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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동필
요즘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교가 ‘건재’해있다는 것이 커다란 자랑거리나 위안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에 위챗으로 전송된 모교청사 철거 영상을 보았다. 학생수가 줄어든 관계로 D시의 초중을 고중과 합병하였기에 초중건물이 옛터에서 속절없이 ‘쓰러’지는 영상이였다.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글소리 대신 중장비의 거친 잡음이 교정을 때리는 광경을 보면서 수많은 감회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올랐다.
오늘에는 무너지는 모교를 뜬눈으로 바라보면서 무가내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면 래일에는 또 어떤 력사적 실존들이 소실되고 무너지고 파괴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한스러운 마음을 집어뜯어야 할지 걱정이 퍼그나 크다.
많은 조선족들의 ‘모교’가 ‘페허’로 남거나 ‘페교’돼버리는 비감스러운 일은 꽤 이미전부터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편벽한 지역으로부터 시작된 페교나 합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선족 집거지역에서까지 차차 ‘류행’처럼 퍼지고 있다. 그나마 ‘모교’가 페허로 남아서라도 물리적 실체를 ‘뽐내’는 것이 어쩌면 불행중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나의 모교처럼 실체가 사라져버린다면 그 상실감은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은 ‘모교’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것들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일들이 다발적으로 감지되고 있어 이마살이 찌프러질 때가 많다.
그 어려운 이민과 개척의 력사에서도 교육을 틀어쥐고 ‘서전서숙’이나 ‘명동학교’같은 교육시설을 설립했던 이주민의 후예들은 현재 해내외로 랭면발처럼 쭉쭉 뻗어 대륙 곳곳에, 지구촌 방방곡곡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국내의 여러 대도시에서 ‘주말학교’같은 민족교육시스템이 가동된 것은 다소 위안을 얻는 일이긴 하지만 새로운 정착지에서 전일제 조선족학교와 같은 관립교육기구를 설립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대적으로 편벽한 지역의 기초교육에서부터 시작된 조선족교육체계의 점층적인 붕괴 위기는 조선족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 여러 지역의 농촌공동화 현상을 상기해볼 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엇비슷한 것 아닌가 싶다.
“고된 농사일을 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였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꽤 많이 들은 적 있다. 어느 시기,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나’의 삶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수많은 청년들과 로동력이 ‘고향’을 등지고 떠난 궁극적인 책임도 ‘이민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소 팔아 자식 공부시킨다”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수많은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간 것은 보다 큰 세상에서 자아가치 실현을 위한 ‘개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대도시에 정착한 분들의 아이들은 부득불 한어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이 우리 민족의 언어문자를 비롯하여 민족 정서나 전통, 문화 등에서 선대들과 일치된 기억의 텍스트를 가질 것을 요구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한어권에서 생활해온 조선족 아이들은 중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함에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 부모세대보다 우세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타민족과 통혼하는 것도 상례적인 현실일 수 밖에 없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과 원인을 숙지하지 못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규명하지 못한다고 할 때 우리는 더욱 깊은 위기 속으로 스며들면서 결국 소멸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을 외면한 론의는 공허한 소모에 불과하다. 우리의 두 손으로 가꾸어놓은 현재의 삶과 우리의 두 발로 걸어온 발자취들을 면밀하게 되새겨보는 것이 ‘처방’을 기다리는 ‘환자’의 참된 자세나 마음가짐이 아닐가 싶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병’들을 숨김없이 진단해보아야 하는 것은 순리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똑바로 정시하면서 공론화할 수 있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언어문자를 비롯한 문화적 ‘동일성’은 ‘하나’로 무어지는 근간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여러 형태의 노력을 몰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족들은 점차 우리 언어문자나 문화생활과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쓰러’지는 ‘모교’를 직시해서 바라봐야 한다. 비록 음산하고 허탈하고 쓸쓸하지만 굳은 마음으로…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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