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렬근성?
김인섭 2011-11-06
세간에 나가면 한민족들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흠절을 지칭하여 어느어느 것은 민족 렬근성의 발로라고 망평하는 의론조를 자주 듣는다. 민족의 특성에 대하여 타고난 형질인 듯이 선입견으로 긍정판단을 허투루 내뱉는 새 까먹은 소리다.경모(輕侮)적이고 자조적이고 민족성에 대한 축소해석 속내가 담겨있는데다 론리마저 어설퍼 숙시숙비(孰是孰非)에 단안(斷案)을 내려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몇 번 생각했다.
렬근성이란 타고난 근성이 나쁘다거나 혹은 악습의 뿌리가 깊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물론 위의 경우 엄격한 의미를 떠나 몇몇 사례를 일반화하여 격하게 발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례하면 냄비근성이라는 빨리빨리,집안싸움으로 표현되는 내분(內紛),즉효성만 노리는 근시안적 작태 등등을 구설수에 싣고부리는 장면들이다.허나 어떤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력사와 사회적 요인을 당연히 우선시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부터 보면 그 설법이 사람 사이의 가름막을 만들며 지어는 음모의 여부까지 의심시키는 악음악으로 들린다.
사람의 사회적 존재 즉 그 시대의 생산방식이 사람의 의식을 결정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존속하는 그 시대의 생활유습(生活遺習)을 쳐들고 그것이 민족의 유전자인양 꺽죽거리며 인습화된 탈선적 언행의 근원이 객관요인과 무관한 주관성에만 있는 듯이 본말을 전도하는 중생들이 확실히 적지 아니하다. 간단히 말하면 편협한 사고로서 인간 공동체의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성향을 이 민족에만 존재하는 듯 폄하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민족성의 여하는 고도의 복합적인 사회적 결론이어야 할 명제인데도 데등대등 방담(放談)하니 속으론 늘 반박이 저절로나갔다.
나라와 민족의 명암이 헷갈리고 구명도생에 분주하던 시대,기근과 생명의 위협이 수시로 덥치던 풍찬로숙의 나날에 정처없는 우리 선조들에겐 땔거리를 쉽게 주어 음식을 빨리 익히고 식히는 냄비가 절대 긴요한 취사도구였다.그는 암울하던 나날에 생존투쟁의 위대한 무기였고 한많은 한민족 생활상의 축소판이고 민족의 꿋꿋한 자생력의 물증이기도 하다.
기나긴 나날, 우리 민족은 국제정치의 분쟁에 말려들어 땅이 찢기고, 살길을 찾아 흩어지고, 강제이주를 당하고,하여간 나락속을 쩔쩔매며 범민족적 단합을 시도할 틈도 새도 없었다.목을 옥죄는 근근득생(僅僅得生)의 세월에 애처로운 선인들은 행방없이 뒤쫓기는 세파속에서 성찰과 속도 조절은 말말고 죽재도 죽을 겨를마저 없었다.그야말로 고난의 험산을 넘어 아득한 감탕길 만리를 걸어왔다. 시급한 초미의 기아에 시달려 멀리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파란만장의 거친 파도속에서 조상들의 빨리빨리 해내려는 사명감, 위험을 탈출하는 순발력,후대를 위한 불타는 념원이 오늘 한민족 사회를 이뤄놓은 밑거름인지 싶다.이것이 그 시대 우리 민족의 우근성(優根性)이었다.이 어기찬 정신에 매달려 오늘날 우리 삶의 터전이 이뤄지고 보신처가 세워진 것이다.
허지만 어떠한 성약(聖藥)도 약독이 따르 듯 그 특수한 노력으로 거둔 성과에 따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 졸부(猝富)근성,속도지상주의,결과지상주의,불화와 각축의 빈출(頻出),근시안적 사업성이 그 단적인 표현이다. 과거 시대에 반상적이던 현상이 지금에는 한민족의 이미지 추락과 더불어 민족 대발전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오늘은 전지구가 세계화로 나가는 신시대이다. 여시구진(與時俱進)의 가치전환을 정갈하게 실현해야 할 급선무가 우리에게 성화를 댄다. 소위 렬근성이라 부르는 물건짝들이 그 때엔 피할 수 없었다면 일취월장하는 오늘은 급열보다 오랜 숙성을, 반목과 질시보다 범민족 대화합을,오늘만이 아닌 장구한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빨리빨리해야 할, 기성세대들이 완수해야 할 무한 책임이다.여기서 <급하면 돌아가라>는 옛말이 독약이 된다.빠를수록 좋다.
에피소드라면,정의와 진리의 규명에 당연히 필요한 론쟁도 내분으로 몰아부치는 입살이 센 소리도 수두룩히 들린다는 말이다. 민족의 의로운 기질도 쩍하면 병집이라 몰아치며 정당한 요구를 막으려 훌뚝질하는 무리들도 있다. 자유토의는 한민족의 발전에서 필수(必須)이고 필수(必需)라고 언성을 높여 언명하기 싶다.
한민족은 평화와 발전, 단합과 상쟁의 파도 위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과업은 태산같고 나갈 길 역시 가파른 구곡양장이다.그래도 민족을 경멸하는 <렬근성>이 정의를 실현하는 원동력이 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층샛돌이 되고 민족화합을 실현하는 시금석이 되었으면하는 바램이 이 길손의 속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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