으면 애기를 낳겠는데 가마니를 짜야 미역국이라도 끓이지.”
상순은 조롱조롱 들어앉은 딸들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었다. 그때 고방에서 명옥이 앓음소리 들렸다.
상순은 고방으로 들어갔다.
“어떠오?”
상순은 벼짚을 깔고 누워 있는 명옥의 남산만한 배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내일이나 모레면 애를 낳을 거 같소.”
“이번에는 아들일가?”
상순은 혼자 소리를 하면서 명옥의 배를 만져보았다.
“남들이 말하는게 배 한판이 뿔룩하면 아들이고 움푹하면 딸이라던데 어디 보자.”
       상순은 명옥의 배를 슬슬 만져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이번에도 딸이면 어쩌니? 대가 끊어지겠는데. 이게 또 딸인 모양이구나. 배 한판이 움푹한 게.”
      뒤이어 그는  명옥의 남산만한 배를 손으로 툭 쳐 밀어놓으면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명옥은 배 안에서 꿈틀거리는 애기를 매만지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마흔 살에 어떻게 임신한 애라고 저럴까?”
      순간 그 애를 가지려고 모진 애를 쓰던 이왕지사가 눈물겹기만 했다.
       조롱조롱 딸애 다섯이나 낳았다고 남편 상순은 집에만 들어오면 대가 끊어지게 됐다고 야단쳤다. 상순이 어찌나 신경질을 쓰는지 명옥은 너무 힘들고 지겨웠다. 그런데 아들을 낳자고 해도 서른여덟 살에 벌써 달거리가 가버렸다. 명옥이 아무리 기다려도 달거리는 나지지도 않았다. 아마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인해 너무 일찌기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조개덕과 함흥 촌에서 목수 최국선이네와 상순이네가 아들이 없었다. 그런데 한해 전에 최국선은 아들을 보고 기뻐서 동네 사람들을 청해 큰 생남잔치까지 베풀었다. 이젠 아들이 없는 집은 상순이네 밖에 없었다. 명옥은 떡돌 같은 아들을 낳았으면 좋겠는데 용빼는 수가 없었다.
약을 써 보려고 해도 쌀독을 빡빡 긁어 죽물도 겨우 먹는 신세에 어데서 돈이 있어 약을 쓰겠는가?
그런데 조개덕 생산대대 당지부 조직위원을 맡은 이학수가 상순이네 딱한 사정을 보고 지원의 손길을 보냈다.
어느 하루, 그는 상순이네 집으로 찾아와 돈 5원을 내놓았다.
“김 서기, 이 돈을 보태 아주머니한테 녹태를 사다 대접하오. 꼭 아들을 낳을 수 있을 게요.”
“고맙소.”
아들이란 말에 상순은 학수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학수가 상순에게 돈을 가져다준 것은 상순이네 부부가 이전에 덕을 쌓은 덕분이었다. 상순과 병완은 학수를 입당시킨 소개인이었고 상순의 아내 최명옥은 학수의 외동아들 주홍을 젖을 먹여 키워준 주홍의 구명은인 양어머니가 아닌가!
며칠 후 이른 아침에 목수 최국선이 상순이네 집으로 찾아와 호주머니에서 돈 12원을 꺼내 내놓으면서 진심에 어린 말을 했다.
“벙어리가 벙어리 고통을 안다고 이 집에 아들이 없어 속을 태우는 걸 아오. 이 돈으로 녹태를 사서 제수를 대접하오. 내 아내도 녹태를 사 먹고 떡돌 같은 아들을 낳았소.”
“고맙소, 최 목수.”
상순은 일하러 나가기 전에 돈 17원을 순자에게 주면서 “네가 연길에 가서 녹태를 사오너라.”라고 신신당부했다.
명옥은 근심스러워서 순자를 붙잡고 “돈을 꼭 잘 건사해라.”라고 하면서 일원을 꺼내 쉽게 꺼낼 웃옷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나머지 돈은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요걸로 차비를 하고 점심이나 사먹어라. 연길에 가면 넷째외할머니네 집으로 찾아가서 사달라고 해라. 네가 어데 가서 녹태를 사겠니? 가짜라도 사면 큰 일 난다.”
명옥은 나머지 돈을 넣은 호주머니를 바늘로 꿰매주고 나서 외할머니네 집을 어떻게 찾아 가라고 상세히 알려줬다.
순자는 그때 겨우 열세 살 밖에 안됐다. 연길을 가본 적도 없었고 녹태란 말 들어 본적도 없었다.
그래도 남동생을 보려는 일념으로 단돈 17원을 간직하고 연길로 떠났다.
버스를 타고 연길에 가서 내린 후 어머니가 가르쳐 준대로 하남다리를 건너 우물을 지나 동쪽으로 굽어 들었다. 처음 연길에 왔는지라 가보지도 못한 넷째 외할머니네 집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천방지축 헤매다가 어머니가 가르쳐준 근방에 가서 이 골목 저 골목 헤매면서 이 집 저 집 들어가 물었다. 외할머니 명함도 모르고 허망 외삼촌 댁이 식품상점에 다닌 다고 말하면서 찾고 또 찾았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우에도 꽃이 핀다고 점심 때 거의 돼서야 끝내 넷째 외할머니네 집을 찾아냈다.
넷째 외할머니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에이고, 네가 어떻게 하면 우리 집까지 다 찾아 왔느냐?”
갓 결혼한 외삼촌 최근호와 새 삼촌댁은 있으면 아주 반가와 했겠는데 출근하고 없었다.
순자의 넷째 외할머니 정어금은 남편이 밥이라도 배 불리 먹으려고 마약 장사를 하다가 일본 놈들에게 살해된 후 딸 셋과 아들 근호를 데리고 시아버지 최구장을 따라 함흥촌에 왔었다.
광복을 맞은 후 중국 공산당 덕분에 사돈 병완 촌장에게서 조개덕의 땅을 분배받았다. 허나 남편도 없이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비록 맏시형 경숙과 셋째 시동생네 집 식구들이 옆에서 거들어 주고 사돈 병완과 조카사위 상순까지 돌봐주었지만 눈치가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시아버지와 맏시형 경숙이네가 사돈집과 멀리 한다고 진수해 시내로 내려가자 믿을 구석이 없게 됐다. 그리하여 정어금은 애들을 데리고 연길에 내려가 닥치는 대로 보짐 장사를 하면서 살았다. 살림살이가 아주 궁핍했지만 그녀는 원래 인품이 후하고 마음이 뜨거운 분이어서 구차하게 사는 시댁조카 명옥을 아주 동정하면서 입던 옷이라도 쥐어 주면서 도와주군 했다.
순자가 오자 넷째 외할머니 정어금은 와락 끌어안으면서 불쌍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이구, 시골애가 꽤나 역바르구나. 어떻게 연길에서 우리 집을 다 찾아왔니?”
순자가 찾아오게 된 사연을 말하자 넷째 외할머니는 혀를 끌끌 찼다.
“그래, 녹태를 먹으면 옥동자를 낳을 거야.”
그런데 넷째 외할머니는 일하러 나가는 길에 순자를 데리고 연길의 어느 한 의약상점에 가보았다. 그런데 그 상점에 녹태가 없었다.
“이걸 어쩌니?”
넷째 외할머니는 울상을 지었다.
“난 일하러 가야겠는데 녹태를 사지 못해 어쩌니?"
넷째 외할머니는 아래쪽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가만 있자, 저기 오금상점 아래쪽에 있는 백화상점이거나 다른 약방에 가면 있겠는지. 가봐라.”
넷째 외할머니까지 일이 바빠 가버리자 순자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녹태를 꼭 사가지고 가야겠는데. 엄마가 남동생을 업어오게 해야지.)
순자는 점심도 먹지 못하고 이 골목 저 골목 돌면서 묻고 또 물으면서 여러 약방을 찾아 다녔다.
한 약상점에서  녹태가 있다고 하자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순자가 옆구리에 기워 맨 호주머니를 뜯고 16원을 꺼내 점원에게 주자 상점 점원은 눈이 휘둥그래 물었다.
“네가 녹태를 사다 뭐 하니?”
“우리 엄마 녹태를 잡숫고 남동생을 업어오게 하자고 그럽니다.”
“그래?”
약방 녀점원들은 서로 눈길을 맞추며 어린 시골소녀의 그 가긍한 마음에 혀를 끌끌 찼다.
“돌아갈 때 녹태를 잘 건사해라.”
"예."
순자는 상점 점원이 꽁꽁 싸주는 성냥갑만한 녹태를 받아 호주머니에 잘 건사하고 상점 문을 나섰다.
그는 녹태를 잃어버릴까봐 녹태를 넣은 호주머니를 손으로 꼭 잡고 길을 떠났다. 그녀는 배를 촐촐 굶으면서도 남동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이를 꼭 옥 물고 연길에서 버스에 올라타고 진수해로 떠났다. 그녀가 진수해에서 15리나 떨어진 함흥촌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입에서 겨뿔내가 확확 났고 눈앞이 아물거리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어느 날, 상우는 패랑산 앞의 물도랑에서 익모초 한 짐을 베서 지게에 지고 동생 상순네 집으로 왔다.
명옥이 바삐 마당에 나가며 상우 잔등의 풀를 보며 물었다.
“아주버니, 이건 뭐예요?”
상우는 지게를 벗어 받침막대기로 받쳐놓으면서 말했다.
“제수, 이건 익모초요. 이걸 닳여서 먹으면 랭이 빠져서 아들을 낳을 수 있을게요. 우리 처도 애를 낳지 못하다가 익모초를 달여 먹고 애를 줄줄 낳았소.”
명옥은 시형을 거들어 지게에서 익모초를 부리면서 보니 연분홍 보라빛 입술모양의 꽃이 핀 풀이였다.
상순이 집에 돌아오자 명옥은 금방 시형이 가져온 익모초 이야기를 했다.
상순과 명옥은 아들을 볼 간절한 마음에서 익모초를 작두에 썩썩 썰어 가마 안에 넣고 부글부글 끓였다.
명옥이 뚜껑을 열고 김이 물물 나는 가마 안을 들여다보니 씨꺼먼 약물이 보이었다. 명옥이 바가지로 조금 떠서 맛을 보니 쓰겁기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명옥은 아들을 보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익모초를 닳인 물을 마셨다.
기적이 일어났다. 마흔도 다 된 명옥은 순자가 사온 녹태와 시형이 베 온 익모초를 닳여 먹고 가버렸던 달거리가 다시 나졌다. 몇 달후에는 서른아홉에 기적적으로 임신까지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애나게 임신했건만 남편 상순은 딸을 낳을까봐 두덜거리기만 했다.
어느 날 초저녁, 상순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늘 일찍이 자자.”라고 했다.
석유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하던 순자는 뾰로통한 소리를 했다.
“아직 숙제도 채하지 못했는데 벌써 쉬겠습니까?”
상순은 맏딸의 애원소리를 들었는지 말았는지 등잔불을 훅 불어 끄고 아내 옆에 드러누웠다.
그는 전날처럼 또 아내의 배를 만져보면서 중얼거렸다.
“애가 왼쪽에 있고 복판이 볼록해야 아들이라오. 그런데 이게 애가 오른쪽에 있고 복판이 둥그렇게 움푹 빈 걸 보니 또 딸이구나!”
그는 배까지 툭 쳐놓고 나가버렸다.
또 딸일까 봐 명옥은 적이 근심됐다.
“어떻게 임신한 앤데. 제발 이번엔 아들을 낳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배 속의 어린애는 나기 전에 전설 같은 이야기가 많았다.
조개덕의 늙은 비술나무 밑으로 지나가던 늙은 스님이 상순이네가 넷째 딸 신자의 생일을 쇠 주지 않자 함흥 촌에까지 찾아 온 적이 있었다.
그 스님은 상순을 보고 신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예언했다.
“이 애를 천대하지 말고 생일을 잘 쇠 주오. 그러면 5년 후에 소가 밟아도 우그러들지 않는 애를 낳을 거요. 장차 이 집에 하늘신과 땅신, 인간신 세 신을 업은 천하에 둘도 없는 애를 낳을 거요.”
태몽 또한 이상했다.
명옥은 어느 하루, 땔나무 하러 가파른 패용천산으로 갔다. 그녀가 숨이 가쁘게 나뭇가지들을 잡아 쥐면서 가파른 산으로 톱아 오를 때였다. 불현듯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찌르는 수림 속에서 금빛이 누렇게 하늘을 찌르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 않겠는가.
하도 이상해 그녀가 잔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 아름드리 소나무 가지에 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금낫이 걸려 있지 않겠는가!
“아니, 금 낫이 어쩌면 내게 차려졌담!”
명옥은 황급히 금빛이 반짝이는 금 낫을 벗겨 쥐였다. 분명 낫날이고 낫자루고 모두 금빛이 반짝이는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참말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다.
명옥은 땔나무고 뭐고 다 그만두고 그 금빛 낫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금빛 낫에 깃든 태몽을 꾸고 잉태한 것이 바로 명옥의 배 속 아기였다.
명옥이 함흥 촌에 올라가자 웃새집 큰시어머니는 또 “작은집 작은며느리 이번엔 또 무슨 태몽을 꾸었소?” 하고 물었다.
금낫에 깃든 태몽 이야기를 들려주자 큰시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이번에 열 번째 만에 분명 금돌 같은 아들애를 보겠구먼.”라고 했다.
명옥은 잉태한 열달 동안 줄곧 하느님께 “제발 금덩이 같은 아들을 점지해 주옵소서.” 하고 서쪽의 패용천산과 칼산을 향해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어 왔다.
이튿날 이른 아침, 명옥은 중얼거리다가 빡빡 긁던 쌀독이 떠올라 애를 낳으면 먹을 것을 마련하려고 만삭이 된 몸으로 농궤에서 단돈 50전을 꺼내 들고 진수해로 떠났다. 그녀는 만삭이 된 모진 몸으로 장마당에 가서 강냉이 쌀을 한 주머니 사 이고 점심도 사 먹지 못한 채 허기진 만삭이 된 배를 끌어안고 귀로에 들어섰다.
그녀는 천신만고 끝에 해가 서쪽으로 기운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땡볕이 쨍쨍 내리 쪼일 뿐 비가 내리지 않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황혼이 깃들어 열린 고방 문으로 내다보자 서쪽의 패용천 산과 칼산이 타는 듯이 낙조가 벌겋게 비껴 있었다. 무슨 아쉬움이 저렇게 빨갛게 탈까? 하늘도 힘겹게 사는 이들을 보고 속이 다 뻘겋게 타는 모양이다.
명옥은 진수해 장마당에서 돌아오자마자 애를 당장 낳겠는지 하신에서 끈적끈적한 양수가 흘르는 것을 발견했다. 하건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강냉이 쌀을 씻어 가마에 얹혀 놓고 불을 일궈 놓았다.
그녀는 때끔때끔 아파나 더는 참을 수 없어 벽 밑에서 공부하는 순자를 불렀다.
“맏이야, 애를 낳을 거 같다. 네가 불을 때라."
그녀는 바깥에서 제기차기를 노는 은숙도 불렀다.
"얘, 넌 빨리 우사에 가서 아버지를 오라고 일러라.”
“예-”
은숙은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종주먹을 쥐고 우사로 뛰어갔다.
그때 기준은 윗방에서 나와 사랑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이게 뭐냐? 멱 줄거리 밖에 없구나. 며느리가 애를 낳으면 멱국을 먹이자고 가마니를 팔아 멱을 사다가 여기 숨겨뒀는데.”
정지에서 홍자랑 신자랑 “히히히.” 하고 코웃음을 치다가 할아버지가 나오자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머리를 숙였다.
“분명 네 년들이 한 노릇이지?!”
기준이 멱 줄거리를 쳐들고 정지에 들어서자 애들은 “와!” 하고 바깥으로 도망쳤다.
다만 순자만은 부엌에 앉아 불을 때면서 시무룩이 웃었다.
기준은 “넌 모르니?” 하고 따졌다.
순자는 “배고파서 아마 애들이 뜯어 먹은 거 같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기준도 팔소매를 훌훌 걷더니 돼지죽을 끓이던 가마를 싹 부셔내고 멱 줄거리를 씻어 넣고 멱 줄거리로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고방에서 명옥은 앓음 소리를 내면서 배속의 애를 만져 보았다. 애기는 세상에 나오기 조급한지 배 속에서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이고, 애비를 닮아서 성급하기도 하구나. 제일 먹을 게 없는 재해를 입은 세월에 세상에 나와서 어떻게 먹을 고생을 하겠느냐?)
한편 은숙이 우사에 뛰어가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엄마 애기를 낳겠는 모양입니다. 빨리 집으로 가깁소.”
“헤이, 또 딸이겠지.”
상순은 쇠똥을 치던 삽을 벽에 세워놓고 집으로 갔다.
상순이 벼 짚을 깐 어두운 고방에 들어서니 명옥이가 아파나는 아랫배를 부둥켜안고 굴고 있었다.
상순은 다가가 “좀 참고 견디오.”라고 하며 수건으로 명옥이 얼굴의 땀을 닦아주면서 위로했다.
저녁 여섯시쯤 되었을 때었다.
명옥은 앓음 소리를 내면서 안간 힘을 다해 애를 낳았다.
“응아-”
“응아-”
갓난 애기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요란하게 울렸다.
상순은 애기를 받아 낸 후 입으로 탯줄을 물어 끊기 바쁘게 바삐 애기 두 다리 사이를 만져 보았다.
“아니, 이게 뭐야?”
명옥은 황급히 “어째 그러오?” 하고 맥없이 물었다.
“뭐 달린 놈이구나!”
“양? 잘 보오.”
명옥은 놀랍고도 급해났다.
“정말이오. 고추 달린 놈이오! 당신은 끝내 아들을 낳았소.”
명옥은 머리를 들어 애기를 보려다가 어두워 보지 못하고 머리를 툭 떨어뜨렸다.
“음. 그럼 시름 놓았소.”
그녀는 아들을 낳고 시름을 활 놓았던지 스르르 까무러쳤다. 아들을 낳아 기쁘기도 했겠지만 굶어서 맥이 진한 것이었다.
기준은 손자를 보자 윗방에서 정지에 내려와 상순이 품에서 손자를 받아 안고 들여다보면서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이윽고 기준은 상순을 보고 애기를 까무러친 어미젖을 먹인 후 시퍼런 칼과 함께 함지에 담아 조왕 덕대에 올려놓게 했다.
“아버지, 어째 이럽둥?”
기준은 보로 손자 놈을 잘 덮어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함지에 칼을 담아 두면 병마가 애에게 감히 덮쳐들지 못한다. 함지에 담아 덕대에 높이 올려놓으면 장차 이 애가 만 사람이 우러러 보는 높은 사람이 될 거야. 사람은 집에서부터 높이 모셔야 바깥에서도 높이 모시는 거야.”
“예~ 듣다 첫 얘깁구마.”
한참 궁리하던 기준은 마른기침을 쿨룩거리더니 “얘, 이름을 덕돌이라고 짓자.”라고 했다.
상순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이담 크면 혹시 애들이 떡돌이라고 별명을 지어 부르면 어쩝둥?”
허나 기준은 고집을 썼다.
“모르는 소리! 이 이름이 좋다. 덕대에 높이 모신 손자니까 덕대라는 덕을 넣어서 덕돌이라고 지은게야. 덕은 또 도덕, 덕분에 덕이 들어가서 좋아. 돌은 쇠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지경으로 딴딴하고 앓지 않을 거야. 이전에 그 중 말이 기억나지 않니? '5년 후에 이 집에서 소 밟아도 우그러들지 않는 떡돌 같은 아들을 보게 된다.' 하지 않았어?”
아버지 말씀에 상순은 머리를 끄덕였다.
“덕돌. 알고 보니 이름이 좋습니다.”
기준은 도리머리를 저으면서 장탄식했다.
“헤이구, 재해년에 나서 뭘 먹고 살겠니?”
순자랑 애들도 남동생이 귀여워 모여와 구경했다.
순자는 성냥마저 없어 윗집 경산의 집에 가서 나무꼬챙이에 불을 붙여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땠다. 상순은 가마 안에 미역 몇 오리를 더 걷어 넣고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때 조왕 덕대에 올려놓은 함지에서 덕돌이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저 놈이 무서워 우는 게 아닐까?”
상순은 함지를 내리우고 덕돌을 안아 아내한테 가져다 젖을 물리었다. 그때까지도 명옥은 까무러친 채 깨나지 못하고 있었다. 석유등잔불 아래 덕돌이 엄마 젖을 오물오물 빨며 젖을 먹는 귀여운 모습이 보였다.
“여보, 이젠 깨나오. 깨나서 멱국이나 먹소.”
상순은 멱국을 퍼다 숟가락으로 명옥의 입에 퍼 넣었다.
그래도 명옥은 깨나지 못했다.
명옥은 아들을 낳고 시름을 활 놓은데다 며칠 동안 쌀알이라고는 입에 대지도 못해 맥이 모자라 온 밤 깨나지 못했다.
밤중에 남편이 부축해 일으켜서야 그녀는 겨우 일어나 순자가 떠온 미역국을 후후 불며 마셨다. 그제야 정신이 좀 났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가 쑤어놓은 강냉이 죽을 보자 며칠 배를 촐촐 굶은 애들은 정지에서 좋다고 국자로 떠서 후후 불면서 먹어대고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명옥은 모기 소리 같은 목소리로 “죽을 좀 퍼 달라.”하고 말했다.
그 소리에 은숙은 “엄마 살아났구나.” 하고 말하며 강냉이 죽을 한 사발 퍼다 어머니 입에 한 술 한 술 떠 넣어주었다.
점심에 상순은 집에 돌아왔다가 아내가 일어나 애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보고 너무도 기뻐 집에 있던 돈을 다 들춰가지고 마을에 나갔다.
그는 7촌 조카 경학이네 집에 가서 돈을 꿔가지고 아래 마을 계수동합작사에 가서 보온병을 사다가 덕대에 덜렁 올려놓았다.
그런데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덕돌은 난 날부터 어찌나 자지러지게 우는지 낳은 엄마도 어쩌는 수 없었다.
그때 죽을 먹던 신자가 덕돌이 우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숟가락으로 밥상의 숟가락을 두드렸다.
달라당, 달라당!
숟가락을 두드리는 소리에 덕돌은 울던 울음을 뚝 끊었다.
그 후부터 애들은 덕돌이 울기만 하면 밥상에 숟가락을 놓고 두드리곤 했다. 그때마다 덕돌은 재미났는지 울지 않았다.
마반산 집 할머니는 산파였다. 그의 말이라면 사람들은 의사 말만큼 믿고 그대로 했다.
덕돌이 너무 자주 똥물싸개를 하자 마반산집 할머니를 찾아갔다.
마반산 집 할머니는 명옥을 보고 “애에게 젖을 자꾸 먹이지 마오. 젖을 너무 많이 먹이면 똥물싸개를 하오.”라고 했다.
그때부터 명옥은 그 말대로 덕돌에게 젖을 잘 먹이지 않았다. 그 후부터 덕돌은 여위어 자꾸 앓으면서 갈비대가 아롱아롱하고 눈확이 폭 꺼졌다.
하루는 경학의 처가 덕돌보다 열엿새 늦게 낳은 성욱을 안고 놀러 왔다가 덕돌을 보고 놀랐다.
“아니, 얘가 어째 이렇게 되였소?”
“마반산집 할미가 젖을 먹이면 똥물싸개를 한다고 해서 젖을 먹이지 않았소.”
성욱의 엄마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 할미 말을 듣지 마오. 젖을 먹이오. 우리 성욱을 보오. 젖을 많이 먹어도 똥물싸개는커녕 감기도 하지 않소. 빨리 젖을 먹이오.”
그때부터 명옥은 덕돌에게 젖을 먹였다. 그리하여 덕돌은 차차 몸에 혈색이 띄고 포동포동해지면서 튼튼하게 자랐다. 그사이 똥물싸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일, 여덟 달이 지나 덕돌이 구들에서 앙금앙금 기기 시작했다.
기준은 너무 희구해 웃방 문턱 너머 손을 내밀면서 “이리 와, 이리 와. 헤이구 그 놈이 조걸 보오, 기는구나. 그 놈이 희구하다.”하고 대견스레 웃었다.
기준은 조개덕에 내려온 후 제대로 먹지 못해 3년 동안이나 앓음 소리를 내면서 앓았댔다. 허나 손자를 보자 기뻐서 어데서 힘이 생겼는지 일어나 호미를 쥐고 나가더니 사래긴 콩밭 기음을 몇 고랑씩 맸다.
지어 상순이 이영을 이을 때면 지붕에 올라가 이영을 잇는 일을 도와 주군 했다.
상순과 명옥은 늘그막에 낳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금이야 옥이야 하고 쥐면 부서질가봐 놓으면 날아날 가봐 하면서 키우는 덕돌에게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덕돌의 생일상에 상순은 연필과 공책, 돈과 쌀 사발을 놓았다. 명옥은 잘 살라고 입쌀과 좁쌀, 기장쌀, 옥수수쌀, 수수쌀, 열콩, 콩을 그릇 그릇 담아 올려놓았고 찰떡, 감자떡, 닭 알 지짐을 올려놓았다.
덕돌은 명옥의 품에 안겨 생일상에 마주 앉자 벌떡 일어나 연필을 덥썩 쥐더니 필기장에 죽죽 오리면서 놀았다.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은 “이 담 덕돌은 공부를 잘 하겠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덕돌이 5원짜리 돈을 가지고 놀다가 연필로 쌀을 담은 사발을 돌아가면서 휘저으면서 놀자 혀를 끌끌 찼다.
“에, 큰 노릇을 할 놈이 다르긴 다르다.”
“장차 쌀 고생을 하지 않고 잘 살겠다.”
덕돌은 어머니가 손수 빚어놓은 생일 떡을 두 개나 먹었다.
누나들은 남동생이 귀여워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 밭에 간 후에 덕돌을 탄자에 올려놓고 네 귀를 들고 그네처럼 흔들면서 온 동네를 돌아 다녔다.
그 놀음이 좋아서 덕돌은 항상 입귀가 귀밑까지 찢어질 정도로 벌리고 깔깔깔 웃어댔다.
그것이 습관이 돼 덕돌은 돌이 지나고 서너 살을 먹은 다음에도 늘 “누나, 그네 타자.” 하고 떼를 썼다.
누나들은 제기도 차고 차개차기도 놀아야 하겠는데 시끄러울 때다가 많았다.
그럼 애들은 덕돌이를 탄자에 올려놓고 애기 때처럼 “헤이 싸! 헤이 싸!” 하면서 그네를 태우는 척 하다가 길바닥에 쾅 내려놓았다.
덕돌은 엉덩방아를 찧어 아파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 후부터 덕돌은 다시는 탄자그네를 타자는 말을 하지도 못했다.
엄마와 아버지가 일 밭에서 돌아오면 손시늉을 하면서 고발했다.
“엄마, 엄마, 누나네 탄자를 쾅 이랬다.” 
“엉? 누가 그랬니?”
“저 누나들이 다!”
덕돌은 누나네를 손가락질 했다.
      명옥은 빗자루를 들고 애들을 때리면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 년들아, 내가 어떻게 낳은 아들이라고 땅에다 탕 놓니? 요 년들아, 너네 다섯을 주고 덕돌이 하나 바꿀 거 같니? 응?!”
명옥은 애들을 쫓아가며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금이야 옥이야 하고 쥐면 부서질까 봐 근심하면서 키우는 애라고? 우리 덕돌을 까딱 다치기만 해봐라. 몽땅 가만놔두지 않겠다!”
애들은 빗자루에 맞으면서 바깥으로 달아났다.
둘째 은숙은 문을 열고 신도 못 신은 채 달아나면서 혀를 내두르면서 엄마에게 반항했다.
“아들, 아들! 덕돌이, 덕돌이 밖에 모르면서!”
누나 네가 다 쫓기어 나간 후 덕돌은 울먹울먹해 서적을 쓰면서 말했다.
“엄마, 누나네 없어 심심하다!”
그제야 명옥은 비방울이 떨어지는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들어오너라. 덕돌이 심심하다고 운다!”
누나들은 대사령이나 내린 듯이 와르르 집으로 쓸어 들어왔다.
애들은 덕돌이 운다고 식장에서 숟가락을 꺼내 밥상 우에 올려놓고 쟁그랑 댕그랑 두드려댔다.
덕돌은 그 소리가 듣기 좋다고 울음을 그쳤다.
명옥이 일하러 가고 없으면 덕돌은 누나들에게 혼줄 났다.
“다시 엄마한테 고발하겐?”
“아이(아니) 그러겠다.”
“다시 고발해봐라. 없다, 없어.”
“아이 그러겠다.”
누나들이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꼬집어대면서 다짐해도 덕돌은 그저 당하면서도 역성을 들 엄마나 아버지가 없는지라 꼼짝하지 못했다.
엄마나 아버지나 큰누나 순자가 집에 들어오면 덕돌은 “와-” 울음보를 터뜨리면서 누나들을 손가락질 하면서 고발했다.
“저 누나 때렸다.” 
누나들이 집에서 쫓기어 나갈 것은 불 보듯이 빤한 일이었다.
그 후에도 이런 일이 수두룩했다. 비 오는 날이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이고 누나 네는 덕돌이를 때렸다가 집에서 쫓기어 나군 했다.
그러나 덕돌이 자기를 제일 아끼는 넷째누나 신자만은 들어오게 하라고 엄마와 말해서 신자만은 재수 좋았다.
“야, 얘가 신자만은 들여놓으란다. 어서 들어오너라. 덕돌이 운다.”
“예-”
넷째누나 신자만은 운이 좋게 들어왔다. 그 덕분에 신자는 덕돌이 울지 않을 때까지 밥상에 숟가락을 놓고 두드리면서 밥도 제때에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넷째누나 신자는 덕돌을 고와 각별히 아끼고 보살폈다.
금이야 옥이야 하는 덕돌은 진짜  온집 식구들의 각별한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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