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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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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2011년 09월 30일 19시 20분  조회:1766  추천:1  작성자: 김영해
지렁이
 
김영해
 
“아부지, 돈 좀 줍소.”
“뭘 하려구?”
“농촌 가겠스꾸마.”
“거긴 어째 가겠냐? ”
“거기 가서 집 지켜야지. 철호에미 오믄 여기 집 찾지 못함 어찌겠슴둥? 기다렸다가 데리구 와야지. 전번에두 기다려서 데리구 오잔데…”
“안온다, 이젠. 못온다.  생각두 말어라.”
“그럼 화분통 사게 돈 줍소.”
“화분통은 해서 뭐하겐?”
“흙을 담지므”
“흙을 담아서 머하니? 그걸 밥처럼 먹게? 꽃두 안심으면서.”
“이씨, 안주겠으면 그만둡소!”
방문이 쾅 하고 열렸다가 닫긴다.
 
 
요놈들은 뭘 하고 있을가? 깜깜한 속에서 갑갑하지도 않을가?
아까부터 지켜보고 서있는데도 전혀 기척이 없다. 손가락으로 흙을 살살 뚜졌다.아무
것도 없다. 손가락으로 설핏한 흙을 헤집으며 더 뚜졌다. 보인다. 불그스레한 꼬리가 보인다. 후훗~ 실은 저것이 꼬리인지 대가리인지 모르겠다.하지만 꼬리라고 해두자. 미물이라도 머리를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난 불편하니까. 꼬리를 검지와 식지로 집어 살그머니 잡아당겼다. 쪼오옥 늘어난다. 재밌는 녀석. 꼬리를 놓아주니 다시 흙
속으로 쏘오옥 기여들어간다. 놈은 흙속이 좋은가보다.듣지도 보지도못한다니까 그
럴수도 있을거다.어쩜 나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야 들을수도 있고 볼수도 있지
만 대개 내가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 상황이다. 화분통 살 돈도 안주는 아버지말은 아무리 들어야 들을게 없고 문밖에는 나가기도 싫으니까 인간의 소리자체가 듣기싫은
것이다. 집안에서 볼거라고는 텔레비죤밖에 없는데 그것도 전탕 여자남자들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것이여서 눈만 어지럽지 볼 멋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보지도 듣지도 않
는 지렁이다. 후훗~ 웃기는 말이다. 아참, 나도 요놈들처럼 꽁꽁 숨어버릴가?
 
 
“어휴~ 이건 또 뭐야?”
김령감은 투덜거리며 문에 붙은 종이쪼박을 쫙 찢어냈다. 전기료금명세서였다.
“오늘은 또 돈이 얼마나 나가야 하나?”
김령감은 궁시렁거리며 종이쪼박을 손에 든채 한손으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삐이익~”
열쇠가 돌아가는가 싶더니 문이 덜컹 열렸다. 집안은 인적기 하나 없다. 김령감은 서둘러 신발을 벗었다. 거실을 지나 방문을 열었다.
“이눔아, 뭐하냐?”
김령감은 저도모르게 꽥 소리를 질렀다. 아들녀석이 이불을 꽁꽁 눌러쓰고 있었다. 급히 이불을 제끼고 보니 눈이 머룽해서 김령감을 쳐다본다.
“이씨, 지렁이 되는 연습을 하는데!”
아들녀석은 이불을 와락 걷고 일어나더니 흙만 담은 꽃밥통에 장승같이 마주선다.
“어휴~”
김령감은 한숨을 풀풀거리며 제 방으로 건너와 돋보기를 꺼내들고 전기료금명세서를 들여다보았다. 89원으로 나와있었다. 도시로 올라오고보니 돈들데가 한군데가 아니였다. 뭐든지 다 돈이 들어야 했다.뜨뜻한 온돌도 없는 세집도 한달에 세값을400원씩이나 내야 했고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던 물도 물방울만 떨어졌다 하면 돈을 내야 했고 위생국이라는데서는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으면서도 위생비를 받아갔다. 받기만 하는 전화도 한달에20원씩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렇다고 전화마저 입 다물게 할수는 없는 일이다. 김령감은 옷을 벗고 침대우에 벌렁 드러누웠다. 예전에 농촌에서 살던 때의 일들이 필림처럼 엇갈아 어른거렸다. 로친네얼굴이며 철호에미얼굴이 눈앞에 삼삼한데 자꾸 희미해진다. 김령감은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무슨 회의를 한댔다. 휑뎅그레한 교실에 김령감밖에 없었다.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누구의 그림자인가 앞을 가린다.
 “철호할아버지,철호는 어쩌겠어요?”
40대초반의 녀교원이 김령감을 쳐다보며 주근깨가 다문다문 박힌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뭘 어쩐다고?”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수 없어 물어보려는데 혀가 뻣뻣해지며 말을 안듣는다. 김령감은 안타까이 입만 열었다 다물었다 하였다.
“다른 애들은 다 시내로 가는데……”
 “글쎄……”
김령감은 대중없이 더수더기만 북북 긁는데  “아부지, 아부지”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만치서 봉호가 보인다. 엉금엉금 기여서 김령감쪽으로 다가온다.
“아부지, 날 좀 죽여줍소.”
봉호가 남산만한 배를 붙들고 애원한다.
“얌마, 어째 자꾸 죽을 소리만 하냐?”
봉호녀석한테 떽하고 소리를 치는데 소리가 목구멍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목구멍이 졸리기라도 한듯 답답하다.
“나를 봅소. 이게 다 오줌이 들어차서 이렇다꾸마. 이래가지구 어찌 삼둥?”
얼굴이 부석부석한 봉호가 자꾸 죽여달란다. 김령감은 그러는 봉호를 쳐다볼수가 없다. 교실인것 같았는데 자기 집 정주칸에 로친네가 벌써부터 “에고”를 부르며 돌아앉아 훌쩍거린다. 청승을 떠는 로친네한테 야단을 쳐야겠는데 ……가슴이 갑갑하다. 돌로 내리누르는것 같다. 어째 녀선생이고 봉호고 로친네고 다 한집에서 복새판인걸가? 자꾸 몸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뭐든지 해결을 봐야겠는데……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소리가 자지러진다.
그새 설핏 잠이 들었나보다.
“와이? 누기요?”
“어우, 내꾸마. 잘 있음둥?”
로친네다. 이게 얼마만인가?
“어째 전화 그리 뜸하오? 얼마나 속을 태운다고.”
“안그러믄 어찌겠음둥. 어쩌다가 큰 맘먹고 한국왔는데 석달만 있구 가겠음둥? 시국이 좋아서 무슨 고령동포라고 돈 적게 들이고 왔을 때 오래 있어야지. 내 지금 들어가면 언제 다시 나오겠다구. 이제는 불법이래서 전화도 맘대로 못치꾸마. 그래다가 덜커덕 잡히문 어찌자구.”
“그래 일은 어떻소? 할만하우? 또 어디 아프지는 않소?”
김령감은 약골인 로친네가 걱정이다.
“괜찮스꾸마. 일자리 바꿨으꾸마. 써료펑즈안에서 무우 자르던 일은 끝이 나서 려관에서 일하는데 청소만 함 되꾸마. 여기 려관은 낮에두 뭐하는지 둬시간씩 있구 나가는 손님이 많아서 놀새 없어서 그렇지 맥은 덜 드꾸마.”
“그래두 아픔 약이랑 사먹으며 일하우. ”
“내사 무슨. 철호랑 봉수는 어떻슴둥?”
“철호는 시내학교 잘 다니우. 공부두 잘하구. 철호 원래 다니던 농촌학교는 아이들이 한 여라문명 되는게 당금 마사질게요. 철호도 시내학교 오길 잘했소. 봉수는 제 보낸 약을 먹구 나아지는 모양이요. 이전보다 말두 잘하구 때시걱이랑두 어물쩍하게 하오. 여기서는 그럭저럭 살만하오. 일두 안하지, 불 땔 일두 없지 농촌보다 썩 편하우. 나가서 버는 당신이 고생이요.”
“어우, 그래야지. 다 그거 둘 바라보구 사는데. 우리야 언제 무슨 락을 보겠음둥. 가네 둘이 잘 됨 되지. 울 둘째 봉호가 뇨독증으로 약두 변변히 못쓰구 죽은걸 생각하믄 내 살아있다는게 용하꾸마. 죽기전에 자네 둘을 춰세워야 하는데……”
로친네의 목소리는 어느새 물기가 축축하다. 손님방청소가 끝난 여가에 전화하는거라며 오래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금방 전화를 끝는다.
 
 
전화를 끊고나서 김령감은 이리 궁싯 저리 궁싯 거리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세시 반이다. 배가 출출해났다. 그제야 점심을 안먹은 생각이 났다. 입질이라도 할가고 방문을 열고 나오니 위생실에 불이 훤히 켜져있다.
“ 이 녀석이 또 불을 켜고 나왔나?”
탁하고 스위치를 꺼버렸다.
“아부지~”
“어?”
짜증섞인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아들녀석이 괴춤을 올리며 걸어나온다. 보나마나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본 모양이다. 안그러면 저 장승같은 녀석이 안에 있는줄을 모를리가 없다.
“너 또 앉아서 눴지? 그럴거면 콱 떼여버려라.”
“이씨, 그런데는 어째?”
아들녀석은 씽하니 주방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김령감은 맥없이 쏘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속이 하얗다.
담배피울 참이라도 됐을가?
주방에서 떨꺽거리는 소리가 난다.
“뭘 하니?”
김령감은 주방문을 열고 머리를 기웃거렸다.
“보면 모름둥?”
아들녀석은 감자를 썩썩 썰면서 머리도 안돌린채 데퉁스럽게 주어던진다.
“그게 니가 할 일이냐? 그걸 떼여버려라. 떼여버려. 공연히 그걸 달아줬지. 니가 없음 이 애비가 밥을 못먹고 사냐?”
김령감은 공연히 아들녀석을 시까스르고 꼴도 보기 싫다는듯 문을 확 닫아버렸다. 신발을 꿰여신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쾅 닫고 나왔다.
 
 
몹쓸년, 내가 기다리는줄도 모르고 여태 안와? 하긴 니년도 별수가 없을테지. 에이, 다 그 나쁜놈들때문이지. 뭐가 죄가 된다고 제 남정 만나 애낳고 잘 사는 철호에미를 억지로 붙잡아서 조선으로 돌려보내는가말이다. 그게 철호에미 조국이면 어쩌겠는가. 당장 굶어죽을 판에 강을 건너와서 날 만나 잘 사는데 그렇게 떼여놓으면 에미없는 애새끼는 어쩌겠는가?
어휴, 철호에미도 어디서 철호생각에 눈굽을 찍고 있는지 몰라. 또 눈물이 흐르려 한다. 철호에미생각만 하면 난 눈물이 난다. 철호에미 가고나서 자꾸 눈물을 흘렸더니 다들 쉬쉬거리는줄 나도 안다. 내가 울고파서 우나?  바둥거리며 어미 찾는 녀석을 보면 가슴이 미여지는걸 어떡해? 지들이 그 처지가 되여보라지. 눈물이 아니라 피가 쏟지 않나. 니깟놈들이 자꾸 날 손가락질하며 쑥덕거리니까 난 니들이 싫다는거여. 그래서 니들 보는척도 않고 먼산 쳐다보고 니들이 웃는 모습만 봐도 역겨워서 침을 칵 뱉어주고 니들이 내 근처에 얼씬거리기만 해도 눈을 부라리는거여. 그럼 왜 전등은 밤새도록 켜고있고 낮이면 강가에 나가 있느냐고? 철호에미 혹시 강을 건너오지나 않을가 그러고있다. 씨팔, 날 정신병자 취급하면 죽을줄 알어. 이 감자처럼 썩썩 썰어서 … …
화가 나려 한다. 에익, 이럴 땐 일도 안된다. 밥이고 뭐고 모르겠다. 화분통이나 볼가?
아참, 그새 저놈들이 새끼치기 한건 아닌가 모르겠네.
 
 
“아바이~”
교문에 이르니 기다리고있었다는듯 철호가 반갑게 뛰여온다.
“많이 기다렸니?”
“아니.”
“아바이, 선생님이 래일 올 때 호구부 가져오람다.”
김령감은 꿈틀 놀랐다.
“그건 어째서?”
“모름다. 내보구만 가져오람다.”
“후~”
저도모르게 김령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호구부엔 철호의 호적이 없다. 엄마가 도강을 해온 북조선여자여서 결혼증이며 생육허가증, 출생증 등 일련의 줄줄이 이어진 증을 발급받지 못한 탓으로 철호는 호적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농촌에서 학교에 붙일 때는 다 아는 처지여서 별말이 없었는데 시내로 오니 전학 할 때부터 호구부를 찾았다. 접때도 두루 거짓말을 하고 전학수속을 마쳤는데 오늘 또 호구부를 가져오란다. 이제 또 선생님앞에 가서 뭐라고 둘러붙인단말인가. 오늘따라 철호호적문제에 로친네생각까지 겹치니 마음이 무거워났다. 생각같아서는 어디 가서 밤경비서는 일이라도 해서 로친네고생을 덜어주고싶지만 어디 나가 일할수도 없었다. 아들녀석이 평소에는 멀쩡하니 가만있다가도 문득문득 정신이 들 때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한시도 맘 편할새가 없었다. 농촌에 있을 때도 몇달씩 두문불출하고 있다가도 어느날엔가 갑자기 욱하고 뛰쳐나가서는 며칠씩 보이지도 않는가 하면 한두번은 약을 주어먹은적도 있었다. 제 말로는 철호에미 찾으러 나간다고 하기도 하고 머리가 아파서 약을 먹었다기도 하지만 사람맘을 여사로 졸이게 하는게 아니였다. 요즘 들어서서는 맨날 흙을 담은 화분통만 쳐다보고 있어서 심상치가 않다. 그걸 바라보고있다싶으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꿈쩍하지 않고 김령감이 화분통에 가까기 다가가기라도 하면 눈에 독기를 올리고 경계하는 눈치다. 아까는 난데없이 무슨 지렁이가 된다고 이불까지 뒤집어썼잖은가.
김령감은 아들녀석이 걱정되여서 철호의 손을 잡아끌며 발걸음을 재우쳤다.
 
 
요놈들이 그거 뭐 수정이란걸 했나 안했나? 맨날 흙속에만 있으니 내가 알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는 이렇게 덩치가 크다맣게 눈앞에 드러나있는데도 아버진 눈을 부릅뜨고 살피는데 니들은 저렇게 꽁꽁 숨어있으니 무슨 짓을 한들 내가 알턱이 있나?  아버진 아마 내가 죽기라도 할가봐 겁이 나는 모양이다. 나야 봉호처럼 뇨독증에 걸릴 일도 없는데 왜 죽겠는가. 불쌍한 봉호녀석, 나처럼500원짜리 장가라도 가보지 그래. 제가 무슨 두더진줄 알고 맨날 석탄을 캔다고 가무잡잡해서 탄광일을 하더니만 끝내 볕을 못보고 저 세상으로 갔지 뭔가. 광부가 되는게  월급쟁이인줄이나 알고 극성스럽더니만 결국 그렇게 되고말았잖은가. 촌놈이 뛰여봤자 벼룩이지 별수 있나. 월급쟁이는 아무나 되나? 북조선여자라도 얻어 살라니깐 내 꼴 따라 안한다고 아버지에게 박박 대들더니만 새끼하나 못남기고 저세상에 간게 아닌가. 어휴~불쌍한 자식.
아참, 이 놈이 또 꼼틀거리는 모양이다. 흙이 꼼실꼼실하는걸 보니까. 이번에 시내로 이사할 때 우연히 찾아냈던 생물교과서를 읽으면서 난 요놈에게 흥취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아버지눈을 피해가면서 며칠을 역사질해서 겨우 요놈들을 구해왔다. 거기엔 요렇게 적혀져있었다.
“지렁이는 같은 개체에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관이 함께 존재하는 자웅동체 생물이다. 그러나 한 개체의 알은 다른 개체의 정자에 의해 수정된다. 교배 동안에2마리의 지
렁이는 끈적한 점액질에 의해 서로 묶여서 정자를 교환한다음 떨어져서 고치를 형성
한다. 고치는 다른 지렁이에서 온 정자와 자기 체절속의 알을 집어 수정을 한다……”
재밌지 않은가? 한몸에 암컷의 생식기도 있고 수컷의 생식기도 있다 한다. 고급말로 무슨 자웅동체라고 한단다. 그러니 전 세계 지렁이는 똑같은 성별이란 얘기다. 남자
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암튼 후대번식을 위해 따로 수컷이거나 암컷
이 필요없이 그저 지렁이 두마리만 있으면 수정을 할수 있으니까. 그놈들이 참 부럽
다. 나도 지렁이가 되여볼 참이다. 그래서 오줌도 쭈그리고 누고 밥도 하고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지 아버지는 따라다니며 떼여버리라고 성화다. 지렁이도 할수 있는 일
을 나라고 못할가.
아버지가 철호를 데리고 올 시간도 거의 된다.
그새 뭘 할가? 지렁이나 한번 되여볼가? 재미있는 일일것 같다.
 
 
“아바이, 무슨 냄샘까?”
김령감이 열쇠를 뽑는 사이 먼저 집에 들어선 철호가 코를 틀어막고 상을 찌그린다.
“응?”
김령감은 서둘러 열쇠를 뽑고 코를 킁킁거렸다. 어데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고있었
다. 김령감은 공연히 다리가 후들거렸다. 얼른 주방문을 열었다. 밥가마에서 더운 김
이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주방에 있어야 할 아들녀석이 없었다.
아들녀석의 방문을 열었다.
“야?!”
김령감은 가슴속에서 쿵 하고 널판자가 떨어지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손발이 와들와들 떨렸다. 입술이 파랗게 질리며 말도 안나간다. 그 와중에도 철호가 못들
어오게 밀막으며 방문을 닫았다.
“너, 너~ 정말 그걸 떼여버려?”
아들녀석이 창턱에 기대여 쓰러져있었다. 피묻은 손에 까진 연장이 쥐여져있고 식칼
이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다.  바지가 벗겨진 두다리새로 피가 흘러 질펀히 바닥을 적
시고 있었다. 떨어진 화분통에서 지렁이 두마리가 기여나와 피속에서 그물그물 기여
다니며 방바닥에 벌겋게 줄을 쭉쭉 긋는다. 거기에 퀭하니 눈길이 꽂힌 아들녀석은 얼굴이 해쓱해서 웃는지 마는지 상통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저 녀석이 정말 제것을 떼여 화분통에 심을려고 하기라도 했단말인가?
김령감은 온 몸의 힘이 쑥 빠지며 스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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