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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주'를 해임시킨 중국축구
김범송
‘리장주(李章洙)’, 중국의 축구팬들에게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리장주는 ‘한국감독 이장수’를 넘어 중국 슈퍼리그에서 최장수 선임 기간(9년)과 우승경험을 갖고 있는 외국적 감독이다. 일찍 충칭(重慶)과 칭다오(靑島)에서 성공을 거두며 ‘축구한류’의 대표주자로 명성을 떨친 그는 3년 전 베이징궈안(國安) 감독으로 초빙되었다. 최근까지 슈퍼리그 1위로 ‘안정된 경기력’을 이끌었지만 얼마 전부터 구단과의 불화 및 해임설이 불거졌고, 게다가 홈장 첫 패배가 빌미가 되어 지난주 구단으로부터 전격 경질되었다. 흔히 축구감독의 해임은 팀의 성적과 직결되지만, 중국에서의 외국감독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난해한 것은 우승의 가능성을 남겨놓은 채, 리장주 감독이 ‘부적절한 시기’에 해임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리장주 해임’에 대한 중국 축구계의 찬반양론이 뜨거운 원인이며, 또한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李 감독은 슈퍼리그 충칭·칭다오·베이징 세 팀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적 명감독으로 축구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지녔고, 베이징구단의 그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매우 높았다. 기대가 높은 것만큼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프로 리그 16년 동안 한 번도 우승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베이징궈안 감독에게는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고, ‘평민팀’ 창춘(長春)과의 홈장 (0:2)완패는 치명적이었다.
리장수 감독의 높은 인기는 중국에서 거둔 성적뿐만 아니라 그의 도전정신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의 프로리그는 비리가 많고 수준이 낮지만 팀의 감독교체로 유명하다. 감독의 권한은 구단주의 횡포와 간섭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팀의 성적이 부진할 경우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짊어지며 경질된다. 중국축구계의 외국감독 영입은 적극적이지만 대부분 1~2년의 단명(短命)이었고 ‘외국감독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후반 많은 한국적 감독이 중국을 다녀갔지만 성공한 감독은 최은택과 이장수 2명뿐이다. 1998년부터 중국축구계와 인연을 맺은 리장주 감독은 선후 충칭(2000)과 칭다오(2002)를 FA컵 정상으로 이끌면서 외국인 최고의 영예인 ‘명예시민’과 2000년 중국축구협회 ‘최우수 감독상’을 획득했다.
중국의 축구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성공시대를 열었고,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여온 이장수 감독은 한국인의 자랑이며 축구한류의 전파자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이장수 감독의 해석’에 따르면, 최근 구단 고위층이 ‘구단이 편애하는 특정선수를 선발 기용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그들의 불량한 훈련태도와 전술요구에 부합되지 않은 관계로 기용하지 않은 것이 구단과의 갈등 원인’이다. 결국 리장주 감독이 ‘선수기용과 훈련 방식 등은 감독의 고유 권한’으로, 구단의 횡포와 간섭을 일축하자 최근 구단측이 ‘경질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왔다는 것이다. 환득환실의 구단측이 홈장 패배를 구실로 여전히 우승가능성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일방적 해임을 결정한 것은 ‘토사구팽’이라는 한국 언론의 지적이다.
그동안 선수기용과 훈련방식을 둘러싸고 리장주 감독과 구단 실권자 뤄닝(罗宁) 이사장간의 불협화음과 암묵적 갈등 등 구단의 내부모순이 중국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최근에는 리그 1위의 ‘감독 해임’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결국 ‘관건적’ 홈장 패배로 1위와 2점차인 3위로 밀리자 시즌 7경기를 남겨두고 축구팬들의 기대를 무시한 구단측의 일방적 경질로 이어진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리장수 감독의 ‘전술이 보수적이며 훈련수준이 낮고 선수들에 대한 관리가 너무 엄격하다’는 구단측의 해임 이유이다. 더욱 슬픈 것은 저수준의 리그와 각종 비리가 난무해 아시아에서 ‘삼류축구’로 전락한 중국축구가 언론과 ‘관시’의 힘을 빌려 ‘감독의 권한’을 고집한 외국적 명감독을 하루아침에 내쳤다는 점이다.
중국의 유명 스포츠신문인 티탄저우보(體壇週報) 마더씽(马德兴) 기자는 해임된 리장주 감독은 부패한 중국축구의 ‘희생양’이며, 정작 ‘해임돼야 할 사람은 안 되고 해임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경질됐다’고 한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구단의 횡포와 무리한 간섭 속에서 리장주 감독은 ‘많은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금년 초 구단은 외국용병 선발권한을 감독에게 주지 않았고 선수기용과 경기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간섭을 했다. 또한 리장주 감독의 엄격한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 등 내부모순을 언론에 흘려 리장주 감독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결국 창단이후 첫 우승을 장담하지 못하게 되자 구단측이 일방적으로 감독을 중도 하차시켰고, 자기들의 책임을 리장주 감독에게 전가한 것이다.
장기간 공한증(恐韓症)을 심어준 한국축구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세를 낮춘 ‘어림군(御林軍)’이 한국적 감독을 모신 것은바람직한 일이었다. 중국축구는 모름지기 월드컵 ‘4강 기적’과 ‘8강 기적’을 보유하고 있는 남북 축구에게 한수 배워야 한다. 다만 ‘리장주’ 한 두 사람을 영입·해임하는 것으로 중국축구의 폐단과 저수준의 리그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축구에 히딩크가 있었다면, 중국축구에게 필요한 것은 리장주와 같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감독의 고집’이다. 중국축구가 진정 공한증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리장주’를 모셔와 선진축구의 진수를 배워야 하며, 박지성과 같은 월드스타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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