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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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4장 (6)
2015년 01월 29일 11시 31분  조회:2306  추천:0  작성자: 김송죽
 

   바람이 길가의 먼지들을 날릴 때마다 숨이 막힐지경 열기가 훅훅 일었다. 그러더니 련며칠간을 지속된 강더위를 말끔히 식혀버릴것처럼 소나기가 한바탕 퍼부었다.

   이틑날 아침식사를 하는데 어디선가 폭음이 났다.

   <<허, 이놈의 날이 꽤 보깨는걸! >>

   왕복룡은 처음에는 그것이 간밤처런 또 비를 퍼부을 우레소리로 여겼다가 그런것같지 않아서 손에 들었던 밥공기를 되놓다. 바로이때였다. 경위련장이 황황겁겁이 뛰여들면서 고와댔다.

   <<쳐, 쳐들어오는 모양이야! 민, 민주련군이 쳐들어오는 모양이야!>>

   <<제길할!>>

   옆에 앉았던 담호궁참모장이 먼저 자리를 차고 일어났고 왕복룡이도 황급히 일어나 창가로다가 가 밖을 내다보며 귀를 강구었다. 다시금들려오는 그것은 분명히 우레소리가 아니고 폭음이였다. 

   <<서대문쪽이다! 제기, 우리네 병영이 결단나는구나!>>

   왕복룡은 웨치면서 담참모장과 함께 황황급급히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밖에 나오자 폭음은 끊어버리고 더나지 않았다. 
   (무슨눔의 감투끈이냐?... )

   전쟁을 머릿속에 그려려나 봤지 여직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왕복룡은 호기심에 가까운 흥분에 들뜬채 담호궁참모장과 함께 말을 타고 그리로 달려가보았다. 왕복룡의 한개련 병력이 금성의 서대문구역을 맡아 지키고 있었는데 가보니 민주련군은 쳐들어오지 않는데 날아온 민주련군의 박격포탄 몇 개가 병영을 명중해서 상병이 꽤 났던 것이였다. 다행히 상망이 그리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넋살을 먹은 왕복룡의 부하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좀있으려니 남대문을 지키는 보안 1려에서도  동대문을 지키는 별동대에서도 몇이 말을 타고 급급히 달려와 보고는 민주련군이 쳐들어올것 같은데 어떻게했으면 좋을가고 했다.

   왕복룡은 만원경을 들어 성밖 큰길쪽을 살펼다. 외선을 지킬 임무를 맡은 한패가 무리지어 산만스레 성안으로 달려들어오는 꼴이 보였다.

   <<빌어먹을 자식들, 왜 맘대루 도망쳐 들어오는거냐? >>

   왕복룡이 소래기를 쳤다. 하지만 그자들을 되돌려세울재간이 없었다. 금성상공에서 총알이 날지 않았고 포알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똥줄빠지게 도망쳐 들어온 도주병들이 소문을 퍼뜨려서 성안은 불시에 가마안에서 물끓듯했다. 인제는 앉은벼락을 맞게 됐다느니 투항해야한다느니...

   조민이 나타났다. 내내 약혼녀한테만 정신이 빠져  환장할지경이던 그가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섰던 모양이이다.

   <<빌어먹을 ... 저런 허제비같은 시라소니를 정퇀장이라 받들어모시니 창자가 끊어질 일이지. 에이 퉤! 퉤!>>

   왕복룡은 땅바닥에다 침 을 련속 뱉으면서 머리를 돌렸다. 부상자들을 실은 마차가  진흙을 마구 짓이개놓으면서 성안으로 들어오는데 부상자의 신음소리에 남편을 찾는 아낙네의 웨침소리, 거기에다 자식죽은 집 부모들의 절통한 울음소리와 앙연한 원성이 한데 범벅이 되어 온 금성은  삽시간에 초상집모양이 되고말았다.

   (아아, 내다 왜 이런꼴이 되는가?! )

   열곬물이 한곬으로 모인다고 자기 한몸에 들씌워지는 악담과 원성을 받아내기 어렵게 된 왕목룡은 가슴이 저려나면서 머리가 숙어졌다. 조민이 이제야 바라고 오고있었다. 그가 탄 백말이 어지러워진 진창길을 걷기싫은지 가끔 멈춰서군하는데 그 꼴이 마치도 등에 태운 제 주인처럼 변신성스러워 보였다.

   <<빌어먹을것들이 맘대루들어오고있네. 철퇴명령은 누가내렸나 젠장!?>>

   하고 조민은 바투다가오다가 구부정한 허리를 제대로 펴기라도 할것 처럼 세우면서 보기사납게 성질을 부렸다.

   <<철퇴령을 내린게 누야?   난 조퇀장이 내린줄로 아는데.>>

   <<어이구ㅡ 그럼 저것들이 제맘대루구나, 빌어먹을 자식들이!...>>

   조민은 매부리코를 치켜들고 절반은 우는 소리를 내는데 그꼴이 우습기도하고 어찌보면 가엽기도했다.

   (빌어먹다 뒤여질 색골아, 모두 너를 닮아 이꼴이다!)

   왕복룡은 목구멍으로 나오는 욕지기를 겨우넘겨버렸다. 아무튼 처남될자식인데 생각하고... 그는 그 자리에서 제1방선책임련장을 불러다 처단해버리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볼수없었다. 누군가 하는 말이 그는 첫포격에 벌써 각이 찟겨져 형체도 없이 황천으로 가버렸다는것이였다.

   (음, 그래서 네녀석들이 대가리 떨어진 파리모양으루 헤덤벼쳤구나. 제길할!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때면 온 보향단이 이따위꼴루 되겠지.)

   이런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자 황복룡이는 온 몸에 찬물을 끼얹듯이 소름이 쪽 갔다. 휑뎅그렁한 비행장건너편 저기 서쪽마을과 서북쪽마을사이에 수축해놓은 전호가 말끔히 허물어진것 같고 병영에서 연기가 날 뿐 다른 동정은 없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사실이 그러하면 민주련군은 왜서 대포를 쏘아 방선만 망그러뜨리고 쳐들어오지는 않을가, 이건 대체 무슨전술인가?... 본때를 보이는건가, 아니면 심심하니 위력을 시위하는건가?... 왕복룡은 려홍이 자기를 보고 성을 지켜낼만한가고 하던 말이 새삼스레 상기되였다. 그때 그는 또 어리석은 사람이 모래로 뚝을 쌓으려 덤벼친다면서 못난짓을 그만두라고 권고하기도했던 것이다. 이제보니 제가 통솔하는 보안단원들은 신통히도 뭉칠수없는 모래알같게 생각되였다. ... 왕복룡은 손맥이 탁 풀렸다. 그가 타고있는 억대우센 말까지도 오늘은 코를 자주 푸릉거리는것이 흡사 소란스러운 이곳을 어서 피해서 어디에건 드러누워버리고만싶어하는것 같아보였다.

   <<왕형, 들어갑시다.>>

   담참모장이 왕복룡이의 안색을 살피더니 하는 말이였다.

   두사람은 함께 퇀부쪽으로 말을 몰았다.

   <<제1방선이 격파되였으니 이젠 그걸 아예 집어던지고 성이나 튼튼히 지키기요. 그런데 이건 과연 모를 일이구만. 공산군은 왜서 우리한테다 갑작스레 포탄벼락을 안겼을가? 그리고는 쳐들어오지도 않으니 대체 어쩌자는걸가? >>

   담참모장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얼떨떨해하였다. 왕복룡은 그러는 그를 힐끗 돌아다보고나서 코만 킁킁거렸다. 그리고는 내처 고뇌에 파묻혀버리고말았다. 예상치않았던 갑작스런 타격을 이렇게 받고보니 그는 그 원인을 알아내려고 담참모장보다 곱절이나 속을 끓이게되였다. 마음속에 동란을 치르고있는 그였다. <<어이구ㅡ 어이구ㅡ>> 하는 신음소리가 그로하여금 머리를번쩍 쳐들게도 만들었다. 어디서 딩굴었는지 온 몸이 흙감태기로 된 녀석이 한쪽 다리를 상하여 다른 사람의 부축임을 받으면서 옆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야 이자식아, 총은 어데다 팽개치고 이 모양이냐?>>

   <<어이구 퇀장님두 원! 총이 다 뭡니까, 제 목숨 하나도 겨우 건져냈는데! 어이구, 어이구!... >>

   <<에익, 보기 싫다!>>

   왕복룡은 화김에 그를 채찍으로 갈겨놓았다.

   <<에쿠,아!... >>

   상판을 얻어맞은 부상자는 아츠러운 소리를 치며 비칠거렸다. 동향구우는 아니지만도 이 왕복룡이를 남만 못지 않게 추종해온 젊은이였다. 그러한 그를, 더구나 포격에 다리를 상한 불쌍한 그를 왕복룡이는 무자비하게도 태찍으로 때려놓은 것이다. 원망에 떨는 울음소리가 귀속으로 깊이깊이 파고들었다.

   (아아, 난 왜서 이렇게 포악해졌나? 도대체 그가 무슨짓을 했길래?)

   왕복룡이는 이 시각 리지를 잃고 인성을 잃어가는 자기를 발견하면서 <<종이 종을 부리면 식칼로 형문을 친다>>고 하던 려홍의 말을 생생히 떠올렸다.  

   퇀부에 이르니 홍예문우에 있는 안토중천(安土重遷)이란 액자가 쓸쓸히 내려다보면서 자기를 비웃는것만같았다.

   (마른하늘에 생벼락인데 안토중천이란게 다 뭐냐. 미침놈!)

   왕복룡이는 속으로 쓰겁게 웃었다. 그처럼 마음속깊이 품었던 희망도 신념도 넋과 함께 파멸의 운명을 면치못할것이니 몸이 당장 녹초로 되는것만 같았다. 왕복룡이는 경위원들의 부축임을 받으면서 말에서 겨우내였다. 퇀장실에 들어서니 선참으로 눈에 띠이는것이 상우에 있는 술병이였다. 그러자 그 보명주를 마시면 자기의 목숨을 보호할수 있느냐고 묻던 려홍의 말이 새삼스레 귀전을 쳣다.  

   (내가 자랑하며 마셔왔던 저 술이 과연 내 목숨을 보호할수 있단말인가?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왕복룡의 눈에는 그 보명주안에 있는것이 술이 아니라 흡사 자기의 넔을 흐리워놓는 마약같기도하고 생명을 앗아내는 독약같기도했다. 그래서 정신이 펄쩍든 그는 성큼 다가가 그놈의 술병을 쥐여 땅바닥에다 힘껏 둘러메쳤다. 술병이 <<팍!>>소리내며 터져서 유리쪼각들이 산산이 흩어졌고 온 방안을 술냄새로 채웠다.

   지금 이렇게 왕복룡이 종잡지 못할 번민속에 잠겨 모대기고있는 그 원인을 눈치차린 사람은 오로지 장대겸뿐이였다. 속이 간질거려 잘코사니를 불렀다.  퇀장이 하루속히 기의할것을 은근히 바라고있는 그는 네가 기의를 권고하러 온 민주련군의 그 지하인원을 랭대했길래 징벌을 받는거라면서  깨고소해하였다. 이렇게 한바탕 답새겨놔야 억척보두인 털보퇀장이 정신을 펄쩍 차리고 자기의 행실을 돌이켜볼것라 여기는 그였던 것이다. 장대겸은 지어 황복룡이 진정하지 못하고 자기의 수염만 신경질적으로 자꾸 긁어대는 꼴이 우수워 하마터면 웃을번했다.  왕퇀장의 다른 한 경위원은 대겸이보다 한 살 손우였으나 대가 약하고 순진한축이였다. 그는 리지를 잃고있는 퇀장의 행동에 위압감을 느끼고 비자루를 가져다가 조심스레 방바닥에 널린 유리쪼각들을 쓸어모았다. 한편 옆쪽의 방에서는 불안에 잠긴 다른 장교들이 형세를 론하면서 부산을 떨었다.

   <<형님, 민주련군의 행동이 과연 수상하오. 무엇 때문에 그런 무지막지한 포격을 해서 우리를 얼떨떨하게 만들어놓는지 암만 궁리를 해도 그 내속을 모르겠단말이요.>>

   담참모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벌써 몇 번이나 그런 말을 곱씹어서 왕복룡은 신경질이 나 미간을 다시금 찌프리면서 음질을 썼다.

   <<그거야 그네들이 보복을 하느라고 그러는거겠지.>>

   담참모장은 그 말귀를 알아들을수 없어서 말뚝처럼 선채로 두눈만을 꺼벅거렸다.

   <<그네들이 보복을 한다구? 대관절 우리 보향단이 잘못보인게 뭐길래?>>

   왕복룡은 그 말에 응대도하지 않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다가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안을 뚜벅뚜벅 거닐면서 주먹을 들어 연신 제 머리를 툭툭 쳐댔다. 그러다가 그는 그만 쓰러지듯 쏘파에 주저앉으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쥐였다. 마참모장은 그제야 이상한 감각이 들어 그를 다시금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왕형, 대체 무슨 일이요?>>

   <<.........>>

   왕복룡은 충혈된 눈으로 자기가 가장 믿고있는 동사자를 이윽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마침내 입을 열어실토하고야말았다. .

   <<호궁이,이건 참 유쾌한 일이 못돼서 나는 여직 주저했지. 어쩌겠소 아무래도 동생한테만은 얘기해야겠소.>>

   <<무슨 일이요 형님, 이 동생을 몰리고 형님이 혼자서 고민해야 할 일이 대체 무엇이요? 형님은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자고 약속했던 이 동생을 그래 잊었단말이요? 송화강물이 거꾸로 흐른다해도 형님의 마음이야 변하지 않을줄로 믿어왔는데?....>>

   담참모장의 말에는 섭섭해하는 여운이 담뿍 서려있었다.

   <<이보게 호궁동생, 임자가 나를 나쁘게 보지 않으리란걸 나는 아네. 전에도 장참 말했지만 의리가 없으면 인간이 아니니까>

   <<그래 무슨일이요? 속시원히 말해보구료.>>

   <<그래 말하지. 며칠전에 나의 치구가 여길 왔다갔소. 내가 늘 외우군하던 그 친구말이요.>>

   <<그 친구라니,위만때 감옥서 같이 지냈다는 그 조선청년말이지?>>

   담참모장의 커다란 눈에서는 놀램과 불만이 섞갈리였다. 그러나 그는 애써 마음을 진정하고 왕복룡이를 쳐다보았다. 그 눈길에는 불안과 회의의 불꽃이 튀였다.

   <<왕형, 왕형의 그 친구는 민주련군아니요?>>

   왕봉룡은 옳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려홍이를 만나게되였던 자초지종을 쭉 말했다. 잠자코 듣고있던 담호궁이 말이 끝나자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래 왕형은 뭐라고 답복했소?>>

   <<난 기의를 거절했어. 그건 투항행위까말이야. 내가 어떻게 그런 비겁한 짓을 할수 있을가. 그래서 난 그더러 다시는 그따위소리를 입밖에 내지 말고 성밖으로 나가달라고 했지, 그랬더니만 아마 이따위로 보복하는 모양이야.>>

   담참모장은 자기도 그렇게 분석한다는 뜻에 머리를 끄덕였다.  허나 그 역시 이 시각 난국을 타개할만한 묘책이라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 그도 쓰러지듯 맥없이 쏘파에 앉으면서 머리를 짚었다....

   바깥 담장너머 큰길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담참모장은 정신을 차리고 열려있는 창문을 다시 걷어닫고나서 왕복룡에게로 얼굴을 되돌렸다.

   <<왕형은 그래 어떻게 할 작정이요?>>

   <<글세.... >>

   <<투항하자고 맘먹은게나 아니요?>>

   <<글세 어떻게했으면 좋을지?... >>

   호미난방이 되고만 왕복룡은 숨을 거칠게 톱았다.그러면서 자기를 이런 궁지에다 몰아넣은 려홍이를 속으로 원망했다.

   여직 잠자코있던 장대겸이 불쑥 감히 참견했다.

   <<왕퇀장님! 저.... >>

   <<왜 그러니?>>

   왕복룡은 얼굴을 돌리고 경위원을 눈쏘아보았다.

   장대겸은 내친걸음이라 당돌하게 말했다.

   <<퇀장님, 보다싶이 우리넨 목숨이 까딱까딱 합니다. 그런데두 시간을 질질 끌면 어떡해요? 빨리 손들어야지 안그랬다가는 이제... >>

   <<뭐라냐?>>

   왕복룡은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대겸이, 네, 네가 감히 내앞에서 그따위 소릴해? 자식! 이제보니 넌 변질한  녀석이였구나!>>

   호통소리와 함께 퇀장의 가래짝같은 손이 씽 날려와 순진한 경위병의 뺨을 갈겼다.

   대겸이는 얼굴을 감싸쥐고 비칠거렸다. 그의 손가락새로 뻘건것이 흘러나왔다.

   이때 전화벨소리가 갑작스레 울렸다. 담참모장이 전화를 받더니 사령부부관이 왕퇀장을 찾는다고 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수화시를 받아쥔 왕복룡은 손이 후들후들 떨었다. 전화는 사문동이 있는 사령부에서 오는것이였는데 그더러  참모장을 데리고 속히 오라면서 왜 여직까지 꾸물거리고있느냐고 하는 질책이였다.

   <<제길할, 그저 욕지걸이네! 언제 나를 오라했길래 저야단이야?!>>

   왕봉룡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수화기를 메쳤다.

   이때 마침 사령부의 전령병이 나타났다.

   <<사령부에서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오랍니다.>>

   <<제기 누, 누가꾸물거렸단말이야? 내가?>>

   왕복룡은 급히 되돌아서는 그를 닦아세웠다. 그랬더니 전령병은 정퇀장인 조민을 찾다보니 이렇게 됐노라하면서 대꾸하면서 훌 표연히 사라져버렸다.

   <<망할 민충은 그자식이였구나. 통 개판이다,개판!>>

   왕복룡은 한바탕 욕설을 퍼지르고싶었지만 후사를 생각해서 억지로 참는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전령병이 어수선한 방안을 보고갔으니 이제 무어라 씨벌일지 몰라 담참모장과 함께  퇀부를 나섰다. 이제 사령부로 가기면 자기를 단단히 질책하리란걸 그는 잘 알고있었다.

   사령부에 가보니 중앙선견군의 고급장교들이 거의 다 모여있었다. 그들은 방금전에 있었던 민주련군의 포격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론하고있었는데 왕복룡과 담호궁참모장이 들어서니 모두들 하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차고 비웃는 듯한 시선을 이쪽에다 던졌다. 마침 저켠에서 별동대특무계의 리경광과 무엇인가를 애기하고있던 사령부 부관이 왕복룡이를 보자 인차 사문동이혼자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문동은 한발 먼저 당도한 조민과 하던 얘기를 중단하고 왕복룡이를 가까이 부르더니 오늘아침 제1방선을 지키던 보향단원들이 제멋대로 철퇴하여 성안에 들어온 책임을 누가져야옳은가고 힐문하는것이였다. 그리고나서 그는 민주련군이 왜서 갑작스레 포격했느냐 하고 엉뚱한 질문을 드리대는것이였다. 왕봉룡이로서는 일구난설이였다. 혹 무슨 기미라도 챈것이나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겁보다 지금은 밸이 꼬여있은 왕복룡은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는 생각이 욱 치밀어 퉁명스레 대꾸했다.

   <<사령님두 참... 그네들이 우릴 골탕먹이느라 하는짓인데 대포를 쏘겠노라 선통을 놓을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공산군이 왜 갑자기 그 모양인지 그건 저도 알수 없습니다.>>

   <<음!... >>

   사문동은 왕복룡의 례모없는 태도에 속이 꼬여나는지 다시 더 묻지를 않았다. ...

   이틑날 저녁켠에 밖에 나갔던 장대겸이 퇀부로 들어와서 볼부은 소리로 보고했다.

   <<왕부퇀장님, 지금 별동대 특무들이 우리를 감시하고있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

   <<뭐라, 우리를 감시한다구?>>

   <<예 그렇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그속에는 왕퇀장께서 안면있는 관룡이도 있습니다.>>

   <<관룡이가?... 제기, 괘씸한 놈!>>

   왕복룡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동댕이치고 벌떡 일어섰다.

   곁에있던 담참모장의 얼굴에도 노기가 끼였다.

   <<개자식들이 우리를 잡자고 드는구나!>>

   어제 사령부에서 리경광이 사령부 부관과 마주서있었던 것을 상기한 왕복룡은 사태의 긴장성을 깨닫고 더 격분했다. 이미 앞뒤를 재일새 없었던 그는 당장 손을 썼다.   

   <<참모장, 자네가 나가보라구. 야수같은 그자들을 한놈도 빼우지 말고 몽땅 잡아들여!>>

   담참모장은 인츰 경위련을 풀어서 퇀부근처에서 얼씬거리는 별동대대원들을 닥치는대로 붙잡게 했다. 그래서 처처에서 란투가 벌어졌는데 붙잡히는녀석마다다 빠져나려고 버둥이질쳤으나 허사였다.

   <<이게 무슨짓이요, 무슨짓인가말이요? 그래 당신네들은 눈을 펀히 뜨고 제 편 사람도 모른단말인가?>>

   그중에서도 제일 노발대발하는것은 이곳 금성에서는 탕자라고 소문난 관룡이였다. 그도 처음에는 잠자코 순응하려다가 주먹에 따귀를 맞고보니 악이 바쳐 욕지거리를 마구 해댔다.

   <<입을 다물지 않을테냐, 그냥 악다구리질하면 네녀석의 아가리에다 꺾쇠를 박을테다!>>

   담참모장이 으름장을 놓았으나 그는 기세가 살아 그냥 대들었다.

   <<이자식이 안되겠구나. >>

   담참모장은 그를 왕복룡이 있는데로 끌고갔다.

   <<관룡아, 머리를 들고 여기루 내앞으루 썩 오너라. 넌 그래 여기가 어딘줄알고있느냐? 여긴 너희들의 별동대아니구 보향단이야 알았어?>>

   그러나 관룡이는 코소리를  끙 내고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자식이?... 그래 그냥 건방지게 놀테냐?>>

   대로한 왕복룡은 구레나룻을 푸들거리더니 마침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족제비같은 녀석들, 눈치나 살살 보면서... 개처럼 무슨 냄새를 맡자고 여게 와서 쏘다녔냐 엉?>>]

   <<......>>

   <<왜 대답이 없냐? 요강통같은 입을 닦고 어서 바른대로 대라, 무슨 냄새를 맡느냐말이다? >>

   <<어, 어쨌다구 이러우? 죄 없는 사람을 잡아놓고 함부로 욕하면되우?...>>

   과룡은 아직도 어루러기있는 얼굴을 들고 항변하려들었다. 그러자 왕복룡은 발을 탕 구르며 닦아세웠다.

   <<야, 이 뻔뻔스런 배반자야! 고향버리고 별동대에 들어가 남의 다리나 긁어주는 미련한 녀석, 넌 그래 누가 잘되나 두고보자고 했다지? 왜 보자는거냐, 내한텐 귀가 없는중알았더냐? 바른대로 대라, 네놈들은 뭣때메 우리를 감시하느냐말이다?>>

   <<어, 어쨌다구 야단이요?  좀 사근사근 말하면 안되겠소?>>

   관룡이는 그래도 끝까지 뻗댈 태세였다.

   <<우리는 성밖에서 독충이 날아들어와 당신네들을 해칠가봐 걱정이요. 우린 공산군밀정을 붙잡자고한단말이요.>>

   <<뭐라구, 그래 어디서 공산군밀정이 들어왔단말이냐?>>

   왕복룡이는 속이 꿈틀했으나 짐짓 그런 내색은 드러내지 않고 독기어린 눈길로 그를 쏘아보니 관룡이도 우물같이 어둡고 음침한 눈으로 한참이나 도전적으로 맛서는 것이였다. 그러자 담참모장이 쐐기를 박았다.

   <<왕형, 봐하니 별동대가 되려 남의 롱간에 들어 우리 보향단을 의심하고 미워하는것 같으니 안되겠소. 버릇을 고쳐줘야지!>>

   <<야 이자식, 어리석게 놀지 말고 어서 말해라. 그래 어느놈이 그따위 터무니없는 소릴해서 우리를 골탕먹이자고 드는거냐?>>]

   관룡이는 보기 흉하게 낯을 이지러뜨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보아하니 특무계에 고발한 자를 대지 않을 잡도리였다.

   <<이자식아, 말해라, 누구냐?>>

   왕복룡이는 자기의 수하에 고발자가 있다는것을 넘겨짚고 사납게 을러멨다. 관룡이는 얼굴을 외로 탈면서 어금이를 으드득 깨무는것이였다. 이것이 왕복룡의 울화를 가일층 돋구게 했다.

   <<야 이놈아, 너까짓 별동대녀석 하날 잡죄지 못할 복룡인줄알았더냐? 이새끼를 때려라! 아가리를 열고 제대로 말할때까지 사정보지 말고 답새겨라!>>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보향단의 사나운 장골들이 관룡이를 옷을 벗겨놓고 뚜드려패기 시작했다. 관룡이는 매집이 좋아서 얼마간은 참고견뎠으나 물에 젖은 가죽띠가 살점을 뜯어내자 그만 정신을 잃고말았다. 그러자 이쪽에서는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때렸다. 이럻게 몇 번을 거듭하니 관룡이는 죽을것 같았던지 끝내 실토하고말았다. 보향단퇀부로 공산군밀정같은 수상한 사람이 왔다갔다고 별동대특무계에다 밀고한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조민의 사촌동생이며 1영 영장인 조준영이였다.

   <<개자식, 어디보자.>>

   왕복룡은 보향단내에 별동대와 내통하는 더러운인간이 생겨난 것으로 하여 가슴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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