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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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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8일 22시 11분  조회:931  추천:0  작성자: 김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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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해
 
1
 
“오늘 끝내 잡았다!”
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말소리는 거의 환성에 가까왔다.
뭘? 뭘 잡아?
나는 오리무중에 빠진채 눈만 슴벅거렸다.
“결국 그 놈이였더라. 새벽에 또 왔더라니까.”
엄마는 목소리를 낮추며 은근히 신비스럽게 속닥거렸다.
새벽에?...... 어머!
나는 화닥닥 일어나 앉았다. 잠기가 확 가셨다.
“누구였어요?”
“만수 그 놈이였어.”
엄마는 이새로 또박또박 내뱉었다.
만수라? 익숙한 이름인데……
엄마가 한참 설명을 해서야 유난히 키가 작았던 한 남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만수는 엄마네가 예전에 살던 동네의 뒤집사람이였다. 만수가 결혼적령기에 이르렀을 때는  90년대초로서 한창 녀자들의 도시진출로 인해서 웬만히 잘 생기고 똑똑한 총각들도 속절없이 무더기로 늙어가는가 하면 기혼남성들도 혼자서 늙은 부모님과 어린 애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시절이였다. 만수는 어려운 살림에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장가를 들어  우리 뒤집에 들어서 새살림을 차렸다. 만수처는 가무잡잡하고 길죽한 얼굴에 눈이 작고 입까지 튀여나와 생김새가 못생긴데다 발음도 똑똑치 못했고 자기앞가림을 잘 못하는 축이였다. 그에 비하면 만수는 키가 작은것과 매사에 신중하지 못한 가벼운 성정만 빼면 누가봐도 처보다는 훨씬 훌륭해보였다. 누가 낫고 기울든간에 부부라면 부족한 사람을 챙겨주어야 마땅한데 그런 아량이 없는 만수는 처를 업신여기면서 공연히 사람들앞에서 구박을 주기도 하고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친정집이 다른 현시의 농촌에 있는 만수처는 딱히 갈데도 없었고 역성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엄마는 그런 만수처가 불쌍하다고 색다른 음식이 생기면 갖다주기도 하고 가정싸움에 끼여들어 만수처의 역성을 들어주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만수처는 쩍하면 엄마네 집으로 마실을 다녔고 애가 어렸을 때는 가끔 엄마한테 맡기고 일보러 나가기도 했었다. 만수처는 내가 집에 다녀갈 때마다 애를 데리고 와서는 한참을 놀다가 가군 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만수처의 눈길은 부럽다 못해 흠모에 가까와 있었다. 만수처는 내가 대학을 나왔다는것이며 도시에서 산다는것이며 직장에 다닌다는것이며 남편이 회사원이라는것까지 고루 다 부러워하고있었다.  간혹 가다 만수처는 수수한 내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이며를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아주머닌 딸을 잘 둬서 좋겠어요.”하는 말을 어눌하게 뱉어내군 했다. 하지만 오빠와 나이터울이 비슷했던 만수는 어렸을 때 늘 오빠에게 놀림받고 왕따당했던 앙금이 남아있는지 우리 부모님들을 보고 언제 한번 반갑게 인사를 하는적도 없었다. 워낙에 만수를 마뜩잖게 여기던 아버지는 언젠가 술상에서 만수한테 괄시를 당한후로는 엄마한테 똑똑하지 못한 그집식구들이랑 아는척을 말라고 침을 놓았다. 그래도 만수네가 10여년전에 공사마을로 먼저 이사오기전까지 엄마가 만수처나 애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헌데 그 만수가 엄마네 물건을 훔친 도적이라지 않는가?
난 믿겨지지 않아 전화를 놓은후에도 한참이나 궁싯거렸다.
 
2
 
아침밥술을 놓기 바쁘게 뻐스를 타고 엄마가 살고있는 시골로 내려가는  동안 남편의 얼굴은 내내 굳어있었다. 그런 남편에게 난 뭐라 눈치를 줄수도 없었다.
 
며칠전 밤 일곱시쯤해서였다. 아들애의 숙제공부를 도와주고나서 엄마에게 안부나 전할려고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이왕과는 달리 발송신호음이 “뚜-뚜-”하고 두번을 울리기 바쁘게 전화기를 드는 불규칙적인 어수선한 소리와 함께 “워이~”하고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잔뜩 깔려있었다.
“엄마, 머해요?”
“조용히 해. 지금 밖에 도적놈이 오고 있어. 내가  전등을 끄고 창곁에 숨어서 지키고있다니까. 저봐, 손전등불빛이 번쩍이며 이곳으로 오고있는걸. 전화 끊어.” 엄마는 내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급하게 말을 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가 혀를 차며 “네?!”하는 단음절을 신음처럼 내뱉았을 때는 전화기에서 “뚜뚜뚜”하는 신호음만 요란스레 들릴 뿐이였다.
“왜 그래?”
입을 하 벌린채 그대로 굳어져버린 나를 남편은 의아쩍게  쳐다보았다.
“집에 지금 도적이 오고 있다는데……무슨 도적을 지킨다구……”
“뭐야?”
남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가고있었다.
“그게 무슨 소린데? 당신 엄마는 왜 그런대?”
“……”
“당신 엄마가 이젠 정상이 아닌가봐.”
남편이 담배 한가치를 뽑아 입에 물며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어쩔건데요?!”
난 버럭 언성을 높였다. 이상하게도 “당신 엄마”란 말에  더 화가 났다. 자기 부모라면 “정상이 아니다”는 말 한마디로 그냥 스쳐지낼수 있는 일일가싶었다.
“그럼 어쩌라고? 하루도 빌새없이 도적이 맨날 온다고 그러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민경들도 이제 당신 엄마 말을 안믿는걸 몰라?!”
남편은 담배연기를 훅 들이켰다가 내뿜으며 시까스르는듯 빤히 내 얼굴을 쳐다봤다.
“로인네가 전등도 안켜고 어두운 방안에 숨어 벌벌 떨고 있는데 그대로 보고만 있을거예요? 저러면 또 온 밤을 안 자고 날을 새울걸 뻔히 알면서. 에잉~”
난 말을 하다보니 막 울먹거리기까지 하였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 흐름을 알수가 없는 법이여서 순간적으로 벅차오를 때는 제어할 방법이 없는것이였다.
결국 남편은 본의 반 타의 반으로 밤에 택시를 불러 시골에 사는 엄마네로 내려가고 말았다. 파출소문을 두드려 민경들을 부르고 이웃집에 사는 촌장까지 불러내서 집주위를 한바퀴 돌며 구석구석을 살폈다. 하지만 눈 덮인 집주위에는 사람의 발자국이라고는 보이지 않았고 못이 쾅쾅 박힌 헛간 문도 열쇠 두개를 단채 그대로 있었고 쇠살창을 댄 울바자도 터진 구간은 없었다. 한참을 소란스럽다가 아무 이상이 없음이 확인되자 남편은 멋적게 민경들과 촌장에게 미안하다고 사죄할수밖에 없었다.
그게 불과 며칠전인데 이제 와서 또 도적을 잡았다고 하니 남편이 웬소리냐싶어하는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야 했다.
 
3
뻐스에서 내린 곳부터 엄마네 집까지 멀지는 않았다. 곧은 길을 한참 가다가 골목길에 접어드니 벌써 엄마네 집이 보였다.
쇠상찰로 된 삽작문을 밀자 “딸랑~”하고 방울소리가 야무지게 났고 이어서 집으로 들어가는 방도문이 덜컹  열리며 검정색털실모자를 꾹 눌러쓰고 오빠가 입다가 내놓은 국방색솜옷을 대충 걸친 엄마가 기다렸다는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오냐?”
새벽에 겨우 흥분을 눅잦히며 전화를 하던 사람같지 않게 엄마의 표정은 평온했다.
“애 아빠는 파출소에 들려서 민경들과 함께 온댔어요.”
“나때문에 민이 애비가 고생이구나. 며칠전에도 다녀갔는데……”
엄마는 혀아래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손에서 가방을 받아들었다.
“아버지는 오셨어요?”
나는 창문으로 집안을 기웃거리며 살폈다.
“와서 뭘 하니? 내가 오지 말랬어. 니들이 오는데 뭘.”
엄마는 당연한걸 왜 묻냐는듯 덩둘해하셨다.
아버지는 2년째 공사마을에서 20여리 떨어진 곳에서 남의 집 양어장을 지키고있었다. 양어장은 산아래에 인공으로 파서 만든 작은 늪이였는데 그 삼면으로는 넓은 벌이 시원하게 펼쳐져있어 시야가 탁 틔였다. 늪가에는 아버지가 거취하는 20여평되는 벽돌집 말고도 자그마한 정자를 더 짓고 돌상이며 돌걸상같은것을 들여놓았고 그 옆에는 자그마한 부뚜막까지 쌓아올려 늪에서 고기를 낚거나 배를 타고 노닌 여가에 밖에서 음식을 끓여먹으면서 캠핑을 하기에는 그저그만이였다. 양어장의 주인내외는 도시에서 살고있었는데 남자는 모 국영단위의 주임이나 과장자리를 꿰차고 앉은 모양이였고 주인내외는 늘쌍 휴일이면 자가용을 몰고 친구들과 함께 소풍삼아 다녀가군 했다. 정작 주인은 물고기키우기보다 휴가지로 쓰는데 더 열중하고있었지만 아버지는 산밑에 뙈기밭도 만들어놓고  닭이나 개도 키우면서 한시도 양어장을 비울 념을 하지 않았다. 명절에도 아버지를 볼려면 우리가 양어장에 와야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일이 일인지라 아버지가 오실줄로 알았는데 역시 아닌 모양이다.
“근데 엄마, 엄마는 어떻게 도적놈이 만수인걸 단번에 알아봤어요?”
나는 구들에 엉덩이를 붙이기 바쁘게 전화를 받을 때부터 미심쩍었던것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캄캄한 밤에 창문너머로 밖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수 있다는것이 난 믿겨지지 않았다.
“목소릴 들었지. 몸집도 분명히 그놈이였다니까. 그리고 그 놈이 워낙 도적놈이니 제 버릇 개 주겠냐?”
원래부터 도적이라니?
나는 무슨 소리냐싶어 엄마의 입만 빤히 쳐다봤다.
“그게 말이다. 아마 10년도 더 된 일일걸.”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개 이러했다.
 
만수네가 이 공사마을로 이사오기전인 10여년전의 어느 여름날밤이였다. 늦은 시간에 엄마는 배탈을 만나 뒤간에서 일을 보고있었다. 한창 배를 붙안고 끙끙거리는데 웬 그림자가 뒤울안에서 어슬렁거리고있는것을 발견한 엄마가 정신을 도사리고 살펴보니 만수였다. 엄마는  대충 뒤를 닦고 겁도 없이 문을 와락 열고 “뭐하는 짓이냐?”하고 소리쳤다. 그 서슬에 와뜰 놀란 만수가 끌고가던 나무가지를 그 자리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그냥 몇가지 가져다 쓸려고……”하고 얼버무리고는 후닥닥 뺑소니치고말았다. 엄마는 만수의 행실이 괘씸했지만 아들또래이고 이웃사이에 쌓아온 정이 나무 몇가지만 못하랴싶어 만수가 이튿날에 사과하면 이웃사이에 훔쳐가는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타일러주고 나무를 가져가라고 할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만수는 사과는커녕 마주치기라도 하면 머리를 외로 탈고 아닌보살을 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아버지는 그즈음에 창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장독이며 낫이며 곡간에서 줄어든 두어마대의 옥수수까지도 만수의 소행이라고 넘겨짚었다. 아버지는 물증이 없어 떠들지는 못하고 문단속을 엄히 하면서 엄마와 만수처랑 어울리는것을 극구 말리셨다. 부부는 한통속이라는것이 아버지의 일가견이셨다. 그렇다고 여겨서 그런지 만수처의 마실도 한동안은 뜸해진것 같았다. 그러고나서 반년쯤인가 지나서 만수네는 아무런 변명이나 해석도 없이 지금 엄마네가 살고있는 공사마을로 먼저 이사를 왔었던것이다. 그때 엄마가 만수한테서 느낀것은 서운함이나 고까운 감정을 벗어나 일종의 배신감같은것이였다. 엄마가 자기 처며 애를 보듬어준 세월을 생각하면 그번의 만수의 행동은 배은망덕한것이였다. 그럼에도 엄마가 그 일을 여태 묻어두고 산것은 만수처와의 끈끈한 인연때문이라고 했다.
“오늘같은 일이 생길줄 알았더면 그때 그 놈을 확실하게 혼을 내는건데.”
엄마는 못내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아무래도 이번만은 엄마의 말이 맞는것 같았다. 아니, 맞기를 바랬다.
만수가 어떤 사람이였던가를 떠나서 난 정말로 만수가 도적이기를 바랬다. 만수가 도적이고 또 잡을수까지 있다면 이제 엄마는 도적놈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남편도 도적놈을 잡는다고 민경들앞에 체면을 구기고 소란을 피우지 않아도 될것이였기때문이다. 어쩜 나는 그동안 엄마걱정보다도 남편의 눈치를 살피는데 더 신경이 씌였는지도 모른다.
 
4
민경들과 함께 집에 들려 정황을 료해하고 다시 나간 남편은 거의 점심때가 되여서야 돌아왔다. 아까 통화를 하면서 대충 결과를 짐작한 나는 말없이 남편이 겉옷을 벗는것을 거들어주었다.
“어쨌누? 그 놈을 붙잡아 류치장에 가둔거유?”
엄마는 남편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바투 다가앉았다.
“아니. 못잡았는걸요.”
“어유, 그 놈이 그새 도망쳤나보네.”
엄마의 얼굴에 실망의 그늘이 어리고있었다.
“그게 아니구. 집이 비여있었어요. 이웃들과 물어보니 집을 비운지가 1년이 되는데 어디 갔는지 모른대요. 두어달전에 경운기에 무슨 이사짐같은것을 실어간걸 본것이 마지막이래요. 요사이엔 본적이 없고 엊저녁에도 온 기척이 없었다는데요.”
“내가 분명히 새벽에 봤다니까. 그 놈이 자기 자식또래같은 애들을 둘씩이나 데리고 왔었수. 말소리를 들었는데 그 놈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대두 그러네. 아무래도 나한테 잡힌걸 알고 돌아가자바람으로 도망친거지. 에이~”
엄마는 눈살을 찌프리며 맹랑해하셨다.
“저두 혹시나 해서 민경들과 같이 그 사람 형네 집에까지 갔다왔어요. 형이 그러는데 지금 저 집에 살지 않는지가 꽤 오래 되고 로씨야장사를 갔대요. 돌아와도 시내에 세를 내서 얼마가 머물다가 금방 로씨야로 돌아가군 하는데 자기도 두어달째 아무 련락이 없었다는데요.”
“형제니까 싸고도는거겠지. 그 놈은 원래부터 그런 놈이였어. 제 버릇 못고친다구. 이번엔 꼭 잡았어야 하는데.”
엄마는 남편의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셨다.
“어머님이 당장에서 잡은것도 아니니까 우리쪽에서도 할 말이 없죠. 그리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인데 왜 장작이 필요해서 가져가겠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남편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을 난 조마조마해서 지켜보았다.
“내가 없는 말을 하는게 아니잖수? 내가 오늘 새벽에 분명히 잡았다니까. 그 놈이 맞아.”
엄마는 기어이 고집을 부렸다.
“그게 잡은겁니까? 그냥 어두운 집안에 숨어서 내다보고 있은거지. 얼굴도 못보았잖아요. 어머님이 올 겨울에 들어 이상하시다는 생각 안들어요?  1년전에 사랑채에 넣어둔 목재가 잃어진것은 믿겠어요. 근데 올 음력설을 지나고나서 어머님이 맨날 도적이 장작을 가져간다는데 저희 눈엔 줄어든것도 안보이고 도적이 다녀간 흔적도 못발견했거든요. 뭘 어떻게 믿어요? 오늘도 어머님 말을 믿고 한나절이나 밖에서 얼었는데 결국 이게 뭡니까? 사람이 없다잖아요. 생사람을 도적으로 몰다가 화를 입는다구요!”
남편은 버럭 화를 냈다. 남편의 말처럼 매일 도적이 온다고 소란스러운 사람은 온 동네에서 엄마뿐이고 도적맞혔다는 물건이 돈이 되는것도 아닌 불을 때는 장작이라니 정상적인 사유로 리해될수 없는 일이긴 했다. 게다가 밤중에 전지불빛이 비쳐도,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비쳐도 “저봐, 또 도적놈들이 언제 올려나 넘보고 있는거다.”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걸 보면 엄마의 도적놈걱정은 분명히 도를 넘어서고있었다. 엄마가 도적놈을 잡는다고 소동을 피울적마다  함께 설치면서 민경들보기가 창피스러웠던 남편이고보면 화를 낼법도 했다.
“자넨?! 아니, 왜 사람 말을 이렇게 안믿나? 남들이 그러는것도 섭섭한데 자네까지 그러나? 원참!”
엄마는 안색을 흐리며 삑 돌아앉았다.
남편은 끙하는 소리를 신음처럼 짧게 뱉아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화를 참는 기색이 력력했다. 남편은 한숨을 풀 내쉬더니 거칠게 담배 한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나는 서로 등을 돌리고 앉은 엄마와 남편을 보다말고 엄마립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이라는것이 쉬이 바뀌는것이 아니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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