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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與野) 국회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장면들이 KBS 9시 TV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필자는 퍽 곤혹스럽다. 평소 ‘점잖은’ 국회의원 양반들이 나라의 중요한 법안이나 개혁안을 제정하고 통과시키는 신성한 장소에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전투장면’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 구호처럼 외치는 ‘상생의 정치’는 과연 말로만 하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아직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해 완전히 터득하지 못한 필자에게는 여간만 난해한 일이 아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출간한 졸저에 수록된 “이방인이 본 대한민국 불가사의”란 졸문 중의 내용이다.
‘정치엘리트’인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 대표로서 권력의 상징이며, 그 나라의 정치인 이미지와 정치수준을 반영한다. 하지만 TV뉴스에 비춰지는 한국의 국회의원은 ‘싸움꾼’의 형상이 다반사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신성한 국회에서 막말을 하고 드잡이를 일삼고 심지어 무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은 국민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죽하면 ‘자꾸 싸우면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시민의 협박전화까지 있었겠는가? 한국 국회는 독재시대 다수당의 횡포를 연상케 하며, 국익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에만 연연하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기대하는 공인(公人)이라는 신분을 잊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국회에서의 ‘용맹한 모습’은 외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이다. 최근 외교 분야 전문지 미국의 포린폴리시(FP)는 한국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한 의회”로 평가했고,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조롱했다. 미국 NBC방송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킹 오브 더 힐(몸싸움 장면이 많은 TV 만화극)’에 비유했고, 영국 BBC방송은 웹사이트에 “집단으로 싸우는 한국 정치인들”이란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미국의 한 여성잡지는 여성 국회의원들의 싸우는 사진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치인들이 미친 고릴라처럼 싸운다’고 풍자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개최된 제3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가한 필자일행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진 위원장의 초대로 국회를 견학했고, 국회 만찬회에서 7~8명의 국회의원들을 만났었다. 웅장한 베이징인민대회당에 비해 한국 국회는 아담하고 정결했다. 정숙하고 위압감을 주는 국회에서 필자로 하여금 가장 궁금하게 한 것은 이 ‘신성한 장소’에서 국회의원들의 ‘싸우는 이유’와 ‘용기’였다. 만찬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회의원들의 청산유수와 같은 말재주와 여성 국회의원들인 민주당 신낙균 국회 여성위원장과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선영 의원, 한나라당 송영선 · 정옥임 위원의 명함 · 사진처럼 밝고 상냥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여성의원들의 상냥하고 매너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 청문회와 TV 토론장에서의 날카로운 이미지 및 국회 회의장에서 ‘드잡이를 하는 모습’을 도무지 연상할 수 없었다.
만찬회에서 발언하는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금년 2월에 통과된 재외동포 참정권을 거론했다. 모처럼 여야가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곧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동포 정치인들에게 공손한 태도로 명함을 교환하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국회의원들의 ‘효율적인 처사’에 감복했다. 한편 국회 만찬회에서 보여준 여야의 ‘화기 및 협력적 모습’이 재외동포와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에서도 나타난다면 한국의 정치는 명실상부한 ‘상생의 정치’로 거듭날 것이며,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굴려봤다.
대회 첫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주최한 환영만찬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상호 존중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TV에서 본 ‘국회의원’ 이미지와 너무나 판이했다. 워낙 그들 역시 고등교육을 받은 정치엘리트이므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교양 있는’ 처사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다만 국회 회의장에만 들어가면 ‘싸움꾼 용사’로 탈바꿈하는 것이 이상하고 난해할 뿐이다. 평소 점잖고 매너 있는 그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당리당략에 집착하고, 불신과 반목질시 및 야유를 일삼는 대한민국 정치풍토와 관행에 휘말리면서 ‘TV의 싸움꾼’으로 전락된 것이다. 이 또한 국회의원 ‘양면성’을 초래한 주요인이다.
국내 정당간의 내홍(內訌)을 잠시 제쳐놓고, 재외동포 정치인 대표들에게 보여준 여야 국회의원들의 상대에 대한 배려와 화기 및 협력적인 ‘상생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의 만찬회에서 보여준 점잖고 교양 있는 처사와 상호 신뢰의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재현되고 그것이 재외동포와 전 국민이 주목하는 TV뉴스에 보도된다면, 대한민국 정치인의 이미지는 크게 변화될 것이며 한국 국회의원에 대한 외국 언론의 보도와 한국 국민들의 ‘인상 속 이미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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