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꽃거리 정선식당 주인 정선이가 심장병이 도져 또다시 드러누웠다. 벌써 1주일 째다. 식당 복무원 아가씨가 문을 살며시 열고 정선이가 누워있는 복무원 휴식실을 들여다 본다. 정선이는 녀성 치고 키도 크고 몸집도 풍만한 축이였다. 얼굴도 두리 넙죽하고 눈도 커서 얼핏보다도 어리무던한 40대 녀성으로 안겨왔다. 《아줌마》 《엉?》 《정말 별란 사람 다 보겠어요. 》 《어떤 사람? 》 《글쎄 아줌마를 찾아왔다던 사람이 아줌마 앓는다고 하니 도루 가지 않겠습니까. 》 《남자? 여자? 》 《녀잔데 어떤 젊은 총각을 데리구…》 《나이는 얼마나 돼 보이구? 》 《쉰살 될가? 》 《누굴가? 》 정선이는 복무원 아가씨를 내보내고 아예 도리머리를 하면서 더는 다시 생각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외톨이로 살아오는 정선이에게는 그 누가 애잡짤하게 생각하며 찾아줄 사람은 따로 없었던 것이다. 정선이는 커다란 눈을 멍하니 뜨고 천정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애꿎은 눈물만 흘리고 있다. 매번 심장병이 도질 때면 이젠 습관이나 된 듯 저승으로 가신 아버지도 그리웁고 정선이네 오누이를 버리고 떠나간 어머니도 그리웁고 배 다르지만 시집간 혁화언니도 그리웁기만 했다. 아버지는 1952년도에 고향마을의 부농의 딸과 결혼하여 영옥이라는 딸까지 보았다. 그러던 아버니가 연길에 전근하여 입당하게 되면서 당조직의 제의와 동의를 거쳐 부농의 딸인 그 녀성과 합법적인 리혼을 하였던 것이다. 그후 아버지는 가무단 무용 배우와 결혼했는데 그래서 태어난 것이 정선이와 정철이였다. 정선이가 2살 나던 해에 농촌에서 살던 8살에 나는 영옥이가 아버지를 찾아오게 되었다. 정선이 한테는 난데없던 언니가 생기게 된셈이였다. 날마다 공연을 다니는 어머니다 보니 집에 붙어 있는 날이 한달 치고 거퍼 2~3일도 되지 않았다. 이런 형편에서 언니가 나타났으니 경선이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언니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일들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얼마나 즐거운 동년이였던가… 그런데 그런 재미나는 일들을 쓸어내치고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문화대혁명 때 일들이 꿈틀거리며 눈앞에 느닷없이 펼쳐지였다. 대비판 투쟁대회, 11살에 난 정선이는 동생 정철이와 함께 아버지네 직장으로 갔다. 정선이는 자기의 두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앞가슴에 주자파 라는 패쪽을 건 저 사람이, 저 사람이 누구냐 그것은 아버지, 아버지였다. 살벌한 기운이 차고 넘치는 장소, 아츠러운 투쟁구호소리가 소름이 끼치는 장소! 그런데 난데없던 키 자그마한 농촌 녀성이 씽 달려 나가더니 코신짝을 벗어들고 아버지의 뺨을 후려치는것이였다. 《이놈이, 이놈이 이란구 대류망이꾸마! 새끼까지 있어가지구 나를 차버린 놈이꾸마. 이 개같은 자식! 퉤, 더럽다, 더러워! 이런 날이 올 줄을 몰랐지? 》 그녀는 미쳐 날뛰였다. 정선이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 못하고 그저 오돌오돌 떨기만 하였다. 아버지는 바위처럼 끄떡 잖고 우뚝 서서 그 부리부리한 눈에 불길을 펄펄 날리며 그 녀성을 뚫어져라 쏴보기만 하였다. 세상 모르는 정철이는 이를 부드득 갈며 씩씩거렸다. 정선이는 정철이를 꽈악 그러안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어디선가 새된구호 선창소리가 들렸다. 《주자파 정경호를 타도하자! 》 《대류망 정경호를 타도하자! 》
군중들의 제창소리는 하늘 땅을 진감했다. 그런데 저 구호를 부르는 사람은 또 누군가? 정선이는 된 방망이에 한매 호되게 얻어 맞은 듯 정신이 아찔했다. 도무지 알고도 모를 일이였다. 그것은 17살에 나는 영옥언니였다. 아니 영옥이가 저럴 수가 있을가? 아무리 두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영옥언니가 틀림없었다. 영옥이…영옥이… 오늘 따라 어쩐일인지 그런 언니라도 보고싶은 정선이였다. 너무나 외롭고 너무나 고독하고 너무나 쓸쓸한 정선이였으니깐… 정선이가 40살에 나니 언니두 인제 46살 되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훈춘에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2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리였다. 한번 두 번 세 번… 정선이는 까딱 움직이지 않고 그냥 누운 그대로이다. 정선이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는지 말았는지… 하도 지꿎게 울리는 전화여서 정선이는 마지 못해 송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 《저…아재… 》 《아재라니? 》 《저… 조카입니다.》 《조카라니? 》 《훈춘 혁화의 아들, 아니 영옥의 아들…》 《어머나! 》 정선이는 한쪽으로 기우듬히 쓰러졌다. 이게 도대체 웬 일인가? 보지도 못한 조카가 어찌하여 나한테 전화까지 한단 말인가? 뭐 혁화의 아들? 조카? 장장 24년간 꼬물도 소식이 없던 언니가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들까지 내세워 이렇게 전화를 거는걸가? 더는 듣고 싶지가 않은 전화였다. 정선이는 송수화기를 전화기 우에 덜컥 올려 놓았다. 또다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정선의 눈앞에는 수만개의 의문부호들이 둥둥 떠올랐다. 지꿎게 들려오는 전화벨소리, 정선이는 짜증나서 이마를 찡그리고 송수화기를 다시 들었다. 《아잽니까? 저 영철입니다. 아마 아재는 이 조카를 보지도 못했으니 잘 모르실겁니다…》 《….》 《전화 듣고 계십니까? 아재 제발 빕니다. 》 《그래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아재 옳구만! 아재, 엄마와 난 1주일 전에두 연길에 왔댔슴다. 그 때 아재네 식당을 겨우 찾았댔슴다.》 《우리 식당은 어떻게 알구? 》 《예, 그건 지난번 연변일보에 아재 사적이 났습니다. 자치주 치부모범이라구! 그날 나는 엄마를 모시구 아재네 식당 앞까지 찾아 갔댔슴다. 그런데 아제가 앓는다니… 엄만 빈손으루 어떻게 들어 가냐면서… 그래서 들어 가지 못했슴다. 그 때 아제네식당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를 베껴 가지구 왔슴다. 아재, 지금 듣고 있슴까?》 《…》 《아재, 울엄마 급성당뇨병에 걸려 이젠 막 위급함다. 지금연변병원 관찰실에 있는데 아재, 정말 미안함다. 엄마가 아재한테 알려선 안된다는 것두… 아재, 난 렴치를 불구하구 이렇게 엄마 몰래 가만히 전화 겁니다. 지번에 올 땐 소를 팔구 이번엔 집까지 팔아가지구 왔는데 그런데두 돈은 판판 부족이니… 흐윽… 아재 제발 울 엄마를 살려줍소…》 정선이는 송수화기를 땅에 탕! 떨어뜨린 채 맥을 버리고 습관대로 두눈을 지긋이 감았다. 어쩌면 이다지도 모진 인간일가? 어떤 때는 형제관계를 칼로 썩뚝 베이버리고 아닌 보살하던 사람이 오늘은 제 아들까지 내세워 아재요 뭐요 하는 영옥이야말로 세상에 더없는 밉살스러운 인간으로 안겨왔다. 정말이였다. 영옥이처럼 매정하고 악착하고 몰염치한 인간은 이 세상에 더는 없을 것이다. 1970년 이른 봄 ‘검은굴’에 갇혀 너무 고생하던 끝에 아버지는 간염으로 중하여 집에 나와 치료하게 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계급계선을 나눈다면서 언녕 달아난지도 오래였다. 그래서 15살에 나는 정선이가 아버지의 병시중을 도맡아 하는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영옥언니가 웬 낯모를 청년을 데리고 와서 병마에 시달려 몸져누운 아버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것이였다. 《그래두 이게 아버지인가요? 주자파, 반혁명, 대류망! 이름도 듣기 싫어요. 난 아버지를 반란해요. 난 이 가정을 반란해요.난 내 이름 석자도 반란해요. 난 이제부터 혁화(革花),혁명의 꽃 혁화임다.》 그리고선 아버지한테 더 바싹 다가들며 악청 높이 웨쳐댔다. 《우린 결혼 할텝니다. 이 잘난 반혁명 집에선 전 못 살겠어요. 첫날 옷과 이부자리를 당장 해내요! 》 《이 쌍년아, 네 눈에는 이 죽어가는 애비가 안 보여?》 누워있던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벽력같이 소리쳤다. 《흥, 그러면 겁나 할줄 알아요? 우리는 혁명반란파 맹장이에요. 그래, 말해봐요. 해주겠는가, 못해주겠는가? 》 그때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정철이는 13살이지만 오가는 말에서 그 기미를 인차 알아채고 대뜸 성난 사자가 되였다. 《나갓! 당장 못 나가겠어?》 정철이는 씽 달려가 식칼을 집어들었다. 정선이는 몸부림치는 동생을 끌어안고 모지름을 썼다. 《반혁명 새끼 따긴 따구나. 야, 그래 누날 죽일테니? 죽이겠음 어디 죽여 봐. 어디서 새끼 반혁명 같은게…》 그러면서도 겁을 집어먹은 영옥이네는 슬슬 뒤걸음을 치다가 문을 차고 꽁무니를 내뺐다. 정철이는 자기를 끌어안은 정선이를 뿌리치고 영옥이네를 따라 나섰다. 그는 돌멩이를 뿌리며 쫓아갔다. 《쌍간나새끼, 죽인다 죽여! 》 아, 너무도 끔찍한 사실, 너무나도 진실한 이야기다! 그러던 혁화가 자기는 차마 말을 못하고 자기의 아들을 내세워 전화에 대고 지금도 뭐라고 씨부렁대고 있다. ‘뭐 나한테 빈다구? 급성당뇨병? 마지막으로 살려달라고?’정선이의 귀에는 영철이가 말하던 중점단어들이 옹골차게 들려왔다. 어쩌면 그런 말들이 아무런 거침없이 목구멍으로 술술 튀여 나올가? 지나간 일들을 잊지 않았다면, 아니 최저 한도로 인간이라면 그 에미에 그 아들이라도 도저히 그럴 수는 없겠는데… 그래도 아재란다. 아니 언니란다. 언니? 그래 언니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같은 피줄을 함께 타고난 자매들끼리 하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혁화는 아버지의 딸이 옳은가? 아버지와 결혼한 그 농촌 녀성이 낳았으니까 아버지의 딸이 옳기는 옳겠지. 그러면 영옥의 몸에도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이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기딱찬 현실이다. 그러니 영옥이는 어쨌든 나의 언니, 정철의 누나다…정선이는 악몽에서 깨여난 듯 화뜰 놀라기까지 했다. 모질고 모진 인연이 정선이를 끄당긴다. 아버지는 이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달아나고 이제 남은것이란 아버지의 피줄을 이어받은 정철이와 나, 그리고 영옥언니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정선의 꽁꽁 얼었던 가슴은 금시 물에 젖은 솜이 되여 버렸다. 어릴 때 자기의 손을 잡고 다니던 언니의 그 부드러운 손이 따뜻이 느끼여 왔다. 정선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 윤기간의 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정선이는 누운대로 팔을 뻗쳐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정철의 호출기 번호를 하나씩 꼭 꼭 눌렀다.
3
정선이는 정철이가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호출한지 2시간은 좋이 지났건만 정철이는 눈앞에 나타나지를 않았다. 벌써 날은 저물어 창밖은 어둑스레 하다. 정선이는 어딘가 불안하고 허전하고 아니, 외롭기 그지없는 종잡을수 없는 기분에 휩쌓여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시간은 너무나 지루하였다. 이때 층계를 오르는 쿵당쿵당 하는 무거운 구두발소리가 울렸다. 보나마나 그것은 동생의 발자국 소리였다. 《누나!》 설흔살 넘어 이미 애 아버지가 다 된 정철이는 방에 들어서기 바쁘게 철부지 아이처럼 누나부터 찾았다. 《누나 또 아프오?》 《괜찮어. 》 《그런데 호출은? 》 정선이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사랑도 모르고 자라난 동생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닮아 키가 구척 같고 얼굴이 너부죽하고 어글어글한 눈길… 실로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인 동생이였다. 《헤헤헤… 그런걸 난 또 누나 더 앓는가구 했지뭐. 누나 앓음 안되오… 옛소, 이 달두 괜찮게 벌었소.》 정철이는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한묶음 꺼내 정선의 앞에 밀어 놓았다. 《누나, 이 돈으로 병을 치료하오.》 《아니다. 이 누나 어디 돈 없는 사람이니? 》 사실 정철이는 세월을 잘 만나고 또 누나를 잘 만나 누나가 사준 택시를 몰고 다니는 새시대의 젊은이였다. 이런 정철이는 이 세상 하나 밖에 없는 정선이를 엄마처럼 고이 믿고 살았다. 《정철아》 《양?》 《정철이는 누나 말을 잘 듣지?》 《그래, 누나 말을 안 듣구 누구 말 듣겠소. 헤헤헤… 》 정철이는 어릴 때처럼 정선의 손을 꼬옥 잡고 제딴에 좋아 어쩔줄 몰라 했다. 《정철아…》 《야—누나두 할 말 있음 얼른 할게지…》 《그래 저… 저 훈춘에 큰누나가…》 《뭐?!》 《큰누나… 혁화언니…》 정철이는 금시 전기줄에 닿은 듯 화뜰 놀라면서 누나의 손을 팽개쳤다. 《누나, 또 그 소리요?》 정철이는 대번에 가파른 언덕을 톺아오르는 황소처럼 씨근 벌떡거렸다. 주먹으로 자기의 손바닥을 땅! 쳤다. 안절부절 못하는 정철이였다.
《정철아, 너 누나 말을 듣는다구서두?》 《다른 말은 다 들어두 그 쌍년 말은 안 듣겠소!》 《얘, 정철아!》 《안 듣는다는데! 》 칼날같은 정철이였다. 정철이는 자리를 차고 발딱 일어났다. 《정철아, 게 앉어! 》 정선이는 간신히 일어나 앉으며 정철이한테 명령했다. 그 소리에 발목이 잡힌 정철이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정철아, 혁화언니 급성당뇨병이란다…》 《당뇨병이 아니라 암이면 뭐라오?》 《지금 연변병원 관찰실에 와 있다는구나.》 《그런걸 누난 상관할게 없소!》 《정철아, 혁화언니두 사람인게 인제는 자기의 죄를 느끼구 있겠지…》 《죄!? 으하하하…》 정철이는 미친 사람처럼 앙천대소하였다. 정선이로서도 정철의 마음을 돌려 세울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앓는 몸으로 오직 바랄수 있는 사람이란 정철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철이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니 무슨 뽀족한 수가 있겠는가? 정선이는 두눈을 꼬옥 감고 맥없이 자리에 드러 누웠다. 그렇게 모진 정철이도 눈앞에 쓰러지는 누나를 보고 주춤 제 자리에 물앉았다. 《누나, 누나 병부터 먼저 고쳐야 하는거야!》 《야—세상에… 어디 이런 변이 있느냐? 우리 3형제는 어찌되여 이렇게 원쑤처럼 지내야만 하니?》 《그게 어디 누나나 내 탓이오? 우린 3형제가 아니오! 우린 누나하고 나, 이렇게 오누이 둘밖에 없소. 그래 그따위 쌍년도 인간이란 말이오? 누나, 그래 잊었소? 》 《정철아, 그만해!》 《난 못 잊소! 난 죽어두 못 잊겠단 말이오. 누나 정말 머리가 돌지 않았어?》 《아니다. 누나는 머리가 돌지 않았어! 그 때 언니두 오죽했으면 그랬겠니?》 《이것 보지. 그러기에 누나 멍청이야! 누난 세상 둘도 없는 멍청이야, 멍청이야! 》 정철이는 제 가슴을 잡아 뜯으며 좁은 방이 쩌렁쩌렁 울리게 고래고래 소리 찔렀다. 웬일인지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서 동강나고 말았다. 무서울 정도로 괴괴한 침묵이 흘렀다. 둘은 눈물범먹이 된 눈으로 물끄럼 말끄럼 서로 쳐다 보고 있다. 정선이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정철의 손을 끄잡아 당겼다. 살뜰한 정이 흘러가고 뜨거운 정이 흘러오고 있었다. 혁화 때문에 성들을 냈지만 오누이의 정은 변함없이 고스란히 흐르고 있었다.
4
정선이는 쿵당쿵당 충계를 내려가는 정철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엉거주춤 일어섰다. 방금 정철이는 《누나, 다시 혁화이야기를 꺼내면 누난 내 누나 아니요!》하고 최후통첩을 내리고 떠나갔다. 정선이는 더는 누워있고 싶지가 않아서 밖으로 나왔다. 밖은 벌써 어두운 밤이였다. 가로등이 환히 켜졌고 전조등을 켠택시들이 밤거리를뻔질나게 달리고들 있었다. 정선이는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거리길에 섰다. 웬 택시가 정선이의 옆에 와서 스르르 멈춰섰다. 정선이는 마치 택시를 기다린것처럼 택시에 올라 앉았다. 《어디 가시려는지요?》 《예?》 《저 어디까지? 》 《가는데 까지 가자요.》 택시운전수는 정선이를 뒤돌아보고 알겠다는 듯이 부르릉 발동을 걸면서 밤거리를 내달렸다. 가로등도 뒤로 물러서고 택시들도 다가 와선 뒤로 뒤로 뻔질나게 사라지고 《어디가실까요?》 《그냥가세요.》 정선이는등받이에기대여두눈을지긋이감고아무런생각도하지않으려했다그러나정철이가고래고래소리치던그웅글은목소리가지금도귀청을아프게때리였다.그리고혁화의그무서운얼굴이눈앞에서서히나타났다. 1976년아버지의병은오랜간염 L에간암으로번졌다그래서21살에나는정선이는큰마음을먹고훈춘에시집간영옥언니를찾아갔다.돈은걱정말고정선이와함께아버지를모시고북경병원에가자고말이다.그런데언니는완전히딴사람으로변했다. 《그래아버지가아버지노릇을어디했니? 이계급투쟁년대에현행반혁명으로자식들에게루를끼쳤으면됐지그것두모자라서또…여태모르는척하다가제가죽게되니이딸을찾는다니?》 《건아버지요구가아니예요! 건…제생각에서…》 《그래두난못가!》 혁화는바로이런인간이아니였던가! 그때더는방법이없어서정선이가아버지를모시고북경병원에갔다.아버지는병원침대에누워서다시는일어나지를못하였다. 《이불쌍한것아. 이아버지에겐자식이너하나밖에없구나》 《아니, 아니예요. 정철이두…》 《그래정철이두있지…》 《아버지그리구혁화언니두…》 《그그만둬! 그쌍년이름은듣기두싫어, 싫단말이여!》 아버지도혁화언니를자기의딸로취급하지않았다.그러니혁화는나의언니도정철의누나도아니지않는가? 그후아버지는끝내북경병원에서잘못되였다. 《아버지-》 정선이는아버지를목놓아부르며울고울고또울었다.심장이툭멎는것만같았다.정선이는끝내정신을잃고사망된아버지옆에쓰러졌다.이렇게아버지의병시중을왔다가정선이는심장병으로몸져눕는신세가되었다.그때북경에서언니한테전보를쳤는데언니는감감무소식이였다.아버지의골회함을안고연길에왔을때도언니는반쪽얼굴도내밀지않았다. 이래도그래혁화는나의언니란말인가? 아니다! 과연정철의말은추호도틀린데가없다.혁화는그때벌써우리를배반한인간이다! 그래도혁화는제아들을시켜나를이렇게찾고있다.마지막으로살려달란다.나한테애걸복걸한다왜서? 혁화가사람이라면어디말해봐, 말해보란말이야! 정선이는속으로이렇게목놓아부르짖었다. 그래혁화는무엇때문에장장24년간소식이없다가이렇게나타났을가? 뭐《연변일보》에서내소식을알고? 그렇다면그것은내가돈을벌었기때문이다.아니, 내가부자가되었기때문이다.돈, 그래그돈을어떻게벌었던가? 아버지가돌아간후정선이는제대군인과약혼하고벼락결혼까지하였다.정선이는아버지께서남겨준집을팔고그돈으로식당을꾸리였다.그리고세방살이를하면서아글타글돈을벌어지금이정도로되었다.지금은큰식당을앉히고몇십만원저금하고살게된것이다. 그런데오늘혁화가손을내민다.그돈으로입원시켜달란다.그래돈이없으니나를찾은것이아니란말인가? 그렇다. 바로이것이답안이다! 그렇게많은의문부호들이금시사라지고드디어종지부호가크다맣게찍어졌다.그러니정선의무겁던가슴은가든해지고정선의몽롱하던눈앞은안개가걷히듯이점차맑아졌다. 《기사님, 여기어디죠?》 《예, 여긴조양천입니다.》 《조양천?》 《그래요.》 《택시를돌려주세요.곧장연변병원으로몰아요!》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