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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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삼 경(會 三 經)
2015년 08월 09일 13시 40분  조회:2319  추천:1  작성자: 김송죽
 

          

                              회   삼   경(會 三 經)

                               머   리   말

 

  나는 다행하게도 우리 세 종사와 더불어 한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오랜 동안 친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평생에 큰 유감이었다. 그러다 내가 선종사 문하에서 배운 사정은 아래와 같다.

   홍암대종사는 내가 경술년(1910년) 마지막 무렵 간동(諫洞)에서 처음 뵈었다. 12월 23일, 五~七일 사흘밤을 홀로 모시고 역사와 대종교와 시국에 대한 교훈을 감격하게 들은 뒤에 <단애 윤세복>(檀崖 尹世復 ㅡ 본명은 世麟이였음)의 새 호와 이름을 받고 대종교를 신봉하게 되었다.

   

   이듬해 신해년(1911년)봄에 시교의 책임을 지고 남만주로 떠나간 뒤로는 동서에 서로 떨어져 소식조차 오래 막혔다가 병진년(1916년) 가을에 무송(撫松) 감옥(살인 혐의로 을묘년 봄부터 18개월 동안 구금됨)에서 <죽고 삶이 몸뚱이 껍데기에 있지 않고 믿음과 의리를 오직 신명으로써 증거 되느니라>(生死不在軀殼 信義惟證神明)이라는 유서를 울며 받들었다.

 

   무원종사는 내가 대종사를 뵈옵던 둘쨋날 밤 곧 경술년(1910년) 12월 25일 밤에 대종사의 소개로 잠깐 얼굴을 뵈었으나 말씀 들을 겨를은 없었다.

   

   그뒤 총본사는 북만주 밀산(密山)으로부터 영안현(寧安縣) 남관(南關)으로 옮겼고 나는 남만주 환인(桓仁)으로부터 무송현 지방에서 시교도 하고 교당도 마련하기 10여년인 신유년(1921년) 가을에 서일도 본사(西 一道本司)의 전리(典理)로 임명 받던 전후 몇 차례 왕복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두 해 뒤 계해년(1923년) 겨울 내가 화전현(樺甸縣)에서 낙상하여 치료하던 중 천만 꿈밖에도 <상교 윤세복을 사교로 뛰어올리고 경각의 인장을 맡긴다>(尙敎 尹世復 超昇司敎 委任經閣 符印)란 종사의 유명이 계셨다는 전보와 글월을 받잡고 허둥지둥 망곡식을 거행하였다.

 

   백포종사는 나와 동갑인데 입교한 교적부에 의하면 나의 후진이면서 또한 먼저 깨달은 이가 되시었다.

   백포종사의 출생지는 함경 북도 경원(慶源)이요 나는 경상 남도 밀양(密陽)이며 또 옮아 와 살던 곳이 백포종사는 동만주 왕청(汪淸)이요 나는 남만주 환인(桓仁)이라 남북 서로 멀어 사귈 인연을 얻지 못했었다.

   3.1운동 당시에는(1919년) 천산(天山) 뒷기슭 한가닥 산마루를 서로 격하여 백포 종사는 화룡현(和龍縣)에서 군사를 훈련하고 나는 무송현에서 터전을 지킨 지 1년남아에 오가는 사람 편에서 소식은 서로 통했으나 끝내 한번도 만나 보지 못한 채 청산리(靑山裏) 싸움에서 일본군을 무찌른 것과 당벽진(當壁鎭)에서 조천하신 소식을 교보로써 알고 북망 통곡할 뿐이였다.

 

   내가 무원종사의 유명을 이어 갑자년 봄 영안현(寧安縣)에서 직위에 욕되이 오른 뒤에야 상해(上海)에서 출판한 종경(신고강의. 신리대전. 신사기. 회삼경)을 처음 받들어 읽고 백포종사의 공덕을 감탄하여 마지 못했으며 세분 종사께서 이미 다 조천하신지라 경천의 뜻에 풀기 어려운데가 있어도 물어 볼 곳이 없음을 스스로 슬피여기고 한탄했었다. 따라서 나의 앞길은 오직 거친 광야를 헤매는 외롭고 적막한 생애이었다.

 

   내가 험악한 풍조에 밀려서 흥개호(興凱湖)가에서 숨을 돌리고 경박호(鏡泊湖) 언덕에서 다리를 쉬면서 20여 년 보따리장사를 하는데 게다가 임오년 교변을 만나 봇집은 왜적에게 다 빼앗기고 동지 열사람이 희생되었으며 3년동안 옥에서 고생하다가 드디여 해방의 종소리가 들리자 빈몸으로 옥문을 나서니 어허!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입으로 만세를 부르는 우리 동포가 떼를 지어 행진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꿈 같은 경지가 아니고 무엇이랴!

   내가 만주로 건너간지 36년되는 병술년(1946년)봄에 압록강을 도로 건너 서울에 도착하니 봄 추위는 아직도 혹독하여 눈에 뵈는것이 처참하나 다만 태극기가 하늘에 날리고 만세 소리가 드믄드믄 귓전을 울리는 것이 새 봄의 기상이였다.

   그러나 묵은 한과 새 근심을 이기지 못하는 내 몸은 차츰 병마로 더불어 벗하게 되었다.

   이 해(1946년) 가을에 경각 사무는 동지에게 위임하고 한때 휴양하던 중 수십명 청년들의 요청으로 몇 주일동안 회삼경을 강의했으나 그마저 사정으로 다 마치지 봇했었다.

   나의 어지러운 생애는 1년을 지나고 올해봄부터 공무 틈틈이 앓는 사이사이 회삼경의 번역을 대강 탈고했으나 주석과 해설이 밝고 자상하지 못한 곳이 많을 것이다.

   나의 학식이 모자라는 탓이니 뒤에 오는 동호자가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 이것은 나의 40년동안 대종교생활의 참담한 역경을 대강 서술한것이어니와 어질지 못한 나를 동정해 주던 뜻을 같이한 벗이 이제 몇이나 남았는고.

 

      중광 40년(1948년) 무자 3월 1일

         단애 윤세복은 허당(虛堂)에서 삼가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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