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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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잡감
2012년 11월 30일 15시 48분  조회:2536  추천:1  작성자: 김인덕
 유기견잡감
 
김인덕
 
생활이 유족해지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날로 늘어나고있다. 현대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인간간의 련계가 훨씬 원활해진 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소통은 날로 단절되고있는 실정에서 개개인은 인간본연의 사회성을 보상받기 위해 애완견을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기르는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유기견을 정서적안정을 위한 진정제적 존재자로 생각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거리에서 유기견을 심심찮게 만날수 있게 되였다. 유기(遗弃)는 말 그대로 내다 버린다는 뜻이다. 물론 유기견중에는 주인의 실수로 잃어버린 애완견도 있겠지만 그 수자는 어디까지나 미미하다.
거리에서 떠도는 유기견을 한눈에 가려볼수 있다. 덕지덕지 때가 묻어 행색이 초라한데다 겨릅대처럼 빼빼 마르고 다리나 혹은 눈에 장애가 있는것이 공통한 특징이라 하겠다. 유기견은 낯선 사람을 만나서도 애교를 잘 부리는데 그것은 이미 인간의 사랑에 길들여져 주인의 때 묻은 손길을 잊지 못하고 사랑을 갈구하기때문인것으로 해석된다. 때로는 길바닥에서 대굴대굴 구을기도 하고 흰배를 드러내놓고 네 다리를 강동거리기도 하는데 음식물을 얻고저 하는 유기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때는 주인의 손끝에서 애지중지 호강을 부리다가 한날한시에 버림받은 유기견들의 처지가 십분 처절하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유기견에 맞닥뜨릴 때마다 염병에라도 걸릴가봐 멀찌감치 피해가기가 일쑤이다.
모스크바에도 유기견이 많은데 우리 고장의 유기견과는 달리 덩치가 큰것이 특징이다. 같은 유기견이지만 모스크바 유기견과 우리 지방의 유기견의 처지는 크게 다르다. 모스크바 교외 인적이 드문 공장지대에서 사는 유기견들은 먹이를 찾아 인간처럼 지하철을 타고 도심으로 출근한다. 그들은 벤치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음식을 구걸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음식의 반을 덜어준다. 이런 유기견들은 추우면 정거장 걸상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다가도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도심에서 사는 개들도 유유자적한 생활을 누린다. 동네 로파들이 매일 어김없이 유기견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데 먹이를 다투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는 법도 없다.
로씨야인들의 동물사랑은 유별나다. 하루는 같은 려관에서 투숙하고있는 월남인들이 명절을 맞아 돼지를 잡으려고 돼지의 목에 바줄을 걸어 가로수에 매여놓았는데 지나가던 로씨야로파가 다가와 돼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는것이였다. 돼지의 운명이 너무나 가엾다고 넋두리하는 로파의 거동을 리해하지 못하기는 월남인들이나 우리들이나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우리의 선조들도 동물을 퍽 사랑해왔다. 조선 태종때 가난한 젊은 선비가 있었다. 한번은 한양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의 대문을 두드려 하루밤을 묵을것을 부탁했다. 선비의 옷차림을 본 주인은 손사래를 치며 단박에 거절하였다. 피로에 지친 선비는 잠시 쉴 료량으로 그 집 담벼락에 기대고 앉았다. 그런데 부자집 아이가 큰 진주알을 가지고 노는게 아닌가. 아이가 진주를 땅에 떨어뜨리자 거위가 그것을 냉큼 삼켜버렸다. 아이는 거위가 삼킨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진주를 찾더니 선비를 빤히 쳐다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집주인이 달려나와 다짜고짜 진주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리고는 선비의 몸을 마구 뒤졌다. 선비의 몸에서 진주가 나오지 않자, 주인은 머슴을 시켜 선비를 묵으라고 했다.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래일 관가에 데리고 간다는것이였다. 윤희는 아무 말 없이 묶이면서 주인에게 거위의 발을 묶어 자기 곁에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별 미친놈 다 보겠군.” 하며 주인은 거위의 발을 묶어 선비의 곁에 두었다. 다음날 아침 주인이 나오자, 선비는 거위가 눈 똥을 가리키며 헤쳐보라고 했다.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 똥을 헤쳐보니 진주가 나왔다. 깜짝 놀란 주인이 백배사죄를 했다. “왜 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까?” “만일 내가 어제 주인장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면 주인장은 아마도 가엾은 거위를 죽여 배를 갈랐겠지요. 불쌍한 거위를 죽이느니 제가 잠시 루명을 쓰는게 더 낫지 않습니까?”
2년전 한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날부터인가 직장의 마당에서 유기견이 떠돌고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여윌 대신 배가 항상 뚱뚱 불러있었다.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직장의 마음씨 고운 선배가 유기견에게 굴을 지어주고 매일 음식을 날라준다는것이였다. 그 선배는 유기견이 다른 사람들이 음식물을 너무 많이 가져다주어 비만이 온것이라 생각하고 굴옆에 “음식물을 함부로 갖다 주지 마세요.”라는 글을 적어놓기까지 했다. 후에 그 유기견이 임신한것을 알고는 집에 데려다가 보살폈는데 얼마후에 새끼 세마리를 낳았다.
동물들은 인간 먼저 지구라는 커다란 공간에서 자유롭게 저마다 삶의 공간을 차지한채 살아왔다. 하지만 인류가 나타나고 개발이라는 명목이 생기면서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그 생존마저 위협받고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속에서 모든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여가생활이 풍부해지면서 우리 주에서도 여러가지 민간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있는데 주급민간단체만도 500여개를 웃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보호민간단체는 아직 한개도 없는줄로 안다. 애완견이 늘어날수록 유기견이 정비례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도 이젠 먹고 살만하게 되였으니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유기견보호소를 세움으로써 유기견의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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