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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에 가슴을 딱 붙이고
맨손으로 파랗게 올라가는 삶이
얼마나 힘겹고 고달픈것인지
나는 딱히 알지를 못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여린 몸이 가냘프게 흔들리지만
헝클어짐이 없는 록색아집으로
시련의 고개를 넘어가는 담쟁이풀
벽틈 먼지속에 뿌리를 박고
벽을 톺아 꿈을 키우는 풀이
마침내 지붕에 올라앉아
산전수전 다 겪은 영광의 손으로
파아란 하늘을 만져본다
포기를 모르는 이악스러운 삶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수놓으며
한목숨 다바치는 푸른 갈구가
얼마나 뜨겁고 피타는것인지
하늘에 계시는 조물주는 알것이다
목마른 기다림
천국의 처마밑에서 배회하던
보이지 않는 유령의 편린들이
흰나비의 춤사위로 되기까지
동토의 목마른 기다림이
얼마나 무거운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구름너머로 떠나간 무릎아래것들이
행여나 문득 돌아올것만 같아
매일같이 동구밖길 바라보시는
꼬부랑할머니의 축 처진 앞섶도
무겁기는 마찬가지
풀꽃향기가 그리운것만큼
사람내음이 무척 그리운
여기 시골집 뜨락에서
이 겨울을 함께 살 눈사람도
하얀 그리움으로 배가 부르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가지에 돋아나는
파아란 생명으로
이 세상 태여날적엔
천년이고 만년이고
늘 푸를것만 같았습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진록의 사랑을 안고
불타는 여름강을 건넜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싱싱한 젊은 날도
서늘한 가을바람앞에서는
무게를 잃는다는걸 몰랐습니다
쑥부쟁이 마중나온 구시월에
단풍옷 고옵게 입어야 하는건
이제 곧 떠나야 하는 길목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리별을 위한
마지막 차림인줄 알겠습니다.
왔다가 가야 하는 한 세상에
꽃도 한철 잎도 한철
모두가 한철인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고기배
바다에 섬들이 떠다닌다
마도로스가 있고
프로펠라가 있는
크고 작은 섬들
그 섬이 농사를 짓는다
그물을 뿌려 물밑농사를 거둔다
강쇠로 만들었건
합금으로 만들었건
그것은 모두가 섬이다
난바다를 떠다니다가
귀항의 물보라를 날리는
국적 있는 땅이요 집이다
암초를 에돌아
풍랑을 헤가르며
지친 몸 끌고 돌아오는
엄마가 기다리는 아들이요
안해가 기다리는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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