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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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연극과 프로정신
2014년 07월 07일 08시 03분  조회:1912  추천:2  작성자: 김인덕
 

21세기 중반부터 본세기초까지 근 50년간 연극은 조선족의 문화생활에서 마멸할수 없는 기여를 하였다. 연변연극의 전성기시절 연변연극단에만 배우가 80명을 웃돌고 일년에 2개 이상의 공연분대가 4부 이상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400차의 공연실적을 올렸는데 배우들마다 일년중 270일가량의 공연에 참가했다고 하니 연변연극의 성세를 가히 짐작할수 있을것 같다.

연변연극이 오래동안 호황을 누린 원인중의 하나는 혼신을 예술에 바친 연극인들의 프로정신이 안받침되여있기때문이다.

1957년, 연변연극단에서 조선고전명극 “심청전”을 준비할 때 심봉사역을 맡은 허동활선생은 그 형상을 생동하게 부각하기 위해 퇴근때마다 눈을 감고 길을 걷다가 행인들과 부딪쳐 오해를 사기도, 넘어져 무릎을 벗기기도 했다고 한다. 연극 “심청전”이 무대에 오르는 날 연변 각지에서 “심청전”을 보려는 아주머니들이 농짝속에 정히 간수했던 첫날옷을 꺼내입고 극장을 찾아왔고 로인들은 소수레를 몰고 수십리 길을 더듬어 극장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고는 생전 소원을 이루었다고 하면서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당시 1메터 이하의 어린이와 젖먹이를 업은 아주머니들은 극장에 입장할수 없었다.하여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극장밖에서 서로 교대하며 애기를 보면서 극구경을 하는 신기한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한번은 애기를 업은채 극장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한 한 아주머니는 잠에 곯아떨어진 어린 애기를 흔들어보이며 “우리 아기는 절대 아이 웁꾸마”라고 말했다. 관리일군이 “애가 벙어린가?”라고 묻자 애기엄마는 “방금 병원에서 애한테 수면제주사를 맞히고 오는 길입꾸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얼마나 “심청전”을 보고싶었으면 이런 끔찍한 일을 했을가?

원로배우 허창석선생은 훈춘에서 연극 “백절불굴”을 공연할 때 자기가 맡은 특무기관장역을 핍진하게 형상화하기 위해 펀펀한 앞이발 두대를 뽑아버렸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여 이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한대 두대 뽑아버리다보니 나중에는 “호물때기”가 되였다고 한다. 이는 동서양 연극력사에서도 전대미문인 연극프로정신의 산물이라 하겠다.

1974년 11월, 연변연극단에 불행이 닥쳐왔다. 연변연극단의 배우 30명이 인평촌으로 공연하러 가던 도중 트럭이 전복되여 4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당했다. 사고후 연극단 배우들이 전부 사망하고 연변연극이 끝장나게 되였다는 루머가 연변 각지에 날개가 돋친듯 퍼졌다.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입원해있던 배우들은 혹은 붕대를 감고 혹은 지팽이를 짚고 아픔을 감내하면서 연변병원앞에서 특별공연을 펼쳤는데 구름처럼 몰려온 관중들은 연변연극이 살게 되였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을 치료하는데 많은 량의 피가 수요되자 각지로부터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연변병원 복도를 물샐틈 없이 만들었다고 한다.

새세대 연극인들이 선배들의 불멸의 프로정신을 되살린다면 연변연극의 새봄도 앞당겨질것이다. 젖먹이를 집에 두고 온 젊은 녀배우가 석달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이에게 먹일 젖을 무대곁에서 짜버리면서 눈물도 함께 짜던 거룩한 프로정신, 부모가 사망했어도 장례식에 참가하지 못하고 무대에서 열정을 불사르던 순도 높은 프로정신이 바로 연변연극을 침체의 늪에서 해탈시킬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 하겠다.



연변일보  7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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