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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산은 한국인들에게 ‘값싸고 저질적인 싸구려’로 각인되어 있다. 최근 들어 중국산 먹거리가 한국시장에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고, 일부 문제점 및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국산 ‘신토불이’를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 언론의 편파적 보도로 그 ‘피해’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없는’ 많은 서민들은 중국산 먹거리를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는 현실에, 심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의한 중국산 ‘문제점’은 해결되기는커녕, 그 파장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한국인들의 식탁은 중국산이 점령한지 오래다. 특히 서민들의 경우 매일 중국산을 먹는 실정인데, ‘중국산은 무조건 저질 · 비위생적’이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빈익빈부익부의 한국사회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가배의 모욕이며, 소비자들에 대한 오도(誤導)이다.
현재 한국에서 서민소비층에 넓은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산 김치 대부분은 포장 김치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학교 등 급식장(給食場)에 공급된다. 한국의 식당에서 먹는 김치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 김치이며, 품질이 양호하고 값이 싼 중국산 김치가 한국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상황이다.
일본은 중국산 농수산물의 최대의 수입상이며, 중국이 수출한 농산물 중 일본으로 수출된 것이 약 30%를 차지한다. 일본의 식품관련 대기업들이 대부분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일본기업들은 예외 없이 중국 현지에 기술자를 파견해 식품공장의 품질관리 상태와 제품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들은 부두까지 나가 자신이 점검한 상품이 제대로 컨테이너에 실리는지 확인한 뒤 봉인작업까지 마치고 일본으로 보낸다.
반면 한국의 수출입기업들은 일본기업처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중국산을 다루지 않으며, 가끔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벌어진다. 예컨대 중국산 황도(黃桃)는 흔히 반가공적 상태로 한국에 수입되는데, 이것을 녹여서 통조림을 만들면 이른바 ‘한국산’이 된다. 현지에서 만들면 더 신선하고 품질관리가 쉽지만, 중국산을 수입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쓰면서 소비자들을 기편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현재 한국의 중국산 농수산품 시장은 저가(低價)시장만 열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산=저급품’이라는 대부분 한국인들의 인식은 실제로 한국의 식품 유통체계가 빚어낸 것이다. 중국산이라도 1급은 품질관리도 잘 되고 우수하다. 중국에서 일본과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미역 · 표고버섯 · 멸치 · 조기 등 1급 수출품은 품질이 우수하며, 따라서 각국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 유통업자들이 저가격만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의 업체들은 1급은 당연히 일본이나 유럽으로 보내고, 한국으로 보낼 것은 중 · 저급품 가운데서만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일본 수입업자들은 먼저 품질기준을 제시한 뒤 가격 흥정을 하는 반면, 한국 유통업자들은 먼저 가격을 제시하고 거기에 물건을 ‘맞춰 달라’고 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시장에서 (중국산)저급품만 유통되는 주요원이며, 많은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한국 국내경기의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국제수출시장에서도 ‘저가시장’이란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다. 이 역시 한국 유통업자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21세기는 국제화시대로, 모든 국제무역과 교역은 WTO 룰(rule)이 지배하는 경쟁시대이다. 현재 한국 국내의 상품이 외국에 대량으로 수출되는 반면, 외국산 농산품이 국내에 대량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신토불이’ 국산은 ‘값싼’ 외국의 농산물과 가격 ·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전면적으로 경쟁을 벌어야 하는, 국제화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국산(품)은 외국에 수출되어 이윤을 챙기는 것은 합법적인 것이지만, 외국산이 국내에 수입되어 국산과 경쟁을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사유는 글로벌시대에는 결코 용납이 안 된다. 이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발상이다.
불행한 것은 한국인들이 그처럼 애용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의 농산물이 우리의 구미에 맞기에 (국산)농산물만 먹겠다’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신토불이’ 이야기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에게는 통할 수 있겠지만,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결코 ‘통할 수 없는’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들이 소위 ‘신토불이’를 고집하면서 우리농업을 살리려는 애국사상은 비난할 바가 못 되지만, 메이드인코리아(한국산)가 ‘세계최고’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국제화시대에 뒤떨어진 낙오된 사상이며, 최근에는 한미 FTA의 체결 등에 보수적인 저애세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세계화시대의 대세인 개방화에 걸림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국제화시대에 걸 맞는 경쟁의식과 열린 마음가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글로벌시대에 역행하여 ‘비싼’ 신토불이(국산)만 고집한다면, 궁극적으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국내 · 국제시장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산 등 수입산이 서민의 식생활에 빠질 수 없는 현실을 정시해야 하며, ‘신토불이’·국산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품질과 브랜드가 있다. 그것을 살려서 국제적인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언론이 ‘중국산’ 식품과 ‘광우병’ 쇠고기의 피해와 위험성을 부풀리는 것보다는 신토불이(한우 등)의 품질과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고, 나아가 국제적 경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의 선행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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