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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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진실의 미궁, 그리고 유머와 황당성의 미학 -김정권의 단편소설 《모기정전》읽기
2020년 08월 20일 09시 32분  조회:438  추천:0  작성자: 김룡운
진실의 미궁, 그리고 유머와 황당성의 미학 -김정권의 단편소설 《모기정전》읽기

김몽 

1. 머리글


《모기정전》은 “모기”와 인간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동화와 흑색유머기법의 결합으로 씌여진 작품이 아닐가고 생각해본다. 존재주의 영향을 많이 받은 흑색유머기법은 20세기 20,30년대에 미국에서 형성되였고 그후 남미주에 파급되여 적지 않은 작가들이 흑색유머작품으로 명성을 날렸으며 노벨상을 받은 작가들도 있다. 중국의 노벨문학 수상자 막언의 소설에도 적지 않게 흑색유머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흑색유머는 일종의 황당하고 변태(變態)적이고 병태(病態)적인 문학류파로서 지금까지도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흑색유머는 현실의 황당성에 대해 깊은 고통과 분노를 토하며 흔히 무가내한 풍자와 유머를 함께 아우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눈물을 머금은 슬프면서도 잔인한 풍자와 유머로 특징지어진다. 작가가 황당한 현실을 폭로하고 질타하는 목적은 그러한 현실을 개변시키기 위한 데 있다. 

《모기정전》을 읽기 앞서 흑색유머작가로 유명한 가르시아 마르께스를 간단히 알아보기로 한다. 마르께스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중남미 현대소설의 최고봉이라 평가되고 있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어릴 적부터 독재자가 살판치는 암흑한 현실을 직접 보고 느꼈다. 특히 어릴적에 마을 사람 3천여명이 미국인 바나나 농장주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커다란 충격과 분노를 받았는데 그러한 삶의 편린들이 기억의 굴레 속에서 형성된 신화적 요소들과 만나 독특한 마술적 문학세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이러한 그의 문학세계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며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백년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1967.)인데 그 내용과 형식, 그리고 언어에 있어서 중남미인들의 집단창작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까닭은 대다수의 중남미 국가들의 백성들이 작품에서 펼쳐지는 그러한 암담하고 처참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사실주의의 틀을 깨고 신화와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인간의 운명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신화 속에 감추어 버린다. 이성주의와는 거리를 둔 채 마르께스는 마술적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세계를 창조하였는데 이 세계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중남미 현실 그 자체를 대변한다. 신화적 시간과 력사적 시간을 중첩시켜 현실과 비현실의 벽을 허문 채 21세기의 중남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정권의 《모기정전》은 신화적 혹은 동화적 상상을 동원하여 일부 인간쓰레기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추악한 본질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부정부패 그리고 법이 아직도 제 구실을 못하는 사회현실을 유머와 황당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신랄하게 폭로하고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근래의 우리 소설계에서는 찾아보기 보기 힘든 흑색유머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소설을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나뉘여 살펴볼 수 있다.

2. 약자와 강자의 대립구도

이 소설은 선명하면서도 아주 간단한 구도로 만들어졌는데 구도의 특징은 대립구도이다. 물론 모든 소설은 대립구도를 떠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모기정전》읽기에서 대립구도를 특히 언급하게 되는 것은 이 소설이 여느 소설들과는 다르게 대립구도가 시종일관 관통되여있고 그것이 너무나 선명하고 적라라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이 세상에 진리가 과연 존재하는가, 진리가 꼭 이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작품 전반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모기어머니와 모기딸과 모기며느리이가 등장한다. 우리는 이 모기네들의 가정을 약자들의 대변인 혹은 약자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한촌장과 돼지똥집여인이 등장한다, 이들은 강자의 대변인으로 부정부패와 패륜의 대표인물로 상징된다. 소설은 모기네 가정과 한촌장과 돼지똥집녀인과의 싸움에서 모기네가정의 철저한 파멸과 사회를 해치는 진짜 죄인 한심해와 돼지똥집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김정권은 몇천년 동안 철칙이나 법보로 되어왔던《권선징악》(勸善懲惡)의 미학관에 강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착한자가 이기고 악한자가 진다는 것이 천고의 진리로 되여왔지만 그 천년의 진리가 오늘 김정권의 손에 이르러 스르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작자가 자기의 소설을 이렇게 매듭지은 것은 악하고 추악한 자들의 힘과 부정부패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암시해 주려는 데 있으며 궁극극적으로는 사회의 악세력을 제거하고 진리를 고수하려면 큰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려는 데 있다.

작품의 한 대목과 만나보기로 하자. 

“자! 그럼 지금부터 판결을 선포하겠습니다. 피고 암모기는 시종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거짓말을 밥먹 듯 하였으며 거기다 또 불륜까지 저질러 그 죄질이 극히 악렬함에도 불구하고 죄를 뉘우치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에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한다. 형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죄가 20년, 거짓말을 한죄가 30년, 불륜을 저질은 죄가 60년, 도합 110년 도형에 떨군다.”

이 판결문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모기가 사람의 피을 빨아먹은 죄는 확실히 죄이지만 인간들이 저지른 죄에 비하면 너무나 하찮고 가벼운 죄이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선 피를 빨아먹지 않으면 아니되는 모기들의 처지,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큰 죄가 되어 며느리모기는 110년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결국 모기네가정은 한심해와 똥집녀인과의 대결에처서 처참하게 붕궤되여 딸모기와 엄마모기는 죽고 며느리모기는 죽을 때까지 옥살이을 하게 된다. 
3. 아이러니로서의 하늘의 “그물” 

이 작품의 다른 한 특색은 대결구도를 이루는 쌍방이 모두 죄인이라는 점이다. 모기는 사람의 피를 먹으며 살기에 아무리 변호해도 죄인이라는 신분에서 결코 지유로울 수 없다. 다만 그 죄질이 고의적이 아니고 생존을 위해 막부득이 범한 죄라는 점이 다르다, 피를 먹도록 생겨난 모기, 하여 모기는 자신들을 모기로 탄생하게 한 조물주를 원망한다. 딸모기의 일기를 보자.


일기1.

나는 조물주를 저주한다. 왜 하필이면
우리를 모기로 만들어놓았는지 도무지
리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를 범이나 사자와
같은 맹수로 만들었더면 
누가 감히 우리를 깔보겠는가 헌데 
우리는 가엾게도 모기로 태여나 
남의 피를 먹지 않으면 아니 되고
항상 죽음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 
아, 저주로운 조물주여, 당신이 한번 모기나
파리로 태여나 보라. 그러면 이 세상의 불공정과
고통을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일기2

나는 오늘 어린 아이의 피를 빨아 먹으려고
주둥이를 꼽으려다가 아이의 해맑간 눈망울을 
보고 인차 주둥이를 거두어버렸다.

일기3 
만약 자칼의 자궁이 있다면 나는 
다음 생애에서는 부지런한 꿀벌로 환생하여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고 싶다.

우리는 이 일기를 통해 자신을 모기로 만들어준 조물주를 저주하고 원망하는 모기, 선량한 마음의 소유자로서의 모기, 자신을 뉘우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고 싶어하는 모기를 보게 된다. 기독교도 그렇고 불교도 그렇고 착한 마음을 가진 자는 설사 죄를 지었다 해도 용서를 받는다. 그리고 그것도 이른바 진리의 하나로 각인되여왔다. 중국의 옛 성구에 天網恢恢 蔬而不漏란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의 그물은 성기여도 누구나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고 내재된 진의(眞意)는 법은 공정하고 엄하여 그 어떤 죄인도 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저명한 시인 정호승은 이 성구를 전개시켜 《하늘의 그물》이라는 시를 써 정지용 문학상을 탔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도
누구도 빠져 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이 시에서 새끼들을 데리고 그물을 빠져나가는 기러기들은 어떤 죄를 지은 기러기들이다. 이 시의 주제는 모성애 앞에서는 죄도 사면을 받는다는 뜻과 착한 마음을 가진 자는 용서를 받는다는 뜻이 함께 담겨져 있다. 만약 정말 이러하다면 모기네 식구들은 응당 그물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까닭은 모기엄마가 바로 새끼들를 데리고 하늘의 그물을 벗아나려고 모지름을 쓰는 기러기와 같기 때문이다. 두번째 까닭은 딸모기는 비록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죄를 짓긴 하였어도 착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례를 딸모기의 일기를 통해 여실히 보아낼 수 있다. “ 나는 오늘 어린 아이의 피를 빨아 먹으려고 주둥이를 꼽으려다가 아이의 해맑안 눈망울을 보고 인차 주둥이를 거두어버렸다”

특히 모기며느리의 소행에서 우리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놀라운 효성과 인간애를 발견하게 된다. 며느리모기는 시어머니모기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의 피를 시어머니에게 먹이는데 그 모습이 눈물겨웁도록 아름답다. “며느리모기는 시어머니모기의 배를 타고앉아서 축 처지긴 하였지만 그래도 제일 만만한 젖꼭지에다 주둥이를 박았다. 그리고는 자기가 먹은 피를 토하여 시어머니모기에게 먹여주었다. 그제야 조금 제정신이 든 시어머니모기는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모기정전 》에서는 새끼를 거느린 모기엄마와 모기딸, 모기며느리는 모두 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신 모기네들보다 천배 만배 더 큰 죄를 지은 한촌장 같은 인간들은 법의 그물에서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전도된 진리, 진리의 미궁을 보게 된다. 이것은 너무나 크고 한심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정권이 하늘의 그물을 쫙쫙 찢어버리고 이와 같은 아이러니를 우리에게 펼쳐보이는것은 죄의 진의와 법의 진의를 환기시키려는 데 있다.

오늘 전 세계적으로 부정부패가 범람하여 부정부패척결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례외가 아니다. 《모기정전 》이 노리고있는 점이 부정부패에 대한 폭로와 비판에 있으므로 중국의 부정부패현상에 대해 좀 자상히 말하려고 한다.

“새 중국이 창립된 후 중국은 법치를 중요시하고 법 앞에서 사람마다 평등하다는 원칙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흔히 우뢰소리는 크나 비방울은 작았으며 룡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법(法)은 제도이고 치(治)는 다스리는 것인데 제도는 멀쩡했으나 치가 제구실을 못해 부정부패가 련속부절하였고 이에 백성들이 원성이 높았다.

그러다가 습근평주석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에는 전대미문의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부정부패척결이 나라의 운명과 관계되는 대사중의 대사라고 판단하고 부정부패에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이 투쟁에서 휘황한 성취를 이룩하였다. 불완전한 통계에 의하더라도 탐오, 비리, 횡령죄로 붙잡힌 당, 정 ,군 고위급간부가 이미 40여명을 웃돈다. 그 중에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주영강(周永康), 중앙군위 부주석 서재후(徐才厚),통전부 부장 령계획(令计划),공안부 부부장 리동생(李东生),사천성 성위주석 박희래(薄熙来)…등등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고위급에 속하는 부정부패분자들을 큰범(大老虎)이라고 부르고 있다. 큰범들은 또 새기치기를 하여 그들의 밑에는 수백을 헤아리는 새끼범들이 있다. 큰범, 새끼범들이 탐오하고 횡령한 재산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서재후 한 사람이 탐오한 돈과 금은 해방패 한대에 다 못 실을 정도다. 범죄분자들이 해외로 빼 돌린 돈이 자그만치 3조억이 된다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금전과 부화방탕은 쌍둥이형제다. 주영강에게는 애첩만 29명이 있고 이외도 400여명의 녀성들과 성관계가 있다고 한다. 부정부패의 엄중성을 인식한 중국정부는 큰 결심을 내리고 나라를 해치고 백성을 해치는 큰 범, 작은 범들을 사정없이 잡아내고 있으며 정부의 이러한 쾌거에 속이 후련해진 13억 인민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습근평 주석이 말했 듯이 부정부패의 뿌리를 철저히 뽑자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국의 5천년의 력사는 부정부패라는 암덩어리를 함께 안고 걸어온 력사이기도 하다. 원체 뿌리가 하도 크고 깊기 때문에 일조일석에 뿌리를 뽑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몽,《법치를 말하다》, 《중국민족》잡지 2015년 6호)

중국의 이런 현실상황으로 볼 때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폭로, 비판하고 풍자 한 김정권의 《모기정전》은 커다란 현실적 의의를 안고 있다.

4. 유머와 황당성의 미학 

김정권은 《모기정전 》에서 근래에는 보기드믄 멋진 유머와 해학, 황당성을 선보이고 있다.

“더구나 운수가 개떡같이 사나운 날이면 뉘집 안깐의 오줌물에도 빠져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가믐에 콩 나듯이 젊은 녀자가 별로 없는 마을에서 그 녀자는 살은 좀 쪘지만 대신 주름살 하나 없이 빤빤한 편이여서 아직 성감기능에 고장이 나지 않은 남정네들이 그런대로 꽤 봐줄만한 녀자였다. ”

이와 같은 유머성분이 다분한 표현들은 작품의 가독성 획득에서 큰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사상, 내용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예술기교상에서 가장 정채로운 것이 결미, 며느리모기를 재판하는 과정이고 판결을 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 유머와 황당성이 집중되여있다. 황당성과 황당성에 업히운 유머, 풍자가 서로 짝짝쿵을 치면서 괴이한 세계, 멋진 황당성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피고석에서 답변하는 모기며느리의 걸죽한 유머와 신랄한 풍자는 법정을 웃음판으로 만든다. 며느리모기는 자기가 한촌장의 사타구니의 피를 빨아먹은 것은 당뇨검사를 하기 위해서였고 돼지똥집녀자의 얼굴피를 빨아먹은 것은 미용을 해주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가장 정채롭고 황당한 것은 황둥개와 관계를 맺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법관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욕하자 되려 “요새 고양이와 쥐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못들었습니까” 라고 반문한다.

결국 법정에서는 며느리모기를 다음과 같이 재판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판결을 선포하겠습니다. 피고 암모기는 시종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거짓말을 밥먹듯 하였으며 거기다 또 불륜까지 저질러서 그 죄질이 극히 악렬함에도 불구하고 죄를 뉘우치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에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한다. 형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죄가 20년, 거짓말을 한죄가 30년, 불륜을 저질은 죄가 60년, 도합 110년 도형에 떨군다.”

변호를 하는 며나리모기의 답변도 유머적이고 황당하지만 판결서도 그에 못지 않게 유머적이고 황당하다.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시머머니모기가 한촌장과 돼지똥집녀인이 공금을 떼먹고 땅을 투기한 죄를 까밝히면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정신병자로 취급되여 기소가 기각된다. 이 부분이 바로 소설이 최종적으로 노린 점이 아닐까고 생각해본다. 

위에서 보다싶이 인용한 부분은 구구절절이 풍만한 유모와 싱싱한 풍자 그리고 푸등푸등 살이 오른 황당성이다. 작자는 엄엄하고 긴장한 기분이 도는 법정을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장난의 놀이터로 만듦으로써 무능한 법치에 침을 뱉고 있다. 

작자는 결미에서 높은 예술성을 획득하고 있다. 처음에는 법정을 웃음의 놀이터로 만들다가 최후에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며느리모기는 서쪽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피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이윽고 며느리모기는 차안으로 들어갔다. 
차는 부르릉거리며 달리였다. 
이때 시어머니모기가 젖먹던 힘까지 다 해서 날아가더니 차창유리에 부딫쳤다. 

차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며 멀리 사라지였다.

모기네가정의 비극적인 파멸은 한 가정을 벗어나 돈이 없고 권력이 없는 것이 죄가 되어 세상한테 억울하게 당하고있는 모든 약자와 민초들의 운명을 암시하기도 한다. 

진짜와 가짜가  혼돈되는 세계, 추와 악이 헛갈리는 세계, 오늘도 지구촌에는 이와 같은 불공정한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활개를 치고있다. 이미 미궁으로 돼 버린 진리와 정의, 우리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는 죄수차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사색도 함께 달려가고 있다. 

2016년 4월 21일 연길에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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