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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수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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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에 정들어
2005년 08월 12일 00시 00분  조회:4984  추천:87  작성자: 두만강수석회
수석에 정들어

김 대 현


수석에 정이 들어 애석생활을 즐긴지도 어언 10년세월이 흘렀다. 지난 10년동안 나는 생활의 반려인 수석과 정을 나누며 수많은 대화를 했고 날이 갈수록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에 감탄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왔다.
혹시 어떤 사람들은 말 못하는 돌에 정은 무슨 정이며 대화는 무슨 대화냐며 우습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수석에 취미를 붙인 사람들은 나의 말이 옳다고 이구동성으로 긍정할것이다. 한번 재미를 붙이면 떨어지지 못하는것이 수석취미임을 나만이 아닌 모든 수석인들이 느끼는바이다. 오죽하면 이제는 수석없는 인생을 생각조차할수 없다고 말하겠는가. 사실 잠을 자다가도 한 밤중에 일어나 수석을 살살 쓰다듬으며 감상할 때도 있으니 그 애석의 정도가 어느만큼 되리라는것을 가히 짐작하리라고 본다. 솔직히 말해서 옛날 제자식들을 키울 때는 철없어 그랬는지는 몰라도 수석을 어루만지듯 애들을 자주 어루만져주지를 못했다. 그랬는데 수석에는 정이 드니 하루에도 열번, 스무번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주고있으니 수석의 매력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산이나 계곡, 강가에 가면 흔한것이 돌이다. 그러나 수석은 평범한 돌이 아니다. 돌은 돌이로되 수천수만개의 돌중에 하나가 있으나마나한 희귀하기 그지없는 돌이다. 수석은 자연이 빚은 조각품이다. 인공으로는 도저히 창조할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것이 수석이다. 수석에는 자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이 응축되여 있다. 유구한 세월 비바람에 깎이우고 풍화에 시달리고 물살에 씻기우면서 천태만상의 형태를 이루며 생긴것이 수석이다.
수석에는 산이 있고 바위가 있고 호수가 있으며 졸졸 흐르는 실개천과 사품치며 쏟아지는 폭포가 있다. 어떤 수석에는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 저 멀리 얌전하게 솟은 산봉우리가 있고 어떤 수석에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풀피리 불며 고개마루를 넘어 오는 목동이 보인다. 리태백이 놀던 달이 비끼여 그윽한 정서를 풍기는 수석도 있다. 그리고 망망한 바다에서 사나운 격랑을 맞받아치며 우뚝 치솟는 바위를 방불케 하는 수석도 있다.
이처럼 자연의 천태만상 경관이나 경정 그리고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수석을 감상하느라면 마음이 취하듯 황홀해지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한껏 느끼며 상상과 사색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고향산봉우리가 울멍줄멍 솟아있고 억새풀 나붓기는 호수가에 백학이 날아드는듯한 산수경석이나 시골의 초가집처마에 제비가 날아드는듯한 형상석을 보며 가만히 있을수가 있겠는가. 그럴진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생긴 명석을 감상하는 시인, 미술가, 조각가들의 들먹이는 심정이야 더 이를데 있으랴!
수석이란 바로 이런것이기때문에 10여년세월 휴식일이면 배낭을 등에 지고 탐석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저 멀리 두만강기슭과 가야하기슭에 발자취를 남기며 수석을 찾아다닌 길 얼마였고 해란강, 구수하, 봉밀하, 부르하통하, 륙도하 기슭을 누비며 다닌 길은 또 얼마였던가. 어떤 때는 홀몸으로, 어떤 때는 석우들과 함께 흥흥 코노래 부르며 맑은 물 흐르는 계곡에서 록수청산에 한몸을 맡기고 탐석의 즐거움을 맛보느라면 과연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지는줄도 모른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대자연속에서 만사를 잊고 마음을 비운채 오로지 탐석에만 열중하는 그 즐거움이란 말로 이루다 표현할수 없다. 그러다가도 배가 고프면 가지고 간 도시락을 펼쳐놓고 술 한잔 넘기며 층암절벽에 뿌리 박고 너울너울 설레이는 소나무숲을 쳐다보노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면서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일거에 해소된다. 더군다나 마음에 드는 수석 하나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더 말할나위가 없다. 그럴 때면 산천이 떠나갈듯 막 환성이라도 지르고 싶다. 그 어떤 아름다운 형태를 가졌거나 상징적미감을 발산하는 수석을 발견해가지고 그것을 손바닥우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훑어보는 재미도 수석인만이 느낄수 있는 특유의 재미이다. 돌 하나에서 아름다움과 그 어떤 의미를 찾아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것이야말로 《발견의 미학》이 아닐수 없다. 탐석은 다름아닌 자연미의 발견이고 천연예술품의 발견이다. 수석은 이처럼 인간과 자연을 가장 가까이 할수 있게 하고 자연과 인간을 적절히 조화 시켜주는 대자연의 걸작이자 연분을 맺어주는 《오작교》이다 .수석은 변화하지 않고 묵직하며 말없이 산수의 정취나 각양각색의 형태를 나타내기에 듬직하고 믿음직스럽고 아무리 자주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바로 수석의 이런 불변성과 무언성에서 진실과 소박함을 배우게 되고 참고견디는 인내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자연과 늘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마음의 평온과 안위를 얻게 된다. 수석의 매력과 미학적가치가 이렇기때문에 좋은 수석 몇점을 올려놓고 사는 집에 들어서면 대번에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보이는것도 사실이다. 어떤 수석인의 집에 가보면 형태나 문양, 색상이 기가 막힐 정도로 뛰여난 수석이 있다. 그런 수석을 이윽토록 바라볼 때면 이것이 과연 돌일가 하며 침을 흘리게 된다. 지어는 집에 돌아와서까지도 그것이 눈앞에 삼삼거려 진정할수 없다.
아무튼 수석에 정이 들어 10여년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의 생활에서 반려가 되고 정다운 벗이 되여 언제나 나와 함께 숨쉬는 수석! 그 수석을 찾아 올해도 초라한 행각으로 강따라 물따라 가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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