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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모 대학에서 ‘조선말 새 규범’에 관한 무료강연을 조직하였다. 세차례에 걸쳐 한주 동안 진행된 강연이였는데 조선어로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강연 내용에 눈독 들여야 마땅하지만 필자의 주의를 끈 것은 오히려 홍보포스터였다.
새 규범의 문장부호법 대로 쓰지 않은 문장부호 두개가 버젓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연이 끝나는 날까지도 오점을 그대로 달고 활보했다는 것은 마음 아픈 사실이요,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조선말 문장부호법> 해설’이라는 내용으로 하는 강연의 홍보포스터에서 거듭서명표를 써야 할 곳에 서명표가 씌여져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홍보포스터가 강연자와는 무관한 일일 수도 있고 조선말 새 규범을 접촉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만들었을 수도 있다. 또 아무리 새 규범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포스터가 한주 동안 위챗모멘트를 도배했고 여러 조선족 공식계정에도 ‘당당히’ 올라있었다는 것이다.
우의 사실은 두가지를 설명해준다. 하나는 습관이고 다른 하나는 관심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을 물론하고 모두 기존의 습관을 유지하려는 힘 즉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 저항하는 힘이 있다. 하기에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조선말 새 규범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언어실태에 비추어 조선반도와의 공동성분을 늘이고 과학성, 련속성, 점진성, 대중성을 골고루 구현하였으며 실제 언어생활에서 많은 편이를 가져다줬음에도 불구하고 규범이 바뀌는 주기가 짧은 것을 비롯한 여러 원인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힘이 꽤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8년 《표준어사정원칙》을 반포한 이후 큰 틀에서의 변화가 없이 30여년간 하나의 규범으로 서사생활을 해왔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이 한국어맞춤법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거의 십년에 한번씩 규범이 변해왔다. 물론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변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지만 변화를 통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은 그대로 두거나 변화를 가져오더라도 대부분의 언어사용자들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쪽으로 규칙이 정해졌으면 한다. 2016년에 새로 나온 《조선말규범집》과 《<조선말규범집> 해설》(2019.2)을 보면 확연한 변화를 가져온 몇개 부분은 리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울 법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변화된 부분이 자지레하게 많다. 하여 새 규범이 반포된 지 3년이 돼가는 지금도 가끔은 무진기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례로 《<조선말규범집> 해설》의 띄여쓰기부분에서 보면 “수사가 인체기관 이름과 결합될 경우에는 띄여쓴다.”고 함으로써 종전과는 달리 규정하였다. 그러나 “단 사전에 오른 ‘한손, 한발, 한눈, 한입, 두어깨, 한몸, 한가슴, 한다리…’는 붙여쓴다.”고 례외의 경우도 설정해놓았다. 이것은 말 그대로 수사와 인체기관 이름이 결합될 때는 무조건 사전을 찾아서 올림말로 올랐으면 붙이고 오르지 않았으면 띄여써야 한다는 말인데 편집이나 교육 과정의 번거로움은 둘째치고 참고해야 할 사전의 범위도 모호하다. 또 사전에 오른 단어라 할지라도 본의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전의로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차라리 “수사와 인체기관 이름이 결합될 때 띄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의로 쓰일 경우에는 붙여써도 된다.”고 한다면 구분도 명확하고 사용에 있어서도 더 편리하지 않았을가? 그러면 사용해오던 언어습관을 고치는 데도 무리가 가지 않고 좀더 쉽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기왕 반포된 규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정확히 사용하도록 노력하여 한국어와의 혼용, 예전 규범과의 혼용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들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는 다윈의 교시대로 새 규범이 교육이나 출판 관련 일군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조선족 모두의 공동의 관심사로 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세종대왕이 내린 뿌리에서 조선말이 튼실한 가지로 자라 오래오래 자기만의 색갈을 뽐냈으면 좋겠다.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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