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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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42)
2015년 02월 04일 10시 43분  조회:2884  추천:0  작성자: 김송죽
 

                            42

 

 

 

 

 

    태평진공안국은 공안대로 공안대가 자위대로 이름이 고쳐졌다. 그러다가 이 자위대는 동북인민자위군이 건립되니 거기에 편입되면서 태평진 독립퇀으로 이름이 또 바뀌였다. 그러나 실제상 진내의 무장인원은 다해봤자 원유의 그 300여명밖에 안되였거니와 무기장비도 변변치 않았다. 쏘련홍군은 이제 아무 때건 갑자기 철거할 것이다. 그때되면 장우신이나 사문동은 얼싸좋다고 달려들것인데 요깟인원갖고 뭘 어쩐단말인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 이 큰 태평진을 지켜낸다는건 그야말로 버마재비가 수레바퀴를 버티려하듯이 어림도 없는 일이였다. 사정이 이러하니만큼 최기덕은 뚜르와체브와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원래 사상도 주의도 같거니와 여기서 함께 지내는 사이 어느덧 교분이 두터워진 나어린 쏘련홍군장교는 그의 사정을 알아주었다. 하여 둘사이에는 비밀리에 협상이 이루어지게되였다. 그쪽으로부터 무기를 조달받기로 한것이다. 최기덕은 곧 대원을 확충하러 나섰다.

    (최기덕이 퇀장이고 장평이 부퇀장이였다.)

    그와 김웅렬, 장평 셋은 각각 구역을 떼맡고 나가서 인원을 모집하고 모금(募金)도 했다. 이 사업을 벌리면서 최기덕은 목청에 와있는 민호를 만났다. 그는 당전국세를 감안하여 자기와 뚜르와체브지간에 협상이 있은 사실을 알려주고나서 말했다.       

   《지금같아서는 내가 계획하고있는 일들이 가탈없이 풀려나갈것 같소. 우선 무기문제를 해결하게 됐으니까. 한데 태평진에는 수비력량이 너무도 박약해서 나는 여기에 있는 두 마을에서도 꼴꼴한 청년으루 얼마간씩 뽑아갈 생각인데 정형의 생각은 어떻소?》

   《내 생각에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구나. 안그러구야 인원을 어떻게 보충받겠나. 청년들을 다 데려가라. 여기야 중장년들이 자위를 맡아도 얼마든지 되겠으니까. 이젠 그들을 묶어 세워야지. 그리고....이럴수록 통신련락이 잘되게 조치를 대야한다.》

   《그렇구말구. 아마도 특별통신반을 따로내와야겠소.》

    최기덕은 잠시 침묵했가 입을 다시열고 요긴한 문제를 내놨다.

   《정형! 정형의 그 철혈대는 어떻게 할 작정이요?》

   《어쩔거있나, 이미 두 마을에 아눠놨으니 그대로 있으면서 이제는 중장년들에게 무기조법을 배워주게해야지.》

   《물론 그래야 하오만 내 뜻은....》

   《뭘 그러니?》

    민호는 그가 말을 하지 않고 끝을 흐리우는지라 다시여겨봤다. 요긴하게 할 다른말이 있거든 어서 해보라는 무언의 독촉이였다.

    최기덕은 과연 찾아 온 본의를 그의 앞에 내놓았다.

   《민호형님! 형님네 그 철혈대두 이 기회에 아예 우리 퇀에 귀속시키는게 좋잖겠소.》

   《그렇게는 안될거다.》

   《왜서?》

   《내야 언녕부터 그럴 맘이 있었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럴려고 않는다. 너도 알다싶히 모두가 출신이 토비아니냐. 류자는 정치를 모르거니와 관계치도 않는다. 애당초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게다가 너도 알다싶히 그들은 다가 사상이 말할수없이 불온하거니와 자유방종하게 사는데 습성이 돼서 그 누구의 지배도 속박도 받으려 하지 않는거다. 물론 저희들의 두령을 대하는것관 다르지. 사정이 이렇다는걸 알고.... 물론 너도 영모르는건 아닐거다.》

    민호는 염왕산류자들은 호덕화를 붙잡아 처결했으니 이젠 할 일은 다했다여기고 싸움은 그것으로 기본상 종지부를 찍은거나 다름없다는 것, 여기로 올 때도 싸움을 하지 않고 그저 자위무장을 훈련시킨다니 군말이 없이 동원되였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알만하오.》

    최기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항일년대에 염왕산에 수편하러 들어갔다가 위용강에게 퇴를 맞고 돌아나왔던 일이 다시금 상기됐다. 자기식의 생활과 관습에 물젖은 류자들을 제 나름대로 정치에 립각하여 모양을 고친다는건 어리석거니와 불가능한것이였다. 략탈을 그만두었다는 그 한가지만도 탈태환골을 한 셈인데 이제 무엇을 더 바란단말인가? 자기가 하기싫어하는 일을 하라면 그것은 강요가 될것이다. 강요해서 이루어짐은 불화를 심어놓은것밖에 더 되는가. 그는 철혈대를 자기 퇀에 끌어오려던 생각을 포기했다.

    민호가 호언장담했다.

   《철혈대가 저쪽으로 기울어질까봐 걱정은 하지 말라. 절대 그러지 않을것이다. 내가 보증하마. 그리고 또 한가지. 이 무리는 흩어진다해도 그 누구하나 사사로이 염왕산과 관계없는 일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것이다. 염왕산의 법규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어느덧 염왕산류자의 혼불이 머리에 심어진 민호였다.

 

    최기덕이 태평진에 돌아가서 자기가 목청에서 민호를 만나 담화가 있은것을 얘기했더니 김우렬은 듣고서 코방구를 뀌였다.

   《흥. 아주 그럴듯한 감언인걸! 최서기는 그래 그따위소릴 곧이듣소. 난 콩으로 메주를 쓴대도 곧이듣고싶지 않소. 지금이 어느땐가말이요. 우리와 적, 혁명과 반혁명이 쪽 갈라져 대결하면서 판가름을 하는 판인데 그 사람의 태도가 그렇다니 괴상하구만. 그게 바로 기회주의표현이지. 그자는 철두철미한 량면파란말이요.》

   《뭐라구!?》

    최기덕은 성을 버럭냈다. 대단히 언짢았다.

   《그따위소린 걷어치우시오. 왜 함부로 남을 헐뜯습니까. 민호가 그래 량면파란말인가, 참! 김동무는 대체 그를 어느만큼이나 알고있길래 그럽니까?.... 그 사람의 처지에서, 정확히 말해서 철혈대의 사람으로서 태도가 그런거야 당연하지. 괴상할게 뭔가? 제만 옳고 남은 다 그르다고만 봐서는 안됩니다.》

    호된 반박이였다.

    김웅렬은 할 말이 없었다.

    최기덕은 색안경을 좀 벗고 세상을 보아라, 민호도 철혈대도 그들이 신분이 좋지 않다해서 나쁘게만 보고 배척해서는 안된다, 변증법을 배워 어디에다 쓰는가, 특수대상에 대해서는 특수한 방법으로 대응책을 내와 그들을 포용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중간세력을 무시하고 천시하는건 책략을 모르는 젖빨개와 무식한 인간이나 할 짓이다라고 력설했다.

    최기덕이 태평진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장평이 그의 지시에 따라 몇사람을 데리고 민호있는데로 달려가 그와함께 목청과 화금 두 마을에서 태평진독립퇀에 편입시킬 인원을 하나하나 선발했다. 그 일은 어려울것 없어서 쉽게 마무리졌다.

    민호는 돌아가려는 장평을 따로 종용히 불러놓고 전번에 위무가 생각밖에 자기를 찾아왔다간 일을 꺼내놓았다.

   《어언 십오년이 되는구나. 너는 우리가 오군자를 세우기 착전에 염왕산을 나왔다가 반일을 한다는 류자패 하나를 곡경에서 구해주던 일 생각나겠지?》

    장평은 두눈을 꺼무럭거리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생각납니다. 적한테 추격받던 자들을.... 그때 우린 그들을 구원해주다가 형제를 둘이나 잃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넌 그 패의 두령을 알만하냐?》

   《왜 모르겠습니까. 위무가 아닙니까. 이전에 염왕산에 그하고  똑같은 이름이 있어서.... 건 왜 묻습니까, 형님?》

   《그 위무가 날 찾아왔더구나.》

   《언제요?》

   《며칠된다.》

   《왜 찾아왔습디까?》

   《네가 생각해봐라 왜 왔겠는가구. 승냥이 좋은 맘먹구 문긁을 리야 없지. 안그렇니.》

   《형님, 왜 그런소리 합니까. 그자가 뭐라고 했길래?》

   《우리 철혈대를 수편하겠다더구나.》

   《뭐라? 위무가? 별자식 다 보겠네. 지금 어디서 뭘해먹길래?》     《장우신부대에서 부관처 처장노릇을 한다더라.》

   《부관처 처장이라! 허허허.... 그때는 물에 빠진 쥐색끼꼴이던 녀석이 운이 대통하는가. 어디서 금관을 훔쳐썼구만요. 쳇!....》

    장평은 부러워하기는 커녕 되려 쓰거워했다.

   《오인형님, 형님은 그래 어쩔 예산입니까》

   《어쩔거있냐. 내 앞에서 말을 더 못하게 쫓아버렸네라.》

   《잘했습니다. 염왕산을 수편하려들다니 원. 어리석은 놈이지.》

   《너도 생각해봐라, 인원이 겨우 스믈다섯밖에 안되는 철혈대를 장우신이 왜 제쪽에다 끌어넣자고하겠냐.》

   《형님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뚝배기보다 장맛났다고 사실은 그자들이 염왕산을 탐내고 그러는거지.》

   《맞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우신도 머리있는 사람이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고 그러는거다. 북만에서 염왕산만큼한 안신처를 어디가 찾겠냐, 안그렇니?》

   《형님말이 맞습니다. 형님께서 면바로 알아봤습니다. 저들이 수편한 도야진을 없애치워 사문동이 절치부심하는 철혈대를 형님동생하는 장우신이 끌어당길때야....그자를 쫓아버리길 잘했습니다. 염왕산이 그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절대안됩니다.》

    민호가 그한테 물었다.

   《장평아, 위무가 만약 찾아간다면 넌 어쩔테냐?》

   《그자가 나를?》

   《그렇다, 너를. 그자들은 지금 끌어당길만한 세력은 힘껏 끌어당기는 판이다. 네가 지금 태평진의 무력을 쥐고있으니 어느날 찾아와 꼭 수편하자구할거다. 두고봐라.》

   《쳇, 나를! 유사이래 염왕산류자는 남한테 수편되는걸 제일 큰 수치와 모욕으로 여겨왔습니다. 어느놈이 감히 나를 너절한 변절한으로 만들어. 이 장평은 오인형님의 친구만을 내 사람같이 여길텝니다. 두고보시오만 난 그분만은 절대 배반하지 않을겁니다.》

    그가 말하는 그분이란 최기덕을 가리키는것이다.

   《고맙다, 장평아!》

    민호는 그의 어깨를 정겹게 다독였다.

    장평은 최기덕의 지시대로 두 마을에서 조선청년 100명을 뽑아 데리고 영락촌에 가 그곳에서 새로 모집한 100명과 합쳐 태평진독립퇀 3영을 건립했다. 그리곤 집단적인 훈년을 지도하는 한편 치안을 강화했다.

    예견이 맞아떨어졌다. 아니나 다를가 3영이 건립된지 열흘이 안되여 민호가 짐작한바와 같이 위무가 장평앞에 나타났다. 그를 데리고 온 사람은 재종형 장두봉이였다. 바람없는데 파도가 일랴. 장평은 그가 찾아 온 원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장두봉은 국민당부가 태평진에서 뿌리뽑히우고 유지회가 강제해산되자 마음괴로와 진정못하고 여지껏 외지에서 나돌았다. 지금 그의 배속에는 불만이 꽉 차 있다는것을 장평은 잘알고있다. 전에 장두봉은 지어 뼈에 사무칠지경 원한까지 품으면서 이를 북북 갈았다. 그러면서 최기덕을 비롯한 그 몇몇 공산당간부들을 욕했거니와 지어는 암살해버릴 궁리까지 했다. 한데 장평이 그것을 눈치채고 형님 미치지 않았소 무슨 망발을 그렇게 하자고 드오 그러고는 자긴 무사할것 같소 나는 그네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소 털끝하나 다쳤다가는 내한테 큰일날 줄을 아오 하고 정색하여 색을 먹으면서 그를 단단히 경고했던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찍소리못하고 어디론가 가버려 여직 잠잠하던 재종형이 오늘 그한테 반갑지 않은 손님을 데리고 왔다.       《오, 형님이구만! 여직 어디가있다가 이제야 오오.》

    장평은 면목없고 거래없는 손님따위는 아예 안중에 넣지 않는듯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재종형하고만 반갑다고 친절을 떨었다.

    장평이 자기를 랭대하고 있음을 보아낸 위무는 심한 모멸감에  가슴이 찟기면서 무례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 사나이의 따귀를 한 대 후려주고싶도록 몸을 떨렸다. 한들 마음뿐 참아야 했다. 자기는 불청객이요 자칫잘못했다가는 계획하고 온 일이 죄다 망가지고 말것같아 치미는 분을 지긋이 내리눌렀다.

    난처한건 장우봉이였다. 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보려했다.

   《장평아, 소개하마. 이 손님은 내가 잘아는 분인데....》

   《나는 군부에서 파견되여 온 사람이요.》

    위무가 그의 말을 허리자르며 자못 엄전스레 자아소개를 했다.

   《난 국민당 제십오집단군 선견군 부관처 처장 위무요.》

   《그렇소. 거게 앉으시오.》

    장평은 그제야 손님쪽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덥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는 그의 구리빛나는 얼굴에 자리잡고 있는 치째진 갈고리눈을 보고 속으로 네가 과연 그때 일본놈의 손에 혼줄나던 그 패전대장이 옳기는 옳구나 하고 뇌였다.

    대방도 장평의 강팔진 얼굴을 여겨보면서 속으로 네 이 염왕산류자놈아 상판이 생겨먹은것처럼 네녀석은 성깔이 셰퍼드같이 사납겠구나 하고 뇌였다. 위무의 구리빛 얼굴에서 웃음이 그믈그믈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표정이 네 녀석이야 내 말을 듣겠지 급을 주고 잘써준다고 얼리면야 말을 안들을리있냐하고 있었다.

    과연 위무는 입을 먼저 열어 장평의 심중을 떠보려했다.

   《중안군은 요즘 인재를 등용하고있네. 기회가 참 좋지.》

   《오! 손님은 그 소식을 나한테 알려주려고 오셨소?》

    장우봉이 곁에 있다가 방금 위무가 한 말에 제꺽 꿀을 발랐다.

   《이 위처장께서는 너를 도와주고싶어서 모처럼 찾아오셨네라. 한생에 운이 몇 번 틔겠냐. 천재일우의 기회니 놓지 말아야지. 안그렇냐, 장평아!》

   《형님, 무슨소린지 난 듣고도 새통 모르겠소.》

   《네한테 행운이 트일 기회가 왔단말이다.》

    장평은 그 말에 속이 간지러워 못견딜 것 처럼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행운이라니! 형님, 내한테도 행운이 떨어질가요.》

   《떨어지지, 떨어지구말구. 바로 지금이야.》

    위무가 질러 말하고 있는데 그의 갈고리눈은 먹이를 만난 맹금의 눈같이 광채를 뿌리기 시작했다.

    장평은 속으로 이 미친놈아 행운이 다 뭐냐 내가 량심버리고 변절한이 되면 그게 행운이냐 하고 욕하고는 자신을 단근질했다. 눈먼 송아지 원앙소리 따라가듯이 행동하지 말거라 변질은 수치스러운 짓이거늘 새가 깃을 아끼듯이 제 명예를 아끼거라.

    대방의 속심이 이러한 줄은 모르고 위무는 도지개를 틀며 제잡담하고 찾아 온 뜻을 급급히 털어놓았다. 

   《내 무장을 수편하겠다는 말인가?》

   《그렇소. 바로 그말이요.》

    장평은 그를 힐끗 보고나서 속으로 내한테 반변을 꾀하니 돌에서 기름을 짜내자는게지 네놈은 어리석어도 이만저만 아니구나. 염왕산류자를 어떻게 보는거냐 이 장평이가 너같은 심악한 놈하고 어울러지낼거면 차라리 구데기로 되고말거다 하면서 차고 심드렁한 태도로 물었다.

   《손님말하는 행운이라는게 그건가?》

   《그렇소. 바로 그거요.》

    위무는 반죽족게 웃어가면서 선전했다.

   《보다십히 우리 중앙군은 일취월장하고있소. 이제 오라잖아 전 만주땅을 차지하게 될거야. 듣자니 영왕산이 숨이 질겨서 다시살아난다구는 하지만 몇참이나 갈가. 국민당에 붙지 않고 명을 이어나갈가. 왜놈손에 망하듯 아무 때건 또 그꼴이 될거야. 그러니.....》

    장평은 낯색이 굳어지면서 돌연 노기를 띠였다.

   《나발을 잘 분다. 뭐 어쩌구어째? 누구를 막보고 그따위 소리를 줴치는거냐. 염왕산이 왜놈손에 망하듯이 어쩐다?....》

    장두봉이 민망해서 재종제를 나무렸다.

   《남은 호의로 말하는건데 넌 그게 뭐냐, 말 좀 들어다.》

    장평은 몸을 홱 돌려 그를 쏘아보며 제독을 주었다.

   《감탄고토라 내 맘에 달린게지 무슨 이래라 저래라요. 그리구 저사람봐, 수탉죽으니 여우가 운다더니 염왕산이 망했는데 어쨌다구 입 끝에 붙이구 함부로 나불대는가말이요. 싱거운녀석이지.》

    장우봉은 그만 억이 막혀 말을 못하는데 위무가 대들었다.

   《이 사람이 인사불성이네. 내가 어쩌면 싱거운 녀석인가?》

    장평은 발연대로했다.

   《야 이놈아, 남이 속마음 어떤지도 모르면서 반변을 추기며 다니니 네가 그래 싱거운녀석아니고 뭐냐. 네놈은 졸경을 치러야 정신차리겠다. 얘들아, 저놈을 여기서 곱게 보니지 말라!》

    자위단원들이 장평의 명령이 떨어지자 달려들어 위무를 제꺽묶어 그 자리에 무릎꿇이였다.

    전혀 예견못했던 갑작봉변이라 위무는 놀란토기 벼락바위쳐다보듯 장평을 올려다보면서 눈만 꺼무럭거렸다.

   《네가 남을 허술히 보고 귀에다 요사한 바람을 불어넣을각질하는 모양인데 안되겠다. 내가 그놈의 귀부터 수술을 해야겠다.》       장평은 칼을 빼들고 달려들어 위무의 한쪽귀를 썩 베여버렸다.

    귀가 떨어진 자리에서 피가 흘러 목깃으로 들어갔다. 위무는 아파죽겠다고 소래기를 질러대면서 딩굴다가 달아났다.

 

    북만각지에 널려있는 여러 중앙선견군은 이해의 벽두부터 국민당의 국군과 배합하면서 기염이 고조되고 있었다. 복래툰(福來屯), 담가점(潭家店) 등 전역에서 단맛을 본 장우신을 비롯한 사문동, 리화당, 손영구 등은 련합하여 삼면으로 삼강인민자치군 주력이 있는 의란현 삼도강(三道崗)을 진공하여 일거에 북만의 인민자위무장을 섬멸해치우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과 같이 되지 않았다.

    1월 29일, 녕안현림시참의회는 장개석에게 전보를 쳐 그가 군대를 파견하여 해방구를 진공하고 동북인민들의 평화적인 민주생활을 파괴하는것은 죄행이라 견책하면서 국공량당간에 맺은 정전결정을 즉시 집행하며 해방구에 대한 진공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장개석은 중경에서 맺은바있는, 내전을 견결히 피하기로 한 <쌍십협정>결의대로 하지 않고 내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편 삼도강을 공점하려다 실패한 장우신은 제15집단군선견군지휘부가 있는 이도하자에 돌아가 숨을 돌리면서 춘절연회를 대대적으로 차려 사기가 저락된 장병들을 격려했다. 음력정월보름 이틑날이였다. 백여명으로 이루어진 양걸대가 이도하자에 나타났다. 성안에 들어간 양걸대는 북소리, 새납소리에 맞춰 춤을 멋지게 췄다.

    장우신은 장병들을 위로하러 왔다니 흐믓해서 나와보았다.         어느덧 날이 어두웠다.

   《땅! 땅! 땅!》

    돌연히 매짠 총성이 세 번 언 대기를 찢어놓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무장든 군인들이 번개같이 성안으로 돌입했고 그에 배합하여 양걸꾼들이 권총을 빼여들고 선견군을 쓸어눕혔다. 그들은 삼강인민자치군이였다. 

   《제길할거, 이게 어찌된 판이냐!?》

    잠을 자려고 방금 자리에 누웠던 장우신은 혼비백산하여 신도미처 찾아신지 못하고 맨발바람으로 뛰여나가 말파리를 타고 도망쳤다. 그는 눈깜짝새에 병사 500여명과 총 300여자루, 자동차 5대, 대포 1문을 잃고말았다.

   《패수살이 떨어졌구나, 패수살이 떨어졌어!》

    장우신은 울화통이 터져서 소리쳐대면서 조령으로 피해갔다. 그가 건군식을 올렸던 조령ㅡ 그곳은 삼강, 목단강, 송강 3개성이 머리를 맞대이는 교제처이거니와 방정, 의란, 벌리, 림구 4개현이 맞대이는 곳이기도했다. 염왕산처럼 고산밀림지대고 땅이 비옥한 그곳은 예로부터 병가(兵家)들은 서로가지려고 다투는 곳이다. 항일전쟁때는 거기가 한때 항일련군이 자리잡았던 요지였거니와 일위군과 토비의 소굴로 교차되기도했다.

    장우신은 염왕산을 손에 넣기 힘드니 이제부터는 여기에 들어 앉아 실력을 확충하면서 다시겨뤄볼 생각이였다. 그는 의란, 화남일대에서 활동하고있는 사문동부대와 삼도통, 방정일대에서 활동하고있는 리화당부대 그리고 벌리에서 반변한 손영구부대를 망라한 다른 여러 선견군부대들과 련락을 긴밀히 하면서 나쁜짓을 하기시작했다. 백성의 자위무장과 토개공작대를 습격하고 농회간부를 암살하며 철길을 파괴하였다. 하여 백성들은 원성이 높아지면서 중앙선견군을 이제는 토비라 부르게 되였다.  

                《토비를 숙청하자!》

                《공고한 동북근거지를 건립하자!》

                《전국의 해방전쟁을 지원하자!》

    도시와 농촌의 가두와 담벽에 공산당이 선전하는 표어들이 가득 나붙었다.

    관내에서 공산당이 령도하는 중국인민해방군 한 개 대부대가 들어왔다. 그들은 북만에 있는 인민무장부대와 손잡고 동북민주련군을 조직하고는 국민당의 중앙선견군을 토비로 락인하고 숙청하기 시작했다. 한때 중앙군으로 행세하던 그 오합지졸의 무리들을 하나하나 숙청되 시작했다.

    숨이 질긴 패주자들이 조령으로 몰려들었다.

    1946년 2월 26일. 동북민주련군은 쏘련홍군한테서 자동차 80대와 장갑차까지 빌려갖고 조령에 몰려든 선견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여 동북토비숙청사상 유명한 조령전역의 서막을 올리였다.

    이 전역이 시작되기직전에 외지의 난민, 특히는 조선족난민들이 적잖게 태평진에 쓸어들었는데 그 난민속에 국민당의 삼청당(三靑團)과 철혈단(鐵血團) 그리고 다른곳에서 패한 선견군의 잔여분자 몇이 석여 있었다.

   《할빈에 국민당특무 삼백명이 파견되여왔다.》

   《중앙선견군이 이제 태평진으로도 쳐올것이다.》

    그자들은 들어오자마자 이런 요언을 퍼뜨려서 민심을 황황불안케 만들었다.

    최기덕은 요언날조자를 붙잡아내려했지만 붙잡을 재간이 없었다. 나는 이 사람한테서 들었소 나는 저 사람한테서 들었소 하니 도대체 누구의 입에서 조작된건지 알 수 없었다.

    이러던차 4월말이 되자 쏘련홍군이 갑자기 본국으로 철거했다. 그래서 허전한 감이 나는데다 3일만에 조령에서 밀린 사문동이 잔병 800여명을 끌고 태평진에 달려들었다. 이전부터 이곳을 눈독들여 온 그는 여기다 자리를 틀고 앉아서 맛서볼 타산이였다.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데 태평진은 앞문에서는 범을 막고 뒷문으로는 이리를 끌어들이는 형국이 되고말았다. 성내에는 갑작스레 무장가진 자들이 30여명 나타나 소란을 피웠던것이다. 최기덕은 성문으로 쳐들어 오는 적을 막을라니 성내의 적을 대처할라니 그야말로 혼줄이 났다. 싸움은 점점 더 치렬해갔고 주검은 늘어났다. 게다가 총지휘인 최기덕은 날아오는 적탄에 중상을 입고 꼼짝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뻗쳐내기 어렵게 된 태평진독립퇀은 증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위기일발의 시각에 마침 련락병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동철부대가 그들을 구원하러 달려왔다. 600여명이였다. 사문동은 배후에 돌연스레 증원부대가 나타나니 성을 공략하려다말고 그만 줄행랑을 놓고말았다. 표범같이 사나운 그 조선족부대에 여러번이나 녹아난 사문동이였다.

   (지난해의 9월, 집이 화남에 있는 항일련군출신의 김동철이 재난에 빠진 동포들을 구원하고저 가목사와 화남, 벌리, 의란, 부금, 보청 등지에서 끌끌한 청년들을 모집하여 조선족부대를 건립하여 삼강성군구 독립퇀으로 편입되였는데 전과가 혁혁하였다. 항간에서는 그를 습관상 동철부대라 불렀던것이다.)  

    토성밖에서 달려들던 적은 쫓겨났지만 성안에 나타났던 적은 달아나지 못하고 죽는 놈은 죽고 산놈은 몽땅 잡히우고 말았다. 조사해보니 30명중 7명이 난민속에 석여있던 자였고 그 외는 다가 본바닥사람이였다. 해산된 유지회의 골간분자였던 그들은 모두다 전에 협화회나 협화청년단이 아니면 협화의용봉공대에서 해먹던 치들이였다. 반란조직자가 장두봉이라는것이 밝혀졌다.

    저것이 나의 재종형이란말인가. 장평은 그가 비렬하게 뒤에서 그따위 짓을 한것이 괘씸하거니와 수치스러웠다. 

   《더러운 피자놈! 끝내 너절한 짓을 했구나!》

    장평은 밸김에 재종형은 물론 다른자까지 모두 총살해버렸다.

    한데 최기덕이 중상을 입어 가목사군구병원으로 호송되고 주용전은 희생되였으며 조아민은 전에 벌써 남만으로 조동되여 없다보니 태평진의 실권을 혼자손에 넣게 된 김웅렬은 자기한테 비준을 맡지 않고 내란을 일으킨 자들을 죽였으니 그것은 공산당을 무시하는 용서못할 행위라면서 제마음대로 장평의 퇀장직위를 박탈해버렸다.

   《왜 그럽니까, 그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백성을 위해 독충을 없애린것도 그래 죄가되는가?》

    주민들은 장두봉의 처사가 리해되지 않아 따지고들었다.

    그러니 김웅렬은 리유를 묘하게도 주어붙였다.

   《죄는 안져두 우리는 그도 믿을 수 없다. 장두봉이 누군가. 그하고는 어떤 관계인가. 그 본신의 밑그루는 또한 어떤가?.... 바탕이 그런 사람한테 무장을 맡기고 어떻게 안녕하리라 믿겠는가. 이는 한차례의 계급투쟁이라는걸 잊지말아야 한다.》

    장평은 결국의심분자, 위험분자로 선포되고말았다.

   《공산당이 나를 속였다! 더러운 피자놈아, 어디 두고보자!》

    졸지에 나래부러진 매같이 신세가 추락된 장평은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하기만해서 길길이 뛰였다....

 

    한편 태평진에 달려들었던 사문동은 동철부대의 추격을 계속받았고 조령에서 쫓겨난 장우신은 잃어버린 제 보금자리를 되찾아보려고 악을 썼다. 어느날 그는 인민무장주력이 소부대만 남겨놓고 전이한 틈을 타서 저의 잔병 400여명으로 조령에 돌입하여 그곳을 지키고있던 공산당측의 사람들을 살해, 축출하고는 되차지했다. 그리고는 각지에 흩어진 잔병들을 긁어 모아 800명의 대오를 다시만들었다. 하여 북만에서는 그것을 숙청하는 제2차조령공격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사이 원래의 삼강인민자치군이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로 이름이 바뀌였는데 본부를 가목사에 두고있는 이 부대가 이번의 전투를 맡았다.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는 전략을 모색한 끝에 유인술로 조령에 모여든 여러 중앙선견군잔여들을 숙청하기로 했다.

    일본군이 투항 할 때 여러 비행장들에 그자들이 버리고 간 낡은 비행기들이 있었는데 북만에다 인민정권을 구축한 공산당은 그것들을 벌리부근에 있는 행수비행장(杏樹飛行場)에다 집결시키고는  몇명밖에 안되는 공근인원(空勤人員)으로 <東北航空學校>를 세운것이 하나 있었다.

    누구의 계책이였는지 이쪽에서는 비행기의 기체에다 국민당의 청천백일기를 그린 후 5월 5일날에 그 비행기를 몰고 조령상공에 날아가 한바퀴 빙 돈 후 편지를 넣은 주머니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 주머니안에 들어있는 편지의 내용인즉은 동북행원주임(東北行轅主任) 웅식휘(熊式輝)가 장우신, 리화당이 공을 세웠기에 표양하련다. 5월 7일오전에 웅주임이 친히 조령에서 검열할것이니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령동문밖에다 비행기가 착륙할 림시비행장을 닦고 전군은 집합하여 검열받을 준비를 하라. 그러면 공중촬영을 할것이며 무기와 새 위임장도 갖고 갈것이다 하는것이였다.

    공을 받고 급도 추게 되어 기뻐난 장우신은 공산당이 어디 비행기가 있겠는가 하면서 편지내용을 딱 믿었다.

    동북민주련군 합강군구에서는 비행기 두 대에다 인쇄한 선전삐라와 일본제폭탄 하나 기관총 2정을 각각 나누어 실었다. 한편 이쪽은 또한 5개퇀의 병력을 일제히 긴급출동시켜 6일날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조령의 북쪽산에 들어가 매복했다.

    이틑날 오전. 행수비행장에서 비행기 두 대 떴다. 그런데 한 대는 리륙하여 얼마못가 고장나서 그만 어느 한 산곡에 추락됐고 한 대만 조령상공에 날아갔다.

    적들은 과연 비행장을 불나게 닦아놓고 몽땅모였다. 한데 그 속에는 백성도 끼여있어서 비행기는 폭탄을 던질 수 없었다. 그래서 선전삐라를 뿌리고는 총멘자들을 향해 저공소사만 한바탕 했다.

    비행기가 이러는 사이 매복부대가 신속히 조령을 점령했다.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장우신은 120여명의 병력을 잃어버리고 창황히 도망쳐 장광재령의 밀림속으로 숨어버렸다.            

    다른 지방에 널려진 잔당들은 5월 1일과 5월 4에 동녕, 수분하에서 폭란을 일으킨 뒤를 이어서  계속하여 5월 8일에는 수양에서, 5월 15일에는 목단강과 계서, 밀산에서 동시에 일으켰다. 허나 그것들은 다가 인민무장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폭란에 실패한 자들은 더는 본지방에 배겨낼 수 없으니 허망나돌면서 략탈을 해먹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형세속에서 공산당간부 김웅렬의 버림을 받은 장평은 이제는 손을 씻으려 했던 옛 류자생활을 다시시작하려고 맘먹었다. 그는 자기의 정성을 몰라주는 김웅렬을 극도로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이를 갈았다. 그는 처음에는 염왕산으로 들어갈가 하다가 그만뒀다. 일약에 장자붙은 우두머리로 되어 수백명의 무장대를 거느렸으니 그래도 한때는 내노라 세력을 부려본거다. 솔직히 말해 권리쥐고 행사하는 그 멋이 좋아 염왕산을 머릿속에 거의 잊다싶이한 그였다. 한데 이제 이 꼴이 되어갖고 찾아가면 모두 어떻게 보겠는가. 가엽이 여기고 불쌍해 하지 않겠는가. 자존심이 꺽일 일이니 그는 홀로 떠돌지언정 동정어린 구원은 받지 않으려했다.

    장평은 염왕산의 썩 앞에 있는 망천령(望天嶺)쪽으로 향해가다가 길에서 행색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수상한 사나이 셋을 만나게 되었다. 보아하니 떨거지토비 아니면 선견군의 패잔병들 같았다.

    장평은 그들에게 말을 먼저 걸어보았다.

   《여보게들, 어디루가는가. 한길인데 나두함께 동무하자구.》        셋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어떤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어떤자는 가로보았으며 어떤자는 문신같이 두눈을 지릅떴다. 문득나타난 그가 혹시 뒤를 밟고있는 정탐이 아니냐 의심하고 놀래면서 경계하는것이였다.

    장평이 담배갑을 꺼내느라 호주머니에 손을 찔렀더니 그들 셋은 다 비수를 빼들었다. 장평은 피식웃었다.

   《이 사람들이 소자(눈)는 왜 이모양들인가. 토끼간을 먹었나.》      그들 셋중에 전에 토비질을 해먹은 자가 하나있어서 낯색이 좋아졌다.

   《보보만?》

   《근토만(장씨).이야.》

   《십마만?》

   《흐린돈후리는 사람이야.(비적)

   《동배로군!》

    장평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아직도 자기를 의심스러워 하는 이켠의 둘을 곱지 않게 째려보면서 한마디했다.

   《날 왜 그렇게 봐. 공연히 신경쓰지마.》

    방금 그와 대화가 있은자가 제 친구들을 향해 같은사람이라 말해 무기를 거두게 했다. 그는 성이 랭(冷)이고 이켠 둘은 각각 윤가와 고가였다.

    장평은 그들에게 자기는 형제들을 다 잃어버리고 혼자떠도는 장돌뱅이라 자아소개를 했다. 그랬더니 셋은 그렇겠지 하며 믿어주었다. 지금세월에야 그런 사람이 쌔쿠버렸으니까. 알고보니 그자들은 장우신의 수하 랑아빈(郞亞彬)의 부하로서 우심툰(牛心屯)이란 곳에 반거해있다가 약 보름전에 민주련군의 한 기병대의 습격을 받아 붕괴되는 통에 둥지잃은 개미같이 헤매는 판이였다.

    랭가가 장평보고 물었다.

   《자넨 지금시절에 호적질해먹는 재미어떤가?》

   《그전만다르지. 혼자니 족족하고 외롭고.》

   《그럼야 혼자떠돌거뭔가. 사문동이나 장우신이나 리화당이나 장차 동산재기를 할거구 그러기 위해서 인마를 모집할건데....》

   《나보구 그것들의 졸병질을 하라는건가. 퇀장을 시킨대두 사장을 시킨대두 난 싫어. 그 편으룬 안갈테야.》

   《그렇다면 어느 편으루 갈건가?》

   《난 아무편에도 안붙어.》

    장평은 이렇게 말해놓고 도루권고했다.

   《나하구 같이 호적질이나 해먹자구. 그게 나을거야.》

   《그게 나을거라?》

   《그렇잖구. 황초도 맛들일 탓일걸 몰라.》

   《그 맛이야 나도 보았지.》

    랭가는 장평의 충고를 받고보니 아예 옛위치로 되돌아가 비적질로 후생을 보낼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들은 지금 시하(柴河)로 가는 길이였다. 3개월넘어 중단되였던 목가선이 이젠 차가 통한다니 차를 타고 다니면서 철로연선에서 로략질을 해보자는 궁리들이였다.

    장평까지 포함하여 이들 넷은 저녁켠에 시하에 도착했다.

    지난 9월 시하의 국민당부 서기였던 주방지(周放之)라는 자가 여기서 유지회유격대라는것을 조직해 목단강군구에 편입되였다가 반변하여 사문동의 품에 안기였는데 민주련군을 상대로 몇 번 싸우고 보니 부하를 거진 다 잃어버렸다. 그는 력량을 다시모아 볼 궁리로 멀리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곳은 지금 적아쌍방이 자주교차되면서 복잡했다.

    장평은 선견군에 잡히면 자기는 토비라 대고 인민무장부대에 잡히면 태평진사람이라 댈 예산이였다. 어느 누구의 손에 잡히든 목숨만 보존하면 된다는 그였다. 한데 바로 이곳에서 액운이 자기를 기다릴줄이야 어찌알았으랴!

    철길을 한옆에 끼고있는 삼림지구의 역전마을에 황을 걸어놓은 관자집이 눈에 띄였다. 장평은 배고푼지라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삽수요(관자집)있구나! 구복이나 달래고 보자!》

   《편아(돈)있나?》

   《있구말구. 몽두춘(술)하자.》

    장평이 돈이 있다니 그들은 좋아서 입이 헤벌쭉했다.

    관자집에는 손님이 많았다.

   《여긴 화방자(거지촌)아니냐. 외합(외지사람)이 많은것 같구나.》

    장평의 눈에 손님들이 다가 본지사람같잖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여 나이 어린 고가에게 주면서 먹을것을 사라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빈자리에 앉자 팔굽을 상에 세우고 머리를 숙였다. 나돌때면 되도록 낯을 숨기느라 버릇된것이였다.

    좀있으니 먼저 채와 함께 술이 상에 올랐다.

    장평이 첫잔을 드는데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너 장평이지? 우린 여기서 만나는구나!》

    장평이 머리들고 보니 귀가 한짝뿐인 위무였다.

    장평의 동행자였던 다른 셋은 그를 보자 무척 반가와했다.

   《아니 이게 위처장님아닙니까!》

   《처장님은 어떻게 되어 여기로 오셨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부대를 찾습니까?》

    위무는 그따위건 아랑곳하지 않고 장평을 쏘아보면서 이를 사려물었다.

    제자리에 돌같이 굳어버린 장평은 그제야 비수와 권총을 빼든자 20여명이 자기를 포위하고있음을 발견했다. 이 한떼의 패주병들은 위무를 따라 헤매다가 여기와서야 숨을 돌리면서 주린 배를 달래던 중이였다.

    위무의 치째진 눈이 너무나 기뻐서 푸뜰푸뜰 춤을 첬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속담그른데 없구나. 개같이 헤매는 꼴을 보니 너도 신세오그라진 놈이구나. 어디 내 귀를 하나 마저베보지.》

   《내가 네놈의 귀를 하나 남겨둔게 죄였어.》

   《이자식이 뭐라구? 묶어라!》

    욱 달려들었다.

    장평은 주먹질 발길질해서 대여섯을 꺾꾸러뜨렸다. 했지만 그는 결국 잡히우고말았다. 위무는 그를 꽁꽁 묶어놓고 염왕산으로 데려다 주면 살려주리라했다. 속셈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철혈대를 없애버리고 자기가 거기를 차지하여 토비로 살아가자는 심보였다.

    장평은 그의 얼굴에다 침을 탁 뱉어놓았다.

   《염왕산은 류자의 성지야. 네놈이 거기서 물을 먹자구드니(살자니) 어리석구나. 자격이나되는거냐, 이 너절한 패망졸부야!》

    심한 모욕을 당한 위무는 이를 븍븍 갈더니 칼로 그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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