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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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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콤플렉스
2013년 05월 13일 15시 09분  조회:1172  추천:4  작성자: 맹영수
신장콤플렉스

맹영수


언젠가 딸애 또래의 말을 들어보니 현대 남성은 적어도 신장은 1메터 75센치메터, 체중은 적어도 70~80킬로그람쯤은 되여야 정상인데 신장이 1메터 68이하이면 반편이나 다름없다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웬간한 녀성들과 비해도 크다는 소릴 못듣는 나는 브랜드와는 구만구천리나 떨어진 렴가상품이나 다름없는 등외품이였다. 솟구치는 설음에 땅을 치며 누군가를 탓하고도싶지만 그것이 바로 내 운명이였다. 극력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면 아버지가 마신 술과 그 세월이나 탓할지?

사실 맹씨네 유전력사를 보면 “소인”이 별반 없었다. 멀리는 둘째치고 사촌들과 우리 가정을 놓고 말해도 그렇다. 부모님들도 모두 정상 신장을 가졌고 사촌들은 남녀를 물론하고 완전 꺽다리였고 우리 가정에서도 내가 제일 작은 축이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아버지의 술과 당시 환경을 탓하는것도 어쩌면 너무 무리인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나라적으로 기황에 시달리는 60년대에 태여났다. 3년 자연재해와 “문화대혁명”에서 주자파로 몰린 아버지 그리고 “연변병원”에 갇힌 엄마와 누님으로 하여 작은 누님과 함께 여기저기 피난생활을 하면서 눈치밥을 먹어선지 당시 나는 또래 애들보다 키가 한뽐이나 작았었다. 그렇지만 소학교시절에 나는 머리 큰 애들을 누르고 반장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반장이면 체육시간에 자기 반 애들 오른쪽에 서서 대렬을 지휘하군 했는데 내 옆에는 하필이면 학급에서도 제일 큰 1메터 60센치메터도 넘는 녀자애가 서있어 당시 내 모습은 당나귀와 노새사이를 방불토록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설상가상이라더니 그런 신장콤플렉스는 성인이 될수록 나를 더 괴롭혔다. 과격한 내 자존심때문에 리상적인 첫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때가 되니 내게도 여기저기서 혼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콤플렉스로하여 괜찮은 혼사는 이래저래 성사되지 못하고말았다. 아무튼 신장콤플렉스는 그후에도 늘 감기처럼 내 몸에 칭칭 감겨들면서 이래저래 지꿎게 나를 괴롭히였다.

언젠가 직장에서 조직한 할빈려행에 동생과 함께 간적이 있다. 동생과 나는 차이가 일곱살인지라 얼굴만 봐도 그 사이를 짐작할수가 있었으련만 당시 호텔주인은 덩치가 더 우람지다는 리유로 동생을 형으로 착각하고 더 깍듯이 대했었다…솔직이 그런 대접을 받을 때면 기분이 별로였다. 말 그대로 고무줄이라면 당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쫙 늘구고싶었다. (쳇, 사람들이 눈에 콩깍지가 씌여도 한참이나 씌였지, 그래 키큰 놈만 잘난 놈인가? 단신중에도 괜찮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걸…) 매양 그런 일을 겪을 때면 나는 아Q정신으로 자기를 위안하며 극력 단신의 좋은 점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언젠가 독서를 하다가 정말로 명인들에게도 나와 비슷한 콤플렉스가 있음을 알고 스스로도 엄청 놀랐었다. 프랑스의 나뽈레옹은 신장이 1.58메터밖에 안되고 이스라엘 첫 총리 토로페는 1.50메터밖에 안되고 로씨야 대통령을 지녔던 메드베데프는 1. 62메터이고 팔레스타인 해방조직 의장이였던 아라파트는 1.55메터이고 프랑스대통령 사르코지는 1. 68메터밖에 안되였다. 결국 알고보니 이런저런 콤플렉스는 명인에게도 례외가 아니였다. 문제는 그런 콤플렉스가 따랐건만 그들은 무너지지 않고 명인으로 되였다는 그것이였다.

우리 말에 멀대없이 크다는 말과 작은 고추 맵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것이 아니고 작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것이 아니란 말로 해석해도 될것 같다. 동물세계를 보면 기린은 키큰만큼 높은 곳의 나무잎도 쉽게 먹어치우지만 발밑의 풀은 인차 먹지 못하거나 아예 먹지 못한다. 반면에 다람쥐는 작지만 약삭빠르게 땅에 자란 풀과 높은 곳의 열매도 척척 따먹고있다. 그만큼 모든것은 상대적이라고 작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것은 아니였다. 솔직히 부모가 자식을 선택할수 없듯이 자식도 부모를 선택할수가 없는것이 우리의 인연이다. 물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지만 세상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때는 그런 좋은 일이 있다면 얼마나 있을가?

사람이 살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콤플렉스와 징크스가 뒤따르는것은 인지상정이다. 사실 세상에는 진(真), 선(善), 미(美)가 통일된 리상적인 경지의 완전무결한 인간은 별로 없다. 그만큼 완전히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별반 없을것이다. 인간의 삶은 왕왕 삶의 적응력과 순화력 그리고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다고 했다. 알고보면 삶이란 나무에 매달린 고정된 열매가 아니다. 종래로 삶이란 물의 흐름과 같고 행복이란 가꿀줄 알고 누릴줄 아는 사람에게만 속한다고 했다. 하기에 우리는 섭리에 맞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풀어가는 삶의 지혜도 익힐줄 알아야 한다. 현실을 보면 이 세상에는 팔다리가 온전치 못한 불구자들이지만 삶에 애착을 갖고 나름대로 멋지게 살아가고있는분들이 적지 않다. 그에 비하면 단신콤플렉스는 하늘이 무너지듯 그렇게 대단한것도 아닌것이다. 누군가 사람은 다 제 잘난 멋에 산다고 했다. 그만큼 잘났다고 으시댈 필요가 없고 못났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는것이다. 결국 삶이란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자비와 욕심을 떨쳐버리고 맞춤한 짐을 지고 온전한 걸음을 걷는다면 언젠가 우리 단신중에서 또 다른 “나뽈레옹”이 태여날수도 있을것이다. 포장이 번듯해도 실속이 없다면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실 잘나도 내인생 못나도 내인생이라고 개성미 넘치게 산다면 세상에 찍어놓듯 특별히 못난 사람이란 별로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도 오늘부터 그 짓궂은 신장콤플렉스에 철저한 결별을 통보하고 진정 나만의 풍격이 넘치는 젠틀맨으로 새롭게 태여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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