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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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길 건너기
2013년 02월 27일 10시 18분  조회:2738  추천:2  작성자: 김인덕

요즘 행인들과 차량들의 중국식 길 건너기가 세간의 화제로 구설수에 오르고있다. 필자는 한겨울 제일 추운 날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출퇴근을 도보로 하다보니 중국식 길 건너기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얼마전 연변일보사앞 네거리에서 맞띄운 일이다. 내가 위치한 맞은쪽에서 한 녀성이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소학생 2학년쯤 되였을 딸아이의 손목을 쥐고 길을 건너오자 함께 서있던 행인들이 우르르 실북 나들듯 오가는 차량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오는것이였다. 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처럼 위태하게 급히 길을 건너온 그 녀성이 아이한테 하는 당부가 참 가관이다. “넌 절대 빨간 신호등이 켜졌을 때 길을 건너서는 안돼. 알았어?”

요즘 적지 않은 행인들은 생명을 초개처럼 여기는것 같다. 신호등을 무시하는 그들은 유한한 생명을 무한한 차량의 흐름속에 선뜻 헌신하니 말이다. 무슨 갈 길이 그리 급한지? 템포가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락오자가 되지 않으려고 다들 조급증에 걸렸나보다 하고 생각을 굴리다가도 정작 회의나 모임이 있을 때 지정한 시간을 반시간쯤 어기는 사람들이 태반인것을 감안하면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교통혼잡을 줄이려고 연길시에서는 2년전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하남국제무역청사앞에 지하인행도를 건설하였다. 헌데 정작 인행도를 리용하는 행인들은 거의 없다. 몇걸음을 더 에돌아가면 교통혼잡도 피하고 무사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가련만 행인들은 굳이 떼를 지어 거침없이 굴러가는 차량속을 요리조리 헤집는가 하면 란간을 뛰여넘는 꽤 날랜 “허들운동선수”들도 적지 않다. 몇십초의 시간을 아끼느라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안전하게 길을 건넜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행인들이 적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안전하게 길을 건넜다면 다음에 교통사고를 겪을 확률이 더 커지게 된다는 도리를 모르는것 같다. 

신호등을 무시하는 운전자에게 벌점 6점을 안기는 새로운 교통법규가 실행되면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문명하게 차를 운전하나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에서는 안면을 바꾸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매일 아침 연변조의병원 네거리를 지나다보면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동서남북에서 모여든 차량들이 서로 자기 갈 길을 고집하고 길을 양도하지 않다보니 네거리는 차량들이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아비규환이다. 분명 앞의 차량이 한치도 움직일수 없는 상황인데도 제멋대로 클랙손을 울려대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운전수들의 횡포는 가히 살인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인들을 배려하여 속도를 줄이는 차량이 거의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하무인격으로 속력을 가하는 차량이 더 많다.

일본에서 8년간 체류하다가 귀국한 한 친구는 중국에서는 무서워서 핸들을 잡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제멋대로 끼여드는 차량에 손에 땀을 쥔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달리는 차앞에 행인이 불쑥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린적이 한두번이 아니란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수 있다. 일단 사고가 나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피해자”가 되는것이 교통사고이다. 량호한 행위규범, 문명한 운전습관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규칙과 약속의 실행속에서 점차 굳어지는것이다. 중국식 길 건너기에서 획일적으로 행인이나 운전자들을 싸잡아 지탄해서는 안될줄로 안다. 어떤 네거리에서는 파란신호등이 켜졌는데 차량들이 우회전을 하다보니 행인들이 전혀 길을 건널수 없는가 하면 도로폭은 넓은데 행인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 짧아 달리기하듯 통과해야 하는것도 문제시된다. 행인이나 운전자들의 교통의식 제고는 물론 관계부문에서도 도로상황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과학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불합리한 규정을 적시적으로 수정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도 쾌적하게 도로를 리용할수 있도록 조건을 지어주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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