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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풍요로운 사랑을 위해 오늘도 사랑을 글로 배워볼가 한다.
《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련애소설, 련애소설이라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녀자가 몇이나 있을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 뭔가 환상적이고 뭔가 로맨틱한 일이 벌어질것 같은 그런 기대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가?
우리에게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더 유명한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집, 련애의 쓴맛과 인생의 쓴맛을 알아버린 서른 넘은 녀자들이 다시 사랑 좀 해보자고 덤벼드는 조금은 안스러운 실화 같은 이야기 아홉편으로 채워졌다. 유머와 풍자로 구구절절 코믹하게 풀어낸 비극적인 사랑과 왠지 내 이야기 같이 뜨끔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달달함을 기대하는것은 금물!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나? 하지만 그 달달함 대신에 지극히 현실적인, 나도 모르게 공감할수 있는 그 무언가가 그녀의 글에는 분명히 있다. 아홉편의 짧은 소설들, 그렇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 소설들속에서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있을지도 모른다.
비단 서른 넘은 그녀들의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꼭 서른 넘은 이들만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풋풋한 스무살의 그녀가, 불혹을 바라보고있는 그녀가 읽어도 공감할수 있는 내용일것이라 분명히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경험한 사랑과는 사뭇 다를수 있지만 그럴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공감이라고 해야 할가? 실제 련애 같다는 느낌을, 실제로 어디선가 펼쳐지고있는 이야기일것 같다고 생각하는것은 나뿐이 아닐것이다.
특히 “지금 몇시예요?” 단편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지금 몇시예요?”라고 물어본 기억이 언제였는지, 아니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 “지금 몇시예요?”이 말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남녀사이에 그 말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나도 언제 낯선 곳을 려행하며 낯선 남자에게 그 말 한마디를 건네고싶어진다. 룸메이트의 남자가 남기고 간 특대 하얀 팬티를 보며 환상을 가진 그녀가 등장하는가 하면 여기저기 남자를 만날 궁리를 하는 그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20대의 서툴고 풋풋한 느낌이 전해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뭔가 완숙미가 느껴지는 더이상 꿈속을 헤매고있는것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며 사랑을 겪어본, 이제는 사랑이 모든걸 책임져주지만은 않는다는것을 알아버린 그녀들의 씁쓸한 사랑이야기들속에서 그녀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말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랑을, 다나베 세이코는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고있다. 정말로 그냥 읽어내려갔다면 이거 뭐야! 뭐 이런 사랑이 있어! 라고 한마디 내뱉을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던것은 그녀가 만들어낸 상황이, 그녀가 만들어낸 현실이 사뭇 진지하면서도 웃을수 있는, 내가 그녀였다면 어땠을가? 라는 그런 의문을 이끌어냈기때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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