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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부족 문제로 도시 전체가 비상에 걸렸다. 요즘은 한산하던 집부근 목욕탕이 하루종일 북적인다. 주머니가 두둑해져서 그런지 늘 까칠한 얼굴을 하고있던 때밀이 아주머니가 요즘은 찾아갈때마다 함박웃음을 웃으며 반갑게 손목을 잡아끈다.
목욕탕을 자주 찾다보니 목욕을 즐기시던 엄마가 부쩍 보고싶어진다. 엄마는 용돈중에 가장 요긴하게 쓰시는것이 때밀이 료금이였다. 고질병인 허리디스크때문에 늘 기운이 없고 불편한 몸이여서 목욕을 즐기는 엄마가 스스로 때를 밀기는 고통이였던것이다. 엄마는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기면 “때 몇번은 밀겠네”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자리잡은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어쩌다 처음으로 “엄마 때값”하고 용돈을 드렸고 엄마는 활짝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참 띄염띄염도 드렸던 "때값"용돈이였다. 왜 그렇게 엄마에게 가는 돈은 늘 손이 오그라들었는지 당장 내 옷 한벌이 더 급해서 엄마 때값이라 접어두었던 돈은 언제나 석장에서 한장을 빼고, 두장에서 다시 한장을 빼 외롭게 한장을 드렸던 기억에 손끝이 저리게 울린다.
요즘은 엄마에게 드렸던 때값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웬지 살아가면서 몸의 때가 아니라 마음의 때를 벗기라고 엄마가 넌지시 나에게 귀띔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장생활 4년차, 이제 학생시절 그 순하고 어리고 가냘픈 손목도 굵어지고 수줍음도 없이 많이도 뻔뻔해졌다. 대신 잔인한 랭정함도 무관심까지 덕지덕지 붙여졌다. 나도 때가 많이 묻었다. “생각과 행동의 때” 말이다. 나이 먹으면 주름이 생기듯 때도 묻을것이다. 주름은 남에게 페가 되지 않지만 때는 행여 남에게 페를 끼칠수도 있다.
게다가 요즈음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점점 헬수 없는 가면을 얼굴에 쓰고 살아간다. 내 삶이 무겁다고 남의 삶을 이죽거리면서 그것이 남의 탓인듯 말해왔는지 모를 정도로 나뿐만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도 때가 많이 묻어있지 않을가?
부쩍 목욕탕을 자주 찾는 요즘, 때밀이 수건으로 닦지 못하면 철사줄을 가지고서라도 있는 힘을 다해 우리의 몸과 마음 아니 이 사회의 눌러붙은 때를 벗겨내고싶다. 그리고 조용히 사랑하는 일상을 돌려받고 싶다.
연변일보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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