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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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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폭운전, 이제 그만
2019년 03월 05일 09시 14분  조회:1201  추천:0  작성자: 김태호
나는 일본에서 여러해 생활하면서 이곳에서는 너무 흔한 세가지를 경험하지 못하였다. 자동차경적(警笛)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고 자동차충돌사고를 목격한적이 없으며 사고 뒤 물리적인 몸싸움은 물론 언성으로 다투는것 조차 보지 못하였다.

일본의 경찰서나 파출소앞에는 교통게시판이 걸려있는데 당일의  교통사고건수를 실시간으로 통보한다. 전국적인 통계수치라 해도 사고건수가 아주 적은데 나는 그것마저도 의심되였다. 과연 일본에도 교통사고가 있기는 한것인가고.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좌측통행이라 처음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다. 한번은 횡단보도에 록색불이 들어왔는데도 나는 어느쪽으로 건너야 할지 머뭇거리며 서있었다. 길을 분간하고 건너려는 순간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였다. 그럼에도 내가 길을 건널것이라 생각하고 그 많은 차들이 그대로 정지해있는것이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자들에게서 크게 감동을 받은 나는 길을 건너면서 오래오래 손을 흔들어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연길의 도심거리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한번은 내가 아침출근시 교통신호등에  록색불이 들어와 인도를 거의 건느는데도 멀리서 달려오던 승용차가 경적을 울리며 질주해오더니 급히 우회전을 하려 했다.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온몸이 굳어져 서있는데 운전자가 차창문을 열고 “눈이 없는가? 죽고싶어 그러는가? ” 며 욕설을 퍼붓고는 달려가는 것이였다. 아침  첫 출근시간에 이만큼 재수없는 일이 또 있을가.

일본에서는 모든 면에서 사람이 최우선이다. 보행자가 차를 피해야 하는 이곳 문화가 몸에 배인 나는 길을 건널 때면 항상 머뭇거렸는데 그때마다 운전자들은 차를 멈춰세우고는 나더러 먼저 건너가라고 손짓했다. 정말 대단한 교통매너였다.
일본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일이 거의 없다. 운전자와 운전자, 운전자와 보행자 서로가 양보하고 인내한다. 보행자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경적을 울리는 무례한 행위는 절대 없다. 차가 막혀도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는 법이 없다.
일본인 친구에게 경적을 어떨 때 사용하는가고 물었더니 앞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고있는것 같으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할수 없이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 이곳은 어떤가? 온통 경적란발이다. 한창 걸어가는 보행자에게 길 비키라고 뿡, 앞차 보고 빨리 움직이라고 뿡, 고맙다는 인사도 뿡, 작별시에도 뿡, 자기 택시에 앉으라고 뒤쫓아오면서 뿡—뿡, 그 소음으로 머리가 뗑하다.

이곳 운전자들은 주행시 질서가 없고 란폭하기 그지 없다. 중앙선을 침범하는가 하면 남의 차도에 마구 진입하고 차도를 제마음대로 변경한다. 차종에 따른 전용도로도 없어 한데 뒤섞여 범벅이다.

특히 연길시의 택시는 도시의 최고 무법자다. 상대가 양보하려니 여기면서 겁없이 아무데나 들이받는다. 택시차들은 성한것이 별로 없는 상처투성이 차들이다. 보행자나 운전자나 택시가 나타나면 일찌감치 멀리 피하는것이 상책이다.

일본에서 차를 배운 사람은 연길에서 차를 몰기 어렵다. 두려움때문이다. 그러나 연길도심에서 운전하던 웬만한 실력자라면 일본에서는 아무 부담없이 자유자재로 몰수 있지 않을가 감히 상상해본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나는 일본인 친구에게서 기초운전을 배웠었다.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승차한 사람이 시름 놓일수 있게 편안하도록 운전하라. 운전속도가 늦어도 괜찮다. 항상 직진, 회전, 정지 등 자신의 의도를 상대편 운전자에게 미리 분명히 알려라. 항상 다른 운전자가 광인(狂人)이라 생각하고 방어운전하라. 차운전에서만은 자존심을 누르고 져주라. 세월이 흐른지 한참 되지만 나는 아직도 그의 조언이 기억에 뚜렷하다. 그래서 그의 조언을 지키기에 항상 노력한다.

그러나 나만 주의한다고 될 일인가, 상대가 란폭운전을 하는데는 도통 방법이 없다. 혼잡한 교통질서속에서 나는 두번 당했다. 두번 다 내가 싫다는데도 다른 차가 다가와 억지로  내 차를 사정없이 “키스”했다.

“자연은 무질서해야 아름답고 인간은 질서가 있어야 아름답다”고 어느 철인은 말했다. 자연에게는 저절로 법칙이 존재하며 스스로 풍성하고 아름다움을 가꾸지만 인간사회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규범과 질서가 필연적으로 있어야 한다.

흔히들 미국이나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며 자유롭게 살아가는것으로 사람들은 착각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져왔고 정화된 사회질서의식이 대단히 높다.  우리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사회질서속에서 살고있으면서도 그들은 조금도 불편을 느끼거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소득수준이 높다고만 되는것이 아니다. 그에 따른 정신적수준도 경제소득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

중국은 이미 경제규모가 독일을 추월하고 일본을 릉가한 세계 제2의 경제실체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문명에서 한참 떨어져있다. 우리는 언제면 선진국들처럼 법과 질서를 갖춘 서로가 편한 사회를 이룰가? 답은 궁해진다.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태산같다. 작은것부터 고치자.
란폭운전, 제발 이제 그만!

20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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