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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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여있는 집 (김동진)
2007년 12월 19일 13시 49분  조회:976  추천:40  작성자: 김동진
비여있는 집


김동진



황토벽에 삿갓을 눌러쓴 
할아버지때부터 뿌리박은 터가
소버짐을 앓기 시작함

사람내음이 떠나버린 개바자는
오붓하다는 맛갈스러운 고유어가 
가난앞에서 더는 오붓할수 없다는
서글픈 증언의 패말로 남아
바라보는 눈알을 아리게 함

내장을 뽑아내고 박제된
두더지같은 빈집앞에는
이따금 지나가는 바람이 들려
때묻은 노루발쪽손잡이를 만지다가
어느 까마귀가 파먹은
구멍이 펑 뚫린 창문을 기웃거리며
근심걱정 한바가지 쏟아놓고 돌아섬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잡초의 향연에 묻혀버린 빈집들은
기쁠것도 없고 슬플것도 없는
무정하게 텅 빈 가슴으로
촌민명책에서 사라진 이름을 부르며
한무지의 흙으로 무너짐



<<연변문학>>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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