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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개항된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여객 세계 10위권, 국제화물 세계 2위, 공항서비스 3년 연속 세계 1위이다. 인천공항은 우질 서비스와 일류의 첨단시설 및 선진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비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세계 정상급의 국제공항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은 하루에도 수천 명의 국내외 고객들이 드나드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관문(關門)’이자 대외창구로,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부심이며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체류수가 40만에 달하는 중국동포들을 포함한 외국인노동자의 대다수가 자기나라에 돌아갔다가 재입국(수속)을 하기 위해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 1층의 중심위치에 있는 법무부출입국관리소이다. 얼마 전 중국 청도(靑島)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참가차로 중국에 다녀온 필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류공항’에 어울리지 않은 ‘진풍경’을 목도했으며, 하마터면 탑승하지 못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안타까운 것은 인천국제공항 ‘진풍경’의 주인공들이 바로 현재 고국인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이라는 점이다. 한편 이 ‘진풍경’을 연출하고 사태의 조장에 일조한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의 한겨레 · 중국동포들에 대한 적나라한 차별과 멸시적인 태도를 목격하면서, 현재 한국사회의 이방인으로, 사회적 기시와 일상차별을 받고 있는 재한중국동포들의 축소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리고 이 ‘일류 서비스’로 유명한 공항의 불협화음이 바로 ‘악명 높은’ 출입국 공무원들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또한 중국동포들이 고국의 ‘불량한 이미지’로, 우선 출입국 공무원들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평소 인천공항에서의 출국수속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중국동포들이 인천공항의 출국수속 수순은 대개 이러한 절차를 거치며, 관련 수속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 1.5~2시간이다. 공항 도착 후 우선 들리는 출입국관리소의 재입국수속 시간은 20~30분이며, 탑승권 수령과 수화물을 부치는데 20~30분이 소요된다. 그리고 안전·해관을 통과하는데 20분, 탑승구까지는 10~15분이 소요된다. 그 중 가장 큰 변수는 재입국수속에 걸리는 시간이다. 다른 수속 · 절차에서는 탑승시간이 다가오면, 사정을 말하고 먼저 수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침 첫 출발인 5시 10분 인천국제공항의 리무진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6시 40분이었다. 재빨리 짐을 챙기고 1층의 출입국관리소에 들어갔는데, 좁은 관리소 안은 이미 많은 여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기번호표를 뽑아보니, 앞에 대기하는 인원이 40명이나 되었다. 필자가 탑승할 비행기는 8시 45분에 출발하는 CA134(인천-청도)이었다. 아직도 2시간이 남았으니 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위안하면서 대기 순서를 기다렸지만, 왜 이 이른 시간에 이렇게 많은 고객들로 붐비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필자가 떠난 날이 마침 토요일로 금년 7월부터 주2회 개통되는 인천-목단강 출발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이었다. 현재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매주 토요일 8시 10분 목단강으로 출발하는 항공기의 주요고객은 목단강 · 연변출신의 중국동포들이다. 목단강행은 최근 방문취업제가 실행됨에 따라 방한(訪韓)하는 중국동포의 급격한 증가와 재한중국동포들의 출입국이 자유로워졌고, 출·입국하는 중국동포들이 급증함에 따라 신설된 항공편이었다. 그것이 이 토요일(아침)에 출입국관리소가 중국동포들로 ‘붐비는 이유’이었다.
아침 7시가 넘자 출입국관리소에는 더 많은 여객들이 들이닥쳤고 수속은 더 늦어졌다. 난해한 것은 손님은 그렇게 많았지만, 출입국관리소에는 단지 2명의 남직원이 재입국과 관련 (출국)수속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두들 조급해졌고 여기저기에서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7시 반이 되자 8시 10분 출발의 목단강행 중국동포들이 수속을 재촉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거세졌고 비좁은 관리소는 더욱 혼잡해졌다. 그러자 출입국의 직원은 ‘잠정 번호순서의 수속을 중단한다’고 하면서, 목당간행 여객들은 두 줄로 나와서라고 ‘명령’했다.
출입국 공무원의 ‘임시결정’에 필자를 비롯해 다른 항공기로 8~9시에 출발하는 여객들은 더욱 초조해졌고, 다급해진 그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탑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더욱 급해진 여객들의 항의와 떠들썩한 소리로, 질서와 정숙을 보장해야 할 출입국관리소는 혼란과 무질서로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급해진 여객들이 먼저 수속하려고 무작정 카운터로 몰려들자 그 중 선배직원이 “모두들 조용하고 제발 줄을 서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연신 옆자리의 후배에게 ‘빨리하라’고 짜증낸다. 그 와중 중국동포 중년여성 한명이 카운터 안에 들어가 큰 소리로 전화를 받다가 다른 직원에게 쫓겨난다.
‘세계 1위’ 공항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희귀한 ‘진풍경’이 권위주의적인 출입국 공무원과 무질서한 중국동포들에 의해 연출된 순간이다. 바야흐로 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중국동포들을 비롯한 외국인노동자들의 사회적 기시와 차별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차별 · 기시는 한국사회의 ‘숨겨진 치부(恥部)’이며, 인천공항의 ‘진풍경’은 현재 고국 · 한국에서 차별과 기시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동포의 축소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고, 출입국 공무원의 언행도 거칠어졌다. 상호불신과 불만으로 팽배해진 반목질시의 험악한 분위기를 목도하면서, 필자는 중국동포들의 구체적 상황을 헤아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동포차별’의 재외동포정책을 출범시키는 한국정부의 관행을 연상했고, 출입국 공무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인천공항의 ‘진풍경’을 연출·조장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울러 이방인 중국동포들이 이외의 피해와 불이익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의 ‘불쌍한 신세’가 가엽게만 여겨졌다.
8시가 되어도 많은 여객들이 재입국수속을 못하게 되자 목단강행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된다는 소식이 전해왔고, (출입국)직원은 다시 ‘대기번호 순서로 수속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줄을 선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다급해진 기타 항공기 편의 손님들과의 몸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필자는 겨우 앞으로 비집고 나가 사정을 구해 (8시10분)입국수속을 마치고, 국제항공 탑승수속 카운터에 왔을 때는 이미 탑승 · 수화물 수속이 끝난 뒤였다.
필자가 카운터 여직원과 (상사)남자직원에게 재삼 사정하면서 (청도)학술회의에 필히 참가해야 할 ‘이유’를 어필했다. 결국 공항직원의 승낙을 받았고 그 남직원의 도움으로 짐을 가지고 다른 여객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양해를 구하고 먼저 통관했다. 탑승구까지 줄곧 뛰어가 미리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는 공항직원에게 짐을 맡기고 급히 탑승했는데, 필자는 출발 10분 전에 도착한 마지막 여객이었다. 안도감과 허탈감이 교차되는 한순간이었다.
필자는 연길공항의 혼잡과 무질서, 음력설 연휴 기간 수많은 인구가 유동하면서 인파로 붐비는 북경역을 빠져나올 때 힘든 상황을 그 ‘유명한’ 인천공항에서 또다시 체험했다. 더욱 난해한 것은 인천국제공항 ‘진풍경’의 배경에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불원천리 고국을 찾아온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정부의 등한시와 무시, ‘차별적 이념’이 깔려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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