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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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물의 대화(외1수)
2013년 01월 07일 14시 31분  조회:1256  추천:1  작성자: 김인덕
바위와 물의 대화(외1수)


김인덕

―물님, 빈몸으로 어디로 그리 급히 가시오?
―바위님, 바깥세상이 하도 보고싶어서

  밤새 풀숲 헤치며 단숨에 달려왔다오.

 

  ―물님, 하루해도 긴데 잠시 쉬였다 감이 어떠하오?

  ―바위님, 안될 말씀이오.

  고개너머 함께 갈 친구들이 날 기다린다오.

 

  ―물님, 난 당신이 참 부럽구려.

  나도 매일 떠날 생각에 오금이 저리다만

  여태껏 단 한치도 드텨보지 못했다오.

 

  ―바위님, 난 되려 당신이 부러울뿐이오.

  한번 떠나면 영영 돌아 못 올 걸음 아니겠소.

  바다에 닿으면 내 몸은 짠 눈물로 채워질거요.

 

 

   동해바다에서

 

  은은한 솔파도소리 가슴 후련하다

  새 한마리 쪽빛 가르며

  커다란 깃 쫘악 펴고

  엎어질듯 맨발바람에 달려온다

 

  옥구슬처럼 부서지는 격한 포옹

  찝찔한 기습키스에

  뒤안길의 소년이 바람처럼 나타나

  바다에 풍덩 한몸 맡긴다

 

  숨 막힐듯 깊숙이 껴안아주는 바다

  락엽처럼 이리저리 내 몸 굴리며

  키득키득 겨드랑이까지 간지르며

  타향살이에 찌든 몸 어루 쓸어준다

 

  해안선따라 걷고 걷노라니

  아쉬운듯 솟구쳐 옷깃 부여잡고

  한발 물러서면 지꿎게 다가와

  내 발목을 요리조리 감돌아치누나

 

  감성이 무뎌진 초로의 나그네

  이제야, 알겠구나

  바다물, 네가 바로

  어릴적 물장구 치던 내 고향 시내물임을

 

  한몸 던져 고향에 데려달라는 네 애원성

  낱낱이 가려듣겠구나

  그래, 가야지 네 손목 꼬옥 잡고

  나 또한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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