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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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도 일종 수준
2006년 07월 07일 00시 00분  조회:2693  추천:81  작성자: 허명철
듣는 것도 일종 수준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누군가 “음식은 정성이고 마음이다”고 했다. 하지만 정성을 바쳐 만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서 고객의 불만을 자아내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접한 고객 또한 상이한 태도를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수저를 놓고 조용히 나가고, 어떤 사람은 그런대로 식사를 마치고, 또 어떤 사람은 주인을 불러 야단친다.

우리들이 사회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어쩜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는 사람은 혹간 본의 아니게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혹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해서 실수를 범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대화가 계속 유지되느냐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 사람이 화를 내거나 또는 떠나 가버리면 대화는 끝난다. 반면 그냥 참아가면서 대화를 이어간다면 말을 실수한 사람이 사과할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고 나아가서 인간적 유대관계를 계속 끈끈이 이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수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거나 접수하지 못한다면 진짜 “소귀에 경 읽기”가 된다. 반면 질서 없고 논리가 떨어진 이야기라 해도 듣는 사람이 수준이 있으면 금방 상대의 의도를 포착한다.

갓난 애기들이 울면 어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쉽게 짜증을 낸다. 따지고 보면 말할 줄 모르는 애기는 울음이란 자신의 대화방식으로 어른들과 대화를 요청했고 자기의 요구를 제기 한 것인데 어른들이 알아듣지 못하니 더 큰소리(울음)로 호소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애기의 메시지를 독해 못한 자신을 탓하기에 앞서 애기한테 짜증을 내기가 일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애기를 잘 본다는 보모는 따지고 보면 애기의 울음을 독해 잘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울음이란 대화방식에 비교적 익숙하기에 쉽게 애기를 달래고 애기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뿐이다.

그러므로 보다 윤활한 인적관계를 유지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자기 의사를 알기 쉽게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도 키워야 하지만 타인의 말을 들을 줄 아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즉 자신의 듣는 수준을 제고하기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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