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선영이에겐 안말할거라고 약속을 하고 나오면서 선영이때문에 가뜩이나 무거웠던 내 가슴은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더 올려놓은듯 갑갑하고 숨막혀왔다. 음력설이 지나고도 두어달 더 지나서야 전화가 온 선영이는 전화기 저편에서 화가 잔뜩 나있었다.
“언니, 나 사기당했어. 나 그 놈 잡으면 바리바리 찢어놓을거야. 내 돈이 어떤 돈인데 그렇게 떼먹어? ……무슨 일이냐구? 한국국적 할려고 한국남자하고 위장결혼을 약속했거든. 중국돈으로 10만원정도 주고 결혼등록을 하고 한국국적에 입적이 되면 바로 리혼하기로말이야. 근데 그 놈이 혼인신고하기전에 선금을 갖고 튀여버렸어……뭐? 그럼 그만 두라고?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난 이미 중국측수속을 진행시키고있었던차라 중국국적에 결혼등록이 됐단말이야. 호적상 난 이미 결혼한 녀자로 돼버렸다구……돈도 날리고 처녀명분도 잃었는데 이렇게 있을수 없잖아……암튼 나 어떻게서라도 그 놈 찾아서 혼줄을 내고말거야……”
선영이는 이를 뽁뽁 갈면서 통화가 끝날 무렵엔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선영이에게 말하지 말라는 엄마나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는 선영이가 날 어느만큼 믿고 서로에게 감추고싶은 사연들을 비밀로 만들어 나에게만 선뜻 올려놓는지 알수가 없었다.정말로 날 딸로, 언니로 믿고 마땅히 터뜨릴데가 없는 쌓인것들을 나에게 전가시키는것인지 아니면 말하기 싫어하는 내가 언제든지 입을 꾹 다물고 있을것 같은 안도감때문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난 그들에게 비밀스러운것들을 간직해줄만한 소중한 존재라고 믿고싶었다.
큰 길로 접어드는 모퉁이에 이르러 나는 아무 쓸모도 없는 계약서를 빡빡 찢어버렸다. 찢어지는 계약서와 함께 악필을 근심하였던 내 싸인도 쪼각쪼각 찢어져나갔다. 나는 쪼각난 종이쪼박들을 길가에 입을 벌리고 서있는 참대곰쓰레기통에 넣어주며 입귀를 풀럭이며 허구픈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렇게 내 싸인은 버려졌다. 어쩜 아주 오래전에 이미 버려졌는지도 몰랐다. 어디에 구겨박혀있을지도 모르는 결혼전재산공증서나 소중하게 건사한 아들애의 각서 ,그리고 더는 기억이 안나지만 했을지도 모르는 싸인들이 싸인펜을 놓는 순간부터 싸인의 잉크가 채 마르기전에 그렇게 버려졌는지도 몰랐다. 드디여 나는 내가 자기의 싸인을 책임지기조차 어려운 존재임을 본의아니게 서서히 깨달아가고있었다.
싸인을 삼켜버린 참대곰쓰레기통을 바라보다말고 난 몸무게가 통채로 실려 무겁게만 느껴지는 발걸음을 어느새 길녘책가게로 휘청휘청 옮기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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