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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에서 족(族)을 잃는 조선족
2011년 09월 26일 11시 45분  조회:4916  추천:2  작성자: 김인섭
술상에서 족(族)을 잃는 조선족
                                                      김인섭     2011-06-14
애시적 내 동네는 한족 마을과 이웃하였었는데 두 민족 생활습성 차이에서 도두보이는 것이 술습관이었다.아무튼 음주의 차수,명목,수량이 한족들보다 많은 것은 물론술뒤의 행태도 환하게 게저분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민족의 특성으로까지 여론화되는 판국이다.이 경관도 현재 변화를 보이나 결과적으로 구습을 벗어나기는 고사하고 더 저속한 역방향으로 나가는 양상이고 술놀이에 민족이 망한다는 가슴소리도 높아가는 현실이다.
 
술은 원초로부터 노동후의 긴장을 풀어주고 노이로제를 완화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외 대인관계를 돈독히 하는 촉매로서 사회성 생활의 호물(好物)로 상승작용을 하여 왔다. 적량의 술은 신체에 유리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휴머니즘을 돋우는 뉴대로 되어 사회의 균형과 조화를 조성(助成)하며 물질,문화적 재부를 창조하는 동력에도 가세하게 된다. 허나 도를 넘으면 인체에 손상주고 대뇌피질의 흥분 억제의 밸런스를 박살내어 심각한 건강문제와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오늘 조선족의 술은 이런 부식제로 일변하여 민족사회를 멍들게 한다고 한결같은 구설이 분분하다.
 
조선족은 술을 모르면 인맥이 소원해 진다며 차수가 많고 과음하고 강권하는 것도 당연시하며 돈독한 인연을 위해선 얼큰해도 무방하다는 사고가 깊숙히 박혀있다. 아무튼 취중의 웬만한 잘잘못도 술을 탓하며 푼더분한 관용을 보인다.  허나 오늘은 부재차한(不在此限)의 지경에 이르렀다. 먹고 마시고 농땡이를 친다는 이메지는 항간의 구문인데 가장 심각한 화두는술에 잠식되어 리지를 잃고 시간을 잃는 와중에서 자기의 사회적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조선족 집거지인 연변에서 그의 음주 행태와 기막힌 부산물을 본다.
 
일자리가 책상 머리라는 사람들은 출근해 일을 좀 보다10시가 넘으면 술자리를 만들고는 다시 딴판을 벌리는 건 거의 묵시적인 생활이 되었는데 적은 수도 아닌 상당수이다.사무는 본다 쳐도 그 마인드로 하면 얼마하랴는 지레짐작이 간다.사무실 부재의 원인을 물으면 그럴사한 이유를 주워대는데 곁에서 열심이 일하는 사람들이 되려 무안할 정도이다.
 
술좌석 명목도 파다하다.명절,경조사는 제외하고 고향 사람, 한집안 사람, 동창생, 동갑, 전우모임에다 네 생일 내생일 등등이 연방 술좌석으로 이어지는데 하루가 멀다이다. 하도 많으니 인젠 다수가 질색이면서 무작정으로 끌려다니는 양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로 양반 의식이 팽배한 문화 습속이 원인인가?! 드러내기 좋아하고 체면치례에 자상한 의식 구조와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는 성격,왜냄비식 근성의 외적 표현이 술놀이인 듯 싶다.
 
연변에서 접대를 그뜩 받고도 질탕한 음주행이였다고 볼멘소리를 치며 연변 사람들은 가짜도 조짜도 아닌 진짜 술김치라고 욕보이며 너스레를 떨던 한 외국인의 넋두리가 귀에서 쟁쟁하다.귀가 따가왔지만 멀퉁하게 보면서 주억주억하기만 했다.대접하는 사람들도 정성을 들이며 지쳤을 것이지만 돈을 팔고 시간을 깨고 몸을 까고 욕을 사는 것이다. 별법(別法)이 없을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식인이 모인 전당(殿堂)도 가찹은 양상인데 한 학자는 내가 연변에 있었더라면 그 많은 공부를 했을 리가 만무하다고 부수지소[膚受之愬]를 되풀이한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학자들이 다수 있을 테지만…
 
술과 관련된 부조돈도 엄청나다. 월급이2,000∼3,000원인데 매번 적어도100∼200원이고 좀 가까우면500∼1,000원인데 이틀 바쁘게 이어지는 술행사에 돈을 디밀어야 한다.북경의 한 학자는 80년대부터 30여년간 낸 부조가 단51원이라는데 체면을 지키는 데는 지장이 없었단다.만약 연길이었다면 한 달에 두 번쯤 참가해도800여번인데 적어도 소주400근은 마셨고, 부조12여만 원은 냈고, 1600여 시간은 허비했을 것인데 흐린 정신에 랑비된 시간은 더구나 아스라하게 많았을 거란다.조선족들이 무엇을 하였을가는 회의가 늘 맴돈다. 해야하고 피치 못할 상황도 많겠지만 연변의 풍토는 한계선을 훌쩍 넘은지 한참 된다.
 
이런 악재가 지속된다면 조선족이 곤난하다는 말밖에 없다. 객지에서 들어보면 사람들이 연변으로 가기 싫어하는데는 여러가지 여건 부족도 탓이겠으나 술놀이를 위시한 사회 분위기에 생을 망친다는 공동어가 있다.연변의 술바람은 돈이 독이 되고 금석이 석돌이 되는 큰 소지이기 때문이다.연변의 악브랜드라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 흉상이 바로 우리들 사회에서 만연되는 현재 진행형이다.
 
약소민족이 근대의 가난과 억압이란 기나긴 생사경에서 헤갈며 서로간 괴로운 마음을 달래느라 술접촉이 많은 것이 다음(多飮)의 주원인일 것으로 판단한다.그것이 또 구연세월(苟延歲月)중 생활화, 풍속화, 문화화로 고착되었으리라 어루더듬는다. 오늘은 올곧은 가치관을 확립하기 앞서 부유한 환경과 맞닥드리니 갈팡질팡하며 먹어댄다는 곧이듣기는 바깥소문이 수풀처럼 무성하다.
 
그러나 력사는 자기 흐름대로 쉬지 않는다. 급속한 사회변화가 조선족을 어느 민족보다 빠르게 진화시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이 시류에 동승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는 철리를 풀어보래도 어렵지 않다.
  
해외로, 도시로의 대거 진출로 민족공동체의 공동화와 해체, 학교의 폐쇄, 정체성의 요동, 교육체계의 붕괴, 문화영토의 상실, 출산인구의 기하급수적 감소 등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조선족 사회는 존재와 해체라는 딜레마에 푹 빠지었다.그런데도 음주로 인한 돈까기,시간낭비.건강부식,사업지체,가정불온 등 기형괴상이  산적하기만 한다.여기의 급소는 생활의 정도(正道),지혜,의지,신념,기치관이 걸레쪽 같이 내팽개쳐지고 멋지던 문화적 인간형이 굴왕신같이 일그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라태와 허망에 뒤따르는 과소비,과사치,과유흥 등등이야말로 조선족을 장식하는 허화한 거품양으로 번뜩거리는 경색이다.
 
이 다급한 죽살이 기로에서 술문화 개변은 민족의 존망에 직결되는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는 확론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고쳐야만 하는 민습(民習)인 것이다.상처를 도려내는 극통을 감내하면서 병소(病巢)를 긁던지 자르던지 퇴치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어이해야 할고!
 
우선, 조선족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거룩한 권력을 넘겨받고 인민의 혈세를 받아쓰는 공복들이 자기의 권리,의무,영예와 량심으로 틀어진 술문화를 개조하는 진두에 서야 지당하다. 하물며 간부들이 술먹기에 앞장서고 공짜술을 먹어대며 관혼상제를 차리면 떼돈을 번다고 술렁거리는 세태인데 이것은 결코 간과하여야 할 공뜬 랑설(浪說)이 아니므로 당신들이 솔선하여 적게 마시고, 적게 차리고, 적게 참가해야 한다.한 사회 현상의 개조는 옳바른 정책적,가치적 지향이 있어야 할 뿐만아니라 모델이 될 본보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해야 하고 잘 해야 할 분들이 옥대(玉帶)를 띤 민복(民僕)들이다.이런 호소(呼訴)를 말실수라 꼬집는다면 쉬운 반박이 절대 가능하다.
 
다음, 지성인들이 문명한 음주 문화의 정립을 위한 보루를 다져가야 한다.이건 한순간의 돌관작업이 아니고 긴 나날을 수요하는 체계적인 역사(役事)이다.지성 사회가 민족문화의 오아시스로 되고 인텔리겐치아들이 매스컴에서의 견인차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오늘이다. 
 
그담, 교육이다.금지옥엽들의 영혼을 키우는 학교에서 도덕 교육의 일환으로 건전한 술문화의 주입에 진력해야 한다. 교사들이 조선족 특색의 새 문화화원의 가꾸기에 정진한다면 이야말로 민족 발전의 백년대계라고 역설하고 싶어진다.
 
본일, 이 땅의 술상에서 내 민족의 얼굴에다 얼까지 사라진다고 근심천만하여 골방에서 긍긍거리며 끙끙거린다.만약, 어디서 웬눔이 엉큼한 험담을 퍼붓느냐!며 멱살을 잡혀  드잡이를 당한다면<독선이 지나쳐 참말 죄송합니다.실은 전부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고 이런 술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는 독생각입니다.>고 강변을 부리며 봉변을 모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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