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우편함을 열어보니 “바다”라는 시인의 카페에서 새벽에 보내온 편지가 한통 있었다. 내가 그 카페에 회원가입을 할 때 수신허용란에 동의한다는 체크를 했더니 이렇게 가끔 편지를 보내오는것이다.
그날의 새벽편지는 아주 짧은 토막이야기였다.
태여날 때부터 소경이 된 사람이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가엽게 여겨달라고 쓴 광고판을 들고 거리에 나가 행인들이 깡통에 떨어뜨리는 각전으로 살아가는데 그나마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정의 마음이 식어지는지 각전을 주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였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던 행인이 광고판을 보고 잠간 생각하더니 원래의 글을 지우고 “봄이 오고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볼수 없습니다”라고 써주었다. 그랬더니 그 글을 보는 행인들이 저마다 돈을 내놓았다고 한다. 두마디밖에 안되는 짧은 글이지만 너무나 문학적이고 함의가 깊은것이여서 행인들의 마음을 흔든것이다.
우리 말 속담에 “좋은 말도 세번 하면 듣기 싫다”고 했다. 말도 그러하고 글도 그러하다. 새롭지 않으면 누가 들을것이며 누가 볼것이며 누가 감동을 받을것인가?
이 한통의 새벽편지는 나에게 반짝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나는 나에게 이런 새벽편지를 보내주는 “바다”의 시인님이 참으로 고맙다.
살 구 꽃
4월이면 훈춘의 살구나무거리는 살구꽃이 만개하여 마치 연분홍너울을 쓴 녀인들이 줄지어 선것처럼 아름답다. 해마다 진달래가 피여날 때면 약속이나 한것처럼 다투어 피여나는 살구꽃이다. 살구꽃향기가 풍기는 살구나무거리를 걸으면 이 마음도 어느새 연분홍꽃물이 드는것 같다. 그래서 사람은 늙어도 마음은 아니 늙는다고 하는가보다.
성미가 급한 “아가씨의 수집음” (살구꽃의 꽃말)이라 할가? 살구꽃은 여느 꽃과는 달리 잎이 돋기전에 꽃망울을 빚고 잎이 돋기전에 피였다가 잎이 돋기전에 지는것이 특징이다. 살구꽃이 질 때면 하늘에서 화려한 꽃비가 내리는듯 무수한 꽃잎이 흘러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면서 단 며칠이라도 더 피였으면 하는것은 사람의 욕심일뿐 살구꽃은 숙명의 꽃자리를 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것은 이제 곧 연록의 기발을 들고 나올 새 생명의 잎을 위한 비장한 추락이다.
화사한 빛으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사명을 마치고 가볍게 떠나가는 살구꽃! 나는 올봄에도 그렇게 사랑스런운 꽃비속을 걸어보았다. 살구꽃비에 몸과 마음이 함께 젖어보는 연분홍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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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설야
날자:2013-05-09 05:11:47
선생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항상 감명깊고 감탄을 자아냅니다. 글은 시내물같이 잔잔한데 읽노라면 마음속에서는 늘 파도가 이니, 정말 마법사의 일장연기에 매혹되는듯한 느낌입니다. 한시가지에 살면서도 자주 찾아가 뵙지못해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부디 건강하시어 선생님의 문학농사에 풍작의 노래소리 넘쳐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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